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순길(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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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글픈 백만장자(동화).....강길
2014년 12월 06일 16시 52분  조회:2064  추천:0  작성자: 강순길
       서글픈 백만장자
                                 -20세기의 마지막 동화
 
                                                         
 
높고낮은 층집이 수풀처럼 빽빽이 들어선 어느 도시에 재산이 엄청나게 많은 한 백만장자가 있었습니다. 그 도시에서 제일 높은 빌딩이 그의것이였고 몇백리밖의 천하명승지 해달산에는 멋진 별장도 있었습니다.
         백만장자는 아버지의 재산을 물려받았습니다. “눈덩이를 굴리듯 굴려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뼈속에 아로새기고 통이 크면서도 깐지게 사업을 벌려 늘그막에 이르러서는 그 재산이 헤아릴수 없이 엄청나게  불어났습니다.
           백만장자에게는 아들 하나, 딸 하나가 있습니다. 그는 자기 재산에서 가끔 아들딸에게 돈을 손톱만큼 떼여주군 하면서 “눈덩이를 굴리듯 굴려라.” 하고 아버지가 하던대로 당부했습니다.
            손톱만큼한 돈이란 백만장자에게는 적은것이였으나 평민으로 말하면 한뉘 벌어도 다 못 벌 그렇게 많은것입니다.
             백만장자의 아들과 딸은 그 돈을 세계유람이나 다니며 물 쓰듯
써버리군 했습니다.
             백만장자는 그런 아들과 딸을 나무람하지는 않았습니다. 바다물은 쓰면 바닥이 날수 있을지언정 그의 호주머니의 돈은 쓰고써도  꼴딱꼴딱 채워지기때문이였습니다.
           백만장자는 참으로 세상에 부러운것이 하나도 없는것 같았습니다. 돈만 내밀면 모든것이 하고싶은대로 척척 되여졌습니다.
           그러나 돈이 아무리 많다 해도 딱 한가지만은 돈으로 되지 않았으니 그것은 먹기 싫은 나이를 해마다 한살씩 주어먹는것이였습니다.
            백만장자는 머리카락이 다 빠져 대머리가 되고 뒤통수에 얼마 남지 않은 머리카락도 하얗게 세였습니다. 이마에는 보기 싫게 주름살이 패이고 이발도 하나 둘 흔들리고 빠져버렸습니다. 그러니 백만장자는 이젠 늙은이가 된것이지요.
         사람이란 엄마몸에서 아기로 태여나 젖 먹고 자라서 어린이가 되고 어린이가 젊은이로, 젊은이가 늙은이로 되여 나중에는 누구나 죽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백만장자는 죽고싶지 않았습니다. 아마 돈이 다 쓸수 없도록 그렇게 많고많았기때문에 영영 죽고싶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백만장자는 젊음을 되찾는데라면 돈을 조금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백만장자는 비행기를 타고 세계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미국 뉴욕치과병원에 가 틀이를  특제해서 맞춰넣었습니다. 젊었을 때 멋으로 씌웠던 금이발까지 다 빼버리고 맞춰넣은 흰 틀이는 세상 어느 명배우의 이도 따를수 없이 고왔습니다.
          백만장자는 세계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일본 도꾜머리방에 가서 머리도 했습니다. 머리카락이 빠진 구멍 하나하나에 젊은이의 머리카락을 박아넣고 흰 머리카락도 싹 뽑고 그 자리에 검은 머리카락을 심었습니다. 그러니 이젠 머리가 숱이 많고 까마반지르했습니다.
           백만장자는 세계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프랑스 빠리미용원에 가서 주름살을 없애는 정형수술도 했습니다. 수술칼이 아니라 무슨 빛을 얼굴에 쐬니 마치도  다리미로 구겨진 옷을 다린듯 눈가와 입가의 잔주름은 물론 밭고랑 같던 이마주름도 가뭇없이 사라져서 온 얼굴이 반반해졌습니다.
           그리고 백만장자는 중국 어느 왕궁의 비방으로 만들었다는 장수보약을 사서 날마다 밥 먹듯하는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자아감각이 좋아진 백만장자는 거울을 보며 자기가 늙은이인것이 아니라 마흔안팎의 중년쯤은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백만장자는 뻔질나게 무도장에 다녔습니다. 그가 무도장에 나서면 숱한 아씨들이 그와 춤짝이 되려고 앞다투어 달라붙었습니다.
           아씨들은 그가 자기 할아버지벌이 되는것을 번연히 알면서도 “아저씨, 아저씨.” 하고 부르다 못해 나중에는 “오빠, 오빠.” 하며 아양을 떨었습니다. 백만장자가 자기 춤짝에게 팁을 두둑이 찔러준다는것을 잘 알고있었기때문입니다.
          그러나 백만장자는 노래방에는 절대 다니지 않았습니다. 노래를 싫어하는건 아니지만 노래를 부르다가 틀이가 빠져나가는 날이면 허울이 벗겨질테니 말입니다.
           그리고 백만장자는 아이들을 제일 싫어했습니다. 길가에서 또는 공원에서 아이들을 만나면 천진한 아이들은 곧이곧대로 그를 할아버지라고 불러주었기때문입니다.
          그러니 백만장자의 딸과 아들이 이미 시집장가를 갔으나 아직 자식이 하나도 없는것이 그에게는 천만다행한 일이 아닐수 없었습니다.
           백만장자는 비록 돈을 팔아 겉치레로 젊음을 꾸미기는 했지만 스스로도 자기가 늙었다는것을 서글퍼할 때가 많았습니다.
            백만장자는 이미 마음도 늙어있었던것입니다.
      어느날 저녁무렵,  백만장자는 바람이나 쏘이려고 자가용승용차에 앉아  강뚝으로 나갔습니다. 강물은 거침없이 출렁출렁 흐르고있습니다. 세월은 류수와 같다더니 인생이 늙어가는것이 한스러웠습니다.
          백만장자는 강뚝을 거닐다가 책가방을 메고 걸어오는 한 소녀를 만났습니다. 그 애는 이따금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며 흐느끼고있었습니다.
           (요 계집애 왜 우는걸가? 누구한테 맞아서? 아니면 뭘 사먹으려던 돈을 잃어버리구?... 내가 왜 이런걸 생각하는거지? 아무튼 우는 애를 보니 내 마음 더 슬퍼지네. 애들 울음은 지나가는 해비와 같지만 나의 슬픔은?... 내 나이도 이 애만 했으면... 혹시 내 나이와 이 애의 나이를 바꿀순 없을가?...)
           백만장자는 이렇게 엉뚱한 생각을 굴리다가 저도 모르게 호주머니의 돈을 꺼내 소녀에게 쑥 내밀었습니다.
           “옜다, 얘야. 이 돈을  가져라.”
           주춤 멈춰선 소녀는 눈이 휘둥그래졌습니다. 웬 낯모를 할아버지가 제일 큰돈인 백원짜리 한장을 내들었기때문입니다.
             “저한테 주는거예요?”
             “그래그래, 너한테 주는거다.”
             “이렇게 큰돈을요?”
          소녀는 진짜로 큰돈을 보고 놀라와했으나 백만장자는 자기가 겨우 백원짜리 한장을 꺼냈다는것을 알고 당황해졌습니다.
              “아니, 여기 또 있다. 나한테 돈은 얼마든지 있어.”
               백만장자는 부랴부랴 호주머니에서 백원짜리 몇장을 더 꺼냈습니다.
            “고마와요, 할아버지. 하지만 저의 엄마아빠는 남이 주는 돈을 함부로 받지 말라고 했어요.”
               소녀는 감장눈을 깜빡이며 살래살래 머리를 저었습니다.
               “엉? 어어어, 그래그래 참...”
            백만장자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말을 얼버무리였습니다. 돈으로 나이를 바꾼다는것은 있을수도 없는 일이고 또한 남에게 돈을 주려다가 퉁을 맞아보기는 처음이였기때문입니다.
               “너 왜 울었지?”
              백만장자는 슬그머니 돈을 호주머니에 도로 넣으며 딴전을 부렸습니다.
                 그 물음에 소녀는 손등으로 눈을 한번 문지르고
“저의 짝꿍 미경이가 몹쓸 백혈병에 걸려 지금    A시 큰 병원에 가있는데 그만 돈이 다 떨어져 치료를 중지하게 됐대요. 이 소식을 듣고 우리 반 애들은 앞다투어 돈을 내놓았는데 저도 돼지저금통까지 다 깨서 그속의 돈 86원을 몽땅 바쳤어요. 이렇게 우리 반에서 모은 돈이 겨우 1천4백 99원밖에 안되니 요까짓 돈으로 어떻게 미경이를 살리겠어요? 그래서 안타까운 생각에 눈물이 나서...” 하고 울먹울먹해 대답했습니다.
               백만장자는 그제야 이 소녀가  남을 위해서 울었다는것을  알았습니다.
                  “그럼... 이 돈도 받아서 거기에 보태거라.”
                 백만장자는 호주머니에 넣었던 그 백원짜리 몇장을 또 꺼냈습니다.
                “고마와요, 할아버지. 그럼 할아버지께서  래일 우리 학교에 오셔서 내놓으세요. 우리 반 애들이 모두 할아버지께 인사를 드릴거예요. 우리 학교는 남산소학교, 우리 학급은 5학년 6반, 저의 이름은 꽃분이구요.”
              꽃분이는 고운 눈을 깜박이며 백만장자에게 빠이빠이, 손을 흔들고나서 깡충깡충 집으로  뛰여갔습니다.
                   그날 밤, 백만장자는 쉬이 잠들지 못했습니다. 딴 때는 어떻게 하면 남의 호주머니속 돈을 자기 호주머니로 들어오게 하겠느냐 하는 속셈으로 하여 잠을 설치였다면 지금은 어떻게 하면 자기 호주머니속 돈을 남에게 줄것인가 하는 생각으로 잠을 설치고있었습니다.
                 백만장자에게 있어서 그 백원짜리 몇장은 그의 손톱만큼한 돈에서도 현미경으로 들여다봐야 겨우 보일가말가할 티끌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꽃분이라는 소녀가 곱다랗게 백원짜리 몇장을 받아갔더라면 그는 꽃분이와 있었던 일을 진작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을것입니다.
                 그런데 꽃분이가 래일 자기 학교에 와달라고 했기에 안 가면 몰라도 가기만 하면 “나한테 돈은 얼마든지 있어.” 하고 큰소리까지 빵빵 쳤던 자신이니 백원짜리 몇장으로는 백만장자의 체면이 설것 같지 않았습니다.
              백만장자는 엎치락뒤치락하다가 백혈병에 걸린 미경이란 애의 치료비를 아예 자기가 다 대리라 마음먹었습니다. 그 치료비가 백만장자에게 있어서는 손톱만큼도 안될 돈일지는 모르지마는 그가 이처럼 뜻있는 일에 돈을 내려고 마음먹기는 난생처음이였습니다.
              이튿날, 백만장자는 먼저 남산소학교에 전화를 친 다음 자가용승용차에 앉아 학교로 갔습니다.
             학교문앞에 이르니 벌써 한떼의 학생들이 마중을 나와 기다리고있습니다. 맨앞에 선 애가 어제 만났던 꽃분이입니다.
             백만장자는 승용차에서 내려 꽃분이에게 2만원의 수표를 넘겨주었습니다.
                    “먼저 2만원을 그 백혈병에 걸린 미경이의 치료에 쓰도록 해라. 그리고 이것은 내 명함장인데 전화번호가 적혀있으니 돈이 모자라면 아무때든 나한테 전화를 쳐라.”
                 백만장자는 꽃분이에게  명함장까지 주고나서 돌아가려고 했습니다.
                     “가지 마세요, 할아버지!”
                   꽃분이는 백만장자의 손목을 꼭 잡고 놓지 않았습니다. 꽃분이네 담임선생님이 학생들을 비집고 나와 백만장자에게 깍듯이 인사를 했습니다.
                “우리 교실에 모시고싶습니다. 바쁘시더라고 좀 앉았다 가주세요.”
 백만장자는 그 고운 목소리에 끌려 어쩔수 없이 꽃분이네 교실로 들어갔습니다. 흑판에는 두줄의 글자가 큼직하게 씌여져있습니다.
 
                 
 
                         할아버지, 반갑습니다!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백만장자는 할아버지란 글자가 마음에 거슬렸습니다. 그러나 아이들 눈에 자기가 분명 할아버지로밖에 보이지 않을것이니 어쩔수 없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꽃분이네 담임선생님이 미경이와 미경이의 부모를 대신하여 그리고 학급 모든 학생들을 대표하여 한 어린 생명을 살리기 위해 큰돈을 선뜻 내놓으신 할아버지의 고상한 정신을 찬양하였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자 꽃분이가 일어났습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어렸을 때의 얘기를 좀 들려주세요. 예?”
                      뒤따라 모든 학생들이  짝짝짝-  손벽을 쳤습니다.
                 백만장자는 저으기 당황해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이제까지 자나깨나 돈벌이에만 골머리를 썩이다나니 자기의 어린 시절을 한번도 돌이켜볼 겨를이 없었던 그였습니다. 백만장자는 마치도 자기에게는 어린 시절이 있은것 같지 않았습니다.
                      “이담 얘기하지. 오늘은 시간이 없어요.”
                      백만장자는 이렇게 핑게를 대고 교실을 나섰습니다.
                   꽃분이네 담임선생님은 백만장자를 학교문밖까지 바래면서 그에게 자기 학급의 명예학부모가 되여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백만장자는 어정쩡해서 고개를 끄떡이였습니다.
그날 밤, 백만장자는 또 쉬이 잠들수 없었습니다. 꽃분이네
학급 명예학부모로 추대된것은 별로 반갑지 않은 일이나 이미 새까맣게 까먹은 자기의 어린 시절이 어슴푸레 떠올랐기때문입니다.
                  아마 백만장자가 꽃분이 나이만 할 때의 일입니다. 학교 운동장에서 줄타기를 노는 계집애들의 고무줄을 심술궂게 채가지고 씽 내뛰다가 그만 넘어져서 무릎을 다친 일이 있었습니다. 빨간 피가 방울방울 맺힌 무릎은 아리고 쓰렸습니다.
                      뒤쫓아온 한 계집애는 고무줄을 확 빼앗고 “쌘통맨통”하면서 고소해하였는데 다른 한 계집애는 얼른 하얀 손수건을 꺼내 피나는 무릎을 싸주면서 “몹시 아프지?” 하고 같이 아파해주었습니다.
                       백만장자는 누나같이 여겨지던 그때의 그 하얀 손수건 임자의 얼굴을 눈앞에 떠올려보려고 애썼습니다. 그러나 너무나 오랜 때의 일이여서 도무지 눈에 잡히지를 않습니다.
                         백만장자는 그 하얀 손수건의 임자를 지금 만날수만 있다면 그때의 그 고마움을 톡톡히 보상해주고싶었습니다.
                     그러나 이젠 늙어서 할머니가 됐을 그 하얀 손수건 임자를 어디 가서 찾는단 말입니까?
                          백만장자의 눈앞에는 왜서인지 꽃분이와 그의 담임선생님 얼굴이 얼른거립니다. 마치도 그들의 얼굴이 그 하얀 손수건 임자의 얼굴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 하얀 손수건 임자에게 이제는 갚으려 해도 갚을수 없는 그 보상을 그들에게 하고싶은 생각이 듭니다.
                         백만장자는 오늘 본 꽃분이네 학교 5층 건물이 콩크리트 “옷”을 입고있어서 거무튀튀한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하얀 타일로 산뜻하게 “새옷”을 입혀주어 그들을 기쁘게 해주리라 마음먹었습니다. 그만한 일은 자기의 재산에서 돈을 손톱만큼도 안되게  내놓아도 쉽게 될수 있는 일이였습니다.
                     꽃분이네 학교에서는 백만장자의 고마운 마음을 받아들여 여름방학동안에 학교를 새 모습으로 단장해놓았습니다.
                        개학식날 학생들은 운동장에 모여 백만장자를 명예교장으로 추대하는 의식을 가졌습니다.
                 꽃분이가 전교 학생들을 대표하여 감사문을 읽었는데 가끔가끔 “할아버지께서는” 하는 말이 튀여나왔으나 백만장자는 할아버지란 부름이 더는 듣기 싫지가 않았습니다.
                   명예교장이 되여 주석단에 자리한 백만장자는 학생들이 앉아있는 학교운동장을 둘러보았습니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기에는 운동장이 무척 비좁습니다. 운동장이 벽돌담으로 둘러싸이고 담밖에는 높은 아빠트가 솟아있어 더구나 손바닥같이 작아보였는지 모릅니다.
                   백만장자는 어릴 때 자기가 다니던, 키높은 백양나무가 운동장을 둘러싼 아담한 학교가 떠올랐습니다. 넓은 운동장밖에는 풀밭이 있고 풀밭을 지나면 개울이 있어 무더운 한여름에는 물속에 풍덩 뛰여들어 물장구를 치며 재미나게 놀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아이들은 벽돌담안에 갇혀 무슨 재미가 있을가?
                  “다음은 명예교장할아버지께서 보귀한 말씀이 있겠습니다.”
               백만장자는 교장선생님의 부름을 듣고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섰습니다. 운동장에 줄을 맞춰 앉은 어린 학생들이 초롱초롱한 눈을 반짝이며 힘껏 손벽을 치고있습니다.
                    (무엇을 말해야 할가?...)
                 연단에 나선 백만장자는 한동안 말머리를 찾지 못하고있다가 드디여 입을 열었습니다.
                   “제가 이 학교의 명예교장이 된 이상 앞으로 진정 명예교장답게  학생들을 위해 보람있는 일을 한두가지 하려고 생각합니다. 먼저 학교둘레에 있는 아빠트를 사서 허물어버리고 운동장을 넓히려 합니다. 동쪽에는 체육관을 지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운동을 할수 있게 하고 서쪽에는 수영장을 만들어 학생들이 물장구를 치며 놀수 있도록 해주겠습니다...”
               운동장이 떠나갈듯한 박수소리, 환호소리가 하늘에 메아리쳐갔습니다.
             학교로 말하면 이는 엄두도 못낼  일이 아닐수 없었으나 백만장자에게는 자그마한 한두가지 일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의 재산에서 새끼손가락만큼한 돈이면 다 될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빠트를 내놓아야 할 임자들과 도시건설을 주관하는 시장님과의 협상이 있어야 하는 일이므로 두고봐야 했습니다.
                    그뒤 백만장자는 틈만 있으면 학교에 와서 이것저것 살펴보기도 하고 아이들과 함께 수건돌리기놀이를 하거나 공차기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공차기를 할 때에는 백만장자가 문지기를 섰는데 움직임이 느리여  공을 잡기보다는 몸에 맞아 틩겨나갈 때가 더 많았습니다.
                   어느덧 한해가 다 흘러 섣달 그믐날이 되였습니다. 이곳저곳에서 백만장자에게 새해맞이모임에 모시려는 전화나 초대장이 왔습니다.
              그가운데서 몇가지를 살펴보면 시장님이 청한것은 정부차원의 모임이고 무도협회에서 청한것은 민간단체의 모임이고 꽃분이네가 청한것은 어린이들의 학급모임이였습니다.
               한날한시에 갖게 되는 모임인지라 몸이 하나뿐인 백만장자는 한곳밖에 갈수 없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가? ...)
백만장자의 마음은 왜서인지 어린이들에게로 기울어졌습니다. 꽃분이가 보낸 글쪽지에는 “나이 한살 더 먹기 새해맞이모임”이란  주제가 똑똑히 밝혀져있었습니다. 나이 한살 더 먹는다는것이 아이들에게는 자란다는 뜻에서 기쁨이 되겠지만 늙은이에게는 죽음에 한발자국 더 가까워지는 반갑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백만장자는 이제는 나이 한살 더 먹는것이 무섭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는것을 기쁘게 지켜보면서 먹게 되는 나이였기때문입니다.
                   백만장자는 시장님과 무도협회 회장에게 미안하다는 전화를 치고는 꽃분이네 학교로 갔습니다.
                       학교에는 꽃분이네 학급만 불이 켜져있었습니다. 교장선생님, 담임선생님, 꽃분이가 교문에서 백만장자를 맞아주었습니다.
                    교실에 들어가기전에 꽃분이는 고운 눈을 깜빡이며 백만장자에게
“할아버지, 오늘밤만은 뭐든지 우리 말을 들어야 해요. 어때요?” 하고 속살거렸습니다.
                        “그래, 그러구말구. 오늘밤만이 아니라 아무때든…”
백만장자는 빙그레 웃었습니다.
교장선생님과 담임선생님도 얼굴에 웃음을 띠였습니다.
                        그러자 꽃분이는 수건으로 백만장자의 두눈을 싸맸습니다.
                        “잠간 눈을 감고계셔야 돼요.”
                        “그래,  알았어.”
                     백만장자는 아이들이 어떻게 하든 이제는 그저 그냥 흐뭇해지는 마음입니다. 아니, 백만장자는 진작 아이들 마음이 되여져있었습니다.
                  “이제 할아버진 ‘심봉사’가 된거예요. 제가 ‘심봉사’의 지팽이가 되여 할아버지를 교실로 모시겠어요. 자, 들어갑시다.”
                        꽃분이는 백만장자의 손을 잡고 앞에서 천천히 걸었습니다.
                         백만장자는 꽃분이가 무슨 놀이를 하려나 궁금하게
생각하면서 이끄는대로 걸었습니다. 꽃분이가 “심봉사”를 모시고 교실에 들어서자 하하하- 호호호-  웃음소리가 터졌습니다.
                        꽃분이는 “심봉사”를 이미 마련해놓은 걸상에 앉혔습니다.
                이윽고 교실안이 조용해지자 꽃분이의  챙챙한 목소리가 울렸습니다.
                   “오늘 우리는 백만장자할아버지를 모시고  ‘나이 한살 더 먹기 새해맞이모임’을 갖게 됩니다. 언젠가 할아버지께서는 저한테 가만히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저를 처음 만났을 때 돈으로 나이를 서로 바꿀순 없을가 하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하셨다고요. 아이들은 웃으면서 나이를 먹고 늙은이는 울면서 나이를 먹는다고 합니다. 우리는 새해를 맞아 우리가 웃으면서 먹는 나이를 마음씨 좋은 백만장자할아버지의 나이에서 한살씩 떼여가져 우리의 할아버지를 우리와 동갑으로 만들어드리고싶습니다.
                    지금 막 묵은해가 물러가고 새해가 다가옵니다.  
                 새해 종소리가 땡땡 울릴 때까지 할아버지께서는 어린이마음으로 우리와 함께 춤추고 노래하시길 바랍니다.
                   그럼 첫번째 종목은 ‘심봉사’와 ‘심청이’의 만남으로 막을
열겠습니다.”
                 꽃분이의 말이 끝나자 아이들속에서 “심청이”가 나와 “심봉사”의 품에 안겼습니다.
                   “할아버지...”
                    “심청이”는 목이 메여 어깨를 들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얘야, 넌 왜 이 기쁜 날에 우는거냐?”
                     백만장자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다그쳐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고마와요... 전, 전, 백혈병이 다 나아 오늘 비행기로 돌아왔어요...”
                    “아니, 그럼 너 미경이가 아니냐? 어, 어디 보자!”
                   백만장자는 눈을 싸맨 수건을 와락 벗어내치며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 바람에 백만장자의 입에서 틀이가 튕겨나가고 머리에 오리오리 심어놓은 머리카락이 날아나고 반반하게 다려놓은 얼굴 살가죽도 쫙 찢겨져나갔습니다.
                아울러 서로 손을 잡고 마주 쳐다보며 선것은 “심봉사”와 “심청이”인것이 아니라 죽다 살아난 미경이와 아이로 탈바꿈한 백만장자였습니다.
                 교장선생님이며 담임선생님이며 꽃분이와 모든 학생들의 눈은 놀라움과 기쁨에 휘둥그래졌습니다.
                   이 와중에서도 앞으로 기자가 되겠다는 한 아이가 얼른 카메라의 샤타를 눌러 찰칵-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튿날, 그 도시《저녁신문》 일면에는 “20세기의 마지막 동화”란 제목의 톱기사가 실렸습니다.
                    옛날옛적 심봉사는 죽었다던 딸 청이를 만나는 순간 멀었던 눈을 번쩍 떴다면 오늘날 한 백만장자할아버지는 어린이들을 너무너무 좋아해 섣달 그믐날에 허울을 벗고 아이로 다시 태여났다는 내용이였습니다.
                      한가운데에는 백혈병에서 살아난 미경이와 어린이로 탈바꿈한
백만장자가 두손을 꼭 잡고 선 사진까지 곁들어있었습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사람들은 신문이 21세기 첫해 첫날부터 또 거짓말을 한다고 머리를 흔들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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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22 돈지갑 (소설).....강길 2015-03-12 0 2897
21 책머리에......강길 2015-03-01 1 2947
20 斑点狗和大母鸡-----李安 译 2015-02-16 0 2746
19 "딸라배" 허물보기 (평론)......강길 2015-02-11 0 2766
18 무우집 萝卜房子 -----李安 译 2015-02-04 1 2162
17 물감항아리(동화).....강길 2015-01-02 0 1740
16 꼬부랑할머니 그리고 차돌배기와 노랑이(동화).....강길 2015-01-02 0 1741
15 엄마고양이의 낚시질(동화).....강길 2015-01-02 0 1769
14 사람이 된 새끼쥐(동화).....강길 2015-01-02 0 1776
13 똥돌이와 구렁이(동화).....강길 2015-01-02 0 1951
12 풍선아이(동화).....강길 2014-12-06 0 1574
11 서글픈 백만장자(동화).....강길 2014-12-06 0 2064
10 다시 뜬 눈(동화).....강길 2014-12-06 0 1624
9 알락연필과 살살지우개(동화).....강길 2014-12-06 0 1808
8 꾀보 쥐돌이와 바보 페페(동화).....강길 2014-12-06 0 1773
7 뚱보곰의 엉덩방아(동화).....강길 2014-11-07 0 1975
6 코등모기(동화).....강길 2014-11-07 0 1627
5 한 농촌참새의 마지막 한마디(동화).....강길 2014-11-07 0 1501
4 뚱뚱보 임금님의 그림자(동화).....강길 2014-11-07 0 1448
3 무우집 (동화).....강길 2014-11-07 0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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