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성관계의 전제는 섬세하게 살피는 일
조글로미디어(ZOGLO) 2020년7월28일 13시29분    조회:1049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정켈 그림


‘성폭력 예방교육’을 주제로 중·고등학생들과 성교육 워크숍을 진행하던 중에 ‘임신과 임신중지’ 하면 떠오르는 생각·이미지·질문을 자유롭게 적어보자고 했다. 익명이라 그런지 비교적 솔직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무조건 임신 안 하는 방법 없나요?’ 같은 질문부터 ‘제대로 된 피임 교육이 필요함’ ‘보건 선생님이 콘돔 이야기를 부끄러워해요’ 따위의 ‘웃픈’ 현실 비판도 있었다. ‘임~신을 피하고 싶어서, 아무리 달려봐도 난자는 계속 내 안에 있고
~’ 같은 귀여운 반응도 나왔다. 하나하나 읽어가며 웃기도 하고 묻기도 하던 중에 시선을 확 잡아채는 문장이 나타났다. 핑크색 포스트잇에 휘갈겨 쓴 글씨가 선명하게 가라사대, ‘여자들 몸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 없음. 우린 그저 즐길 뿐.’

“여자들 몸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 없음. 우린 그저 즐길 뿐~?”이라고 큰 소리로 읽자 교실 뒤의 남학생 몇몇이 킬킬거리며 서로 옆구리를 찌르고 입을 틀어막고 난리가 났다. 그중 누군가 “생각은 자유잖아요”라는 말도 한다. 화가 나지는 않았다. 저 또래 아이들 특유의 허세인지 진심인지조차 구분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고 내뱉는 것에 가까웠다고 생각한다. 저 ‘우리’들의 무지를 어떻게 해야 할지, 오늘 안에 어느 정도 이야기가 가능할지 주어진 시간을 가늠하며 나는 조급함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길게 설명하면 잔소리가 되고 반감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기에, 일단 짧고 굵게 문제의식을 어필하기로 했다. 나는 과장된 액션으로 말했다. “대박! 이거 진심이야? 이 익명씨는 인간에 대한 존중이 없구먼! 이거 장난이지? 이거 진짜면 완전 인쓰(인간성 쓰레기)다 인쓰!”

성교육 선생님의 연극적인 제스처에 학생들은 웃기도 하고 어이없어하기도 했지만 사실 그때 나는 절박했다. 진심이든 허세든 여성의 몸을 도구 삼아 ‘우리’의 성적 욕망을 채우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은 뿌리 깊은 강간 문화와 수많은 N번방, 다크웹들의 씨앗이자 열매니까. 그런 생각을 곧이곧대로 행하는 사람은 정말 ‘인쓰’가 되는 것이니까.


최근 성교육은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성범죄가 과거에 비해 무겁고 심각하게 여겨진다는 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성교육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성을 이야기할 때 무엇이 피해이고 가해인지, 무엇이 범죄인지를 알려주는 데서 시작하고 끝내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성은 신체 접촉과 성기 결합 섹스만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성은 나와 나, 나와 타인, 나와 타인과 사회 등이 맺는 다양한 관계 속에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존중과 매너는 성에 대해서도 기본이 되어야 한다. 우리 스스로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사고하고 배우는 과정 역시 성 담론에서 빠질 수 없다.


법률에 앞서는 양심의 문제



오죽하면 성적인 행동을 할 때 이건 불법인가 아닌가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푸념이 나도는 세상이다. 그런데 알다시피 법으로 설명하고 납득시킬 수 없는 일이 세상엔 얼마나 많은가. 불법이 아니어도, 범죄가 아니어도 ‘상식’의 영역에서 해결해야 하는 일이 우리 삶에서는 더 많이 일어난다. 법률적으로 문제없다고 해도 양심껏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까닭이다. 내가 좋다고 한 행동이 상대방의 영역을 침범한 건 아닐까? 혹은 상대방의 동의가 나의 지위나 이해관계 때문에 거절하지 못한 결과가 아닐까? 이렇듯 섬세하게 생각하고 살피는 능력을 키우는 성교육이 사방팔방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러면 아이들도 알게 된다. ‘여자들 몸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 없음. 우린 그저 즐길 뿐’이라는 생각이 법을 피해 얼마나 끔찍한 일을 저지를 수 있는지 말이다.

심에스더 (성교육 전문가) 
시사인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33
  • [오늘의 세상]  내 한몸 건사도 힘든데… 5060 가구 34%, 자녀·부모 동시 부양 양쪽 뒷바라지에 소득 20% 나가…  저성장에 자녀들 취업 늦어지고 수명 늘며 부모봉양 부담 커진 탓  손주 양육 겹치면 '트리플 케어' 전 중소기업 임원 김모(62)씨는 재작년 거주하던 서울의 30평...
  • 2018-03-13
  •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서지현 검사에서 시작된 한국판 미투 운동이 전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7일 오전 서울 도심의 한 공사장 외벽에 미투 운동(# Me Too)을 의미하는 그라피티(graffiti)가 그려져 있다. 2018.03.07 .suncho21@newsis.com 【청주=뉴시스】인진연 기자 = "이번 달 회식 메뉴는 무엇으로...
  • 2018-03-10
  • 육아정책연구소 설문조사 연령 낮을수록 결혼·자녀 필요성 덜느껴 “결혼관 변화로 출산율 증가 어려울 듯” 15세 이상 국민 4명 중 1명은 ‘결혼을 하지 않고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투데이 [서울경제] 15세 이상 국민 4명 중 1명은 ‘결혼을 하지 않...
  • 2018-03-07
  • ㆍ유력 대선주자에서 성폭력 가해자 된 안희정 안희정 ‘전’ 충남지사(53·사진)는 “민주주의를 통해 정의·신뢰·평화의 가치를 높이고 기회의 공정성을 부여하기 위해 노력하는 지도자”(2016년 9월14일 경향신문 인터뷰)라고 ‘안희정 브랜드’를 소개했다. 특히 민주...
  • 2018-03-06
  • [동아일보] [이주여성들 ‘외칠 수 없는 미투’] ‘추방 공포’ 파고든 성폭력의 덫 《2년 전 한국에 온 30대 태국 여성 티앤(가명) 씨는 지난해 경기 화성에 있는 한 음식점에서 주방보조로 일하는 동안 끊임없이 구타에 시달렸다. 50대 한국인 남성 사장은 사소한 트집을 잡아 얼굴에 피멍이 들 때까...
  • 2018-02-27
  • “그것도 못 견디면 사회생활 못해” 쉬쉬하는 주변인도 2차 가해자 피해자 고립되며 성폭력 악순환 [중앙포토] 서울의 한 디자인 회사에 다니던 정모(30)씨는 지난 22일 회사를 그만뒀다. 회식 자리에서 회사의 A 고문(46)에게 성추행을 당한 후다. 성추행은 이달 초 서울 마포구의 한 술집에서 있었던 회식 자리...
  • 2018-02-27
  • 폴리티코 “화면 속 관계에 전념…진짜 관계 도외시” 신기술 발달로 사회화 능력 퇴화 “청년들이 연인과의 데이트 때문이 아니라 넷플릭스를 보느라 밤을 지새고 있다”    날이 갈수록 미국인들의 성관계 횟수가 줄어드는 것과 관련, “신기술이 사람들에게서 데이트할 욕구를...
  • 2018-02-18
  • ㆍ풍요 반작용이거나 미래 불안 산물 30대 중반의 자유기고가 야요이(필명)는 일본 요코하마의 월세 5만5000엔(약 54만원)짜리 원룸에 산다. 11㎡ 크기의 방에는 TV, 냉장고, 세탁기 등 ‘필수’ 가전제품이 없다. 컬러박스를 탁자 대용으로 사용한다. 의류는 20여벌.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다. 그는 &l...
  • 2018-01-31
  • 배우자와 사별해도 자녀와 합가하지 않고 혼자 살기 때문 (세종=연합뉴스) 이 율 기자 = 우리나라 70대 이상의 인구이동률이 10년 새 거의 반 토막이 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나이 든 부모가 배우자와 사별하더라도 과거와 같이 자녀와 합가하지 않고 살던 곳에 머무는 데 따른 현상으로 분석됐다.  노인 우울증[게티...
  • 2018-01-31
  • 존속살해가 전체 살인의 5%… 미국·영국의 3~4배 수준 부양 부담느낀 '老老살인' 급증, 책임감·죄의식도 옅어져 예전엔 드물었던 가족 상대 범죄가 크게 늘었다. 방범카메라 확대 등 사회 전반의 범죄 예방 노력은 계속되고 있는데, '가족 내 안전'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
  • 2018-01-02
  • [동아일보] 10월 혼인 건수 역대최저… 작년보다 20.8% 감소 《# 1. 디자인회사에서 일하는 박모 씨(36)는 최근 들어 친구들에게 “이제 결혼은 포기할 때가 온 것 같다”는 말을 자주 하고 다닌다. 8년 전 서울에서 직장을 잡은 뒤 적금을 부어가며 돈을 모으고 있지만 아직도 전세금 6000만 원 원룸...
  • 2017-12-28
‹처음  이전 2 3 4 5 6 7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