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주의자’는 자신의 의지로 결혼하지 않은 사람을 말한다. ‘비혼? 결혼이면 결혼이고 독신이면 독신이지, 비혼은 뭐지? 유별나네……’ 과거 싱글들을 무조건 미혼(결혼을 전제로 한 싱글)이라 불렀다면 이제는 싱글들 스스로 비혼을 표방하고 그렇게 불러 달라는 요구가 거세다. 사회 규정과 흐름에 따르지 않고 자기 의지를 반영한 혼인 상태(marital status)라는 것이다. 만약 비혼의 개념을 알고도 스스로를 미혼이라 규정한다면 ‘결혼하려는 싱글’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
요즘 많은 20~30대가 비혼주의를 외치는데 이유를 물으면 (특히 여자는) ‘결혼하면 살기가 너무 힘들어져서’, ‘아이 낳고 책임지는 게 싫어서’, ‘아무리 살펴도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어서’란 답이 돌아오는 때가 많다. 사회・경제 환경의 변화에 따라 결혼 후 개인의 삶이 팍팍해 지는 경우를 많이 본다.
서로를 향한 사랑과 별개로 하루하루를 살아 내는 일이 결혼 때문에 더욱 힘들어지는 것이다. 시댁, 처가와 가족으로 엮이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한쪽이 집안일을 거의 하지 않아 두 몫을 치우며 요리와 빨래하는 경우, 일에서 더 성장하고 싶지만 아이가 생기면서 전업주부나 청년 실업자가 되는 경우 등 다 결혼 공포심을 키우는 사례다.
가끔 “우리 부모님 세대는 결혼해서 집도 사고,
아이도 몇이나 낳아 대학 공부 다 시키지 않았냐?”라며
시대착오적인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결혼한 사람들 몇 명과 대화만 나눠도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직장이 생기고, 아이를 많이 낳으면 커서 밭이든, 공장이든 가서 돈을 벌어 오고, 그 돈으로 집을 사면 집값이 오르고, 일하는 동안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놀다 저녁 때 들어오는 세상이 아니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으면 학자금, 집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 해고되지 않기 위해 일과 공부도 치열하게 해야 하고, 매일 살림에다 아이가 생기면 육아도 부부가 오롯이 맡아야 한다.
홍콩에서는 살인적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결혼하고도 부모 집에 얹혀사는 건 물론, 저소득층 부부 중 각자 부모 집에서 헤어져 사는 경우까지 생겼다고 한다.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점점 그런 추세다.
대가족이 와해된 지금, 결혼한 사람들이 직접 할 일은 급격히 늘어난 상태이며 결혼식을 올리고 함께 사는 여건도 여의치 않다.
결혼이란 제도를 거부할 뿐 연인이 있거나, 혼인 신고 없이 오래 동거를 지속하는 경우, 이혼 후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경우, 법적으로 사실혼 관계를 인정받는 경우 등 연애 관계까지 파헤치면 수많은 사연이 존재한다. 그렇게 현재 한국 사회에는 다양한 비혼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비혼이라는 이름의 다양한 삶의 방식
‘브란젤리나 커플’,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는 아이 여섯을 키우면서도 동거만 지속하다 2014년 비공개 결혼식을 올렸다. 2005년부터 사귀기 시작했으니 최소한 10년은 결혼하지 않은 상태로 산 것이다. 안젤리나 졸리가 강경한 비혼주의자였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결국 아이들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했다. 그로부터 2년 후 마치 잘 짜인 비극처럼 그들은 이혼 소송 절차를 밟게 됐 다. 이번에는 브래드 피트가 충격으로 비혼을 선언했다고 한다.
복잡한 요즘 세상에서는 비혼도, 결혼도 단순한 문제가 아니며 그 사이에는 광대한 삶의 영역이 존재한다. 사르트르는 “인생은 B(Bri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다”라는 말을 남겼다. 실존주의 관념으로 접근하자면 결혼을 선택할 권리, 혹은 선택하지 않을 권리는 평생 매 순간에 걸쳐 주어진다. 뜻한 바 있어 비혼으로 평생을 사는 종교인이 아닌 한, 평범한 사람들은 얼마든지 자신의 ‘주의’를 바꿀 수 있으며 결정한 순간만큼은 그것이
사실이다.
다만 상대가 있다면 쌍방의 동의가 필수다. 결혼도 연애도 혼자가 아닌 둘이 하는 것이다. 잘 사귀다가 한쪽이 결혼하지 않겠다는 이유로 다툼이 생기거나 헤어지는 경우를 종종 본다. 상대의 의사가 어떤지 모르는 데 만나자마자 비혼주의자임을 선언하는 일도 무척 어색하다. 하지만 상대가 결혼을 계획한다는 사실을 알고 둘의 관계가 진지해진다면 한 번쯤 얘기하고 넘어가야 한다. 반대로 결혼 안 하겠다는 상대의 의사를 가볍게 넘기거나 결혼을 강요하며 분노하는 촌극 역시 없어야겠다.
결혼과 비혼에 관한 새로운 태도
《선택하지 않을 자유》
현대에는 '결혼'에 대한 수많은 왜곡과 선동이 있다. 모든 혼란 속에서도 우리는 행복한 삶을 위한 저마다의 해답을 찾아야 한다. 이 책이 결혼과 비혼 사이, 그 무한한 선택과 자유에 대해 솔직하게 고민을 나누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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