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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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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과 서당크라배
2013년 02월 26일 11시 41분  조회:1663  추천:2  작성자: 라주
          "아리랑"과 서당크라배
                         김은철

  나는 정년퇴직한 후 할빈리공대학 원동학원에 한국어교원으로 초빙되였다. 한평생 분필가루를 먹으며 학생들과 씨름을 해온 나 는 이젠 영원히 분필가루와 작별했구나 하고 시름을 놓았는데  또 다시 교단에 서게 되였다. 아마 분필가루를 떠나지 못하는 팔자가 내 운명인것 같다.
다시 교단에 올라선지 한달가량 되였을가? 토요일 저녁이였는데 가벼운 노크소리와 함께 느닷없이 한무리의 학생들이 우르르 내가 있는 숙소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한국어를 배우는 한족학생들이였는데 나를 상대로 회화련습을 하자고 찾아온것이였다. 나는 구지욕에 불타는 그들이 갸륵하여 반갑게 대해주었다. 내가 반갑게 대해주니 그후부터 휴식날만 되면 내 숙소는 학생들의 웃음소리로 즐겁게 들끓었다.
그러던 어느날 자그마한 키에 귀염성있게 생긴 한 녀학생이 불쑥 나에게 물었다 
“선생님, 어제 우리는 ‘아리랑’노래를 배웠어요. 가사를 보면 별로 특별한 내용도 없는데 어째서 조선이나 한국사람은 물론 중국에 살고있는 조선족들까지 이 노래를 그렇게 좋아하는가요? ‘아리랑’이란 도대체 무슨 뜻이예요?”
녀학생은 샐쭉거리며 나를 올려다 보더니 우리 글로 또박또박 쓴 ‘아리랑’가사를 나에게 보여 주었다.
(특별한 내용이 없는 노래라고…? 그래, 너희들이 어찌 이 아리랑에 깃든 깊은 뜻을 알수있겠니? ) 나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그 옛날 서당크라배를 머리에 떠올렸다.
내가 소학교에 다녀야 할 나이때 우리 집은 돈화시에서 120 리나 떨어진 소고라는 깊은 산골에서 살았다. 마을에는 30여호의 가난한 사람들이 살았는데 학교가 없어 서당크라배가 우리한테 글을 배워주었다. 
서당크라배는 본래 함경북도 성진군의 어느 면에서 훈장사업을 했는데 젊었을 때 가정을 뛰쳐나와 독립군이 되였다한다. 나중에 왜놈들의 토벌에 부대가 부득불 해산하지 않으면 안되였기에 고향에는 못가고 소고에 와서 피신하게 되였다한다. 비록 혈혈단신으로 외롭게 보내는 늙은이였지만 타령도 잘 불렀고 퉁소도 잘 불었다. 그리고 이야기도 잘 했는데 우리 코흘리개아이들은 늘 그에게서 독립군에 대한 이야기를 듣군하였다
후에 내가 대고소학교를 다닐때 서당크라배한테서 ‘아리랑’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다. 무더운 여름날이였는데 늙은이들 몇이 나무그늘밑에 앉아 서당크라배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아리랑’이라는게 무슨 뜻인지 암메? 내가 랑군님과 갈라진다는게요. 왜놈들이 쳐들어 오는데 남정네들이 집에 가만히 앉아있을수 있겠소? 싸움터에 나가야지, 그게 불을 찬 남정네들이 하는 일이 아이겠소? 그러니 안깐들에게는 제 남편과 생리별할수도 있는 일이였지비……”
서당크라배는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땅바닥에다 나무꼬챙이로 ‘我离郎’이라고 썼다.
그때 나는 너무 어려서 서당크라배가 땅바닥에다 한자로 어떻게 썼는지 알수 없었지만 왜놈들을 족치러 가는 랑군님과 이별한다는 말만은 지금까지도 머리속에 생생하다. 그러니 그때 서당크라배는 땅바닥에다 ‘我离郎’이라고 쓰면서 해석한것이 분명하다.
나는 종이장에다 ‘我离郎’이라고 크게 썼다. 내가 쓴 글자를 보자 대학생들인 한족학생들은 ‘나는 랑군님과 리별한다’는 뜻임을 인차 알아차렸다.
“먼 옛날부터 왜놈들은 늘 우리 조선을 침략해 왔지요. 그때마다 남자들은 싸움터로 나가야 했지요. 싸움터에 나가면 살아서 돌아올수 있겠는지 모를 일이였지요. 그래도 조선의 남성들은 용감하게 싸움터로 나갔지요. 조국을 가정이나 아내보다 더 귀중하게 여긴것이 그 시기 조선남성들의 미덕이였답니다. 그런 남편을 전선으로 보내는 녀인들의 마음은 또 얼마나 안타까웠겠습니까, 그러니 십리도 못가서 발병이나 되돌아오기를 바란거지요. 피뜩 보면 당시의 녀인들은 나라보다 남편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협애한 인간으로 보이지요? 그러나 그렇지 않아요. 아내의 만류도 마다하고 전선으로 가는 남편의 행위와 아내의 행위는 대조를 이루면서도 또한 통일된 심리상태를 보여주지요. 발병이나 못가게 되는것을 바라는것은 모든 녀인들이 남편을 아끼는 녀성적인 본질이겠지요. 그러면서도 끝내는 남편을 전선으로 보내야 했어요. 여기에 바로 남성들과 통일된 녀성들의 심리상태가 보입 니다. 그 심리상태란 바로 남성들과 함께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이겠지요….” 
한족학생들은 내 말을 귀담아 듣고 있었다. 나는 ‘아리랑’이 생길때부터 과연’我离郎’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지 모른다. 
부모들이 자식들의 혼인을 좌지우지하던 봉건혼인의 비극을 반영한것으로도 해석할수 있었지만 나는 주로 서당크라배의 해석에다 내 주장을 보태여 설명하였다. 분명 ‘아리랑’에 대한 서당크라배의 해석은 나라의 독립을 위하여 가정이나 아내마저 버리고 독립운동에 참가했던 당시 애국청년들의 현실을 반영했다고 본다. 
서당크라배 본인이 바로 집을 뛰쳐나와 독립운동에 참가한 분이 아닌가! 그러니 ‘아리랑’에 대한 서당크라배의 해석에 충분한 리해가 갔다.
“선생님, ‘아리랑’을 한자로’阿里朗’이라고 쓰지 않아요?”
아까 그 자그마한 녀학생이 머리를 좌우로 흔들더니 종이장위에 쓴 글을 나한테 보여주었다.
“그래요. 지금은 ‘阿里朗’이라고 쓰지요. ‘아리랑’은 민요인데 생길 때에는 ‘我离郎’이라고 썼을수도 있었겠지요. 지금은 ‘아리랑’의 ‘아’자를 한자로 ‘阿’로 쓰는데 언덕이라는 뜻과 아름 답다는 뜻을 겸하여 가지고 있지요. 그리고 ‘里’자는 밭《田 >자와 흙<土>자로 이루어졌는데 땅과 밭이 있는 마을이라는 뜻이지요. ‘朗’은 밝고 맑다는 뜻을 가지고 있고요. 그러니 ‘아리랑’은 미래에 대한 동경과 희망을 상징하고 있답니다. 아리랑고개로 넘어간다는것은 바로 희망의 고개로 넘어간다는 뜻이겠지요. 그만큼 농경생활을 해온 우리 조선사람들에게는 사람들마다 밭과 땅이 있는 오붓한 마을에서 살아가는것이 하나의 희망이 였지요….”
“아, 알겠습니다. 선생님!”
학생들마다 머리를 끄덕이였다.
“사람들마다 이런 희망을 담은 노래가 있다면 그 민족은 강해지는거지요. 조선이 아시아축구에서는 처음으로 세계8강에 든것이나 한국이 또 4강에 든것이나 그리고 눈부신 한국의 경제성장같은것들은 모두 ‘아리랑’과 같은 희망의 노래가 있었기때문입니다. 중국의 조선족들도 문화면에서 얼마나 우수한 민족입니까! 그러고 보면 ‘아리랑’은 조선민족의 희망을 담은 노래지요!”
나는 한족학생들의 찬사의 말을 들으며 다시 곰곰히 생각해 보 았다.
‘아리랑’노래가 어떻게 태여났든지, 또 ‘아리랑’을 어떻게 해석하든지 ,거기에는 관계없이 조선사람이라면 모두 이 노래를 즐겨 부르는것만은 사실이다. 이 세상에 ‘아리랑’을 모르는 조선사람이 있을가? 나는 아직 ‘아리랑’을 모르는 조선사람을 본 기억이 없 다. 
옛날 서당크라배와 같은 독립군들은 조선독립의 희망을 가슴깊이 새기며 아리랑을 불렀을것이고 어려운 생활속에서 고통을 겪는 농군들은 아리랑을 부르며 언덕 너머에 있는 아름다운 마을을 꿈꾸었으리라!
실로 우리 조선사람들은 외래침략에 시달리고 가난에 시달리면서도 ‘阿里朗’의 희망을 품고 굳세게 살아왔다. 하기에 지금 고국의 경제, 스포츠, 문화는 세상사람들의 우상으로 부상하고 있으 며 중국에 있는 우리 조선족들도 문화,경제등 모든 분야에서 ‘阿 里朗’을 부르며 매진하고 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오

나는 한족학생들과 함께 아리랑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리 랑’에 대한 서당크라배의 옛일을 머리에 떠올렸더니 오늘따라 ‘아리랑’이 더욱 새롭게 들린다.
아, 구중천에 계시는 서당크라배께서 다른 민족마저 ‘아리랑’을 배우고 부르는것을 내려다 보신다면 얼마나 기뻐하실가!

*’크라배: '할아버지’를 부르는 함경도사투리인데 필자가 어릴 때에 함경도사람들한테서 많이 류행되던 말이다.   


       이 수필은 2014년 한국 "동방문학"제2~3기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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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1 ]

1   작성자 : 추천
날자:2013-12-07 10:03:56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이 글을 한국 "동방문학"지에 추천하려고 하는데 이의가 없으시다면 선생님의 약력&사진, 그리고 책 받아보실 수 있는 주소를 kyun2008@msn.com 으로 보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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