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준
http://www.zoglo.net/blog/juhujun 블로그홈 | 로그인
<< 5월 2024 >>
   1234
567891011
12131415161718
19202122232425
262728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 발표된 작품

나의카테고리 : 수필/단상/칼럼/기행

[작가노트] 아름다운 려행
2019년 07월 12일 19시 03분  조회:271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아름다운 려행

구호준

 

려행을 다녀왔다. 

6주 간의 그렇게 짧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힘들지 않은 즐거운 려행이였다. 배낭 하나 준비하지 않고 달랑 노트북 하나와 함께 하는 려행이였지만 려행하는 동안의 짜릿함과 려행이 끝난 뒤의 성취감은 오래동안 가셔지지 않고 있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글을 쓴다는 것은 내게는 하나의 려행의 과정이요, 또 다른 나만의 세상을 살아보는 순간이다. 

소설이 무엇이고 소설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나는 모른다. 그래서 나에게 소설이란 결국 하나의 려행이고 하나의 나만이 가질 수 있는 그런 세상으로 되여버렸다. 려행을 하면서 낯선 곳에 서있을 때의 짜릿함과 황홀함을 소설을 쓰면서도 느끼고 있다. 그래서 소설을 쓴다고 컴퓨터를 마주 할 때마다 나는 소설을 어떻게 쓰겠다는 선입견보다는 초학자의 마음으로 글을 시작한다. 그리하여 소설이 끝날 때마다 따라오는 성취감을 향수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소설을 쓰고 있는 동안에는 언제나 현실적으로 살아갈 수 없는 그런 나만의 또 다른 세상을 살기도 한다. 때로는 독거로인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허덕이기도 하고 가끔은 산후우울증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착한 가슴에 가시를 박고 살아가는 녀인으로도 살아갈 수 있다. 내가 소설을 쓴다는 것은 결국은 가상 속의 세상을 살아가며 신비로운 신세계에 대한 려행이 아닐가?

<여백>은 나의 첫 장편소설이자 내 인생에서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을 것이다. 

예전에 사용했던 창작기법과는 달리 의식의 흐름기법으로 썼다. 그렇다고 실험은 아니다. 인생에 실험이 없다면 려행에도 실험이 없듯이 나에게 있어서 소설쓰기에는 실험이란 단어가 없다. 극과 극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지만 그들의 만남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였다. 필연적인 만남과 단순한 인연이 아닌 연분으로 그들만의 심리를 그려내는데 집착하면서 의식의 흐름기법을 사용했지만 그것도 어쩌면 우연이나 의식적인 실험이 아닌 필연의 기법이 아니였을가?

소설을 구상하고 쓰는 동안 마무리를 할 때까지 의식의 흐름으로 쓰겠다는 생각을 했던 적도 없다. 다 쓰고 읽으면서 의식의 흐름으로 소설이 흘렀음을 알았고 그것도 어쩌면 우연이 아닌 내 려행법과 나만의 창작습관으로 된 것이다. 

려행을 떠날 때면 나는 꼼꼼히 체크하고 준비를 철저하게 하고 떠나는 일이 없다. 

목요일에 퇴근을 하여 뉴스에서 서산에 한국 유일한 왕벚꽃이 피였다는 뉴스를 보고 토요일에 바로 떠나고 토요일 아침뉴스에서 내장산 단풍을 보고 바로 떠나서 예정에 없던 등산의 즐거움을 느낄 때도 있었다. 황산으로 등산을 갔다가 남경에 도착했을 때에는 밤 열시를 넘어선 시간이였지만 호텔을 예약하지 않았다. 무작정 시내뻐스를 타고 돌다가 호텔이란 간판을 보고 다음 역에서 내려 호텔로 걸어 들어가기도 했었다. 그것이 나만의 려행법이라면 글을 쓰는 것도 려행과 다름이 없다. 

TV를 켜놓고 음악을 들으면서 글을 쓰는 것은 기본이고 글을 쓰는 사이사이 게임을 하는 것은 덤이다. 가끔은 커피숍에 앉아서 소설을 쓸 때도 있다. <로모의 달>이나 <태양의 동쪽>은 모두 커피숍에서 TV 대신 낯선 사람들의 한담을 들으면서 쓴 소설이기도 하다. 

첫 장편을 쓰면서도 초고도 없고 필기 한글자 하지 않고 시작하여 마무리할 때까지 6주로 끝냈다. 중단편소설을 쓸 때의 굳어진 습관이고 굳이 변명이라도 해야 한다면 려행을 하는데 미리 답사하고 떠날 수 없다고 해야 할가?

소설을 쓸 때면 다음 이야기를 어떻게 이어가고 어떻게 묘사하고 어떤 인물을 만들어야 하는지 그런 고민 같은 것을 한 기억이 별로 없다. 머리로 소설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내가 아닌 또 다른 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받아서 적고 나만의 가상의 세계에서 움직이는 인물을 그대로 카피한다는 느낌이다.

<여백>의 시작은 중편으로 쓰겠다고 시작했는데 5천자를 쓰고 나니 가슴에서 혼란이 생겨버렸다. 머리가 아닌 가슴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들이 반란을 일으키는 느낌이였다. 그것이 결국 중편을 포기하고 다시 장편으로 시작하여 그 이야기들을 적었다. 그렇게 나만의 가상의 세계를 6주 동안 려행을 다녀왔었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내 마음의 려행이고 나만의 삶의 여백이 아닌가 싶다. 

힘들고 지친 날들이면 나는 글을 쓴다. 여유가 있어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면서 마음의 여유가 느껴지기에 나에게는 힘겨움과 아픔을 극복하고 치유하는 과정이 되기도 한다. 

아버지를 떠나보내야 했던 그 힘겨운 날들에도 소설에 집착하는 순간 만큼은 상실의 아픔을 잠간이라도 잊을 수 있었다. 나만의 가상세계를 려행하며 나만의 또 다른 삶의 모습을 보게 된다.

려행이 끝났다. 

그렇다고 려행을 멈춘 것은 아니다. 언젠가 내 마음에서 이야기가 들려오는 날 나는 다시 려행을 떠날 것이다. 나만의 세상으로 나만의 려행을 떠나리라. 그것이 언제 어떤 려행이라는 예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타인에게는 무질서한 려행으로 보이기도 하겠지만 나에게는 그런 려행이 한없이 행복하다.

려행의 즐거움.

나만의 또 다른 즐거운 려행을 위해 이젠 앞선 려행을 기억에서 지우면서 초보가 되여 다시금 걸음마를 익혀야겠다.

출처:<장백산>2018 제3호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2 [작가노트] 아름다운 려행 2019-07-12 0 271
1 [수필] 누구를 위해 미워하리오 2015-04-18 0 602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