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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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사진속 나의 모습
2009년 04월 08일 07시 11분  조회:2550  추천:42  작성자: 장연하
얼마전 기자증을 다시 하면서 . 편집부에서 통일적으로 사진관에 가 같은 규격으로 증명사진을 찍게 되였다. 오랜만에 찍는 증명사진이라 특별히 얼굴화장에 신경쓰고 옷색갈도 사진에 잘 나오는 원색으로 골라입고  갔다.

친절한 사진사의 안내에 따라 카메라앞에 앉는데 금방까지 내 맘대로 되던 안면근육이 말을 듣지 않는다. 나도 모르게 눈에 힘이 들어가 치켜떳는지 사진사가 앵글의 아래쪽을 보라고 주문한다. 미소는 지어야지 하면서도 어색하게 이를 앙다물고 눈은 째려보듯이 앞을 보다가 어쩡쩡한 기분으로 의자에서 내려왔다. 한번만 다시 찍어보자고 말해보고싶었지만 그냥 참고말았다.

그런데 그자리에서 나온  증명사진을 보면서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흰 바탕에 보통증명 사진보다 사이즈가 큰  사진은 아주 정직하게 나를 옮겨 놓았다. .정성들인 화장임에도 불구하고 더도 덜도 아닌 딱 내 나이만큼 보이는 영락없는 중년아줌마의 모습을 하고있는 나, 애매한 미소를 띤 모습은 어색하게 굳어져있었고 좌우의 균형이 맞지 않는 입매는 대칭이 안되게 나와있었다.

사실상 증명사진이라는게 혼자서 찍어야 하는거라 표정관리하기가 무척 어렵다. 친구들과 가족들과 어울려 찍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보통은 굳은 표정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인지 웬지 내 모습이 아닌것 같기도 하고 실망감은 더더욱 커지는것이다.

지금껏 가족과 친구들과 찍은  사진첩에 보관된 나의 사진들은 실물보다 잘 나왔다. 나를 조금은 괜찮게 보이게끔 만드는 기능이랄가, 여지가 있었다. 물론 내가 너무 정직하게 찍힌 이상한 사진들도 많았지만 그것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슬금슬금 사라지고말았다. 마치 사진에 발이 달려 저들이 스스로 잠적해버린것처럼. 나는 잘된 사진만,  내가 보고싶은 사진만  보았다. 장점은 보고 단점은 외면하였다. 보고싶지 않고 인정하고싶지 않은 부분들은 머리 속에서 지우고 휴지통속에 던져버렸다. 그리고 나는 매일 하루에도 몇번씩 결코 잘생기지 않은 얼굴을 거울로  들여다보면서 그런대로 괜찮은 얼굴로 윤색해버렸고 마흔 넘은 나이에서 오는 여유까지 보태여 내 얼굴에 그지없이 너그러울수 있었던것이다.

그런데 사진속의 나는 불과 몇메터 앞에 놓인 카메라 렌즈를 의식한듯 입을 앙다물고있었다. 좀더 멀리, 먼 미래의 꿈을 향해 시선을 두었더라면 좋았을것이다. 바로 앞을 쏘아보는 눈매에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숨기지 못하고있는듯 하였고 뺨과 턱에는 욕심이 붙어 자라고있었다. .  증명사진속에는 애써 숨겨두고 인정하고싶지 않았던 나의 결점이 송두리째 드러나 있었다. 거짓은 언젠가, 어느 경로를 통해서든 드러나기마련이다. 남보다 나 자신이 먼저 알아보는 나의 참모습을 말이다.

. 누군가가 한 명언이 떠오른다  " 나는 나의 증명사진을 통해서 아무것도 증명하고싶지 않다. 어떤것을 증명하는것은 내가 아닌 내 사진들이고, 그 사진들로부터 가르침을 받는쪽은 나이다." 아주 쉬운, 단순한 말이지만 곱씹고 곱씹어 볼수록 너무 가슴에 박하는 말인것 같다.

증명사진을 보면서 나의 전부를 살아온 날들의 집합을 보는것 같다. 왜 좀 더 반듯하게 살지 않았을까… 마음에 들진 않지만 이번 사진은 내 사진첩속에서 오래도록 머물게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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