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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여유
2020년 12월 08일 14시 21분  조회:513  추천:0  작성자: 로년세계
인생의 여유

남명철


인생에는 련습할 겨를이 없다는 도리가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게 요즘 심리이다. 사람이 같은 강물에 두번 들어설 수 없듯이 왕복승차권도 주어지지 않은 인생렬차가 일사천리로 달려가니 련습은커녕 뒤돌아볼 틈도 없다. 하지만 인생의 어떤 목표를 이뤄내려거나 어떤 단계를 무난히 넘기려면 달리는 도중에도 행위의 반복적 실행이 필요하게 되는데 이를 일컬어 련습이라고도 한다.
인생초년의 배움 단계를 힘든 애벌김같이 보는 사람들도 있다만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발을 들여놓는 적응단계 역시 만만치 않다. 학교에서 배우는 학문은 교원의 지도와 자신의 노력여하에 달렸더라도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 게 사회일인 만큼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두는 게 명지하면서도 여유로운 자세이다. 마치 역은 토끼가 굴 세개를 뚫어놓고 있듯이 말이다.
예전에 시골에서 한때 광범하게 사용되였던 ‘666분’이라는 농약이 있는데 이 농약은 666번의 끈질긴 실험을 거쳐 완성되였기에 이런 이름을 갖게 되였다고 한다. 그 뜻인즉 665번의 실패를 거쳐 세상에 빛을 보게 되였다는 말이 되겠다.
훈련이라면 특히 국방의 중책을 맡고 있는 군인을 떠올리게 된다. “오랜 시일을 들여 군대를 육성하는 것은 유사시를 대비한 것이다.”라는 말과 같이 평소의 훈련이 제대로 따라가야 실전에서 피를 적게 흘리고 적병을 무찌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한사람의 인생에서 여유로운 생활자세가 보여지는 관건적인 단계는 인생의 대부분 시간을 몸 바쳐 일해오던 사업터와 친숙한 동료들을 떠나 퇴직할 때를 꼽을 수 있다. “오뉴월 겨불도 쬐다 나면 서운하다”는 속담도 있는데 하물며 수십년간 청춘과 정열을 불태웠던 사업터를 떠나면서 마음이 호수처럼 고요할 이가 과연 몇이나 될가? 하지만 누구나 거쳐갈 수밖에 없는 퇴직의 문턱에서 어떤 이는 달관의 자세로 자기 정서를 여유롭게 조절하면서 재직 때 미처 누리지 못했던 취미생활도 하고 려행도 하며 즐겁게 새로운 삶의 방식에 적응해나가지만 어떤 이는 마치 인생의 종말이 닥쳐오기라도 한듯 풀이 죽어 소침하게 지내거나 심지어 우울증세까지 보인다. 
일찍 어느 단위의 한 직원은 다른 사람보다 거의 10년을 더 출근했으면서도 정년퇴직 송별석상에서 목이 꺽 메여 말을 잇지 못하더니 급기야 몇달후 병으로 드러눕고 일년도 안되여 돌아가고 말았다. 자신을 지혜롭다고 믿는 인간이 오히려 어리석다는 말도 있듯이 또 어떤 사람은 국가정책에 따라 내부퇴직을 했음에도 매일같이 단위에 나와서는 할일없이 잡담으로 시간을 보내다가 공짜 점심이나 먹고 가는가 하면 년말 총화 때 례의적으로 청하는 데도 눈치없이 쭈르르 찾아가서는 술잔이 다 식도록 영양가 없는 장편연설을 늘어놓기도 한다.
사람마다 퇴직단계에서의 심리가 각이하듯 년령의 제한을 별로 받지 않는 정상급 수령인물들의 퇴직시 모습 역시 천차만별이다. 온 국민의 애대를 한몸에 받았던 말레이시아의 총리 마하틸은 73세 되던 해에 돌연히 사직을 선포했고 미국 독립전쟁을 승리에로 이끌었던 미국의 초대 대통령 워싱톤도 한 임기를 마치고는 단연히 은퇴하고 미련없이 자기 농장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무가베 대통령은 나라 경제를 엉망으로 만들어놓은 것도 모자라 92세의 고령에도 그냥 련임한다고 로망을 부리다가 결국 비류혈 정변에 의해 무가내로 밀려나고 말았다. 시와 때를 가리지 못하고 마지막 한모금 들숨이 남을 때까지도 권좌에 미련을 두고 집착하는 사람들의 로욕은 왕왕 광채롭지 못한 법이다. 우리들 중 과학자, 연구학자, 작가거나 자유경영인, 정치인 등 특수군체를 제외한 대부분 사람들은 퇴직나이가 기본적으로 정해져있다. 그렇다면 지천명의 나이인 50대에 들어설 무렵부터 마음으로부터 퇴직준비를 하고 서서히 취미를 키워가거나 제2의 직업을 준비하는 등 대비를 하는 것이 마땅한듯 싶다.
이 세상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마지막 단계가 있으니 바로 인생의 종착역에 가까워질 때라고 할 수 있다. 사멸이라는 단어는 누구에게나 공포스러운 존재로 다가갈 수 있더라도 영원한 인생이 없는 만큼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어느 땐가는 세월의 파도에 떠밀려 일초일목도 소지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가게 되여있다. 누구나 비껴갈 수 없는 인생의 종착역에서 차분한 마음의 준비가 되여있느냐 않느냐에 따라 한사람의 평생 영욕이 판이하게 다른 결과를 가져오게 한다.
요즘 87세까지도 강건하시던 모 회장님이 며칠 편찮다가 갑자기 돌아갔단 소식을 전해듣게 되였다. 연변에 와서 재미 삼아 사업을 했고 또 이곳에 별장까지 마련하여 여름마다 한번씩 꼭꼭 들리던 분이였다. 건강 만큼은 자신이 있다면서 장담을 하시던 분이였고 또 사업을 함에 있어서도 자식들과 소통없이 독단적으로 처리하면서 만일의 경우에 일절 대비하지 않았던 터라 창졸히 돌아가고 보니 풀어놓은 자금은 오리무중이 돼버렸고 단돈 일원도 빚진 적 없는 분이였는데 돌아가고 나서 난데없이 빚군들까지 모여들었다고 한다.
60 고개를 넘어서도 마치 이팔청춘인양 사망이라는 말을 기피하면서 상례장소와 상례음식마저 꺼리는 로인들이 있는가 하면 고희를 훌쩍 넘긴 나이에 신체 상황이 눈에 띄게 내리막길을 걷는 데도 강건하다는 걸 과시하지 못해 안절부절 못하는 로인들도 적잖게 보아왔다. 그러다보니 정작 인생의 종착역에 이르러서는 마지막 소원이나 하고 싶은 말조차도 변변히 남기지 못해 유감을 남기는 경우가 푸술하다.
하지만 이와 달리 우리 주변에는 생로병사의 자연섭리를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현명한 로인 분들도 적지 않다. 미리 유상이나 수의를 준비해두기도 하고 굳이 유언이라 이름 짓지 않고 자기의 마지막 소원을 말해두기도 한다. 나의 친구 어머니는 팔십을 넘기고 몸이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하니 어느 날 자기 유언을 록음해두도록 아들을 불렀다. 많지 않은 저금이지만 손군들에게 똑같이 나눠주고 형제끼리 화목하게 지내라는 덕담도 해주었다. 몇년전, 친구의 어머니는 돌아갔지만 로인의 소원을 담은 그 육성은 부모 없이도 형제들이 화목하게 지내는 계약서 같은 구실을 하고 있다. 나의 한 후배는 려행하기를 무척 즐기는데 매번 길을 떠날 때면 간단한 유언장을 만들어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에 뒀다가 돌아오면 찢어버리군 한다. 이제 갓 50살을 넘긴 데다 몸도 건강하지만 우로 어머니, 아래로 딸을 둔 몸인지라 만일을 대비해서라고 해석했다. 어느 한번 길을 떠난 후 늙으신 어머니가 그 유언장을 발견하는 통에 크게 놀라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기실 이는 명지한 처사라고 말하고 싶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항일투사이자 문학거장이신 김학철선생의 마지막 행보를 들어 알고 있을 거라 짐작한다. 선생은 86세로 타계할 때 비석을 세우지 말고 골회는 두만강에 띄우게 했고 모든 절차를 간단히 진행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리고 “편안하게 살려거든 불의를 외면하라, 그러나 사람답게 살려거든 그에 도전을 하라”는 유명을 아들에게 남기기도 했는데 이는 사실상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남기는 고귀한 인생의 선언서였던 것이다.
이 세상 행운과 축복을 받고 태여난 인간은 그 누구를 막론하고 이 세상에 잠시잠간 소풍하러 나온 유객일 뿐이다. 생로병사가 자연섭리일진대 인생의 마지막 단계를 맞이하는 련습은 어느 때부터 하는 게 가장 적합할가? 사람마다 신체상황이 각이하고 특히는 인생의 종점에는 전후 순서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마디로 찍어 말하기가 실로 어려운 일이다. 내 나이 금방 마흔을 넘었을 때 어느 날 간부위가 짜릿짜릿 아파나기에 검사해보았더니 희읍스름한 반점 몇개가 사진에 나타났다. 심각한 표정으로 사진을 돌려보는 의사들의 모습을 보면서 ‘혹시 간암이 아닐가?’라는 불길한 예감이 갈마들었다. 늙으신 부모와 두 아이의 모습이 눈앞에 알른거리면서 마음이 무거워났다. 나중에 다행히 간결석으로 진단났지만 그 때에야 내 몸이 나 하나에게만 속하는 것이 아니였음을 절감하게 되였고 인생종착역에서는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는 걸 실감하게 되였다.
어떤 일에서 두서를 찾기 어려울 때는 그래도 옛것을 참조하는 게 가장 명지한 방법이 아닌가 싶다. 추정되는 평균수명이 삼사십세밖에 되지 않던 춘추시기에 유교의 기틀을 잡았던 공자는 자고로 “인생 칠십년이 고래에 드무나니(人生七十古来稀)”라는 명구를 남기였다. 그 세월에 칠십살까지 살면 오늘날 백세를 산 것처럼 희귀했다는 말이 되겠다. 오늘날 우리 나라의 평균수명이 이미 76세에 달하고 싱가포르나 일본 같은 장수국가의 평균수명은 이미 팔십세 중반에 이르렀다. 다시말하면 칠십 중반이 되면 거의 절반의 인구가 유명을 달리한다는 말이 되겠고 생존한 고령인중에도 병상에 누워있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사오십대의 한창나이에 작별인사도 없이 유명을 달리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생명의 취약성을 페부로 느끼게 된다. 백세 시대라고들 하지만 너나없이 백살까지 사는 것도 아니고 인생 칠십을 넘기면 아무리 강건한 사람이라도 가을나무 가지의 색조 선명한 단풍잎이라 락엽귀근의 시기를 언제라고 장담할 수 없다. 
우리에게는 자기가 사회적 공인으로 나라를 위해 공헌하는 시공간이 마련되여있고 누구나 자기 테두리를 알고 있다. 그만큼 주어진 시간에 혼신을 쏟으면서 지혜를 빛내 나라와 이웃에 기여하고 자기의 가치를 뿌려야 한다. 그리고 물러날 때가 되면 서슴없이 물러나는 지혜를 보여줘야 한다. 몇십년을 일하고 나서 이제야 뭔가가 알리는가 싶은데 가야 한다면서 입을 쩝쩝 다신다면 이건 분명 웃음거리가 되고 만다. 이러한 마음가짐이라면 그 뒤로 또 몇십년이 주어져도 그 상이 장상이다. 허다한 젊은이들이 취직에 목 말라하는 이 때 물덤벙술덤벙하는 량반들에게 그냥 자리를 맡기는 것도 도리에 맞지 않는다. 거뜬히 자리를 내고 다른 인생을 열어나가는 게 가장 명지한 선택이다. 여덟 신선이 저마끔 장기 펴서 다리 건너는 풍경이 연출돼야만 우리의 가치를 그 여느때보다 더 잘 실현할 수 있다. 우리한테 인생은 한번뿐이라는 것, 그래서 편안하게 인생을 마주해야 한다는 여유로운 자세를 가질수록 우리의 인생을 더 잘 후려잡을 수 있게 되는 법이다. 
한 인간의 삶의 가치는 자기가 맡은 배역에 어느 만큼 충실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한 백년도 살기 어려운 인생살이 고개마다에서 주어진 내 삶에 부끄럽지 않도록 나름 대로 모든 단계에 공을 들인다면 너나없이 한세상 살다 가는 길에 유감이 적지 않을가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로년세계》2020년 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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