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수기] 애들의 말을 경청하는 교원이 되련다
조글로미디어(ZOGLO) 2022년1월4일 09시42분    조회:577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우리 왕자님, 오늘도 선생님 말씀 잘 들었지?”

나는 하학하고 우리 반 교실로 들어오는 아들을 안아주며 습관적으로 물었다.

“아니, 오늘은 우리 선생님이 우리 말을 잘 들었어.”

필자

아들애의 홍두깨같은 말에 나는 웬 일인가고 다그쳐 물었다. 아들은 오늘 바줄당기기를 했는데 선생님이 체육 반장인 아들한테 선수를 뽑으라고 했단다. 그리고 선수들이 서는 위치까지 자기와 친구들이 다 알아서 했단다. 게다가 일등까지 해서 선생님이 친구들에게 고맙다면서 아이스크림과 쵸코파이를 사주었다고 신바람이 나서 말했다. 그렇게도 기분이 좋아하는 아들의 얼굴을 요즘 자주 보게 되여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엄마, 우리 선생님은 우리 말을 잘 듣는 선생님이야. 그래서 우리 반 애들은 선생님을 다 좋아해.”

워낙 말문이 무거워 내가 물어보는 말도 대답하기 싫어하는 아들애인데 담임선생님이 무슨 재주를 부렸는지 요즘은 매일 녀자애들 못지 않게 콩새처럼 재잘거린다. 나는 아들애의 탈바꿈한 모습에 깜짝 놀랐다.

아들애는 좋아서 코노래까지 부르며 숙제를 했다. 숙제도 자기 절로 골라서 가져왔다며 너무 좋아했다. 숙제를 자기 절로 고르다니? 금시초문이다. 나는 어안이 벙벙해났지만 여느 때보다 열심히 숙제를 하는 아들애를 보니 내 마음도 즐거웠다.

“애들의 말을 잘 듣는 선생님?”

돌이켜보면 지난 7년간 담임교원을 하면서 나는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듣는 애들을 키우기에 노력을 다해온 것 같다. 학생은 교원의 말에 절대 복종이라는 말을 신조처럼 여기면서 세살 아이 말도 귀담아 들으라는 말은 아예 머리속에 없었다.

‘그래, 오늘부터 나도 애들의 말을 잘 듣는 선생님으로 되여보자.’

신이 나서 코노래까지 흥얼거리는 아들애를 바라보며 나는 오늘 오후 방과 후 봉사 시간부터 한번 실천해보기로 했다.

“친구들, 오늘 방과 후 봉사 시간에 어떻게 앉아 공부하는 것이 좋겠는지 말해보세요?”

뜻밖의 물음에 애들은 의문스러운 눈길로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입을 열지 않았다. 한참 지나서 누군가 자기가 좋아하는 짝꿍과 같이 앉을 수 있는 가고 물었다. 나는 흔쾌히 된다고 했다.

“정말입니까?!”

애들의 입에서 놀라움과 의문이 섞인 소리가 새여나왔다. 내가 얼굴에 웃음을 담고 힘 있게 고개를 끄덕이자 삽시에 환성이 터져나왔다.

“친구들, 시험지 3장에서 몇장을 골라 할가요?”

“선생님, 먼저 한장 골라도 됩니까?”

내가 당연히 된다고 하자 “선생님, 고맙습니다.”라고 하며 마구 엎드려 절까지 하는 애들도 있었다. 그리고 앞에 나와 신이 나서 시험지를 골랐다. 잠시 후 교실에서는 사각사각 연필 소리만 귀맛 좋게 들려왔다. 수학 공부라면 싫어서 질질 늘구 던 애들도 입을 실룩실룩 구구를 중얼거리며 계산을 하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효과에 나는 얼굴에 웃음꽃이 피여났다. 애들은 시험지 한장을 마치고 나서 또 한장을 더 하겠다며 시험지를 가져갔다. 정말 억지로 하는 일보다 즐겨하는 일이 효률이 높고 효과적이였다. 우리 어른들도 남에게 잔소리를 들으며 일하기 싫은데 하물며 천진란만한 애들인 데… 좋은 말도 세번 하면 듣기 싫다고 하지 않는가.

어느 날 운동회 종목을 련습할 때였다. 금년에 새로 나온 유희 종목인 ‘무릎 사이에 뽈을 끼고 달리기’를 훈련하며 볼라니 뽈이 자꾸 떨어져서 빨리 달릴 수가 없었다. 이렇게 대책없이 련습하다가는 영낙없이 꼴등을 할 것 같았다. 구두쟁이 셋이 모이면 제갈량보다 낫다고 나는 애들에게 자주권을 주고 애들 절로 방법을 모색하게 했다.

“친구들, 오늘 자체로 훈련해보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연구해보세요.”

나는 선수도 자체로 뽑고 달리기 방법도 잘 연구해보라고 했다. 애들은 내가 시키지 않아도 나틈대로 열심히 훈련하였다. 아마 처음 자체로 해보는 일이여서인지 더욱 열정을 보였다. 그런데 며칠이 지났지만 선수 명단만 나에게 알려줄뿐 달리기 방법은 절대 알려주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꼭 1등을 할 수 있으니 걱정 말라고 장담했다.

나는 애들에게 자주권을 준 이상 그들을 믿어주기로 했다. 한편으로는 혹시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히지 않을가는 근심이 은근히 서리면서도.

마침내 운동회 날이 왔다. 과연 애들의 장담 대로 1등을 했다. 애들은 너도 나도 다투어 짧은 바지를 입고 살과 살 사이에 공을 끼워야 꽉 집혀지더라며 비결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마대 입고 달리기’도 애들 말 대로 신발을 벗고 했더니 또 1등을 했다.

애들을 믿어주고 자주권을 준 내 자신이 너무 대견스러웠다. 집체 1등이라는 ‘기적’같은 상장을 타고 애들도 나도 울었다. 그 때로부터 애들은 주동이 되여 내 주위에 뭉치기 시작했다. 아기병아리들이 어미닭 주위를 맴돌 듯.

공부도 애들의 생각을 따르며 했더니 더는 부담이 아닌 즐거운 배움으로 되였고 서로 가르치는 흥미로움, 배우는 즐거움에 젖어있었다. 머리를 맞대고 즐기는 공부는 진짜 가슴으로 하는 공부로 되였다. 즐겨하는 일이 이렇게 보람을 낳고 성과를 가져온 것이다.

여러가지 활동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였다. 활동 때마다 애들과 함께 방안을 연구하였더니 미술, 서법, 벽신문만들기 등 경색에서도 모두 예기한 성적을 거두게 되였다. 동료들은 짧은 시간에 제고를 가져왔다며 ‘기적’이라고 했지만 나는 알고 있다. 이 모두가 다 애들을 믿어주고 애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고 애들의 의견을 존중해준 결과라는 것을.

애들이 공부든 활동이든 모두 주체가 되여 서로 이끌고 감독하기에 효률이 높아지고 효과도 좋았다. 애들끼리 규정을 세우고 애들끼리 검사하기에 더 엄격하고 에누리 없었다. 명령과 복종 관계가 아닌 민주적이고 주인공다운 태도로 스스로 하는 일이여서 너나없이 즐거워했다.

하여 교원과 학생은 평등호조 관계가 되였고 학급에는 춘하추동 봄날의 따뜻한 해살이 비치듯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돌았다. 따라서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듣는 훌륭한 학생으로 키우려는 내 목적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애들의 마음은 오점 하나 없는 백지장 같다. 이 백지장에 아름다운 산수화도 그릴 수 있고 멋 진 인물화도 그릴 수 있으며 넓고 넓은 우주도 그릴 수 있다. 이 백지장에 설계도를 그리는 마법사가 바로 애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친구와 같은 선생님이다.

나는 오늘도 애들의 어떤 말을 경청할가 생각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길에 오른다.

정복실 (연길시건공소학교)/길림신문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209
  • 기획 [한국친구 길림체험]— 쌀의 이야기 (2) 구태편(하) 전통 쇠가마에 성공한 쌀밥, 실패한 누룽지 안내원이 전람관 2층에서 리모콘을 누르자 건물의 북쪽 창문에 걷혀져있던 커튼이 한번에 량쪽으로 쫙 젖혀지더니 초대형 유리 창문 밖으로 일망무제한 황금물결이 한눈에 안겨왔다. 일행은 와~ 하고 탄성을 질렀다...
  • 2021-08-27
  • "사랑으로 가는 길"프로에 등장한 연변가정연구소 문화봉사자들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월의 막바지에 연변텔레비죤방송국 스튜디오에서는 ‘사랑으로 가는 길’ 프로 제239기 촬영이 한창이였다. 그 현장에 연변가정연구소 문화봉사자들이 주역으로 진을 치고 있었다. 이들은 연변조선족자치주자선총회와 함...
  • 2021-08-11
  • --퇴직 후에도 꾸준히 사회봉사를 이어가고 있는‘뢰봉식’부부 박철원,김봉선의 이야기 박철원, 김봉선부부는 퇴직 후 ‘연길시 뢰봉학습 10대 선진'으로 표창받았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것을 락으로 삼고 퇴직 후에도 꾸준히 사회봉사를 이어가면서 여생을 불태...
  • 2021-08-06
  • 한 평범한 공산당원 최청숙선생의 고백 봉사와 헌신으로 공산당원의 본색을 지켜온 나날들이 행복하기만 하다는 최청숙선생 지난 2020년에 들어서면서 코로나 역정이 제일 엄중할 때 어김없이 월급을 받아 안게 된 퇴직교원 최청숙선생은 가슴이 뭉클해냈다. “아니, 이토록 어려운 처지에서도 당과 정부에...
  • 2021-08-04
  • 쓰레기 더미 등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재활용품을 수집하면서 생활하던 80대 로인이 쾌적한 생활환경을 다시 찾을 수 있게 됐다.   최근 왕청현 천교령 삼림공안국 청송파출소에서는 ‘애민사랑 실천 방문 활동’을 전개한 가운데 관할구역 내 아파트 단지 주민들로부터 아파트 단지 내에서 악취가 나 주민들...
  • 2021-07-13
  • 4월 15일은 내 인생에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이 날만 되면 그 때 당했던 비행기 추락 사고가 떠올라 마음이 복잡하고 미묘하다. 사고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나는 인생의 일대 전변을 가져왔다. 운명은 나에게 새로운 생명을 주었다. 나는 훈춘 태생이다. 7살 되던 해 우리 집은 도문 월청으로 이사갔다. 고중을...
  • 2021-07-01
  • 《길림신문》은 ‘사랑+릴레이’라는 타이틀로 매달 부동한 주제로 계렬 공익행사 진행, 행사에 참여한 분들에게 사랑의 선물을 전하며 사랑 릴레이를 이어가려 합니다. 지난달 ‘사랑+릴레이’-‘고마움 전하기’ 주제로 진행된 행사가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 가운데 기타 따뜻한 사연...
  • 2021-06-22
  • 머리글: 중국조선족은 중국공산당이 백여년전부터 중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우리 민족에게 준 호칭이며 혜택이다.중국조선족은 신민주주의 혁명시기로 부터 항일전쟁,해방전쟁시기에 이르기까지,사회주의 혁명과 건설시기로부터 개혁개방,사회주의현대화 건설시기에 이르기까지 중국공산당의 령도하에 전국의 여러 민족 인민...
  • 2021-06-10
  • ‘6.1' 국제아동절을 맞으며 길림 백산방대그룹에서는 백산시조선족학교를 방문하여 학생들을 위문하고 명절의 축복과 함께 장학금과 도서 등을 전달했다. 백산방대그룹 녕봉련(왼쪽)리사장이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5월 26일, 백산방대그릅 당위서기이며 리사장 녕봉련과 이 그룹의 10여명 당원, 청년지원자들은 민족단결...
  • 2021-05-31
  • 수박할머니 (西瓜奶奶),연변의 1세대 ‘왕훙’이라 칭하여도 전혀 손색이 없는 분이시다.   모멘트와 미니블로그(微博)가 성행하던 시절, 지금의 ‘왕훙’들만큼 얼굴이 많이 알려진 수박할머니가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된 것은 결코 SNS덕분이 아니였다. 바로 연변축구였기에 가능했다.   ...
  • 2021-05-29
  • 5월 21일, 심양시 황고구 명북사회구역 ‘당창건 100주년 경축’ 계렬활동 일환으로 명렴로조선족로인협회는 당사학습과 더불어 ‘자신의 사상인식 이야기하기’ 활동을 진행했다. 89세 리의숙 로인은 자신의 입당이야기 등을 통해 초심을 수호하는 중국공산당원의 의지를 보여주었다.   리의숙 ...
  • 2021-05-25
  • 30여년의 교직생활을 하면서 나는 수많은 제자들을 졸업시켰다. 제자들과 떨어진 후 련락이 있든 없든 때로는 기억의 편린들이 떠올라 그들의 삶이 궁금할 때가 있다. 나의 이런 부질없는 로파심을 덜어주기라도 하듯 문뜩문뜩 제자들이 나의 위챗을 노크한다.   며칠전 늦은 저녁, 딩동- 메세지가 도착했다. 상해에 ...
  • 2021-04-20
  • [수기72]교장선생님이 들려준 추억의 홍색교양이야기 기억이란 어제 있었던 일도 가물가물 잊혀질 때도 있지만 몇십년이 흘러도 색바래지 않게 생생히 떠오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올해는 중국공산당 창립 1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한해다. 요즘 우리 당 력사를 학습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떠오르는 한가지 추억, 그것은 40여...
  • 2021-04-19
  • 항미원조 전쟁터에서 로획한 미군의 숟가락을 오늘까지 70년 넘게 사용해오고 있는 로전사(90세)가 있다. 포성이 천지를 진감하던 그 가렬처절한 전쟁년대 생사고락을 같이 하던 전우들이 그리워 오늘도 하루 세끼 식사를 이 숟가락으로 해야만 마음이 편하다는 로전사, 그분이 바로 장춘시 정월고신기술개발구에서 만년을...
  • 2021-04-14
  • [수기] 그 시절 그 동네 그리고 정 많은 사람들 김순희 추운 겨울이 지나고 완연한 봄날을 맞이한 이 때 나는 가끔 창가에 기대여 부모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한손에 손군의 손을 잡고 다른 한손에 손군들의 책가방을 들고 학교에 가는 장면을 내려다본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근 60년전의 천진란만했던 그...
  • 2021-04-07
  •     우리에게 설은 최대 명절입니다. 여느 때 같으면 고향을 찾아가 어르신들께 세배를 올리고 함께 모여 도란도란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아쉬움이 많은 명절입니다.   만나지는 못하지만 영상으로 안부를 묻고 설인사를 나누는 장면은 코로나시대를 겪으면서 우리에...
  • 2021-02-19
  • [연변애심어머니협회]“청소년 꿈터” 설맞이행사   음력설을 앞둔 2월 8일, 연변애심어머니협회(회장 방선화) 사무실은 명절분위기로 북쩍거렸다. 아침부터 각자 집부엌에서 애심표양념에 어머니손맛을 더해 달달 지지고 볶아 만든 맛갈스런 반찬들을 량손 가득 걸머쥔 협회 회장들과 부장들이 륙속 사무실...
  • 2021-02-09
  • [수기 ]‘주소 없는 편지’ 허동철 지난 한가위 추석을 앞두고 조카 허매화(연변전업국 고급 회계사)한테서 삼촌께 드릴 말씀이 있다며 연집강뚝 부산돌솥밥집에서 만나뵙자는 전화가 왔습니다. 우리는 약정한 시간에 똑 같이 도착했습니다. 점심 밥상을 마주하고 조카는 썩 오래전부터 별렀다면서 만나고저 한 ...
  • 2021-02-07
  • 글/ 일본 김미란   김미란: 遼東大学 생물학부 졸업, 도문시 제1고급중학교에서 교사로 근무, 현재 일본 金澤企画国際株式会社에 재직중   애들 학교 때문에 도쿄로 이사해 오던 때가 이른 봄이었는데 벌써 늦가을에 들어서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세월이 참으로 빨리 지나간다는 느낌이 종종 든다.  하지만...
  • 2021-01-29
  • 12월 24일 한국 KBS 한민족방송 보고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 프로그램에서 우수상 수상-   1952년 12월 중국 화룡시 출생, 현재 천안시 두정동 거주.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시, 수필 다수 발표   나는  60대 후반에 들어선 할미꽃입니다.    어려서부터 글쓰기에 흥취가 있어서 소학교에 입학...
  • 2021-01-29
‹처음  이전 1 2 3 4 5 6 7 8 9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