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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좋은 그 어느날, 시골향기 자연을 담그다
2016년 03월 25일 13시 21분  조회:1211  추천:0  작성자: 눈꽃나라

 

해발 좋은 그 어느날, 시골향기 자연을 담그다






지난 6월 14일, 민들레마을에서 열린 “연변민들레생태문화예술절 및 오덕된장문화절”의 장독대풍경은 그야말로 시공간을 넘나드는 짧은 단상을 금치 못하게 한다. 생각컨대 아마도 그제날 조선팔도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집집마다의 마당에서 장독대에 장을 담그는 아낙네들의 모습이 아닐가싶다.

한발자국 더 다가가서 투박한 장독대들을 한창 바라보노라니 척박한 지난 시대를 살아온 이 땅의 고달픈 옛 녀인들 세월이 아른거렸고 지난 시기를 살아오신 할머니들의 인생과 애환도 함께 보이였다. 밤새 내린 눈을 밟으며 장을 뜨러 가던 그제날 녀인들의 모습과, 행주물을 적셔가며 매일매일 윤기나게 항아리를 닦던 어머니의 정갈한 손끝의 떨림과, 행여나 장독대에 올라가 목을 빼면 보일가 하고 먼길 떠난 세대주를 기다리며 저만치 먼산 언저리를 하염없이 바라봤을 처자식들과, 슬플 때 마음을 달래며 장독대옆에 쪼크리고 앉아 인고의 시간을 견뎌냈을 며느리들과, 새벽별 많은 동녘을 마주하고 자식들의 립신양명, 가문의 평안과 영달을 위하여 정화수를 한그릇 떠놓고는 두손을 비비고 또 비볐을 누군가의 간절함과…

그러나 그러한 문화는 개혁개방의 세파와 대량의 인구류동 등 원인으로 말미암아 력사의 뒤안길로 서서히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바람이 불적마다 흔들리는 옥수수잎처럼 소리내여 울지라도 뿌리의 굳은 줄기처럼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우리들로써 산촌의 개활지에서 중국조선족전통문화를 분출해보겠다는 꿈을 가진 파수군-리동춘씨.그에 의해 펼쳐진 이날의 행사는 세계최초 최대규모의 1000세대 가정 전통된장담그기행사로 주목을 받았다. 눈앞에 펼쳐진 아롱다롱 저고리를 곱게 차려입은 1000세대 가정이 된장을 담그는 풍경은 그제날의 삶을 다시금 재현하는 아름다운 풍경이였다.

해발 좋은 그 어느날의 장 담그는 풍경, 과거에는 한 집안의 년례행사였다. 우리 음식의 큰 근본이 되는것이 바로 “장”이기때문이다. 장 담그기 3일전부터는 부정한 일을 삼가하였고 장을 담그는 당일에는 목욕재계하고 음기를 발산하지 않기 위해 종이로 입을 막고 작업했다고 한다. 처마에 20일 이상 바람과 해빛을 머금으며 매달려있던 메주를 곰팡이들이 야금야금 먹어치운다. 그러나 메주는 곰팡이가 제 사명인듯 할 일을 하였다고 너그러이 생각하며 이제 띄우는 단계에 들어선다. “비행기를 띄우다, 연을 띄우다”처럼 “띄우다”라는 말은 중력의 법칙을 이긴다는 말이 되는것이니 띄우는것은 뭐든 멋진 일인듯싶다. 콩, 그가 기억하는 시간은, 그 풍경은 참 아름다우면서도 험난했을것이다. 그는 자기 본연의것을 송두리채 바꿔버려야 하는 자신의 숙명을 받아들이며 맛, 색, 향, 모양 그리고 모든것들을 조용히 또 과감히 변화시킨다. 들끓는 불가마에서의 인고의 시간을 거쳐 신비스러운 기다림을 동행해야 하는 우리의 조상들은 자못 겸허한 자세로 장독뚜껑을 닫는다. 그리고 벼짚으로 왼새끼를 꼬아서 장독어깨에 금줄을 두르고는 속으로 몇번이고 아뢰였을것이다. “내 장독신이여,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모든 풍경에는 이같이 이야기가 담겨있는 법이다.

맑은 물, 깨끗한 청정자연을 간직한 발효의 지혜, 법칙의 순환원리에 따른 느림의 미학, 정성의 깊이와 거기에 깃든 정신까지도 올곧이 전해질 기다림의 철학을 담은 우리의 된장. 된장을 두고 “땅의 정기를 한몸에 모아 둥근 소우주를 재생한다”, “천고의 수련을 거듭하여 생명의 토템으로 환원한다”, “세인들이 즐기는 된장 민족의 푸른 얼이 살아숨쉰다”고 누가 그랬던가. 저만치 보이는 곳에서는 아이들이 장독대를 마주하고 “화이부동 고수본성의 단심문화, 구동존이 관대포용의 화심문화, 동화열성 화목공존의 선심문화, 거성제유 렴결봉공의 불심문화, 항구불변 송백절개의 항심문화”라는 “장인합일 오덕문화”를 읊는 풍경이 안겨왔다…

언젠가 가까운 날,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식품검사기관인 FDA의 검사기준 규격에도 당당히합격한 우리의 친환경 발효음식 된장이 세계인의 밥상에도 오르내리는 운치 있는 풍경을 기대해본다.
 


 
2015.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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