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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빅 픽처를 놓치지 말아야
2020년 05월 26일 07시 37분  조회:1140  추천:1  작성자: netizin-1
자신의 빅 픽처를 놓치지 말아야
 
글/ 주해봉 수필가
 

주해봉 약력: 흑룡강성 탕원현 조선족고급중학교 교사. 2000년에 한국 입국. 단편소설 '인생은 유희가 이니다', '주소 없는 편지', '변색안경',"외토리' 등과 수필 '생의 이미지', '깍쟁이 반추', '기다림의 멋' 등을 흑룡강신문, 료녕신문, 송화강, 은하수 등 신문과 잡지에 발표. 현재 고양시에 거주. 재한동포문인협회 이사.

 
머나먼 남쪽 하늘아래 그리운 고향
사랑하는 부모형제 이 몸을 기다려
... ... 
마음은 고향 하늘을 달려갑니다
 
가수 나훈아의 "머나먼 고향"의 한 소절이다.  살펴보면 고향을, 고국을 그리는 노래들이 참 많다.  고향이란 낱말에 대해서는 그런대로 이해가 되는데 "고국"이란 단어는 저도 모르게 "조국"이란 어구와 자꾸 헷갈린다. 
 
고국이란 무엇이고 조국이란 무엇인가?  사전풀이대로 한다면 고국이란 (남의 나라에 있거나 또는 남의 나라로 떠났거나 남의 나라에서 돌아옴을 전제로 하여)  "고향인 나라" 라는 뜻으로 "자기 조국" 을 이르는 말이고 조국이란 자기의 국적이 속하여 있는 나라 혹은 자기의 조상이거나 부모가 대대로 살아오는 나라를 말한다. 어찌 보면 "고국" 과 "조국", 이 쌍둥이같은 명사지간에 별로 구별점이 없는 것 같지만 아무리 쌍둥이라 할지라도 필연코 그 어느 점에서든 구별되는 곳이 있듯이 기실 상세히 캐여보면 이질적인 있음이 감안된다. 
 
적어도 국적이 어디에 있느냐 하는 면에서만도 뜻차이가 있음을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따뜻하고 자애로운 어머니의 품을 떠나고보면, 정들고 때묻은 고향을 떠나 낯설고 물선 적막한 타향을 헤매다보면 자연 따스한 그 품이 그리워나고 고향생각에 잠못이루게 되는 것은 두말할 것 없이  인간의 상정이라 하겠다.  
 
실향민 (离鄉民) 이라고 하면 왕왕 사람들은 찢기고 걸키우고 쫓기어 볼품없는, 가난과 서러움으로 버려진 궁색한 모습을 저도몰래 떠올리게 된다. 
 
우리들과 우리의 1세대들은 나라가 없어 또는 나라가 지켜주지 못해 반강제적으로 나라를 떠나 동표서랑 (东漂西浪) 의 험한 길을 헤매던 사람들과 그 후손들로서 용케도 만주로 들어와 뜨거운 자기의 두 손으로  화전밭 일구고 생활을 개척하였다.  최초에는 월경금지령 및 당시 사회의 어지러움때문에 떳떳이 살지 못하거나 이리저리 쫓겨다니며 숨어살아야 했으며 때로는 알심들여 가꾼 곡식도 남김없이 털리군 하였다. 이처럼 우리들과 우리1세대들은 갖은 멸시와 천대를 받으면서 살아온 구슬픈 역사를 엮어왔다.  이런 의미에서 놓고보면 간난신고 끝에 끝내는 합법적공민으로 된 오늘에  와서도 이향민들이 그토록 사무치게 고국을 그리게 되고 애절하게 고향을 부르고 있는 것도 이해할만한 일이다.   
 
기실 고국, 고향을 그리는 그 애타는 심정은 한시도 실향민들의 마음 속에서 지워진 적이 없겠지만 국문이 열림과 더불어 고국나들이가 상대적으로 빈번해짐에 따라 그 웨침과 그리움이 이상하리만치 높아지고 짙어졌다는 점, 그보다 그 고국이 아니면 이젠 생존할 수 없다는 의뢰심과 중독성에 빠졌다는 점이 필자 나름대로의 느낌이다. 
 
적어도 첫 시작에는 그 부름과 그리움이 슬픔과 아픔으로 반죽된 것임이 틀림없었다. 허나 지금에 와서 날이 갈수록 그 외침과 그리움이 어딘가 본의가 아닌 방패로 된 것 같다. 
 
내심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웃음이 아닌 꾸며낸 웃음은 언제나 어색하고 남에게도 시원하고 개운한 인상을 던져주지 못한다. 진정 아픔에 젖은 구슬프고 애절한 눈물만이 뭇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게 되는 것이다. 
 
듣기 좋은 말도 세 번 하면 역겹게 들리는데 그런 진심이 아닌 목소리로 고국이요, 고향이요 하며 외친다면 누군들 동정하고 귀를 기울이랴. 이런식의 멋적은 "만담"이 되풀이되다 보면 자연 상대방의 반감을 자아내게 되고 그러다 보면 불유쾌한 일들이 생기게 되는 법. 
 
물론 우리들의 그 순수하던 망향심, 귀향심이 변태적으로 탈바꿈하게 된 원인도 파볼 수 있다. 역대로 약소민족으로서의 우리조선족은 외래의 침략을 받을대로 받아왔다. 일제의 36년 간의 그 몸서리치는 강점 사실 하나만 봐도 알고 남음이 있다. 그래서 부평초마냥 떠돌아다니는 ” 떠돌이민족" 으로 되었다. 그처럼 망국 실향민으로서의 "하루살이" 의식, 장기간 평균주의 풍토에 물젖어 형성된  "평균주의" 의식으로 전전긍긍하던 차에 갑자기 국문이 열리고 그래서 외화묶음을 만져볼 수 있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자연 갖은 방법을 다해 억지로라도 향수해보려고 모지름을 쓰는 억지심리, 의뢰심리가 형성된 것 같다. 이런 억지심리, 의뢰심리와 극단적인 이기주의의 조종과 부축하에 귀향심, 망향심을 방패로 상대방의 사유방식에 어그나게 유감스런 언행을 취하게 되였으며 따라서 상대방의 호의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써 보잘것 없는 모종의 개인목적을 이루고저 자기가 지금 몸 담고 있는 곳이 나의 나라, 나의 땅이라는 주인공의식 마저 망각하고 술덤벙물덤벙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우리 말에 낳은 정, 키운 정이란 말이 있다. 
 
낳았으니 낳느라 그만큼 진통을 겪었을 것이고 키웠으니 키우느라 그만큼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다. 문제는 낳기는 하였지만 이런저런 원인으로 제대로 거둬주지 못하는 부모가 있게 되는 것이고 비록 자기의 피줄을 타고난 자식은 아니지만 아글타글 애지중지 키워가는 부모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 살림이 넉넉치 못하여 간혹 헐벗을 때도, 배를 곯을 때도 있기 마련. 아무튼 그처럼 남의 자식을 용케도 키워냈다는 그 사실 본 자체가 한결 돋보이는 점이라 하겠다. 이런 부모를 후에 와서 계모, 계부라고 살림이 구차하다 꺼리며 미련없이 떠나가버리면 꼬물만한 인정마저 없는 배은망덕한 인간이라 하겠다.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갖춘 인간이라면 기본이 돼야 한다. 
 
물론 그렇다 해서 고국에서 우리 실향민들에 대하여 전혀 무관심하고 있다는 것도 아니다.  아직은 부유하지 못한 우리의 경제와 문화를 포섭하고 부흥시키려는 고국의 진솔한 마음, 한 민족, 한 겨레만이 감지할 수 있는 동포애의 숨결을 우리는 몸 가까이에서 차분히 느낄 수 있다. 
 
일찍 길림성 축구팀을 안아준 "삼성그룹"의 넓은 마음, 연변축구오동팀을 위해 혼신을 바쳐온 최은택감독, 10 여명의 불우학생들에게 조학금을 마련해준 "예산신문사" 의 따사로움, 경제난에 부대끼는 탕원현 고급중학교에 후더운 성원의 손길을 내밀어준 부산시 시민들의 뜨거운 마음, 재중어린이들이 하루빨리 훌륭한 인재로 자라나기를 기원하면서 "천재교육도감"계렬서를 듬뿍 선사해온 "한국일보"사의 따뜻한 손길, 그리고 해외동포들의 입국사정을 헤아려 취업방문의 길을 새롭게 열어준 한국정부의 고마움, 그 무엇으로도 보상할 수 없는 뜨거운 후원의 손길이고 박수쳐야할 정책이다. 
 
그런가 하면 눈물이 나도록 섭섭한 일도 없지는 않다. 고국의 식당에서, 호텔에서, 공장에서 차별받는 우리 동포들 (실향민들)  재미, 또는 재일 등 다른 동포들은 어떤 활동도 자유롭게 하도록 허용하면서 유독 우리 재중동포에 한해서만은 되도록 제한하려는 고국의 처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불법체류자라고 손목에 수쇄를 채우는 출입국사무소도 이해할 수 없다. 무엇때문일까?  구태여 수다스레 해석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세상에 완전완미한 것이란 워낙 존재하지 않는다. 철두철미하게 완벽한 것을 바라는 본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그런만큼 우리는 좀 더 현실적 인간으로 되어야 할것 같다.  그러자면 우선 먼저 자신건설 (自身建设) 부터 착실히 해야 할것 같기도 하다. 적어도 이 세상에서 떳떳이 살아가자면 남을 알아야 할 뿐만 아니라 자기가 자기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손에 돈 좀 쥐어졌다고 개잡은 포수마냥 우쭐거릴 하등의 이유도 없다. 명석한 두뇌, 겸손하고 부지런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 
 
스스로 자기를 모르는 것은 가장 미련한 존재이다. 그렇다고 수시로 남 앞에 자기의 허물을 자랑하는 것 역시 아둔하기 짝이 없지만. 망향심은 나뿐 것이 아니다. 그러나 변태된 망향심, 다시말해서 맹목적인 망향심, 귀향심은 그릇된 것이다. 그로 인해서 우리들의 강한 생존의식이 흐려지고 생존자세가 기울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세계적 범위에서 경제의 활성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오늘 갖은 멸시와 천대를 받으면서도 조만간은 남부럽지 않게 꿋꿋이 일떠서던 당년의 그 성격, 그 기질, 그 의식을 되살려, 그토록 악렬한  환경에서도 춥고 건조한 만주벌에 몇천만 헥타르의 수전을 개답하여 대국의 국민들을 놀래우던 월경조선인의 강잉한 정신을 되찾아 자기의 피땀으로 자기의 알창 노동과실을 창조하여 풍족한 자기의 세계를 꾸려야 할 것 같다. 
 
오늘날 분명 우리는 정체성 상실의 시대에 살고 있다. 어느 시대보다 개성이 존중되고 개인적 삶의 스타일이 보장되고 있음에도 우리는 자기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며 삶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디아스포라의 특정된 환경하에서 모든 것이 상품화되고 가치화되는 현실사회에서의 물질의 풍요로움은 더욱더 우리를 갈피를 잡을 수 없게 하며 곤혹스럽게 한다. 
 
생각밖으로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중태에 빠져 허덕이며 신음하고 있다. 피할 수 없는 정세 속에서 현실을 정시하며 옳바른 소비의식, 자체의 앞날을 고려할 줄아는 계획의식, 내일을 위해 오늘을 사는 미래지향의식을 키워 생존개척에 힘 다한다할 때 현존하는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며 그러노라면 정녕 그러노라면 비록 "석쉼"한 목소리로 부른다 해도 고국은, 고향은 우리의 부름에 귀를 기울일 것이고 "구두대신 운동화"신고 달려간다 해도 우리를 달가이 맞아주고 껴안줄 것이다. 
 
의뢰심 버리고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할 때, 어려움을 극복하며 오롯이 삶을 배워나갈 때 우리는 생의 노예가 아닌 생의 주인으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의 빅 픽처 (big picture) 를 놓치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이 진짜 자신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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