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순길(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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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락연필과 살살지우개(동화).....강길
2014년 12월 06일 16시 40분  조회:1809  추천:0  작성자: 강순길
 알락연필과 살살지우개
  
  
 
글씨를 잘 쓴다는 칭찬이 자자해지자 알락연필은 어깨가 으쓱 올라갔습니다.
       “암, 그렇구말구. 누가 날 따라와? 내가 이거지!” 하고 우쭐해서 엄지손가락을 뽑아들었습니다.
          “형, 뽐내지 말아. 남들이 칭찬할수록 흠집을 찾고 더 잘 써야지.”
           살살지우개가 일깨워줍니다.
          “뭐라구?”
           알락연필은 귀에 거슬리는  말에 눈을 치떴습니다.
          “보자보자 하니 너 형 꼭뒤에 올라앉아 똥 싸자 하더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문대고 지우고 하는 살살지우개를 진작부터 눈꼴사납게 여겨오던 알락연필입니다. 머리우에 혹처럼 달려있어 거치장스러운것은 둘째로 치고 남들의 칭찬을 독차지하지 못하고 살살지우개와 똑같이 나눈다고 생각하니 여간 밸이 꼬이지 않았지요.
           “넌 내 동생이 아니다.  이젠 너 갈데로 가거라.”
           “형, 그게 무슨 소리야. 어제 땡종선생님이 시험치러 오라던걸 잊었어?”
        “흥, 재간이 있으면 너 혼자 가란 말이다. 난 다신 너와 같이 다니지 않겠다.”
          알락연필은 머리에 힘을 주어 살살지우개를 떠받았습니다. 그바람에 조그마한 살살지우개는 저쯤 나가 떨어져 몇번 통통 튕겨오르다가 또르르 뒹굴었습니다.
           (형을 잘 만난 덕에 남들의 칭찬을 받는줄도 모르구 뭐, 뽐내지 말아?
퉤.)
           알락연필은 두덜거리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추 걸어갔습니다.
          학교운동장은 시험치러 온 가지각색의 연필들로 꽉 붐비였습니다. 실로 발을 옮겨디딜 자리조차 없었어요.
          살살지우개를 따버리고 혼자 시험치러 온 알락연필은 발꿈치를 들며 꺽다리키를 더 높이였습니다. 시험치러 온 모두가 제 눈아래에 보이는것만 같습니다.
           (이번 시험에서 또  1등을 할테니 남들의 칭찬과 부러움을 한몸에 독차지하게 될게 아닌가!)
            알락연필은 생각만 해도 웃음주머니가 흔들거려 히쭉 웃었습니다. 
            옆에 서있던 노랑연필이 알락연필의 속내도 모르고 
         “왜 목을 빼드는거냐? 오, 이제 보니 머리에 이였던 지우개가 없구나. 어디다 잃어버렸어? 이 북새판에 어떻게 찾겠니?” 하고 걱정했습니다.
“찾기는 뭘 찾아. 일부러 떼여버리고 왔는데.”
           “아니, 시험치는 날에 왜?”
           “난 자신이 만만하거든.”
            알락연필은  뾰족한 턱을 쳐들었습니다.
           “그래도...”
         이때 땡종선생이 나와 운동장의 누구나 다 들을수 있게  높은 소리로 말했습니다.
           “모두들 들어요. 우리 학교에 글짓기시험을 치러 온 학생들이 많기에 먼저 받아쓰기시험에서 합격돼야 교실에 들어가 다시 글짓기시험을 칠수 있습니다. 알았지요?”
             “예-”
운동장이 떠나갈듯한 대답소리였습니다.
땡종선생이 시험지를 휙 뿌리니 알락연필에게도 한장 날아왔습니다.
          “모두들 받아써요. 어- 머- 니-” 하고 땡종선생이 천천히 부르자 삽시간에 여기저기에서 사각사각 글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노랑연필은 고개를 갸우듬하고 곰곰히 생각하고나서 “어머니”라고 또박또박 박아썼어요. 그랬더니 시험지가 얼른 노랑연필을 태워가지고 교실로 둥둥 떠갔습니다.
              “알락연필아,  왜 우두커니 서고만 있니? 빨리 들어가자.”
               노랑연필이 둥둥 떠가면서 하는 말입니다.
          알락연필은 얼떨결에 시험지를 후- 불었습니다. 그러면 뜰것 갈아서였지요. 그래도 알락연필의 시험지는 붙어버리기나 한듯 까딱하지도 않았습니다.
             여기저기에서 시험지들이 연필을 태우고 둥둥 떠올라 꼬리에 꼬리를 물고 교실로 들어갔습니다.
               알락연필은 막 안달아났습니다. 시험지를 다시 들여다보던 그는 그만
           “어마나!” 하고 소리질렀습니다. “어머니”라고 써야 할것을 막 덤벙이다나니 글쎄 “어마나”라고 틀리게 써놓은게 아니겠어요?
              알락연필은 그제야 알았다는듯 머리를 툭 치고 홱 곤두박질하였습니다. 틀린 글자를  지워버리고 다시 옳게 쓰려는것이지요.
               그런데 웬걸, 몽글몽글한 살살지우개가 없었습니다.
               (이걸 어쩐담?)
              알락연필은 속이 빠작빠작 타들고 이마에선 땀이 송골송골 내돋았어요. 틀린 글자를 눈  뜨고 빤히 보면서도 고쳐쓸수 없으니 말입니다. 울음이 터질것만 같습니다. 살살지우개동생을 내동댕이친것이 가슴이 저리도록 후회되였습니다.
               알락연필은 그만 머리를 부둥켜쥐고 고개를 푹 떨구었습니다.
               이때입니다.
               “형!”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알락연필은 귀에 익은 목소리에 흠칫 놀라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글쎄 언제 왔는지 살살지우개가 숨이 차서 할딱거리고있는게 아니겠어요?
             땅우에 뿌리워나가 한참 정신을 잃고 쓰러졌던 살살지우개는 시험장에서 덤벙댈 알락연필이 근심되여 아픈 다리를 절며 뛰여왔던것이랍니다.
                “동생아, 난 정말 ... 널 보기 ... 부끄럽구나 ...”
                 알락연필은 북받치는 눈물에 목이 꽉 메였습니다.
                “형, 울고있을 때가 아니야. 어서 틀린걸 지우고 바로 써야지.”
                “응, 알았어.”
               알락연필은 소매자락으로 눈물을 쓱 훔치고 살살지우개를 다시 머리에 이였습니다. 그리곤 살랑 곤두박질하여 “어마나”를 지워버리고  “어머니”라고 바로 썼습니다.
           그랬더니 시험지는 마치 맛있는 밥을 먹고 힘이 부쩍 나는듯 알락연필을  얼른 태워가지고 교실로 둥둥 떠가겠지요.
                 “형, 교실에 들어가 글짓기시험을 칠 때엔 남들의 앞장에 서자.”
                  살살지우개가 다정히 속삭이는 말입니다.
                  알락연필은 살살지우개를 정겹게 쳐다보며  
              “응, 그래. 우리 힘을 모아 꼭 글짓기에서 1등을 따내자꾸나.” 하고  굳게 다짐했습니다.
알락연필의 말에 살살지우개는 해쭉 웃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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