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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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후영웅 (최홍일)
2007년 11월 25일 23시 24분  조회:1139  추천:63  작성자: 최홍일
막후영웅


최홍일



문학편집에 관한 글을 써달라는 문학지의 청탁을 받고 오래동안 망설이다 끝내는 응하게 된다. 편집부측에선 아마 내가 편집사업에 오래 몸 담그어왔다고 적임자로 여긴 모양이나 실지 나는 편집사업에 관해 별로 남다른 심오한 생각이나 독특한 견해 같은게 없다. 그저 소박한 생각을 말해보련다.

문학편집을 가히 막후영웅에 비할수 있다. 신근한 로동으로 돌무지에서 옥돌을 가려내는 사람, 두툼한 원고를 한줄 한줄 깐깐히 읽어가면서 보잘것없어보이는 평범한 돌을 x광 같은 혜안으로 투시하고 그속의 가치있는 성품을 발견해내는 사람, 철자 하나 부호 하나 빠칠세라 수정을 하고 윤색을 하면서 옥을 다듬는 사람, 자기의 손을 거쳐 발표된 작품이 상을 타고 극찬을 받아 작가에게 월계관이 씌워질 때 뒤에서 남몰래 미소를 지으며 희열을 느끼는 사람, 그들이 바로 문학편집이다. 문학편집은 시집가는 녀인을 위해 옷을 짓는 사람이며 막후영웅이다. 

작가의 창작은 창조적인 작업이다.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다. 그러나 우리는 문학편집사업 역시 창조적인 로동임을 홀시하고있다. 편집작업은 피동적인 작업만이 아니고 봉사적인 작업만이 아니다. 편집과정엔 시종 정감과 지혜가 동원된다. 작품을 접수해서부터 활자로 찍혀 지면에 나갈 때까지 신근한 로동은 물론 그 전반 과정엔 감각, 정감, 형상적인 감수력과 미적인 접수력, 론리적인 분석과 추리, 세밀한 가공과 윤색 등 온갖 기능이 동원된 창조적인 로동이 요청된다. 한 작품이 지면에 발표되였다면 그속에는 작가의 로동만이 아니라 편집의 정감과 지혜가 슴배이고 창조적인 로동이 녹아들었음을 명기해야 할것이다. 편집은 어떤 의미에선 작가를 발견하고 작가를 키우는 사업이다. 백락의 혜안으로 천리마를 발견하고 못난 새끼오리를 백조로 키우는 그 사업을 어찌 창조적인 로동이 아니라고 말할수 있을가? 편집사업도 작가의 창작 못지않게 창조적인 로동이다. 독자들의 경우 작가의 심혈은 헤아리지만 편집의 각고를 모르는이가 많다. 그런 로동은 사회의 존중을 받아야 하고 작가들의 존중을 받아야 한다.

작가는 편집보다 우수하다 여기거나 작가의 작업이 편집의 작업보다 우월하다 생각한다면 한참 틀린 생각이다. 작가와 편집은 다 문학인이며 문학사업의 주체인이다. 다만 작업 성질이 다를뿐이다. 두 작업은 공성이 있으면서도 부동한 특성을 갖고있다. 작가의 작업과 편집의 작업은 부동한 소질을 수요한다. 훌륭한 편집이 꼭 훌륭한 작가로 될수 없듯이 마찬가지로 우수한 작가라고 해서 꼭 우수한 편집이 되는건 아니다. 창작은 형상사유의 산물로서 론리사유가 따르는 평론가의 기질을 그닥 수요하지 않는다. 편집은 다르다. 풍부한 리론지식과 명철한 분석능력이 있어야 하고 우수한 편집이라면 평론가적인 학식과 자질을 갖추지 않으면 안된다. 작가가 어느 한 작품에 대해 준확한 평가를 내리지 못한다 해서 크게 문제될건 없다. 편집은 절대 안된다. 그 오판이 한 작품의 목숨을 좌우지할뿐아니라 지어는 재질이 있는 문학지망생을 매몰해버릴 위험이 있기때문이다. 창작은 창조적인 작업임이 틀림없겠지만 《간단한》 작업일수 있다. 그러나 편집은 퍼그나 복잡한 작업이다. 심열, 판단, 윤색, 가공의 절차를 거치는 편집과정을 빼고도 타자, 교정, 설계, 인쇄, 발행을 익히 알아야 하고 또 지금은 사이트관리까지 어느 면에서나 만능이기를 요청한다. 
문학은 성스러운 사업이다. 그 성스러운 사업에서 편집은 어디까지나 작가의 동업자이고 친구이다. 작가의 선생으로 될수도 있다. 이름이 있는 작가가 수수한 편집의 계발과 지적을 받아 작품의 질이 높아지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더는 문학시장을 외면할수 없게 된 오늘날의 현실에서 작가에겐 편집의 인도와 계발이 절박히 수요된다. 편집은 작가에 비해 문학시장의 변화에 더 민감하고 그 흐름을 보다 잘 파악하기때문이다.                                     .                                                                                                                 
편집은 막후영웅이다. 하지만 누구나 다 영웅으로 되는게 아니다. 영웅의 되려면 영웅의 소질을 소유해야 된다. 수수한 편집으로 되기는 어렵지 않겠지만 훌륭한 편집으로 되자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진짜로 합격된 편집, 쇠소리 나는 편집으로 되려면 상당한 문학소질과 수준이 갖추어져야 할것이다. 무엇보다 먼저 문학 학문이 깊고 미끈한 문필능력을 구비해야 한다. 작품을 쓸수 있다면 더 좋을것이다. 작품을 쓸수 있는 편집과 쓸수 없는 편집의 차이는 분명히 드러난다. 명작가가 명편집이 된 경우가 많다. 모순이나 엽성도, 욱달부나 위군이 같은이들은 문학대가인 동시에 편집대가였다. 그들은 많은 정력과 심혈을 편집사업에 몰부었고 허다한 작가와 수작을 배출시키였다. 그들이 문단에 한 기여는 그들의 창작 못지않게 거룩했다. 다음으로 편집은 문학리론지식도 깊어야 한다. 가급적이면  간단한 작품평을 쓸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것들은 편집으로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기본소질이다. 

가장 요긴한건 작품에 대한 판단이다. 투고된 작품에 대해 준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면 아무리 문필능력이 뛰여나고 리론수양이 깊다고 해도 합격된 편집일수는 없다. 투고된 작품의 진위와 우렬을 가려내는게 무슨 그리 힘들게 있느냐고 식은죽 먹기로 생각하는 편집이 있을수도 있겠으나 필자의 경험으로 보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자칫하면 싹수가 있는 초학자의 작품을 깔아넘기게 되며 수준급에 오른 기성작가의 작품에 대해서도 그 우렬을 가리지 못하는 차질을 빚게 된다.  신진작가의 파격적이고 괴상한 기법의 작품이 투고됐다고 하자. 그런 작품의 경우 두가지 가능성이 있다. 황당한듯하지만 실험적가치가 있거나 혹은 사이비하고 몽롱한속에 모름지기 가치가 숨어있는 경우와 완전히 실속이 없는 허드레 경우다. 그런데 경력이 오래고 수준급의 편집들인데도 전자를 후자로 오판하거나 후자를 전자로 착각하는 오유를 범한다. 필자는 편집들의 그런 실책을 한두번만 목격한게 아니다. 한 편집의 우렬은 우선 작품 판단에서 나타난다. 그것이 바로 수준이고 경지이다. 사실 작품을 준확히 판단하는데는 상당한 학문이 수요된다. 깊은 문학소양과 박식한 사회학문 그리고 풍부한 생활경력까지 종합적인 자질의 구비가 없다면 그 경지에 이를수가 없다. 

편집은 전문가이면서도 잡가로 돼야 한다. 다방면의 지식과 능력이 요청된다는 말이다. 론리추리능력과 수사학지식도 겸비해야 한다. 작품의 구조와 기법, 언어 특징을 면밀히 분석할수 있어야 하고 틀린 문법과 언어와 철자, 부호, 표점에 대해 정확한 수정을 가할수 있어야 한다. 어떤 편집들은 표기법을 홀시하고 그게 무슨 대수냐고 옥에 티쯤으로 여기는데 옳은 자세가 못된다. 그것 역시 편집으로서는 기본소질의 하나이기때문이다. 

편집은 문학가인 동시에 평론가여야 하며 또 미학가인 동시에 흔상가이기도 해야 한다. 

그밖에 편집에게는 헌신정신과 책임감, 포옹력도 필수적이다.  
문학편집은 시집가는 녀인을 위해 옷을 짓는 사람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옷을 짓자면 재질과 기교가 있어야 한다. 합격된 편집은 막후영웅이 되기에 손색이 없다. 하지만 합격된 편집이 되려면 고품도의 자질을 갖추지 않으면 안된다.

 (문화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수 있습니다.)


<<연변문학>> 2007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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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2 ]

2   작성자 : 김송죽
날자:2013-08-16 10:16:29
과연 바른말을햇습니다.
"문학편집은 시집가는 녀인을 위해 옷을 짓는 사람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옷을 짓자면 재질과 기교가 있어야 한다. 합격된 편집은 막후영웅이 되기에 손색이 없다. 하지만 합격된 편집이 되려면 고품도의 자질을 갖추지 않으면 안된다."

자기 작품이 발표되였으면 편집의 공을 잊지말아야 량심이 있다고할수있지요. 특히초학자일경우.
1   작성자 : 이태근
날자:2008-02-04 10:4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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