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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면 터득하는 것들
2021년 03월 30일 09시 25분  조회:996  추천:0  작성자: netizin-1

 

글 |궁금이 · 방송 |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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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에는 버스를 두시간 넘게 타고 천단공원에 다녀왔다. 지하철을 타면 1시간 좀 넘게 걸리지만 땅밑에서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것 외에는 얻는 것이 없다. 그래서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버스를 선택했다. 천단공원은 아마도 20년은 찾지 않았던 것 같다. 전에는 공원의 력사에 대해서도 줄줄 외우고 있었는데 이제 기년전 정도의 건축물 이름만 기억하고 있다. 아직도 해외 관광객은 풀리지 않은 상태라 기발을 든 관광팀은 찾아 볼 수 없다. 귀에 들리는 건 대부분 북경시민들의 말소리다. 력사 고적에는 관심이 없이 그냥 운동이나 산책으로 나온 사람들이다. 

공원은 력사가 있는 만큼 울안에 있는 나무들의 나이가 심상치 않다. 310년이면 중년 정도 되고 620년의 고령도 한두그루가 아니다. 그중 한그루는 북경시 10대 나무왕의 하나다. 나머지 9그루는 북경의 어느 곳에 있는지 모르겠으나 이제 나무도 10대를 평한다는 걸 이날 처음 알았다. 이 나무는 단순히 오래 살았다는 경력으로 10대에 입선된 게 아닌 것 같다. 나무 줄기는 십수마리의 룡이 감싸고 있는 그림을 연출해 웅장하기보다는 이쁘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 내가 관찰한데 의하면 110년 정도 되는데 하늘을 찌르고 높이 솟은 나무가 있는가 하면 300년을 넘었지만 키는 그다지 크지 않고 대신 웅장함을 자랑하는 나무도 있다. 그 웅장함으로 키까지 크면 고공의 거센 바람을 이겨낼지도 미지수다. 그걸 감안했는지 높이 보다는 튼실한 하체를 다져감에 더 집중하며 산다.

공원에서는 아직 봄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일찍 피는 개나리넝쿨이 있기는 하지만 해빛이 잘 들지 않는 원인인지 아직 꽃을 피우지 않았다. 그런대로 사철 푸른 소나무들이 많아서 너무 소슬하지는 않다. 면적이 크다보니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공간도 널찍하다. 그런 가운데 다람쥐가 아주 여유있게 무언가를 탐색한다. 여느 공원과 마찬가지로 까치와 참새들도 다 자기 먹이활동에 여념이 없다. 덩치로 봤을 때 까치가 참새들을 괴롭힐 것 같기도 한데 이들은 서로가 령역을 침범하지 않고 평화공존하며 화목하게 살아간다. 

주말의 버스 안에는 로인들이 많다. 로약자석이 따로 있어서 로인들끼리 나란히 앉을 확률이 높다. 이분들은 서로가 아는 사이가 아니더라도 반갑게 인사하며 금방 친해져서 말을 주고받는다. 중간 좌석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량주로 보일 정도로 무람없이 대화가 윤활하다. 그런데 어떤 대목에서 맞지 않았는지 할머니가 일어나시더니 썩 뒤쪽의 좌석으로 옮겨앉는다. 내리는 역이 서로 다른 걸 봐서 부부는 아니다. 그래도 오래 알고 산 사이처럼 허물없이 대화가 오갔던 장면이 화기애애해보였다. 물론 “공통 언어”가 없어 그런 그림이 오래 가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바퀴가 달린 채소가방을 좌석옆에 놓은 할머니가 전화를 받고 있다. 대화 내용으로 봐서는 다른 할머니들과 모임이 있나 보다. 그런데 마스크를 쓴 채로 통화하면 상대방이 잘 알아듣지 못할가봐 걱정스러웠는지 할머니는 순간 버스 안이라는 걸 잊고 마스크를 벗은 채 통화한다. 그걸 발견한 역무원이 빨리 마스크는 쓰라고 재촉한다. 할머니는 될수록 빨리 통화를 끝내자는 어투였고 역무원도 한번 충고로 그냥 넘어간다. 그리고 내릴 때 할머니를 도와서 채소가방을 들어준다. 어떤 영상에서처럼 마스크를 쓰냐 말았냐로 언성을 높이다가 인터넷에까지 오르는 그런 그림이 아니다.

할머니 한분이 손주로 보이는 아이를 데리고 올라오신다. 바깥쪽에 앉은 젊은 녀성을 보고 우리가 안쪽에 들어가 앉으면 안되겠냐고 협상한다. 그 녀성은 자리에 앉은 채로 다리만 빼고 할머니더러 안쪽으로 들어가라고 한다. 애가 먼저 들어가고 할머니가 힘겹게 비집고 들어가서는 애를 안아 무릎에 앉힌다. 젊은 사람이 안쪽으로 옮겨앉고 할머니를 바깥쪽 자리에 양보할 수도 있고 그게 싫다면 몸을 일으켜서 할머니가 들어가기 쉽게 배려할 수도 있었다. 더 좋기는 다른 빈 좌석으로 옮겨 앉고 할머니와 애에게 자리를 양보할 수 도 있었는데 그 자리가 그렇게 마음에 드는지 끝까지 고수한다. 몇개 역을 가고 나니 건너 편의 두 자리가 동시에 비는 걸 본 할머니는 다시 애를 앞세워 자리를 옮긴다. 무릎에 애를 앉히고 있는게 버거우셨나 보다. 이때에도 할머니가 움직이기 보다는 젊은 녀성이 일어나서 두발작만 옮기면 되는 일인데 기어코 할머니가 애를 데리고 그쪽으로 가게 만든다. 전에 어른들이 집에 꿀다지를 파묻고 왔냐고 하더니 그 걸상밑에 무슨 금덩어리라도 숨겨놓았는지 한번 앉으니 요지부동이다. 

저녁에는 한달전에 후배들과 약속된 모임이 있다. 단골로 가는 양꼬치집이 있는데 쉬는 날이라 약속을 일찍 잡았다. 그런데 이른 시간임에도 이미 번호표를 받아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미리 예약하고 오기를 잘했다. 우리 같았으면 줄을 선 걸 보면 그 자리에서 돌아서서 다른 식당으로 가련만 이 사람들은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무던하게 앉아서 자기 순서를 기다린다. 이미 안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끝나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지도 미지수다. 언젠가는 내 순서가 되겠지라는 막연한 기다림이다. 그나마 휴대폰이라도 들여다볼 게 있어서 다행이기는 하다. 이런 인내력이 어떻게 보면 저력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쟁개비열정”으로는 속이 터져서라도 앉아있지 못한다. 

우리가 다 먹고 나오는데도 줄을 선 사람들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저렇게 기다려서 돌아온 순서라면 먹는 시간도 한결 더 소중할 것이다. 어떻게 기다려서 차례진 저녁인데 오래 먹자는 생각도 들 것이다. 그럼 그 뒤의 사람들은 또 오래 기다려야 한다.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잔으로 몇시간씩 버티는 사람들이다. 

기다리는 수련도 좀 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중국조선어방송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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