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수기 106] 연줄 당기기
조글로미디어(ZOGLO) 2022년5월10일 15시29분    조회:704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봄바람이 산들산들 부는 어느 휴일, 나는 강변을 거닐다가 우연히 연 띄우기를 하는 사람들을 보게 되였다.

연이 자유로이 날아오르기도 전에 연줄을 너무 세게 잡아당겨 조금 날다가 휙 돌아치며 땅에 곤두박질하는 ‘물고기 연’이 있는가 하면 하늘 높이 날아올라 보일락 말락 까만 점으로 되자 급히 연줄을 잡아당겨 연줄이 툭 끊기며 휭― 어디론가 날아가버린 ‘제비 연’도 있었으며 바람의 속도와 연의 무게, 방향을 잘 파악하며 자유롭게 날아예는 ‘룡 연’ 도 있었다. 하늘에서 날아예는 여러가지 연과 강변에서 연줄을 풀었다 당겼다 하며 연을 조종하는 사람들을 보노라니 어쩐지 나도 매일 20여개의 ‘연줄’을 잡고 ‘연’을 조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지금 우리 반의 20여개 ‘연’들은 매일 나의 ‘조종’에 따라 창공을 날아예기도 하고 공중에서 둥둥 떠있기도 하고 곤두박질하다가도 다시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다.

필자 천춘해

담임을 하다보면 여러가지 ‘연’을 날려보내게 된다.

이전에 내가 맡았던 반급에는 공부하는데 엄청 어려워하는 녀자애가 있었다. 학급의 성적을 말아먹는 그 아이의 성적을 높여주겠다고 나는 휴식시간, 지어 하학 후에도 개별 지도를 해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내가 한창 젊고 열정이 넘쳐 급한 마음에 아이에게 자유롭게 ‘날 수 있는’ 시간을 준 것 같지 않았다. 나는 나 대로 힘들게 지도를 하였지만 성적은 별로 좋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원래보다 더 차할 때도 있었다. 내가 성급하게 연줄을 잡아당긴 바람에 자유롭게 날아보지도 못하고 땅에 떨어진 것이 아닐가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 녀자애는 지금 푸른 하늘 어느 쪽에서 날고 있을 수 있겠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연줄을 잡아당긴 나 자신이 후회스럽다.

내가 가르쳐주었던 아이들 중에는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그림도 잘 그리는 남자애가 있었다. 그 남자애는 늘 칭찬 속에서 학교생활을 보냈고 집에서는 장손이고 독자인지라 더 말할 것도 없이 떠받들리며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남자애의 부모가 할머니에게 아이를 맡기고 한국으로 갔다. 나는 그 애가 늘 우수하기에 그가 하는 일에 대해 무조건 믿고 어지간히 잘못을 저질러도 별로 엄하게 꾸지람하지 않았다. 연줄을 늦추어 자유롭게 하늘을 날 수 있게 하였던 것이다. 그렇게 6학년 후학기에 들어서고 그애가 점점 공부에 흥취를 잃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지어 PC방에 드나들기까지 하여 나한테 넋살이 떨어지게 욕을 먹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부터 그렇게 되였는지 점점 더 비뚤어져만 갔다. 여러번 담화도 하고 가정방문도 했지만 그 애의 눈빛은 이미 경계의 눈빛을 보였다. 그렇게 6학년 후학기도 어느 새 지나가고 중학교에 입학했다.

어느 날 길에서 그 남자애를 만났는데 키는 나보다 머리 하나가 더 컸고 노란 새치머리를 하고 담배를 꼬나물고 한 녀자애와 어깨동무를 하며 생전 모르는 행인을 보는 것처럼 나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아, 저 애가 나의 손에서 너무 멀리 날아간 줄 끊긴 제비 연이 아닌가?’ 무언가 내 머리를 탁 치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마음이 아파났다. ‘난 왜 그때 일찍 연줄을 팽팽하게 잡아당기지 않고 멀리 날아간 다음에야 당겼을가?’

하지만 내가 띄운 ‘연’ 중에는 잘 날아예는 ‘연’도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또 엄마가 되면서 아이들의 마음의 ‘연줄’을 조절할 줄 알게 되였다. 이젠 아이들을 제 자식처럼 아깝고 귀여워 할 줄도 알았다. 조금이라도 인간의 도덕에 어긋나거나 길목에서 헤매고 있으면 제꺽 알아채고 그 ‘연줄’을 잡아당길 줄도 알고 있다.

철이학생의 반급을 맡았을 때이다. 나는 40 고개의 성숙된 녀자로 또 모성애가 몸에 슴배인 엄마로 일정한 경험을 쌓은 교원으로 되였다. 부모가 리혼하는 바람에 철이는 아빠와 새 엄마와 함께 살았는데 늘 외로워하고 마음의 거처를 찾지 못하고 들떠 있었다. 공부에 전혀 취미 없는 그 애는 사회의 물을 먹은 듯 거들먹거리는 행동이 많았고 내가 좀 주의를 주면 빤히 쳐다보면서 ‘왜 자기를 관리하는가’ 하는 반항의 눈빛을 보였다. 다만 뽈을 찰 때면 운동장에서 독수리처럼 날랬다. 원래 운동에 뛰여난 소질이 있거니와 또 운동을 할 때만이 철이는 모든 정신을 공에 두고 즐기며 뽈을 찼다. 나는 사랑을 갈망하는 철이의 눈빛을 인차 감지할 수 있었고 또 마음을 안착시킬 거처를 찾지 못하는 〈삼모 류랑기〉의 주인공 삼모와 같은 그의 처량한 마음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그 애의 연줄을 항상 편안하게 당겨 나에게 다가오게 하면서도 날 수 있도록 했다. 그 애를 아들처럼 생각하여 스케트복도 사주고 조금만 진보를 해도 “철이는 지금처럼 공부하면 커서 헬스장을 꾸리고 코치가 된다면 참 멋 있을 걸”라고 칭찬해주었다. “선생님도 이제 철이가 꾸리는 헬스장에 가서 단련하고 우리 반 애들도 다 그리로 갈 거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 한마디가 동력이 되였는지는 몰라도 그 뒤로 철이는 공부도 열심히 하고 축구 훈련도 매일 견지하고 있는데 너무나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쩐지 철이는 ‘룡 연’처럼 더 높이 더 멀리 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대부분의 ‘연’들은 손에 쥐고 있는 연줄을 풀어도 푸른 하늘에서 자유롭고 온당하게 날아다닌다.

오늘도 나는 20여개의 ‘연줄’을 쥐고 ‘연’ 띄우기 연습을 열심히 하고 있다. 다시는 떨어지는 ‘연’이 없도록 바람과 무게와 방향에 따라 연줄을 잘 조절하면서 열심히, 꾸준히, 힘차게 띄우고 있다.

/ 천춘해(목단강시조선족소학교)

길림신문 
2022-05-07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209
  • 지난 8월 23일 오전, 북경에 자리 잡고 있는 랑시주식유한회사(동사장 신동일)가 오상 조선족 수재민들에게 100만원 물자를 기증했다. 이날 수재물자 기증식은 오상시조선족중학교에서 열렸는데 랑시주식유한회사 신동억 가족대표와 신동철 동사장조리 등 4명이 신동일 동사장의 위탁을 받고 오상시에 와서 수재물자를 기증...
  • 2023-08-24
  • 5월 13일 아침 일찍 짐을 챙겼다. 두 밤을 지내며 홀랑 마음을 앗아간 보금자리를 떠나기 아쉬웠다. 하지만 더 좋은 호텔이 기다린다는 생각에 가볍게 문지방을 넘을 수 있었으니 사람의 마음은 참 간사하다. 우리가 투숙한 두번째 호텔의 이름은 림바란포레스트리조트(金巴兰森林度假酒店)이다. 발리는 이름이 길수록 호텔...
  • 2023-06-01
  • 아버지의 배웅 허향순   12년전 엄마를 하늘나라로 보낼 때 아버지는 너무나 억이 막혀 아무런 말씀도 못하고 그저 내내 손만 저으셨다. 나는 그 외롭고 허무한 손짓에서 슬픔과 아픔을 읽었다. 그 해 아버지는 81세였다. 아버지는 엄마를 떠나보내고 희망을 잃은 사람처럼 사셨다.    아버지는 고독을 견디...
  • 2023-03-20
  • [연변조선족녀성발전촉진회] 2022 총화대회 및 3.8절 행사 성황    이른 봄 피여나는 진래의 성미는 부지런한 연변녀성 우리들을 닮았다네 만산위의 허물 덮고 아름답게 피는 꽃 똘똘뭉쳐 피여난 진달래의 그 모습 나라 발전 민족 부흥 나눔 실천 앞장서는  거기가 어디냐 연변녀성발전촉진회&he...
  • 2023-03-06
  • 곰과 인연을 맺은 네 아이 엄마 최미화 '녀자'와 '곰', 두 단어는 원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 듯한데 네 아이를 둔 가냘픈 엄마가 육중한 곰 45마리를 거느린다고 하면 더욱더 믿어지지 않을 것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말이 그저 나온 말이 아니였음을 실감하게 하는 이야기를 전하고저 한다. &...
  • 2023-01-08
  • 연변조선족자치주성립70돐 기념 기획보도   2008년 북경올림픽 대학생 지원자로 근무하면서 2008년 북경 올림픽에서 함께 대학생 지원자로 근무하는 조선족 총각을 만나서 사랑을 속삭일 때까지만 해도 저는 조선족 그리고 연변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2013년 봄에 그 총각을 따라 예비 시부모님을 뵈러...
  • 2022-08-29
  • 연변조선족자치주성립70돐기념 특별기획 박철원 선생 연변조선족자치주성립60돐을 경축하던 때가 어제같은데 세월이 빨리도 흘러 어느덧 자치주성립70돐을 곧 맞이하게 되였다. 어언 10년세월이 흘렀어도 자치주성립60돐 경축행사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 ‘로인 선전 봉사자'로 뛰여다니던 자랑과 긍지는 줄곧 내 ...
  • 2022-08-16
  • 다년간 교육사업에 종사해온 황재형, 한수남 로부부가 청화대학생 둘을 양성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올해 대학입시에서 상해의 조선족 응시생 김군림 학생이 상해시 3위의 우수한 성적으로 청화대학에 입학하여 화제가 되고 있다. 김군림  학생은 어려서부터 자률적인 학습습관을 양성해왔고 품행도 단정하며 피아노 ...
  • 2022-08-11
  • 편집자의 말: 연변조선족자치주 성립 70돐을 맞으면서 본사 편집부에서는‘나와 연변’타이틀의 기획보도를 륙속 펴내게 된다. 외부 시각에서 바라본 백성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연변의 이모저모를 조명해보고 아름다운 연변이야기를 들려 주려고 한다. /길림신문사 편집부 [연변조선족자치주성립70돐 ...
  • 2022-07-25
  • 나에게는 누나가 없다. 그래서 청년시절까지는 누나가 있는 친구들을 몹시 부러워했다. 누나가 있으면 상냥하면서 부드러운 누나 사랑을 한껏 느끼면서 관심도 듬뿍 받고 응석을 부려도 좋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팔자에도 없는 ‘누나타령’을 하면서 아무나 누나라고 부를 수도 없는 노릇이였다.    ...
  • 2022-07-24
  • 며칠전 동생이 이쁜 장갑을 끼고 엄마집에 왔다. 엄마는 그 장갑을 한참이나 만지작거리다 오른손에 껴보시는 것이였다.    “엄마, 욕심나시면 끼세요. 수박색이여서 환하지도 않아 엄마 얼마든지 낄 수 있어요”   동생의 말에 엄마가 급히 거절하셨다. “내가 이런 장갑 어떻게 낀다고 그...
  • 2022-07-20
  • 고희를 넘긴 인생의 막바지에 들어 서면서 나는 자꾸 지나온 날들을 뒤돌아 보게 된다. 이중에서도 소학교 시절의 담임선생님을 잊을 수 없다. 그는 나의 꿈을 펼쳐주고 지식의 낟가리를 쌓아 주었으며 더우기는 위기일발의 시각에 나의 생명을 구해 주었다.   1954년 7월 나는 길림성 왕청현 동광진 동림소학교에 입...
  • 2022-07-14
  • 베네치아 려행을 끝내자마자 뻐스에 올랐는데 밤이 썩 깊어서야 로마에 도착했다. 이튿날,날씨부터 체크했다. 온도도 적당하고 해빛도 좋고 바람도 맞춤하고 게다가 도보려행이라니 얼씨구 신났다. 로마 일각 그런데 희한하게도 로마려행은 다른 나라 바티칸시국(梵蒂冈)으로부터 시작되였다. 로마시내에 박힌 자그마한...
  • 2022-06-18
  • 5월 20일 이른 아침 독일 퓌센에서 출발한 관광버스가 꽤 먼길을 달려 이딸리아 베네치아(威尼斯)에 도착했다. 수상도시 베네치아 (水城 威尼斯) 국내 일반인들이 알고있는 베네치아는 그저 물우에 떠있는 아름답고 환상적인 도시지만 연극인들에게는 좀 더 특별하고 신성한 도시로 다가온다. 그것은 베네치아가 세계적 ...
  • 2022-06-07
  •   작자 최청숙 우리 동네 삼꽃거리는 나에게 깊은 추억이 있는 거리입니다. 주덕해, 전인영, 요흔 등 분들이 살던 동네이고요 . 어린 시절 청년늪을 만드느라 땅을 파고 부르하통하의 물을 끌어올리는 것도 봤고요. 홍수에 제방뚝이 무너져 삼꽃거리가 강이 되여 파도 치던 일, 그래서 울 동네에서는 보따리...
  • 2022-06-05
  • 6년 전 이맘 때인 2016년 5월 19일 아침이였다. 독일 려행 준비를 마치고 스위스와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눴다. 역시 인간은 군거(群居)동물임이 틀림없다. 련 며칠 동행하면서 친절해진 동행들, 따뜻한 인사를 나누는 아침 얼굴이 화사하다. 버스 안, 처음과는 조금 달라져 간다. 여기저기 새 친구들 끼리끼리의 다...
  • 2022-06-05
  • 세계에서 제일 좋은 시계를 만드는 나라로만 알고 있던 스위스, 려행을 앞두고 지리 위치와 투어코스를 찾아봤다. 부유하고 평화롭고 그림처럼 아름다운 자연 풍경에 인심까지 넉넉하다는 스위스, 우리의 려행지는 루체른이란 작은 도시지만 본국 인들도 밀월을 즐길 때 자주 찾는 곳으로서 밀월마을 (蜜月小镇)이라는 별칭...
  • 2022-06-02
  • 나의 아버지는 어릴 때 일찍 어머니를 잃고 홀아버지의 슬하에서 자랐다. 그때 아버지의 나이는 12살, 삼촌은 7살, 고모가 3살로 한창 어머니품에서 응석 부릴 때였다. 개구쟁이로 뒹굴며 놀음에 빠질 나이였지만 아버지는 여념없이 밭일을 해야 했고 가무일까지 도와야 했다. 아버지는 손재간도 많았고 일솜씨도 좋았다. ...
  • 2022-06-02
  • 한국생활 체험기   동북지역의 편벽한 조선족학교에서 교사생활을 해온지 28년이 된다. 90년대초부터 한국열이 불면서 나는 한국에 대한 호기심이 아주 컸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전문 한국드라마, 뉴스를 시청하였다. 한국인 못지않게 드라마내용도 줄줄히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취업비자 h-2를 따낸지 3년이 되였지...
  • 2022-05-26
  • 80고개에 들어서서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며 곰곰히 생각해보니 화려하고 가슴이 부풀며 랑만적으로 보낸 시절이 아마도 지난 세기 60년대 농촌에서 농업 생산로동에 참가하면서 《연변일보》 통신원으로 있을 때인 것 같다. 나는 소학교 3학년 때부터 맏형님이 사다주는 《조선아동》문학잡지를 열독하면서 글쓰기를 좋아했...
  • 2022-05-25
‹처음  이전 1 2 3 4 5 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