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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아바이
2014년12월28일 03시59분    조회:2194    추천:2    작성자: 리태근
젊은 아바이


리태근

 
 
음력설 전날이였다. 하남시장에 떡사러갔다가 난생처음 무참당한 일이 잊혀지지않는다, 사람도 보지않고 마리를 숙이고 떡을 베던 젊은 각시는 인품이 후더웠다.  떡을 두개나 더 올려주며 한다는 말이 “아바이 맛있게 드시고 다음부터는  88호 매대를 잊지 말고 찾아오세요,”
 
생글거리며 웃는 젊은 각시에게서 따끈따끈한 떡을 받아쥔 나는 처음에는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말끝에 묻어나오는 아바이란 말에 발끈해서 떡을 홱 뿌려치고 나왔다, 떡매대각시들이 눈이 휘둥그래서 나를 쳐다본다. 돈까지 치른 떡을 팽개치고 퍼러딩딩해서 걸어가는 나를 보고 의론이 분분했다. 각시들은 지금 늙은이들은 젊게 살아서 아바이라고 부르면 노여워한다고 빨리 사과하라고 새각시의 등을 떠밀었다.
 
그렇다고 재수없는 떡을 받을 내가 아니다, 결국 이렇게 “아바이”라는 말 한마에 게도 꾸럭도 다 놓치고 말았다, 집에 와서 생각하니 생각할수록  괘씸해났다. 시에미 역증에 개옆구리를 찬다고 마누라보고  신경질을 부렸다. 마누라가 사연을  듣고 키득키득거리자 더구나 분이 상투밑까지 치밀어올랐다, “아바이라니? 내가 벌써 아바이가 되였단 말인가? “
 
설마설마 하면서도 동갑내기들이 아바이라는 말을 들고도 좋아할 때마면 말벌에게 쏘인듯 기분이 억망이다. 한평생  듣지않고 넘어가자던  별명을 끝내 떡장사 각시에서 듣고말았다. 친구들이 벌써부터 손자, 손녀를 자랑하는게 눈꼴이 사나웠다, 죽을때까지 손군들의 똥바라지를 하는 노친들을  볼때마면 구역질이난다. 죽을때까지 똥바라지를  해서  <누데기>요 <염소>라고 불리우는게 아닐가? 웃물이 맑아야 아래물이 맑다고 손자들까지  커서 <누데기>요 <늙염소>라고 부르먄 어떻게 할가거냐. 
 
60문턱을 넘어서니 황량한 사막이다. 아침이 다르고 저녁이 다르다. 날마다 예고없이 부르는 화장터는 소름이 끼친다. 소보다 더 우둔한 동갑들이   “야, 어째서  이렇게 늙었느냐? “라고 할때면  한주먹에 코등을 뭉개주고 싶었다. 재수없이 “ 아바이라니?” 50대전만해도  미녀들이 진심인지 가짜인지 나를 제일 젊었다고 칭찬했다. 그럴때는 날아갈듯 기분이 상쾌했다. 하긴 녀자들의 입에 발린  칭찬을 믿지않았다. 그래서  녀택시운전수에게  내가 얼마나 돼보이느냐  백에 구십구는  50대로 착각한다. 그럴때면 거스름돈도 받지 않고 씩씩하게 내린다. 이렇게 개평당한 돈이 얼마였던가   허 하 하 이럴때는 독자들도 박수를 쳐야하는데...
 
내가 아바이가 되기 싫어하는데는 잊지못할  아버지의 가긍한 정상이 가슴에 대못을 박았기때문이다. 술취한 나그내처럼 휘청거리는 울바자앞에 색낡은 병풍을 세워놓고 새하얀 옷을 입고 환갑상에 나란히 앉은 부모님을  바라보노라니 설음이 북받친다. 눈물이 앞을 가리워서 절을 할수 없었다. 가난했던 그 세월에 개굴같은 초가집마당에 벼짚을 펴놓고 찌그러어진 상우에 이발도 들어가지 않는 땅땅한 색과자와 개눈깔사탕을  달랑 올려놓고 오래오래 앉으라고  넙적넙적 절할 때 가슴이 찢어졌다.
 
귀신 불상같은 환갑상에 마주앉은 내모습을 꿈에 볼가 두렵다.  고달픈  환갑상을 받아서인가 아버지가  예쉰아홉고개를 못넘기고 말았다, 그때부터 아바이라는 말이 독사처럼  무섭고 싫어졌다. 나에게는 아바이가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죽으면 죽었지 절대로 환갑상을 받지않으리라 맹세했다. 황혼이 아름답기는 고사하고 한없이 저주롭다. 어릴때는 설날이 그리워서  손꼽아 기다렸건만 지금은 설날이 올가 무섭다. .봄이 끝자락을 붇들고 .  새가 노래하고 꽃이 피고 구름이 흘러가는 고향의 파란하늘이 한없이 그리워서 놓지못한다. 
 
 
드바쁜 아침 출근시간에  뻐스를 비집고 <로인좌석>을 차지한 풍경을 바라볼때면  내 얼굴이 뜨거워진다. 공짜라면 양재물을 마시는 버릇을 개를 떼주랴  다단계판매에 속히워서  가짜상품을 받아안고 싱글벙글하는 노친들을 볼때면 외국에서 목숨걸고 돈버는 자식들이 불쌍해난다. 이런늙은이은 바록 살아있지만 흙에 묻힌지 오래다.  도박판 에서 허송세월 보내는 풍경을 바라볼때면   가을논밭에 서 있는 허수아비가  떠오른다.
 
천방지축 사람마다 살아가는 자세도 형형색색이다, 어차피 가야하는 황혼길이면 활짝웃으며 씩씩하게 살다가 가자! 백발머리 휘낳히며 영어공부를 하는 <로인대학생들>이 얼마나 부러웠던가 날마다 동갑내기들을 이끌고 등산하는  활기찬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돈을 아끼지않고 해마다 고향로인들을 이끌고 해외로 유람가는  사장님에게 영광이 있으라! . 이것이 바로  젊은 아바이로 살아가는 령단묘약이 아닐가?
 

2011년4월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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