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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장수·순댓국집 거쳐 ‘모델’, 63세 김칠두씨 ‘40년의 꿈’(인터뷰)
조글로미디어(ZOGLO) 2019년2월19일 06시19분    조회: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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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모델 김칠두(63·사진)씨의 꿈은 약 1만4600일 만에 이뤄졌다. 햇수로 40년. 옷에 관심 많던 청년이 생계 때문에 현실과 타협하고, 가장의 삶을 거쳐 노년이 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모델이 되겠다는 소망은 김씨가 60대 중반에 접어들 때까지 제자리걸음이었다. 그의 머리칼은 어느덧 잿빛이 됐지만 이제 김씨의 이름 앞 수식어는 모델이다. 청년이 포기했던 꿈은 노년의 일상이 됐다.

스물한 살 김칠두는 멋쟁이였다. 181㎝의 키와 마른 체격 덕에 무슨 옷을 입어도 태가 났다. 장발을 단속하던 1970년대에도 그의 머리는 늘 길었다.

최근 서울 강남구의 모델 에이전시 ‘더쇼프로젝트’에서 만난 김씨는 “당시 눈에 띄는 걸 좋아했다”고 회상했다. 청년 김칠두에게 패션계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국내 최초 패션 교육기관인 ‘국제복장학원’에서 1~2년간 여성 의류 디자인을 배웠고, 짬을 내 나간 모델 경연 대회에서 입상도 했다. 문제는 돈이었다. 먹고 살길이 막막했다.




“경제적인 이유로 (모델 일을) 계속하지 못했어요. 지금은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처럼 자신을 알릴 수단이 많지만 그때는 전무했잖아요.” 넉넉지 못한 가정 형편이 김씨의 발목을 잡았다. 의상 학원마저 그만두고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때부터 김씨는 ‘어색한 옷’을 입었다. 아내와 만나기 전에는 다니던 직장에 맞는 복장을 선택해야 했고, 결혼 후에는 채소·과일·생선 장수 차림새가 됐다.“안 해본 장사가 없어요. 없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더라고요.” 30대 중반쯤 되니 패션에 대한 미련이 짙어졌다. 직접 디자인한 여성 외투를 남대문 시장에서 도매로 판매했다. “팔리지 않더라고요. 결국 접었죠. 순댓국 가게를 하게 됐어요.”

김씨가 경기도 평택에서 하던 식당을 처분하고 서울로 돌아온 것은 2017년 11월이다. 순댓국집이 성공하면서 다른 음식점까지 낼 정도로 사업이 커졌지만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에 밀리고, 손님이 끊기면서 버티기 어려워졌다. 만 61세. 잠깐일 줄 알았던 외도가 30여년이 됐다. 노후를 버텨내야 하는 김씨에게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일용직 노동자로 나간 건설현장 일은 녹록지 않아 보름 만에 그만뒀다. 눈에 띄는 외모 때문에 경비 업체나 식당에 취업하기도 어려웠다. 고민이 시작됐다. 마냥 놀 수는 없었다. 다시 모델에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은 떠오르지 조차 않았다. “완전히 잊고 살았던 거겠죠.” 그가 가슴 한켠에 묻어뒀던 열망은 지난 세월만큼 빛이 바래있었다.

불씨를 되살린 것은 김씨의 딸이었다. 아빠의 젊은 시절을 알고 있던 딸이 시니어모델을 권유했다. “딸과 얘기하다가 내 안에 있던 것을 끄집어낸 거죠. ‘한번 해보자’라고요.” 수강료를 마련해 지난해 2월 지금 김씨의 에이전시이자 모델 아카데미인 더쇼프로젝트를 찾았다. 매주 한 번씩 ‘워킹’과 ‘포토’ 수업을 들으며 또 다시 꿈을 꿨다.

한 달쯤 지나자 어설프지만 모델의 태가 났다. 김씨의 가능성을 알아본 에이전시 대표가 패션 브랜드 ‘키미제이’에 김씨의 포트폴리오를 보냈다. 지난해 3월 가을·겨울 시즌 헤라서울패션위크는 그렇게 서게 됐다. 키미제이 의상 2벌을 입고 런웨이를 누볐다. “시니어모델로서는 처음 아닐까요”라고 말하는 김씨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묻어났다.





데뷔 무대를 치러내니 여러 곳에서 연락이 왔다. ‘엘르’ ‘데이즈드’ ‘그라피’ 등 유명 잡지와 화보 작업을 하고 인터뷰를 했다. ‘2019 봄·여름 시즌 헤라서울패션위크’에는 브랜드 ‘더갱’ 모델로 다시 섰다.

화보 제의는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잿빛 장발, 긴 턱수염 등 개성 있는 외모가 인기의 비결이다. 수업시간이 아닐 때도 아카데미를 찾아 연습한 워킹과 포즈는 이제 그럴듯해졌다. 평생 마른 체격 덕에 체중관리는 따로 하지 않는다. 대신 모델이 된 후 요가를 시작했다. 왕성히 활동하기 위해서는 건강부터 챙겨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데뷔 무대 때 기분은 정말 대단했어요. 긴장도 안되더라고요. 음악에 맞춰 무대로 들어섰는데 소름이 돋고, 뜨거운 감정이 밀려왔어요. 실수도 없었죠. 지금도 카메라 앞에 서는 일은 전혀 떨리지 않아요. 늘 꿈꿔온 일이라 그런가 봐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아 연습에 매진하고 있지만 지금 삶은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어떤 모델이 되고 싶으냐고 물으니 “선두주자가 되고 싶다”는 답이 돌아왔다. 여러 양성소에 등록된 시니어모델은 많지만 김씨처럼 활동하는 경우는 드물다.

“지난 서울패션위크 시즌에 오디션을 일곱 곳이나 봤어요. 먼저 제의가 들어온 곳 빼고는 전부 탈락했어요. 그때 시니어모델 시장이 매우 작다는 걸 느꼈습니다. 젊은 친구들과 오디션 보는 게 민망할 때도 많지만 계속 도전하는 이유는 저를 계기로 활동하는 시니어모델이 많아지길 바라기 때문이에요. 우리도 충분히 젊은 사람 옷을 소화할 수 있으니까요.”


김씨의 새로운 꿈은 국내 시니어모델 최초로 ‘세계 4대 패션위크’에 진출하는 거다. 올해는 국내 패션쇼에 다시 한번 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씨를 눈여겨본 연출자의 권유로 지난달부터 출연하게 된 연극을 잘 마무리하는 것, 기회가 있다면 영화에 조연으로 나오는 것 역시 그의 꿈이다. 모델 수입이 많지 않아 아내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하지만 김씨는 최선을 다해볼 작정이다.

“이게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해보려고요. 마지막 순간까지 모델로 살 생각입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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