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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송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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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눈을 밟으며
2013년 01월 25일 10시 00분  조회:611  추천:1  작성자: 안송철
흰 눈을 밟으며

안송철

빨갛게 노랗게 단풍으로 물든 천고마비의 가을을 맞은지 엊그제같은데 벌써 진눈개비가 날린다. 길가의 나무는 우수수 락엽을 본가집에 돌려주며 겨울 날 준비에 분주히 서둘고있다. 이무렵이면 산속의 동물들도 먹이를 찾아 실컷 먹기도 하고 제 보금자리에 먹이를 넘쳐나게 장만하며 기나긴 겨울을 보낼 준비를 하고있을것이다. 뿐만아니라 우리 인간들도 설레는 마음으로 동화와도 같은 마가을의 서정을 노래하며 들뜬 기분으로 백설세계를 맞기에 다망하다.

요즘 시장이나 거리에서 감자나 배추며 무우, 대파 등 겨울채소 장만에 드바빠진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수 있다. 나도 그 사람들틈에 끼여든다. 나는 겨울채소로 감자만 150킬로그람 샀고 통배추도 50킬로그람 사들였다. 그외 대파 약 12킬로그람, 떡호박 15킬로그람이나 샀다. 이만하면 오는 봄까지 채소는 크게 근심하지 않아도 될것 같다. 헌데 내가 장만한 겨울나이 채소량을 무심결에 알게 된 외사촌형 내외간이 화들짝 놀랄줄이야! 외사촌형넨 감자 40킬로그람이면 온 겨울 족한데 너 그 많은 감자를 달랑 입이 둘이 어떻게 다 먹느냐면서 촌놈이 어데로 튀겠는가 호들갑을 피워댄다. 생각해보니 그것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닌것 같다.

여직껏 시골에서 쭉 살아온 나는 연길에 와서도 겨울용 채소를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이 산다. 장사군들은 웬 떡이냐 입이 헤벌쩍해지지만 주변에선 눈이 휘둥그래진다. 시골에 있을 때 나는 감자를 부엌아궁이에 넣어 구워먹기를 무척 좋아했다. 인젠 그런건 옛말로 됐지만 그래도 우리 집에선 지금도 감자를 즐겨 먹는다. 맨 흰쌀밥보다 거기에 감자를 얹으면 노오란 감자밥이 되니 한결 맛갈스럽고 감자볶음이나 감자를 갈아 전을 부쳐먹어도 그맛 역시 일품이며 수시로 찾아드는 향수를 달래주군 한다. 황차 겨울엔 채소값이 지금보다 몇배씩 올리 뛰니 어려운 살림에 큰 보탬으로 된다. 이렇게 집집마다 겨울나기 채소장만에 차이가 있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지만 다들 각자 형편에 따라 겨울 맞을 준비를 하고있는것만은 여느집이나 비슷한것 같다.

봄, 여름, 가을을 맞고 보내며 다사다망했던 대자연은 찌든 몸을 살피고 추슬리고저 슬기롭게 겨울을 만들어냈다. 두툼하고 하아얀 눈이불을 덮고 자연은 그사이 미처 돌보지못했던 몸과 마음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며 슬픔과 괴로움, 고통과 비애도 겨울이란 이 큰 항아리에 홀가분하게 숨겨둔다. 이제 혹독하게 추운 나날들이 지나가고 화사한 새봄이 오면 대자연은 드넓은 아량으로 또 다시 이 거창한 세계를 품어줄것이다. 산속의 곰은 잔뜩 먹고 구새먹은 나무에서 잠자고 다람쥐는 굴속에서 장만된 먹이를 먹으면서 꽃피는 봄을 기다린다.

대자연에 사계절이 있듯이 인간세상에도 사시절이 있다. 우리들의 인생은 꿈을 꾸고 그 꿈을 심는 일년지계 첫순인 봄이 있고 그 소망을 키우는 정열의 여름이 있으며 그 바람이 결실로 맺어지는 가을이 있는가 하면 그 결실을 수확하여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겨울도 있다. 이렇게 인생은 물레방아 돌듯 쉼없이 돌고돈다. 사람의 욕심은 한정없고 지나친 욕망은 앞만 바라고 뛰도록 채질한다. 기계도 보양하지 않고 만부하로 돌리기만 하면 고장이 생기는데 사람은 더 말할나위조차 없다. 우리는 일정한 기한이 지나면 기계를 멈추고 정비하고 수리한다. 대자연도 겨울에 스스로를 교정해가며 수명을 연장해간다. 하물며 만물의 령장이라 일컫는 인간은 더 이를데 있으랴.

우리에게도 나름대로의 정비와 재충전의 기회와 시기가 필요하다. 래일의 더 알차고 더 멋진 도약과 비전을 위해 우리는 한걸음 뒤로 물러설줄 알아야 하며 멀리 뛰기 위해 몸을 움추리는 호랑이를 본받아야 한다. 우리는 인생의 "겨울"속에서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고 또 가야 할 앞길도 볼줄 알아야 한다. 이는 우리가 인생을 이쁘게 꾸미는 디딤돌이고 과정이며 넘어야 할 고비이기도 하다. 자연의 사계절은 규칙적으로 돌고 돌지만 인생의 사계절은 나와 당신의 마음에 나름대로 찾아든다. 바야흐로 다가서는 인생의 "겨울"을 즐겁게 맞으며 무지개같은 화려한 인생은 몰라도 눈처럼 희고 깨끗하게 살아야 하지 않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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