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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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삐딱함의 멋 -오경희
2019년 07월 16일 11시 07분  조회:315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오경희    

삐딱함의 멋  
 
 
나는 삐딱함의 그 멋을 좋아한다.
가수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는, 그런 파격적인 시대가 도래하면서 삐딱함의 멋은 더 찬란하지 않을가. 어떤 틀에서 벗어난 삐딱함은 현재 삶의 질서보다 새로운 태도와 추구로 감성이 풍부한 세계를 창출한다. 원예사들의 손길에 의해 깎여진 길가의 가쯘한 나무가지들속에 어찌다 깎이워지지 않아 웃자란 나무가지의 흔들림이 우리의 무딘 감성 안에 스며들어 자연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삶의 다양성을 호소하여 우리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건 아닌지. 우리더러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고 아름다움을 찾아내게 하는 미의 경지가 바로 본연의 미, 삐딱함이 아니겠는가.
삐딱함은 멋있다.
밑접시의 삐딱하게 패인 홈우에 커피잔이 꼭 맞게 올라가 앉아 삐딱한 선을 탄 장미빛 네모난 커피잔도 그렇고 거실벽 중심에서 조금 비켜서 오른쪽 모서리가 조금 내려앉혀져 삐딱하게 걸린 액자도 그렇고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삐딱한 필체도 멋있다. 살면서 바름이 아닌 그 불균형의 매력에 가끔씩 빠질 때면 예술을 둬모금 마시는 무던함을 느끼는 것은 물론, 현실의 옥죄임으로부터 해탈되는 느낌이다. 온 하루 기본과 규칙으로 완벽하게 짜인 틀 안에, 의도적으로 설정된 바름 속에 있다가 감각적이면서도 자연스런 멋이 풍기는 삐딱한 그 무엇을 볼 때면 나는 헐렁한 자아를 찾는다. 거리를 가다가도 혹 삐딱하게 걸린 광고판을 볼 때면 봄바람을 맞는듯 시원하고 즐겁다. 그래서 광고판에 붙을 양으로 다가선다. 내가 ‘못난 아저씨 국밥집’ 단골로 된 것도 그 엉뚱한 간판을 내건 삐딱함에서 이리라. 오늘 점심도 국밥 먹으로 들어가니 ‘못난 아저씨’다리는 삐딱한 선을 타고 고개를 갸우뚱한 채 수저통을 닦는 삐딱이 아저씨, 그 독특한 모습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끌린다. 나는 성보백화 옷매장에 가서도 삐딱함이 없이 옷을 바르게 줄 지어놓은 데는 가지 않는다. 사진도 삐딱한 포즈를 취해 찍기 좋아하고 신끝도 삐딱하게 매기를 좋아한다. 사유의 폭을 조금이라도 넓게 표현하고 싶은 자아의 욕심이라 할가. 삐딱한 멋을 가슴으로 품으며 잠시 여유를 느껴보는 것도 나의 일종생활방식이겠다. 나른하게 펴진 침상우의 꽃이불 웃쪽에 삐딱하게 놓여져있는 베개 그대로에 머리를 맡기고 꽃이불에 가로 쑥 눕으면 젊은 날에 소곤거렸던 밀어와 모로 삐딱하게 누워 뾰로통해서 잘못을 승인하지 않고 억지를 부렸던 추억이 떠올라 피씩 웃는다.  
남보다 더 잘 살기보다는 남과 다르게 살고픈 나는 하다못해 옷을 입어도 수필을 써도 삐딱하게 입고 삐딱하게 쓰고 싶었다. 80년대, 대부분 처녀들이 자기 성내의 총각을 찾아 시집갈 때 나는 타성의 총각도 마다하지 않았고 지금까지 남이 다하는 파마도 안하고 남이 다 찍는 눈섭도 찍지 않고… ‘예’보다 ‘아니요’를 더 웨치는 삐딱이…
그것은 안깐힘으로, 몸부림으로 낳은 삐딱함, 나의 생활의 곳곳에서 태여나는 삐딱함이다.
 
 
렬등감과 자신감, 결여에 휩싸여 지냈던, 개체업으로 장사하던 시기, 김치장사 아줌마가 단호히 문학을 시작한 것도 내 삶에 멋있는 삐딱함이 아닐가. 어떻게 하면 나의 삶을 나답게 살 수 있을가? 어떻게 멋있게 살아가겠는가? 고민하다가 작가의 길을 선택한 나, 유일하게 잘할 수 있는 게 문학이라고 세상에 나만의 삐딱함을 내보였다. 만약 아직도 김치아줌마로만 살았다면 지금의 문학과도 인연이 없었을 것이고 세상에 나만의 생각을 적은 수필집도 내놓을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 이 시각도 컴퓨터 바탕화면의 사진을 본다. 사진 속의 꽃병 세개 중 삐딱한 꽃병에 시선이 간다. 삐딱한 꽃병에 꽂혀진 꽃들의 모로 누운 모습에서 새로운 무엇을 생각하게 된다. 지난 가을, 만다(万达)광장을 쇼핑할 때 굉장히 많은 샵과 캘러리들이 모여있었는데 새로울 것 하나없이 지루하고 미미해서 점심때 되기 전에 배고파져 눈에 보이는 쇼핑몰에 들어가 찰떡구이 세개 시켜먹고 나오는데 모퉁이에 삐딱한 목조간판 하나, 헤죽헤죽 웃을 수 있는 그 삐딱함에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또 들어가 대만칼국수 한 그릇 비웠다. 이것이 삐딱함의 매력인 것 같다. 패션세계에도 이런 삐딱함의 멋으로 포인트를 주어 고객들의 내면의 무의식적 욕망을 비춰내여 대량의 옷을 판매하고 있다. 곱고 단정한 의복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도 옷섶이 같지 않고 소매길이도 길고 짜름이 같지 않은 어딘가 삐딱한 멋을 풍기는 캐쥬얼 옷을 더 선호한다.
가장 예민했던 청춘시절, “자는 무슨 옷을 저렇게 입고 다니니?” 그런 소리를 귀에 달고 다녔던 나, 누군가에게는 눈에 거슬리는 삐딱함이지만 그 삐딱함으로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 좀 더 멋이 나는 개성 있는 옷을 입고 다양한 삶을 살았던 것은 아닐가. 남들과 달라야 한다는 삐딱함에 긍정적인 삶과 행복을 담고 내공을 키우는 것이 그렇게도 재미있었다. 나에게 있어서 삐딱함은 새로움이였고 령감이였다. 오늘도 글을 쓰다가 눈도 쉬울 겸 일어나 베란다에 줄 세워놓은 화분께로 갔다. 화분통의 장수화나무 중에 한가지가 어긋난 잎사귀들을 잘 거느리고 삐딱하게 모로 누워 자연의 멋을 피우고 있었다. 참 대견스러웠다. 그래서 눈여겨보니 꼿꼿한 가지에 핀 꽃도 예뻤고 비탈진 구부정한 꽃가지에서 방긋 웃는 꽃들도 기특했고 삐딱하게 모로 누운 가지의 꽃봉오리도 다복이 펴있는 잎사귀속에서 방그레 웃음을 물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며 자라난 장수화나무를 보면서 우리들의 인생도 이러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다시 꽃을 바라본다. 삐딱하게 화분통옆으로 쑤욱 나온 꽃나무가 멋스럽고 활기차다. 무엇때문에 “청자연적의 고른 배렬속에 어긋난 잎사귀가 멋있다”고 했는지 조금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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