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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캐년(제4편)
2012년 12월 23일 21시 14분  조회:3280  추천:0  작성자: 훈이

 

  
 우리 내외는 2007년 여름 두 번째로 그랜드캐년을 찾았다. 우리 내외가 못 가본 신의 성지라는 자이언캐년과 아름다운 첨답의 향연으로 이름난 브라이스캐년 3박 4일 관광코스에는 그랜드캐년까지 들어있다. 그랜드캐년 첫 관광을 얼떨떨한 김에 했던 차라 또 한 번 그랜드캐년을 보고 싶은 것이 우리 내외 마음이기도 했다. 첫 번 관광에서 피곤한 김에 졸다나니 모하비 사막을 경과하면서 놓친 경관을 여기서 보충한다.
  그랜드캐년으로 가는 길에 중식을 먹느라고 잠깐 들러 가는 사막도시가 있다. 도시명이 바스토우는철도교통의 요충지로서 동서남북의 철도를 연결하는 철도 터미널 같은 곳이다. 화물차 차량(조선에서는 바곤이라고 한다)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이곳은 물류 집산지이기도 하다. 가이드 소개에 따르면 미국 서부와동부를연결하는철도 수송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은 산타페 철도회사 본부가 있는바스토우 도시명은 당시 산타페 철도회사 10대 회장이었던 윌리엄바스토우(William Barstow)씨의이름을 그대로 땄다고 한다. 바스토우 회장은 회사에서 은퇴한 후 간이역에서 열차의 출발, 정차를 알리는 기수 일을 했다. 가이드는 직업 귀천을 가리지 않고 근면하게 일하기를 좋아하는 미국인다운 삶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 바스토우라고 특히 강조하면서 미국의 대륙 횡단 철도 소개했다. 미국의 대륙 횡단 철도가 중국인들과 깊은 관련이 있기에 여기서 잠깐 언급해본다.1982년 7월 1일 링컨 대통령이 태평양 철도령에 사인을 한 직후 미국정부는 새로운 철도건설을 위한 돈과 땅을 확보하여 대륙횡단 철도를 완성하게 된다. 이 때 두 회사가 철도건설의 대리를 맡았다. 서쪽의 새크러멘토를 출발지로 한 센트럴 퍼시픽(Central Pacific) 회사가 철도건설을 시작하고 동쪽에서는 유니언 퍼시픽(Union Pacific) 회사가 오마하 지역에서부터 철도건설을 맡는다. 그러나 서부에서 출발한 센트럴 퍼시픽 회사는 얼마가지 않아 철도건설에서 치명적인 문제 상황에 빠진다. 당시 센트럴 퍼시픽 회사가 확보한 인력은 600명뿐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큰 럭키산맥이 앞을 가로 막았다. 당시 유행된 말로 《가장 적
비용으로 가장 불만 없이 가장 위험한 일을 할 인력》이 필수였는데 선택된 것이 중국인이었다. 중국인의 미국 이민 역사는 1830년대 하와이의 사탕수수 재배와 1840년대 캘리포니아의 금광 유혹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일확천금을 꿈 꾼 중국인들 대부분이 철도건설에 동원되었다. 중국인 미국 이민사 관련 내용은 다른 글에서 상세하게 다루기에 이 글에선 약한다. 기재에 따르면 미국 대륙횡단 철도 건설을 위해 서부 쪽에서는 주로 중국인들이, 동부 쪽에서는 아일랜드 이주자들이 동원되었다. 중국인들은 처음에는 몸집이 왜소하다는 이유로 허드렛일만 하던 수준에서 마지막에는 높은 기술이나 위험부담이 많이 요구되는 일을 맡아 처리하는 철도건설의 주역이 된다. 나중에 서부 쪽 인부 중 중국인들이 90%를 차지하게 된다. 사상자도 많이 났다. 럭키산맥을 관통하는 터널을 뚫을 때 혹한이 닥쳐와 숱한 중국인 인부들이 얼어 죽었고 벼랑에서 떨어져 죽었다. 중국인들은 생명을 대가로 눈보라치는 럭키산맥, 기온이 50도를 오르내리는 사막, 소금바다에 남북을 잇는 철도를 부설해 나갔다. 지금 미국인들은 중국인들이 아니었다면 럭키산맥 관통은 물론, 미국 대륙 횡단 철도 건설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만리장성을 축조한 중국인들이 미국 땅에 또 하나의 만리장성을 축조했다》고 중국인들의 기여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중국인들의 기여는 인정을 받지 못했다.

 1869년 5월 10일, 마지막으로 유타주의 프로몬토리 지점에서 황금 스파이크(golden spike)를 박는 행사로 미국철도 건설이 막을 내린다. 미국의 남북 전쟁이 남과 북을 하나로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면 대륙횡단 철도는 미국의 동과 서를 하나로 연결하는 계기가 되어동부와 서부의 진정한 통합을 가지고 올 수 있었다. 이 위대한 역사의 장거가 많은 문헌으로 기록을 남기고 있지만 남북횡단 철도 개통식에 중국인 단 한 명도 참석하지 못해 당시 사진이나 기사에서 중국인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지금도 큰 아쉬움을 남긴다. 그 아쉬움을 안은 우리 내외 마음을 《대자연의 서사시》로 불리는 그랜드캐년이 달래줄 수는 없을 가. 

  그랜드캐년에 도착해 관광 팀은 두 팀으로 나뉘어졌다. 한 팀은 도보관광, 다른 한 팀은 경비행기로 그랜드캐년을 돌아보는 코스를 택했다. 첫 번 관광에서 경비행기를 이용한 관광이 돈만팔고 별로라는 말을 들은 우리 내외는 도보관광을 택했다. 먼저 아이맥스(IMAX)영화를 보았다. 첫 관광 때에도 보았지만 아이맥스 영화가 주는 충격적인 화면을 다시 보고 싶었다. 영화는  남북 전쟁 영웅 존 웨슬리 파웰이 인솔한 탐험대가 1869년 70일간 콜로라도 강을 따라 진행한 탐험을 재현한 것이다. 아이맥스 영화 자체가 사람의 눈이 인식할 수 있는 범위를 모두 영상으로 채워서 마치 영화 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데다가 영화 속에 담긴 장관적인 그랜드캐년 모습과 탐험대가 콜로리다 강 급류를 타고 내려오는 아슬아슬한 표류 장면에 경탄과 함께 손에 땀을 쥘 지경이었다.극장 옆에 당시 탐험에 사용되었던 배가 전시되어 있어 사진에 담았다. 

 그랜드캐년은 뜨겁고 건조한 여름에도 순식간에 기온이 떨어지고 번개가 치고 폭우가 내리는 변덕을 부린다고 한다. 다행히 우리가 재차 그랜드캐년을 찾은 그날은 쾌청한 날씨여서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가 있었다. 그랜드캐년은 햇빛아래 흘러가는 구름의 옅고 짙음에 따라 붉은색, 주황색, 갈색 등 여러 가지 색깔을 연출해 내고 있었다. 한 폭의 수채화를 방불케 했다. 그랜드캐년 밑바닥에는 인디언 보호구역이 있다고 가이드가 소개했다. 당시 스페인 탐험대가 그랜드캐년을 발견했을 때 아파치 인디언의 선조인 아니시지 족이 거주하고 있었다고 한다. 인디언들은 주로 야생동물을 사냥하면서 살아왔으나 지금은 얼마 안 되는 인디언들이 나라로부터 생필품을 공급받으면서 생활하고 있다. 이 땅의 주인으로 산야를 주름잡던 인디언들이 지정된 보호지역에서 나라 구제를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니 어쩐지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인디언 관련 소개는 다른 글에서 상세하게 적기로 한다. 

 그랜드캐년 두 번째 관광 시 찍은 사진과 첫 관광 시 사진을 대조해 보면 얼굴 표정에서나 잡은 포즈에서나 완연 다르다. 첫 관광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우리 내외는 추위에 잔뜩 어깨를 움츠렸고 표정 또한 밝지 못했다. 그 때 피곤한데다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위대한 자연 경관을 보고 얼이 빠진 모양! 두 번째로 그랜드캐년을 찾은 우리 내외의 표정은 아주 밝았고 사진을 찍을 때 취한 자세만 보아도 넉넉한 마음의 여유가 내비쳤다. 웃고 떠들며 찍은 사진만 백여 장이 된다. 미국의 관광 1번지에서 남들 앞에 버젓이 내놓을 《표준 사진》을 뽑으려는 타산도 있었다. 

 사진을 다 찍고 난 우리 내외는 그랜드캐년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서 잠깐 휴식을 청했다. 그랜드캐년에서 하나뿐인 전망대는 죄다 돌로 되었는데 인디언 건축 양식으로 지었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항일전쟁 시 일본군이 중국 땅에 축조한 포태와 흡사했다. 전망대 안에는 선사시대부터 이곳에 살았던 인디언 유적과 푸에블로부족의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전망대에 설치된 망원경으로 미국 대륙의 광활함을 엿볼 수 있는 세계적인 명소 그랜드캐년을 내려다보면서 나는 중국의 장강 삼협을 떠올렸다. 

 중국의 장강 삼협 역시 세계적인 기관이다. 구당협, 무협, 서릉협 세개의협곡으로구성된길이193㎞에 달하는 장강 삼협은 그랜드캐년에 비해 길이나 너비에서 짝지지만 웅장함과, 험준함, 기묘함과 고요함에 있어서 그랜드캐년보다 다르게 관광객을 매료시킨다. 더욱이는 강 양안에 즐비하게 늘어섰다고 할 정도로 수많은 명승고적과 세계적으로 이름난 산수 화랑으로 불리는 삼협의아름다운경관은 그랜드캐년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경관이다. 3국 시대 촉나라 황제 유비가 제갈량에게 후사를 부탁했다는 1700여년의 역사를 가진 백제성, 귀족(鬼族)의 왕도로 유교, 불교, 도교의 보고인 귀성(鬼城), 장강 삼협의 축소판인 소삼협, 전국시대 대시인 굴원을 기리는 향계하의 굴원사원, 당나라 유명한 시인 두보가 400여 수 시를 남겼다는 봉절, 삼국지 유명인물 장비를 기리는 장비사원, 너무 많아 이루다 적을 수 없을 정도다. 천혜의 관광 자원을 가지고 있는 중국이나 미국이나 축복받은 나라가 틀림없다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었다. 

 우리 일행 중 한국에서 오신 몇 분이 그랜드캐년의 장엄한 경관을 마주하고 손을 합장 한 채 한참이나 눈을 감고 서 있었다. 불교도들이 소원을 빌고 있는 게 분명했다. 신비롭고 위대한 자연의 품에 안겨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꼭 이루어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우리 내외도 그랜드캐년을 굽어보면서 잠깐 묵념에 잠겼다. 아내가 무슨 소원을 빌었는지 나는 묻지 않았다. 아내도 내가 무슨 소원을 빌었는지 물어오지 않았다. 소원 발설은 금물이니까. 그랜드캐년에서 빈 소원은 지금도 우리 내외 가슴깊이 소중히 간직되어 있다. 각자의 소원이 성취되는 날 우리 내외는 다시 그랜드캐년을 찾기로 약속했다.

 그랜드캐년이여 기다려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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