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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관계의 전제는 섬세하게 살피는 일
조글로미디어(ZOGLO) 2020년7월28일 13시29분    조회: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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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켈 그림


‘성폭력 예방교육’을 주제로 중·고등학생들과 성교육 워크숍을 진행하던 중에 ‘임신과 임신중지’ 하면 떠오르는 생각·이미지·질문을 자유롭게 적어보자고 했다. 익명이라 그런지 비교적 솔직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무조건 임신 안 하는 방법 없나요?’ 같은 질문부터 ‘제대로 된 피임 교육이 필요함’ ‘보건 선생님이 콘돔 이야기를 부끄러워해요’ 따위의 ‘웃픈’ 현실 비판도 있었다. ‘임~신을 피하고 싶어서, 아무리 달려봐도 난자는 계속 내 안에 있고
~’ 같은 귀여운 반응도 나왔다. 하나하나 읽어가며 웃기도 하고 묻기도 하던 중에 시선을 확 잡아채는 문장이 나타났다. 핑크색 포스트잇에 휘갈겨 쓴 글씨가 선명하게 가라사대, ‘여자들 몸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 없음. 우린 그저 즐길 뿐.’

“여자들 몸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 없음. 우린 그저 즐길 뿐~?”이라고 큰 소리로 읽자 교실 뒤의 남학생 몇몇이 킬킬거리며 서로 옆구리를 찌르고 입을 틀어막고 난리가 났다. 그중 누군가 “생각은 자유잖아요”라는 말도 한다. 화가 나지는 않았다. 저 또래 아이들 특유의 허세인지 진심인지조차 구분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고 내뱉는 것에 가까웠다고 생각한다. 저 ‘우리’들의 무지를 어떻게 해야 할지, 오늘 안에 어느 정도 이야기가 가능할지 주어진 시간을 가늠하며 나는 조급함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길게 설명하면 잔소리가 되고 반감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기에, 일단 짧고 굵게 문제의식을 어필하기로 했다. 나는 과장된 액션으로 말했다. “대박! 이거 진심이야? 이 익명씨는 인간에 대한 존중이 없구먼! 이거 장난이지? 이거 진짜면 완전 인쓰(인간성 쓰레기)다 인쓰!”

성교육 선생님의 연극적인 제스처에 학생들은 웃기도 하고 어이없어하기도 했지만 사실 그때 나는 절박했다. 진심이든 허세든 여성의 몸을 도구 삼아 ‘우리’의 성적 욕망을 채우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은 뿌리 깊은 강간 문화와 수많은 N번방, 다크웹들의 씨앗이자 열매니까. 그런 생각을 곧이곧대로 행하는 사람은 정말 ‘인쓰’가 되는 것이니까.


최근 성교육은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성범죄가 과거에 비해 무겁고 심각하게 여겨진다는 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성교육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성을 이야기할 때 무엇이 피해이고 가해인지, 무엇이 범죄인지를 알려주는 데서 시작하고 끝내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성은 신체 접촉과 성기 결합 섹스만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성은 나와 나, 나와 타인, 나와 타인과 사회 등이 맺는 다양한 관계 속에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존중과 매너는 성에 대해서도 기본이 되어야 한다. 우리 스스로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사고하고 배우는 과정 역시 성 담론에서 빠질 수 없다.


법률에 앞서는 양심의 문제



오죽하면 성적인 행동을 할 때 이건 불법인가 아닌가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푸념이 나도는 세상이다. 그런데 알다시피 법으로 설명하고 납득시킬 수 없는 일이 세상엔 얼마나 많은가. 불법이 아니어도, 범죄가 아니어도 ‘상식’의 영역에서 해결해야 하는 일이 우리 삶에서는 더 많이 일어난다. 법률적으로 문제없다고 해도 양심껏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까닭이다. 내가 좋다고 한 행동이 상대방의 영역을 침범한 건 아닐까? 혹은 상대방의 동의가 나의 지위나 이해관계 때문에 거절하지 못한 결과가 아닐까? 이렇듯 섬세하게 생각하고 살피는 능력을 키우는 성교육이 사방팔방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러면 아이들도 알게 된다. ‘여자들 몸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 없음. 우린 그저 즐길 뿐’이라는 생각이 법을 피해 얼마나 끔찍한 일을 저지를 수 있는지 말이다.

심에스더 (성교육 전문가) 
시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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