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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9월 06일 14시 41분  조회:827  추천:0  작성자: 청산리
술에 관한 얘기는 많고도 많다. 

열일여덟에 술을 배워 지금까지 줄기차게 마셔왔으니 술에 대해선 다는 몰라도 입문한 주귀쯤은 되리라 생각한다.

나하고 술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였다. 내 나이 다섯살이던가. 마을친구녀석네 집으로 놀러 갔는데 불연뜻 안하던 지랄을 한다. 신비스레 액체가 담긴 병을 내여놓으면서 무당이 굿하듯이 중얼거린다. “이안의 물이 정말 맛있어”.”피-물맛이 다 그렇지므”.”아냐 정말이라니깐. 한번 마셔봐”. 친구녀석의 주는 물을 그냥 입에 털어넣었다. 웩! 소태처럼 쓴 물이구나! 첫번의 맛을 이어 두번째로 입에 털어넣었을때는 웬지 그렇게 쓰지않고 약간 시원한 뒷맛이 따라온다. 오라! 이것이 이녀석이 말하는 그 맛이구나. 그날 나하고 친구녀석은 반근이 되는 근들이술을 다 해버렸다. 집을 간다고 나선 내가 아버지, 어머니가 저녁을 다해놓고 기다려도 오지않아 찾아나선 결과 동네 웬집바자굽에서 벌건 얼굴에 인사불성이 된 나를 찾았다고 한다. 그번 장거로 나는 한 사나흘은 앓았다.

그때의 결심이 오래 갔다. 평생 술이란건 입에 안대겠다고 장땡을 내린 내였으니깐. 무난히 소학교, 중학교를 졸업하고 졸업적마다 동창들이 그렇게 간곡히 권했지만 난 술을 일절 입에 대지 않았다. 

고중 2학년이라고 생각된다. 내 평생에 친구녀석한테 얼리워 술을 마신일 내놓고 또 다른 희극이 발생한다. 그 주인공은 나와 나의 아버지다. 코밑에 검실검실 수염이 자라기 시작하는 시기라 아버지도 결심한듯 한번은 나를 데리고 개장 먹으러 갔다. 개장이 들어오기전 아버지는 개내장에 흰술 석냥을 받아놓고 나앞으로 맥주 한병을 청했다. 와! 이거 무슨 상황인데… 아버지하고도 대작해도 좋다는 얘긴가? “남자나이 열일곱에 술은 알아야 하느라. 아버지한테서 깨끗하게 배워라”. 처음으로 아버지하고 술을 마셔봤다. 물론 그후론 무수차지만…

아버지한테서 처음으로 배운 술이 나하고 아주 줄기찬 인연이 되였다. 고중을 졸업하면서 난 처음으로 취했다. 술이 취하는것이 아니라 동창들의 우정과 미래에 대한 발발한 지향이 나를 취토록 만들었다. 아! 잊을수 없는 첫취함이여…

대학에 들어서 나는 완전한 술군으로 변해갔다. 동아리생활을 하면서 선배들이 사주는 술맛이 좋았고 선배가 되어 후배들을 퍼먹이는 술 또한 끝내줬다. 이술, 저술, 술혁명 4년에 어느덧 대학생활도 접어져 갔다. 술이 무언지 알둥말둥 아리숭한 기분으로 졸업을 접하고나니 감개무량해지는 마음을 걷잡을바가 없어 또 손에 잡히는것이 술잔이었다.

그후로 사회생활은 쭉 술과 맺어진 인생이였다. 술로써 얻은것도 있었고 잃은것 또한 많았다. 술로써 내 삶에 필요한 친구와 즐거움, 지혜를 얻었었고 술로써 또한 나의 스승같던 형과 무람없던 친구도 잃었다. 참! 술은 천사와 악마의 두 얼굴이라고… 부드럽고도 온순하던 술이 일단 도를 넘으면 정말 무서운 몰골로 덥쳐든다. 오랜 음주거나 폭음끝에 몸에 골병이 들어 목숨이 간들간들해지는건 물론이요 사람이 멍청해지고 인간관계가 버성겨 지며 가정이 부산하고 나아가 풍비박산이 나는것 또한 심심잖게 보아왔다. 이렇듯 순한양으로부터 야수로 돌변시켜버리는 술을 잘 다스리자면 <<그때에 그만두자>>라는 자신한테 알맞는 주량, 리성에서부터 감성을 통해 야성으로 넘어가는 도를 잘 장악하는 슬기가 필요하다.

<<오래 즐기겠으면 지금 적게 마셔라>> 나의 아버지가 나에 대한 술충고다. 한번 술을 마시면 끝장을 보고야 마는 나의 적성, 술버릇에 대한 경고다. 아니! 앞으론 경종으로 여겨야 한다. 하긴 잔잔하지만 길게 즐기는것이 짧고도 거칠게 퍼마시는것보다 풍류를 알고 즐기는것이 아니겠는가?!

암튼 사람이 술을 마시는 것은 숱한 고생으로 엮인 인생을 술술 얼음우에 표주박밀듯이 순리롭고 거창하게 나아가길 바램이 아니겠는가…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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