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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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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블랙 블랙 블랙아웃(1)
2019년 07월 16일 10시 59분  조회:223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블랙 블랙 블랙아웃(1)

조원

 

&

오랜 세월이 흐른 뒤, 그녀는 강림촌 늪가의 갈대밭을 마주하고 서있다. 가는 가을비가 내리고있다. 새벽이라면 좀 늦은, 아침이라면 좀 이른 시간대의 비속의 늪은 적요하다. 늪은 그녀가 강림촌을 떠나서 보낸 오랜 세월에도 오로지 침묵만으로 버티고있었던듯 비소리와 갈대들의 술렁임을 삼키고있다. 조용하지만 울림이 있게. 아주 오래전의 일들은 안으로 안으로 삭혀서 떨쳐버리려 했던 그녀의 침묵처럼. 하지만 그 침묵은 시도때도 없이 그녀의 가슴속에서 소리를 냈다. 때로는 졸졸. 때로는 철렁철렁. 30년만에 그녀를 강림촌으로 데리고 온것도 그 소리이다. 침묵에도 메아리가 있고 그 메아리는 다른 어떤 소리의 울림보다 더 공허하고 오래간다. 늪의 침묵처럼. 

늪은 작아져버렸고 그녀는 커져버렸다. 변한것은 두가지라는 사실앞에 그녀는 시간속의 시간들의 불확실성을 느낀다. 여태껏 늪은 이렇듯 작고 피페하고 헐거운 존재가 아니였다. 늪도 언젠가는 사라지겠지. 그녀는 비에 젖어 그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아래로 처져내려진 갈대의 누런 잎사귀끝에서 떨어지는 비방울을 본다. 그 비방울들은 갈대와 갈대사이에 무늬도 그리지 못하고 늪의 일부가 되여갔다. 형태가 있는것은 언제든 사라지게 된다. 형태가 없는것도 사라지게 된다. 오직 기억만이 남는다. 기억은 생명체이다. 가을과 겨울이 가고 다시 봄이 오면 새순으로 돋아나는 진흙속에 뿌리를 내린 갈대처럼 기억은 되살아난다. 

 

팔뚝에 남아있는 예방주사의 흔적. 

메주콩 뜨는 냄새. 

추녀끝 고드름을 깨물면 입안으로 퍼지는 비릿함.

웃으면 오히려 슬퍼보이게 하는 턱의 보조개. 

삶은 계란의 따끈따끈한 미소. 

볼펜으로 손목에 그렸던 손목시계. 

바줄의 이질감. 

나비머리핀.

“희경아” 하고 불러놓고 “아니” 하던 어눌함. 

해빛속으로 굴렁쇠가 굴러가면서 뿜어내는 아우라.         

 

그녀가 N시 기차역에 도착했을 때는 엊저녁 해질무렵이였다.  N시는 강림촌에서 고작 8리 떨어진 곳에 있었지만 그녀는 어릴 때 시내나들이 나왔던적은 한번인가 두번 그 정도였다. 시내와 농촌이 뭐가 다르더냐는 어른들 질문에 “농촌에는 횡단보도가 없습니다. 가로등과 신호등도요.” 하고 말해버려서 “횡단보도”가 아주 잠간은 그녀의 별명이 되였던것만은 잘 알고있었다. 그녀에게 처음으로 길에는 횡단보도가 있다는 안전수칙을 가르쳐주었던 N시는 무수한 횡단보도와 신호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안전하지 못했던, 그녀가 그동안 떠돌아다녔던 여러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낯선 도시에 불과했다. 

낯선 도시, 낯선 려관, 낯선 방, 낯선 욕실, 낯선 거울앞.

그녀는 양치를 끝내고 머리에 두루고있던 흰 타올을 끌어내렸다. 치약거품이 오른쪽 입귀에 버짐처럼 붙어있는 얼굴이 거울속에 있었다. 엉켜있는 젖은 머리카락에 손빗질을 넣어 흐트러지게 한뒤 머리를 가볍게 좌우로 흔들었다. 머리카락들이 왼쪽 어깨의 예방주사자욱을 간지럽혔다. 아주 잠간, 어지러웠다. 눈을 감았다. 머리카락이 젖꼭지를 쿡 찔렀다. 눈을 살며시 떴다. 이마로부터 타고 내려진 물방울이 눈초리에 떨어지면서 시선을 방애했다. 간질거리는 코안으로 눅눅한 허브샴푸향이 비릿한 냄새와 함께 섞여들어왔다. 눈을 다시 감았다 떴다. 거울속에서는 지극히 괴물스러워보이는 녀인이 있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동공은 열려있었지만 비여있는듯하였다. 다행히 눈 흰자위에 아주 가는 망사무늬의 피줄기가 퍼져있어서 다소 헛것이 아님을 말해주었다. 진실이라고 믿고싶어하면서도 진실이길 두려워 반투명의 커튼뒤에서 망설이는 녀인이였다. 얼굴을 덮은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넣어 머리우로 빗어올리면서 그녀는 고개를 틀었다. 그 찰나의 순간, 그녀는 거울에서 눈이 없는 어떤 녀인의 옆얼굴을 보고야말았다. 

모딜리아나의 녀인. 외롭게 목이 긴 녀인.

대춘大春이 닮았다던 모딜리아니의 녀인의 얼굴이 거울에 있었다. 대춘은 그녀에게는 딱히 뭐라고 할수 없는, 그래서 그저 신비로움이라는 말로 표현할수 밖에 없는 아우라가 있다고 했다. 대춘의 사랑고백이 그랬다. 그리스신화속의 녀인의 신비로운 아우라였는지는 몰라도 대춘은 그녀의 고통과 슬픔, 기쁨과 환희가 넘실대는 마음의 바다를 깊숙한 다른 곳에 묻어둔 그녀의 눈길에 끌렸다고 했다. 거역할수 없는 주술적인 마법에 걸린듯이. 대춘은 어떤 신비로움을 향한 끈질긴 탐험에서 얻을수 있는 스릴을 그녀와의 련애에서 느끼는듯하였다. 결혼생활도 그 연장선우에서 진행되는 탐험의 길인듯하였다. 탐험과 결혼에는 모두 위험의 요소들이 포진되여있으며 극진한 인내심이 필요되는 법. 단지 결혼에는 권태기라는것이 있고 상대를 잘 알아가기도 전에 익숙해져서 멀어질수있는 치명적인 위험요소가 더 있다. 대춘은 무방비상태로 열려져있는 그녀의 몸속으로는 쉽게 들어갈수 있었지만 빗장을 단단히 걸어버린 그녀의 마음속으로 한걸음도 다가갈수 없었다. 그녀의 몸으로 밀고 들어가면서 대춘은 그녀의 눈을 보군 하였다. 신비로움과의 대결에는 승부욕이 따르게 되고 그 승부욕은 왕성한 성욕을 자극하게 되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승부욕은 주눅이 들었다. 뭔가를 보는듯하지만 아무것도 보지 않는, 언제나처럼 비여있는 그녀의 눈을 보면서 벌거벗은 그녀의 몸우에서 헐떡이는 자신의 몸은 흥분과는 거리가 먼, 구걸에 가까운 애처로움이라는걸 대춘은 서서히 깨달아갔다. 언제고 그녀는 혼자이길 고집하고있었으며 대춘은 버려진 혼자였다. 그녀의 어둠을 대춘은 알수 없었다. 대춘의 어둠은 그녀의 관심밖이였다. 옅은 어둠은 짙은 어둠에 먹히우게 된다. 야금야금. 잘근잘근. 그러다 어느날 밤, 대춘은 눈이 없는 모딜리아나의 그림속의 녀인을 닮았어, 라고 그녀의 귀에 입술을 대고 속삭였다. “저주받은 화가”라는 뜻으로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 “모디”,  모딜리아나와 잔느의 아픈 사랑이야기도 해주었다. 왜 눈동자를 그리지 않느냐는 잔느의 물음에 내가 당신의 령혼을 알게 되면 당신의 눈동자를 그리게 될것이라고 련인이자 모델이였던 잔느에게 말했던 모딜리아나의 정직성, 나약함, 소극성도 곁들여 말해주었다. 드디여 대춘의 탐험은 답을 얻은 꼴이 되였으며 답이 나지면 게임은 끝나기마련. 

낯선 침대, 낯선 추위, 낯선 커튼, 낯선 불빛, 낯선 이불, 낯선 습기.

그녀의 N시 낯선 밤은 가을 밤비가 내리는 소리가 지독하게 이어져갔다. 

 

&

겨울이면 오빠는 희경의 손목에 볼펜으로 시계를 그려주었다. 추워서 바깥출입이 어려워지면 지루한 겨울시간을 소비하는 지혜였을지도 모른다. 엄마의 뜨개질과 메주콩 삶기, 아빠의 장작패기와 새끼꼬기, 황둥개의 닭쫓기와 흘레질 등등과 함께 오빠의 시계 그리기에도 생산성, 소비성, 오락성을 두루 갖추고있었다.  

이날도 희경은 오빠를 졸라서 시계를 그리기로 하였다. 

오빠의 방에 희경은 오빠와 마주앉았다. 오빠의 볼펜끝이 희경의 손목 안쪽의 여린 살갗으로 굴러간다. 희경은 꼼지락대며 팔을 빼려고 한다. 오빠의 손아귀는 더욱 우악스러워진다. 오빠의 손등우에 어른스럽게도 파란 지렁이가 꿈틀대는것을 희경은 신기하게 보면서 손목 안쪽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태엽꼭지를 볼수 있었다. 시계테의 원을 그리기 시작하면 간지러움은 더해진다. 간지러움은 간혹씩 못견디게 오는 통증, 아니 즐거운 통증처럼 온몸을 관통하고 발끝까지 저릿저릿하게 한다. 오빠 살살. 살살 해줘. 살살 해란데. 급기야 희경은 참지 못하고 오빠의 손을 뿌리치고 발랑 구들에 누워버리고 왼손으로 배를 안고 오른손은 이미 그려진 부분이 지워지지 않게 허공에 쳐들고 깔깔댄다. 죽겠단 말이야. 간지러바서. 희경은 구실을 만들어야 한다. 관둬, 안하려면 말고. 오빠는 앉은뱅이걸음으로 엉뎅이를 움직인다. 누기 안하겠댔니? 살살 해라 했지. 희경은 발딱 일어나 앉으며 다시 손목을 오빠께 내민다. 도톰한 입술을 실룩이면서. 시계 그리기 작업을 시작할 때마다 손목 빼돌리기와 같은 돌발행위가 없어야 된다는 다짐을 받거나 말거나 희경과 오빠사이의 티격태격의 시나리오는 무한반복되기만 한다. 시계테의 원이 모양새를 갖추기까지의 짧은 시간을 희경은 가장 견디기 어려워했다. 팬티에 오줌방울 찔금 짜내는 부끄러운 짓을 하고나면 둥근 시계테가 완성되여간다. 이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시계가 될거야. 니 맘대로 시간을 결정할수 있는 시계지. 너의 시간은 너의 손에 쥐여져있어. 근사하지 않니? 오빠는 희경의 숨 막히는 초조함과 발갛게 무르익는 수줍음을 달래려는듯 중얼댄다. 간지러움의 극치가 지나고 오빠가 시계안쪽의 시침, 분침, 초침과 열두등분으로 나뉘여지는 시계금들을 뜸 들이면서 그릴 때면 희경은 나분의 손목시계를 생각한다. 나분의 아빠가 생일선물로 사준 분홍빛 테를 가진 장난감시계를. 한번만이라도 그 시계를 차고 밤잠을 자보는게 소원이였다. 오빠가 손목 안쪽에 시계를 다 그려주고나면 기쁨보다도 가슴으로 한숨이 새여나가는것을 느낄수 있었다. 다 크고나서 희경은 그것이 구겨져가는 자존심이라는거, 감춰야만 하는 초라함이라는거, 가난을 뻔뻔스럽게 자랑하는거라는것을 알았다. 시계 그리기 작업이 끝나면 멋있다 하는 오빠의 자화자찬의 미소도 어색했다는것도. 오빠는 시계 그리는 그 과정이 좋았을것이며 희경은 오빠의 손에 잡혀있는 안전감이 좋았을지도 몰랐다. 희경은 오른쪽 손목 안쪽에 그려진 시계줄의 금을 하나 둘 세고 누웠다. 그러고있노라면 온몸의 감각기관들이 살아난다. 옷걸이로 박아놓은 대못에 걸려있는 메주떼들이 발효되는 냄새, 메주떼를 감싸고있는 짚들이 말라가는 소리, 바깥을 향한 고방문에 덧대여진 비닐에서 물방울이 올챙이떼처럼 굴러떨어지는 모습도 곁눈으로 보여진다. 이때가 되면 유난히 나분이의 손목시계도, 나분이의 오리털 노란 등산복도, 나분의 무릎께로 오는 부츠도, 나분이네 벽돌집이 생각난다. 그리고 여름옷 보따리에 숨겨둔 나비머리핀도. 몇번이고 나분에게 돌려주려고 꺼냈다가 다시 숨겨둔 나비머리핀이다. 한숨도 새여진다. 쳐들고있던 손목이 뻐근해질무렵, 니 또 쌌지? 희경의 발치께에 앉았던 오빠가 중얼댔다. 뭐? 또 쌌겠지. 두번째는 질문이 아닌 추정이다. 쌌지? 세번째도 질문이다. 쌌다. 마감에는 긍정적 판정. 희경은 발딱 일어나 오빠의 목덜미를 쥔다. 그러는 희경을 오빠는 뒤로 손을 뻗어 번쩍 안고서는 일어선다. 오빠에게 업힌 꼴이다. 오빠의 등에 매달려 오빠의 목을 두팔로 꼭 조이면서 얼굴을 등에 댄다. 오빠의 등은 따뜻하다. 

글쎄, 말처럼 됐으면 부자 따로 있겠어요?

기회는 잡는거라 했소.

사람 잡지 말고.

소금 뿌리지 마오. 소금도 비싸우.

맛보기로 먼저 작게 해보고 잘되면 크게 벌이면 안될가요?

그때면 늦단 말이요. 얻어터져도 첫매가 훨씬 시원치.

몰라요. 알아서 해보시던지.

하고말고. 두고보란 말이요. 돈 세는 일만 남았소.

아래방에서 엄마와 아빠의 오가는 말소리가 들려온다. 잔뜩 부풀려진 풍선에 쉼없이 바람을 불어넣는 아빠, 긴가민가하면서 풍선이 터져버릴가봐 마음을 졸이고 숨 죽여가는 아이와 같은 엄마.

오리부업 하면 우리 부자 될거야. 

오빠가 희경에게로 고개를 틀며 속삭이듯 말한다. 

나분이네처럼. 

등에 얼굴을 묻은채 희경이 날름 오빠 말을 받는다. 

나분이네처럼이 아니라 나분이네보다. 

오빠가 희경의 말을 시정한다. 

그.래. 

희경은 뾰족한 턱으로 오빠의 등을 콩콩 두번 찍는다. 

잘할수 있어. 

오빠의 팔뚝에 힘이 들어간다. 

그래, 그때면 오빠 이쁜 색시 델꼬 온댔어. 아버지가. 

희경은 키득한다. 

오빠도 키득한다. 

 

&

비가 멎었다. 어스름이 물러가면서 온전한 아침이 왔다. 늪 수면우로 물안개가 피여올랐다. 늪이 품고있는 눈물중에서 가장 맑은 방울들만이 공기속에서 흩어지고 잘게 잘게 부서져서 가볍게 가볍게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는듯하였다. 늪은 고작 이렇게라도 눈물을 날숨처럼 보일듯말듯 그러나 아름답게 날릴수 있어서 다행이리라. 말라가면서 비틀려지고 누렇게 탈색되여가던 갈대밭이 비물이라는 물감이 올려져서 짙어지고 부풀려져서 늪은 더 중후한 무게에 눌리우는듯하였다. 그녀가 접어서 들고있는 검정우산에서는 물방울이 떨어졌다. 까만 구두우에. 갈대밭이 끝나가면서 뚝쪽으로 완만하게 이어진 비탈진 경사면으로는 코스모스가 외로운 사슴처럼 목을 길게 빼들고있었다. 

강림촌을 지척에 두고도, 진짜 엎어지면 코 닿을 곳까지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늪가에 오래동안 서있었다. 모습을 완연 드러낸 강림촌은 그녀에게는 어느 작은 고독한 섬의 존재처럼 멀리에 있는듯하였다. 섬의 군데군데서 아침연기를 풀어올리고있었다. 점심 식후의 어느 회사원의 나른한 담배연기의 실루엣처럼 라태함이 묻어있었다. 간혹씩 라태함은 일상의 여유이며 평화이고 고요가 되기도 한다. 추수가 끝난 시골의 풍요로움에도 즐거운 라태함이 있으리라. 그녀는 자리를 떴다. 비탈길을 걸어서 천천히 뚝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이제 그녀가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서 이야기는 달라질것이다. 

동네는 조용하였다. 몰라보게 변했을거라는 기대는 없었지만 동네 입구에 들어서면서 그녀는 되살아나는 기억으로 누구의 안내 없이도 옛집을 찾을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면서 약간의 실망이 일었다. 초가집을 허물고 그 자리에 벽돌집을 지었고 집집을 이어주는 도로들이 아스팔트로 바뀌였을뿐 동네를 남북으로 가르마처럼 갈라놓은 동서로 뻗은 큰길이며 골목골목을 관통하는 옛길의 흐름은 영구적인 지도처럼 엄밀하고 단단했다. 물곬이 바뀌고 길이 새롭게 뚫리지 않는 이상 기억의 네비게이션은 완벽하게 작동할수 있었다.

그녀는 이미 다른 사람으로 커버렸고 엄마가 세상 뜰 때의 나이인 마흔셋이다. 늙지도 젊지도 않은 나이다. 그녀는 소문으로 고향은 비여간다는 소식쯤은 알고있었다. 해외로, 대도시로의 인구이동으로 농촌학교들이 페교가 되였으며 조선족 동네들은 한족동네로 되여간다는것도. 30년이나 지났으니 떠나간 사람들의 빈자리는 남아있는 사람들이 지켰을것이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떠나간 사람들을 잊어갈것이다. 세월은 그녀를 포함한 그녀 가족들의 이야기를 묻어버린지 오래될것이다. 그녀를 알아볼 사람은 동네에 없을것이다. 그녀는 민속촌에 들린 관광객일뿐. 그녀는 관광객답게 발걸음이 가볍게 움직여졌다.  

태양열 가로등을 하나 둘 셈하면서 동네 두번째 골목을 지날무렵, 그녀는 큰길가의 집문이 열리는 소리와 거위들의 날개짓과 함께 꽉꽉 울어대는 소리를 들었다. 그 뒤에는 방아간집이 있었다. 굳이 숨거나 피하지 않아도 된다. 그녀는 소리나는쪽으로 머리를 돌렸다. 잠에서 금방 깬듯 뒤통수가 납작하게 깔려있고 숫구멍쪽의 머리카락이 삐죽 솟아오른 어린 남자가 부랴부랴 벽돌로 쌓아올린 작은 집으로 들어가고있었다. 화장실이였구나. 그녀는 중얼댔다. 그러고보니 허물어버린 초가집의 잔해가 널려있는 길건너 집터에도 있는, 벽돌로 쌓아올리고 하늘색 양철지붕을 얹은 자그마한 집들은 촌민위원회에서 호당으로 한간씩 지어준 화장실임에 틀림없었다. 비여버린 집터를 지키고있는 신식 화장실을 보면서 그녀는 TV 뉴스에서 자꾸 떠들어대는 부패가 농촌에도 뿌리를 내리고있음을 알수 있었다. 우습게도 이 마당에 사회로 향한 눈길을 가지고있는 자신의 여유를 느끼면서 그녀는 피식 웃었다. 다시한번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한 녀인이 나타났다. 보글보글한 갈색의 파마머리를 목이 덮이지 않게 커트해 올린 녀인과 시선이 마주쳤다. 아주 잠간, 2초 3초간의 짧은 시선의 오감에서 두 녀인은 뭔가를 읽어냈다. 일방적이지 않고 나누어가지는 시선에는 사연이 있다. 그녀는 기억이 갖고있는 순발력에 몸서리쳐졌다. 놀란듯하지만 초점만은 콕 박혀있는 고양이의 눈, 나약함을 가장한 공격적인 고양이의 눈빛, 고양이의 오줌은 어둠속에서도 빛을 낸다고 했으니 그 눈빛인들 어떠하랴. 고양이 눈빛의 그 녀인이 누구라는걸 그녀는 알아버렸다. 그 녀인의 불에 데여 놀란듯한 눈빛도 그녀를 알아보았다는 증거다. 녀인은 쑈훙이였다. 그렇다면 좀전에 화장실로 들어간 어린 남자는 쑈훙의 아들일거고.

그녀는 숨을 몰아쉬면서 휘청거리는 몸을 겨우 가누면서 앞으로 걸었다. 다행히 뒤에서는 아는체하는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물론 쑈훙도 놀랐을것이다. 공소부와 구락부가 있는 동네 중심부에까지 왔다. 동네를 떠날 때만 해도 동네 지표성 건물인 구락부, 지붕아래의 삼각벽면에는 세멘트로 양각된 “인민을 위해 복무하자为人民服务” 다섯글자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구락부옆의 빈집 공터를 허물고 축구장 반쯤 되는 광장도 만들어졌고 어느 서툰 도끼목수의 솜씨를 자랑하는 떡메가 광장 중심에 놓여져있었다. 옛집은 광장 뒤쪽의 골목에 있게 되였다. 광장을 스쳐지나는 그녀의 걸음은 단호해지기 시작했다. 

30년전 아빠에게 끌려서 야반도주하던, 눈이 얼어붙었던 골목길에 그녀는 섰다. 

 

&

희경아.

예.

희경아.

예?

아니.

희경아.

아빠와 희경 사이에는 침묵이 끼여든다. 술을 먹고나면 아빠는 딸의 이름을 불러놓고는 아니 하고 입을 다문다. 희경은 굳이 리유를 따져 묻지 않는다. 희경은 누군가가 불러줘서 확인되는 존재감으로 따뜻한 위로를 받는다. 오빠가 잡혀가고 엄마가 자살하고 떠난 집을 아빠와 희경이 지키고있다. 아빠와 희경은 언제나 서로에게 곁에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켜야만 한다. 아빠는 부엌에서 불을 때다가도 희경아, 화장실 문앞에 따라나와서 희경아, 어슴프레 잠에 빠져들 때에도 희경아… 아빠는 무시로 딸의 이름을 부른다. 조용하면 오히려 낮잠을 잘수 없게 된 아빠의 곁에서 희경은 소리를 내야 한다. 소리 내서 책을 읽는것이 지겨워지면 서랍을 열었다 닫았다 옷장속의 옷들을 끌어내서 개이기도 하고 쓸모없게 된 공책을 가위로 삭삭 자르기도 한다. 

희경아...

팔베개를 하고 누워있던 아빠가 딸을 부르며 일어나 앉는다. 희경은 공책을 덮으면서 밥상너머에 앉아있는 아빠를 본다. 면도를 하지 않은 아빠의 얼굴에는 수염이 제멋대로 자라있다. 

우리 이사 가자.

이사요?

그래…

어디로요?

그냥 아빠 따라가면 돼.

오빠를 기다리지 않고?

걱정말고. 그건 내가 알아서 할거다. 

언제요?

지금.

밤중에?

그래. 지금. 

준비도 못했는데. 

준비할게 뭐 있다고. 

인사도 해야잖아요.

나중에… 인사는 후에라도 늦지 않으니.

그래도.

우리 새 출발을 하는거다.  

새 출발.

지금 서둘러야 한다. 필요한것만 챙겨. 후에 다시 와서 가져가도 되니까.

밤 열시가 되여서 당나귀차가 왔고 희경이네는 이사짐을 싣는다. 뺄것도 더 보탤것도 없는 초라한 이사짐 덕분에 희경이 올라앉을데는 있다. 앞에는 당나귀차 몰이군 한족 할아버지가 서고 뒤에는 아버지가 따른다. 겨울밤이면 한층 꽁꽁 얼어붙는 눈길은 빙판의 랭혹한 한기와 견고함이 있다. 당나귀가 뚜걱뚜걱 한걸음씩 나아갈 때마다 발굽에 박힌 징이 눈얼음우에 미끌리면서 내리찍는 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린다. 끼이익 칙. 끽 치이익. 치지찍. 치찍. 물주전자 두껑으로 유리를 긁어대는 소리. 당나귀차는 위태롭게 앞으로 나아가고 그 뒤쪽으로는 부서진 자잘한 눈얼음조각이 시린 달빛에 랭정하고도 예리한 빛을 쏜다. 충분히 눈을 멀게도 할수 있는 빛. 바늘에 찔리는듯한 열기가 희경의 목덜미에서부터 발끝으로 쑥 빠져나간다. 등이 젖어든다. 몸이 덜덜 떨린다. 희경은 벙어리장갑속에 넣은 손을 꼬부린다. 머리핀이 꼭 쥐여진다. 나분을 생각한다. 

나비머리핀. 

 

&

머리카락은 사람들마다 저마끔 움켜쥐고나온 지문과 같은 존재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내가 너가 될수 없는, 너가 내가 될수 없는, 나는 오로지 나이고 너는 오로지 너이고 또한 우리로 될수 있는 가능성의 식별능력을 머리카락이 가지고있다고 생각했다. 출생의 비밀이라던가 신데델라라던가 뭐 이런거 빼면 진행이 되지 않는 막장드라마에 등장되는 신비롭지만 엄연히 과학적 술어인 DNA라는 영어문자가 머리카락속에 들어있다는 증거는 그녀가 머리에 갖고있는 신뢰를 확고부동하게 해주었다. 그녀는 타인의 머리를 만져주고 감겨주고 잘라주는 행위에 강박적인 즐거움을 느꼈다. 잘려져 바닥에 흩어져있는 머리를 쓸어담으면서 타인들이 버리고싶어하는 과거를 제멋대로 들춰내서 상상해서는 제멋대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해버렸다. 아주 가끔씩 세면대에 찰싹 달라붙어있는 물기가 있는 머리카락을 떼여내면서 쉽게 썩을수 없는 생명이라는것도, 죽음이라는것도, 령혼이라는것도 생각할수 있었다. 

H시에서의 10년 관광가이드일을 접게 한것도 그녀의 타인의 머리에로 향한 무서운 집착이였다. 그것은 대춘大春을 만나게 된 계기가 되였으며 또한 30년전의 과거로 돌아갈수 있었던 구실이기도 하였다.

그녀가 미용실 영업을 시작한 2010년 봄에 한달에 한번꼴로 머리 자르러 오던 대춘은 여름의 폭염이 시작되면서 보름에 한번꼴, 추석의 명절머리를 자르고나서부터는 일주일에 한번 꼴로 머리 감으러 미용실을 들리군 하였다. 망설이면서 왔다가 아쉬워하면서 미용실 문을 나서는 대춘의 마음을 그녀는 부담없이 읽어냈다. 목을 세면대에 젖히고 느슨히 눈을 감고 머리를 그녀에게 맡기는 대춘의 얼굴에서 그녀는 폭신폭신한 솜 같은 행복을 보아내군 하였다. 어쩌면 잠 자는 아기의 얼굴인듯하기도 하였다.

미용사는 엄마 같고 아빠 같은 존재인가봐요. 머리는 타인에게 쉽게 내여줄수 없는 소중한것이 아닐가요? 가장 소중한것은 가장 소중한 사람의 손에 있어야 마땅한것이기도 하구요. 엄마들은 아이들의 머리를 감겨주잖아요. 싫다고 징징대는 아이를 달래기도 하고 협박을 하면서 말입니다. 아이들은 왜 머리 감기를 그토록 싫어할가요? 엄마가 머리를 감겨줄수 있는 어린 시절이 참 그립습니다. 생각해보세요. 엄마의 그 손길을 말입니다. 성인이 되고나서 그 시절이 그리워서 엄마에게 머리를 감아달라고 머리통을 들이밀 용기 있는 사람이 있을가 궁금하기도 하구요. 우리 인간은 늘 조물주에게 감사해하는 마음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때가 되면 머리를 잘라야 하는 법을 만들어줬으니까요. 머리를 자르는것은 자기의 껍데기를 찾는 행위가 아닐가요? 그리고 미용실의 거울에서만 볼수 있는 진실된 자아를. 미용실에서 집으로 돌아와서 다시 거울을 보면 또 다른 모습이거든요. 고작 한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제가 넘 오버하는거 아닌지 모르겠는데요. 그냥 그렇다는 말입니다. 너무 신경쓰지 마십시오. 미용사가 머리를 자르는 동안만은 고객은 고분고분 말을 잘 들어야 하지요. 머리 숙엿 하면 옛, 오른쪽으로 하면 옛, 움직이지맛 하면 옛, 눈 감앗 하면 옛. 눈 떳 하면 옛. 훗후후. 웃기잖아요. 이때는요, 미용사는 엄한 아빠 같은 존재라구요. 

그해 겨울의 눈 내리는 밤, 대춘이 세면대에 머리를 젖히고 눈을 감은채 주절댔다. 샴푸물이 귀바퀴를 타고 세면대에 떨어졌다. 그녀의 그림자가 잠간씩 움직여져서 얼굴에 불빛이 내려지면 대춘은 감은 눈을 조금씩 쪼프리기도 하였다. 바르게 꽁꽁 조여져 박혀있는 흰 이 안쪽끝의 치석, 마른침 삼키는걸 들키지 않으려고 조신스레 움직이는 울대뼈, 잘 다음어진 코털사이로 새여나오는 술냄내… 대춘의 입에서 껍데기를 찾는 행위라는 말이 나오면서 그녀는 하던 작업을 멈추었다. 분사기의 물줄기가 세면대에 뿜겨지는 소리는 대춘의 독백에 배경음악으로 흐르고. 그녀는 삼푸물을 손에 묻힌채 쇼윈도 유리창에 비껴있는 풍경을 보았다. 그녀의 유난히 긴 목만이 허옇게 드러나고 그녀의 몸과 벌려져있는 대춘의 다리와 발, 미용실 내부의 사물들은 실체가 아닌듯이 어렴풋이 비쳐진 스크린 뒤쪽으로는 자동차 불빛들이 분주하게 오갔다. 그 덕분에 눈발이 실체를 드러냈다. 

 

&

희경은 오리먹이풀이 반쯤 담긴 바구니를 팔에 낀채 풀밭에 앉는다. 나분도 희경의 옆에 앉는다. 풀밭에 손수건을 펴놓고 그우에. 미풍이 훈훈한 봄볕을 실어온다. 풀냄새와 흙냄새가 참 좋다. 희경과 나분은 카메라앞에 나란히 앉아서 샤타가 눌러지길 기다리는 예쁜 소녀들처럼 꼼짝않고 언덕아래를 내려다본다. 타래떡처럼 구불구불 갈려 엎어진 흙들이 펼쳐진 논밭들이 보인다. 아지랑이는 결과 결이 서로를 간지르며 먼 강건너에서 피여오른다. 

곱니?

희경은 단발머리를 귀바퀴로 쓸어올린다. 희경은 고개를 살짝 틀어 얼굴을 나분에게 돌린다. 귀바퀴에는 노란 민들레꽃이 피여있다.

민들레꽃이 아름다운거 오늘 처음 알았어.

나분은 말솜씨를 은근 자랑하고싶어한다.

꽃병이 고우면 꽂혀지는 어떤 꽃이라도 곱겠지.

희경도 뽐낸다.

꽃은 다 아름다와. 못생긴 꽃 어디 있대?

나분은 벌침을 꽂는다. 

있지. 왜 없는데.

희경은 나분과 마주앉는다. 

거짓말.

나분의 벌침은 주춤한다. 오늘의 게임은 오래간다는 실패감.

쓴웃음꽃. 하핫하.

씀바퀴꽃은 아름다와. 여기에 있는.

나분은 희경의 귀에 피여난 민들레꽃을 똑 따서 코끝에 갖다댄다. 노오란 꽃잎 하나가 나분의 빨간 입술에 똘랑 떨어진다. 어울린다. 착착.

그래, 고운짓은 니 혼자 다 해라.

희경은 진짜 화가 나도록 토라졌지만 삐친척하느라 애쓴다. 

희경은 다시 나란히 나분의 곁에 앉으며 팔을 뻗어 나분의 어깨를 안는다. 희경의 손목안쪽의 그림시계는 이미 희미해간다. 

희경과 나분 사이에 은밀한 대화가 오간다.

그 애 말이, 그 애. 여름방학이면 또 오겠지?

그 애라니?

칫, 빼긴.

대체 누가 오고 가는데? 알아듣게 말해야지.

눈치박사 나분이 도끼등 락제생 됐니?

대체 뭔 말하는데.

몰라서 그래? 

몰라.

방. 아. 간.

오, 그 애?

여시같다야. 속 보인다.

오든말든 뭔 상관이게? 말 한마디도 못해봤는데.

니 좋아하지? 

아니. 싫어는 안하지.

좋다는거야?

몰라.

둘사이 대화가 잠간 끊긴다. 희경의 곁눈으로 뭔가를 생각하며 입가에 슬며시 웃음을 건 나분의 모습이 보인다. 나분에게 미안해지려 한다. 희경은 고개를 꺾는다. 여름옷 보따리에 숨겨둔 나비머리핀을 몇번이고 나분에게 돌려주려고 했지만 망설이기만 했을뿐 끝내는 미루게 되였다. 다가오게 될 여름까지.

지난 여름방학이 다 끝나갈무렵의 어느날, 외할머니 집으로 놀러 온 방아간집 소년이 문득 길가에서 희경을 불러세웠다. 소년의 목소리로 불려지는 “희경”은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솜사탕 같았다. 희경은 처음으로 자기의 이름이 나분의 이름보다 이쁠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나서 하마트면 울어버릴번했다. 머뭇머뭇하던 소년이 호주머니에서 머리핀을 꺼냈다. 반짝이가 박혀있는 나비모양의 머리핀을. 희경은 얼굴이 훅훅 달아오르면서 심장이 튀여나올것만 같았다. 부탁 하나 들어줄래? 소년이 말했다. 응. 희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이거, 니 친구… 나분에게 전해줄래? 소년이 말을 더듬었다. 뭐라고? 희경은 고함을 질렀다. 소년은 놀라서 뒤로 물러섰다. 희경은 씩씩 숨을 고르다가 만화속의 주인공 머리우의 알전구에 불이 들어오듯이 좋은 궁리가 스쳤다. 전해줄수는 있어. 희경은 쌀쌀하게 말했다. 고마워. 소년은 덥석 희경의 손을 잡고는 머리핀을 쥐여주었다. 똑같은걸로 나한테도 줘야 해. 희경은 단호해졌다. 하나밖에 없는데. 소년은 쩔쩔 맸다. 그럼 다음에 올 때 또 하나 갖고오면 될거 아니야. 희경이 말했다. 그럼 그건… 먼저… 나분에게 줄수 있어? 다음에 올 때 니꺼 가져올게. 소년이 애원했다. 알았어. 희경은 소년과 거기서 바로 헤여졌다. 희경은 소년이 꼭같은걸로 가져오면 나분에게 전해주리라 생각했었는데 소년은 그 다음해 여름에 희경에게 머리핀을 주지 않았다. 

출처:<장백산>2017 제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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