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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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후기] ‘도소주’ 빚기-리승국
2019년 07월 11일 10시 30분  조회:291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리승국 
 
‘도소주’ 빚기
 
 
 
매번 시골에 다녀오면 마냥 새롭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 그 느낌은 번마다 색다른 의미지를 내 머리속에 그려주는데 그렇게 내 마음을 짜릿하게 자극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바로 구부정하게 허리가 굽어진 마을도 아니였고 뿌옇게 흐려진 마을사람들의 눈동자도 아니였으며 마을동구에서 안타깝게 말라가는 샘물도 아니였다. 바로 시골이 변이되여가고 내가 살아갈 때의 시골이 아닌 색다른 새로운 시골로 탈바꿈되여가기 때문이다.
 
내가 이런 글을 쓰면 또 소설의 서두를 쓴다고 착각을 할 것이다.
 
허구와 현실은 바로 종이장을 들여다보는 것과 종이장을 찢고 밖을 내다보는 것과의 차이일 따름이다.
 
나는 늘 내가 살아온 시골을 고집한다. 그곳에 노다지가 많기 때문이다. 매번 시골에 다녀오면 그런 노다지를 한웅큼씩 안고 온다. 나는 그것을 내가 정히 간직한 투명한 병에 내 뇌즙을 짜 함께 넣어 오래도록 담가둔다. 그것은 오랜시간 동안 숙성을 거쳐 바로 내가 원하는 약주― ‘도소주’가 만들어진다. 나는 내가 만든 ‘도소주’를 마시고 싶어하는 모든 이들께 드리고저 정성껏 포장하고 보관한다. 누가 원하면 누구한테 보내준다. 그런 습관을 나는 장장 20년을 고집해왔다. 아마도 내가 만든 ‘도소주’를 마셔본 사람은 알 것이다. ‘도소주’의 맛은 시골의 산자락과 들녘에서 자란 풀뿌리, 나무잎사귀, 산 열매의 그 맛이다. 그리고 거기에 사람을 취하게 하는 흙냄새까지 곁들여져있다.
 
나는 매번 소설 한편을 완성하고 나면 가끔씩 시골사람들한테 미안하다는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시골에서 살아왔다는 놈이 무슨 글을 그따위로 쓰냐고 욕사발을 먹을가 두려워서가 아니라 내가 진정으로 시골이야기를 쓸 줄 아는 글쟁이인지 의심되기 때문이다. 시골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시골이 변한다는 것은 나의 ‘도소주’맛도 변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변화는 일종의 발전을 의미하고 또한 옛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탐색하는 진보의 표현이다. 민족구조의 변화는 지금 중국조선족 농촌지역에서 피치 못할 민족교체의 이변으로 거듭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시장경제의 물결 속에서 불가피한 것으로 되였다. 내 고향의 옛터는 처참하게 무너지고 사람은 떠나갔지만 또 다른 사람들에 의해 건설되고 가꿔지고 있다. 이런 현실은 곧이곧대로 나를 자극시키고 있고 나의 필끝을 다른 곬으로 인도해가고 있다.
 
오랜 기간 아들을 보지 못했다고 나한테 하소연하는 마을 어르신을 보고 나는 우스개삼아 이런 말을 했다.
 
“부모 곁을 지키지 못하면 자식이 아니꾸마. 마을에 들어온 맘씨 고운 한족이라도 하나 골라 아들 삼읍소.”
 
그 말을 했을 때 그 로인은 사뭇 놀라는 눈치였고 나 자신도 가슴이 뭉클할 정도로 놀랐다. 나도 서서히 시골의 변화를 몸으로 느끼고 있다는데서였다.
 
현실에 수긍하는 것은 그 현실을 내 것으로 만드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내가 소설 〈도소주〉를 쓰게 된 계기도 바로 현실에 수긍하기 위한 것에 있다. 력사적인 반성보다는 현실에 대한 반성이 가장 적극적이라고 생각한다. 글을 쓰는 나로서는 별수 없는 선택이지만 또한 응당 그런 선택을 해야만 글을 쓸 수 있는 거라고 여긴다. 주로 농촌제재를 많이 다루는 나로서는 그 마를 줄 모르는 시골의 인정세태의 변화에 무척 관심을 기하고 있고 그러한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기에 더구나 그러하다.
 
얕은 내를 벌거벗고 건느냐, 깊은 강을 옷 입고 건느냐가 중요치 않다. 다만 그 결과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인간과 사회의 무한한 변화는 작가한테 무궁무진한 창작래원을 제공해주는 만큼 작가가 그 변화에 수긍할 줄 모르면 그 작가는 영원히 땅에 박힌 돌이 되고 말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만든 〈도소주〉의 맛을 보는 독자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그래서 나는 매일 색다른 ‘도소주’를 빚기 위해 들로 산으로 그리고 시골로 뛰여다니군 한다.
 
오늘도 나의 ‘도소주’는 그냥 숙성되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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