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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한국의 신화

통일신라편-남악산의 동굴
2009년 10월 25일 22시 06분  조회:1217  추천:1  작성자: 미쓰리

                                    남악산의 동굴

   기원 595년 봄 어느날, 만노군 태수 김서현의 안해 만명부인은 임신한지 스무달만에 옥동자를 순산하였다.

   옥동자는 땅에 떨어지자마자 벌써 범상치 않은데가 있었다. 우선 울음소리가 어찌나 우렁찼는지 큰 아이들의 울음소리 같았고 등어리에는 칠성무늬가 놓여있었다. 그야말로 룡의 눈이요, 거북의등이라 이 아이가 바로 후날의 애국명장이며 신라의 삼국통일에서 빛나는 위훈을 떨친 탁월한 군사가 김유신이였다.

    김유신은 가락국의 시조 김수로왕의 12대 후손이며 신라와 가야가 나라를 합칠때 가야국임금이였던 구해왕의 증손이라고 전한다. 그의 조부 김무력은 진흥왕때 백제군3만을 깨뜨리고 백제 임금 성와을 잡아죽인 명장이였으며 부친 김서현은 여러번 전공을 세운 유명한 장수였다.

    김서현부부는 비범한 아이의 탄생으로 하여 기쁘기도 했지만 놀랍기도 했다. 서현은 아기의 이름을 <유신>이라 지어주고 아명을 <산다라>라고 지었는데 그것은 신라말로 <굳세다>라는 뜻이였다.

    유신은 하루밤만 지나도 몰라보게 무럭무럭 자라났다. 그는 아이적부터 총명과 용맹이 과인하여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통하고 열을 통하면 백을 통하는 비범한 재주가 있었다. 그리고 아이때부터 신의가 두텁고 남을 사랑하고 자신을 절제할줄 아는 천품이 있었다.

    그러한 유신이였던지라 그 나이 열다섯이 되자 벌써 화랑에 뽑히게 되였다. 유신의 두리에는 그의 재능과 덕을 사모하는 귀족출신의 유능한 소년들이 많이 모여 룡화향도라는 자랑스러운 이름으로 불리우게 되였다.

   호협한 정열에 타끓는 화랑생활은 즐겁고 벅찼다. 백제, 고구려와 더불어 자울을 다투는 김박한 관두에서 심신을 수련하고 재주를 익히는 신라의 화랑 김유신은 장차 나라를 위해 위훈을 떨치리라는 결의로 어려서부터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이러구러 세월은 빨리도 흘러 어느덧 유신도 청춘기에 들어섰다. 어느날 밤 동료들과 함께 국세를 의논하여 밤늦게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던 그는 우연히 천관이라는 어여쁜 술집여인을 알게 되였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천관의 꽃같은 모습, 유신은 첫눈에 그의 미모에 마음이 끌렸다.

   <아, 천관이! 자넨 정말로 곱게도 생겼네. 모란꽃이 왔다가 울고 가겠네.>

   <아이, 도련님도! 사람을 놀리시네.>

   천관은 기골이 헌앙한 유신을 다정한 눈매로 쳐다보고 할기죽 웃었다.

   <천관이!>

   젊은 유신은 가슴이 뛰고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그는 천관의 손을 덥썩 잡았다. 천관은 잡힌 손목을 빼려 하지 않고 그저 다소곳이 고개를 숙였다......

   이리하여 이날부터 유신은 날이 어둡기를 기다려 사흘이 멀다하게 천관의 집을 찾았다. 그때마다 유신은 랑도들이 모여 강학한다는 핑게를 대고 어머니를 속였다. 그때 부친은 변방을 지키느라고 늘 외지에 나가있고 집에서는 어머니가 모든 일을 주관하고 있었다.

   이러구러 수삭이 지나 유신과 천관사이에는 정이 폭 들었다. 미운 정, 고운정, 모든 정이 들대로 들었다. 하루만 보지 못해도 그리워서 못견딜 지경이였다.

   그러던 어느날 해가 저물자 유신은 또 강학을 핑게로 외출을 하려 하였다.

  <어머니, 소자 다녀오겠습니다.>

  그런데 이날만은 어찌된셈인지 어머니는 수심에 찬 기색으로 아들을 불러앉혔다.

   <얘, 유신아! 어서 여기 와서 잠간 앉거라!>

   <예,  무슨 분부라도 있사옵니까?>

   <오냐, 한마디만 할말이 있어서 그런다.>

   유신은 단정히 앉아 어머니의 말씀이 떨어지기만 기다렸다. 그러나 어머니는 한식경이 지나도록 말 한마디 없더니 갑자기 눈물을 비오듯 쏟았다. 깜짝 놀란 유신은 어머니의 옷자락을 붙잡고 급히 물었다.

   <어머니, 왜 이러시나이까? 무슨 일이온지 어서 말씀해주기 바라나이다. >

   어머니가 락루하는것을 보자 유신의 마음은 칼로 저미는듯하였다. 그러나 어머니는 여전히 아무 말도 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어머니, 웬 일이옵니까? 어서 말씀해주사이다.>

   유신이 두번 다시 간청하자 그제야 어머니는 한숨을 쉬면서 겨우 입을 열었다.

   <유신아, 너 요즘 뻔질나게 다니는 곳이 대체 어디냐?>

   어디서 무슨 눈치를 채였는지 어머니는 단도직입적이였다. 유신은 짚이는데가 있는지라 대답을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왜 말이 없느냐?>

  <어머님, 이 불초자식이 부모님의 가르침을 잊고 길을 잘못 들었사와 용서를 바라나이다.>

   유신은 어머니가 모든것을 다 알고있다는것을 알고 무릎을 꿇고 빌었다.

   <화랑의 몸으로 장차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하겠다는 사람이 벌써부터 녀색에 빠져 세월을 허송한다면 그 얼마나 통분한 일이냐! 너는 지금 너의 학식이 어떠하며 너의 무예가 어떠하다고 생각하느냐? 그만하면 족하다고 생각하느냐?>

   어머니의 말은 조용하면서도 엄격하였다.

   <진정 잘못되였나이다. 한번 발을 잘못 디디여 어머님께 심려를 끼치게 되였사와 일후부턴 발길을 끊고 어머님의 가르침대로 공부에 명심하겠나이다.>

   유신은 눈물을 흘리며 진정으로 잘못을 뉘우쳤다.

   <그게 실말이냐?>

   <두고 보십시오. 다시는 어머님께 심려를 끼치지 않으리다.>

   <오냐, 그렇다면 이 어미는 아들을 믿을뿐이다. 그러면 물러가거라.>

   어머니 방에서 나온 유신은 다시 한번 마음속으로 다짐하였다.

   (어머님의 말씀이 옳다! 대장부 세상에 태여나 일개 아녀자때문에 일생을 망칠순 없다. 장차 할일도 많지만 당장 할일도 태산같다. 젊은 시절을 헛되이 보내면서 장차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하겠다는것은 빈말이다. 용서하라. 천관이여.>

   유신은 이때로부터 천관의 집을 다시 찾지 않았다.

   그후 며칠이 지나서였다. 어떤 친구의 생일을 경하하는 모임에서 랑도들과 함께 밤늦게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였다. 유신은 취기를 이기지 못해 그만 말잔등에서 깜빡 졸고말았다.

   한동안 지나서 말은 어디서 멈췄는지 앞굽으로 땅을 허비면서 요란스럽게 울어댔다. 깜짝 놀란 유신이 눈을 떠보니 다름아닌 천관의 집 뜨락이였다.

   <아이, 귀공자께서 그동안 왜 이 몸을 찾아주지 않았어요?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세요?>

   천관은 버선바람으로 뛰여나와 말고삐를 잡으면서 반가와 퐁퐁 뛰였다.

   유신은 얼른 말에서 뛰여내려 천관의 정다운 얼굴을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았다. 취기가 말끔히 사라졌다. 유신의 마음은 쓰라렸다. 마지막으로 꼭 한번 껴안아주고 싶은 충동을 금할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끝끝내 끓어오르는 마음의 충동을 억제하고 리지로 돌아왔다.

   <천관이, 나를 용서하오. 내 이미 결의한바 있어 그대와 인연을 끊지 않을수 없게 되였소. 오늘밤엔 이 짐승때문에 오게 되였은즉 주인의 마음을 이리 모르는 짐승을 살려둘수 없소.>

   유신은 말을 마치자 허리에서 시퍼런 장검을 뽑아 말목을 힘껏 내리쳤다. 말머리는 땅에 굴러떨어지고 붉은 피가 삽시에 땅바닥에 흥건했다.

   천관은 그바람에 소스라치게 놀라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쥐였다.

   <귀공자께서 이 몸을 죽이지 못해 말을 죽이시는거겠지요? 차라리 이 몸도 함께 죽여줘요!>

   천관은 서럽게 흐느껴울면서 유신의 종아리를 끓어안았다

   <미안하오, 천관이! 용서하오, 천관이! 부디 나의 마음을 헤아려주기 바라오. 후날 다시 만날 때가 있을것이요.>

   유신은 천관을 부축해 일쿼세워준 다음 홱 몸을 돌려버렸다.

   그후 유신은 다시 천관을 만나지 않았다. 그리고 천관은 천관대로 련 며칠 식음을 전페하고 울다가 마침내 속세와 인연을 끊고 흔연히 집은 나서더니 선도산에 있는 건덕사라는 자그마한 절에 들어가 머리를 깍고 중이 되였다.

   유신이 천관과 영영 인연을 끊고 사랑하는 말의 목까지 잘라버렸다는 말을

듣고 그의 어머니는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 어느날 어머니는 아들을 조용히 불러놓고 말했다.

   <이 세상에 허물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만은 말하면 말한대로 하고 스스로 제 몸을 절제할줄 알거늘 이 어미는 이제 아들을 굳게 믿을 뿐이다. >

   <황공하옵니다. 다시는 어머님께 심려를 끼치지 않을것이오니 안심하시기 바라나이다.>

   <오냐!>

   어머니는 한식경이나 아들을 미더운 눈매로 바라보더니 다시 입을 열였다.

   <그런데 얘야!>

   <네,어머니. 듣고있사옵니다.>

   <너는  신라가 백제와 고구려 틈에 끼여 여태 기를 못펴는 것이 무슨 까닭이라고 생각하느냐?>

   <네, 그것은 나라의 힘이 약하고 인재가 적기때문이라고 생각하옵니다.>

   유신은 별로 생각하지도 않고 평소에 생각던대로 대답하였다.

   <옳은 말이다. 남한데 눌러살지 않으려면 어서 빨리 나라릐 힘을 길러야 한다. 그러러면 우선 인재가 많이 나와야 한다. 이 어미가 듣건대 중악산에 유명한 도사가 숨어산다 하니 너 거기 가서 수련할 생각은 없느냐?>

  유신은 귀가 번쩍 띄였다.

   <소자 역시 근자에 그런 말을 듣고 생각하는 바가 없지 않나이다. 하지만 아버지도 안계신데  집을 나서기가 안돼서 망설이고 있나이다. >

   <오냐, 그러면 됐다. 집근심은 말고 급히 행장을 갖춰가지고 떠나도록 하여라.>

   <부생모육지은이 망극하옵이다. 그러면 소자는 어머님 분부를 따를뿐이옵니다.>

   <어디로 가든지 한몸을 바로 가지고 만사를 인의로 행해야 하느니라.>

   <소자 명념하오리다>

   이리하여 며칠후 유신은 이름난 도사가 숨어산다는 중악산 중중심처로 들어가게 되였다. 그는 도사가 있음직한 곳을 두루 찾아다니면서 련며칠 산판을 헤매였다. 그러나 도사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헛소문이였단말인가? 아니야 아직도 나의 성의가 부족한것이리라.>

   그는 계속 산판을 누비며 찾아다녔다. 이렇게 하기를 또 련 며칠, 유신은 지칠대로 지쳤다. 어느날 그는 큰 바위에 기대여 앉아 장차 어떻게 할것인가를 곰곰히 생각하고 있었다. 무더운 여름철이였으나 심산속의 그늘진 곳은 서늘하였고 어디선가는 산짐승이 우는 소리가 메아리쳐왔다.

   그때 문뜩 허술한 삼베옷을 걸친 백발로인 한사람이 지팽이를 짚고 유신의 앞으로 걸어왔다. 유신은 그가 범상한 사람이 아님을 한눈에 알아보고 얼른 엎드려 절하였다.

   <신라의 화랑 김유신 어르신님께 인사를 드리옵니다.>

   그러자 백발로인은 우렁루렁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곳은 독한 벌레와 사나운 짐승들이 득실거려 조심해야 할 곳인데 소년의 몸으로 이렇게 혼자 와있는것은 무슨 까닭인고?>

   목소리만 들어도 보통로인이 아니였다. 유신은 엎드린채 고개도 감히 들지 못하고 자기의 포부를 아뢰였다.

   <지금 백제와 고구려는 이리나 호랑이처럼 우리 나라 령역을 침범하여 하루도 편안한 날이 없사이다. 소인이 비록 재주는 없으나 무도한 적국을 쳐없애기 위해 일신을 바치기로 이미 다짐했사오니 어르신님께서 가르쳐주시기 바라나이다.>

    <음, 그대 나이는 비록 어리나 뜻만은 장하도다 이 몸은 이미 늙고 재주가 없어 그대를 가르칠바 못되지만 한가지 도와줄 방도는 있노라!>

   <소인은 귀를 가시고 듣사와 어서 말씀해주옵소서.>

   <이제 여기서 남쪽으로 좀 더 내려가면 남악이라는 깊은 산중에 석굴이 하나 있을것이니 그리로 가보면 무슨 수가 있을것이다. 그러나 배우로 익힌 재간을 정의에 써야지 불의에 쓰면 오히려 화를 면치 못할것이니 명심할지어다.>

   <알아들었나이다. 어르신님 은혜는 실로 각골난망이옵니다. 그런데 어르신님은 어디 거처하옵시며 존함은 어떻게 쓰시옵는지요?>

   <이 몸은 구름처럼 정처없이 떠다니는 사람이지만 후날 다시 만날 때가 있을것이다. >

   로인은 말을 마치고 표연히 사라져버렸다. 어디로 갔는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아, 어르신님!>

   유신은 로인이 서있던 자리에 다시 한번 큰절을 하고 이내 남악을 향해 발길을 옮겼다.

   남악은 과연 명산이였다. 깎아세운듯한 기암절벽이 하늘이 낮을세라 소소리높이 치솟은 아름드리나무며 그야말로 장관이였다. 유신은 석굴이 있음직한 곳을 찾아 또 련 며칠 산판을 헤맸으나 석굴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실망하지 않고 계속 찾아다녔다.

    문뜩 저 아래 깊은 골짜기에서 보라빛 서기가 무럭무럭 피여오르기 시작했다. 유신은 부리나케 그리로 가보았다. 그래도 석굴은 보이지 않고 깎아지른듯한 절벽이 눈앞을 가로막고 있을뿐이였다.

    <창천은 굽어살피시와 이 유신을 도와주소서.>

    유신으 그 자리에 꿇어앉아 하늘을 우러러 빌었다. 그랬더니 갑자기 우뢰와 같은 천둥소리가 울려퍼지면서 절벽 한가운데서 돌문이  쫙 하고 열렸다. 

      <신령께서 점지하신 석굴이 바로 여기 있었구나.>

   유신은 기쁨에 넘쳐 무릎걸음으로 석굴안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들여다볼 때는 쥐굴처럼 깜깜했는데 석굴안에 들어와보니 바깥처럼 밝았다.

   널직한 석굴 한가운데는 돌상자가 놓여있었고 한쪽에는 쌀뒤주가 주련히 놓여있는데 뒤주마다 하얀 입쌀이 가득 차있었다. 군사 백명쯤은 쉽게 기를수 있는 큰 석굴이였고 넉넉한 군량이였다.

   유신은 석굴안을 한동안 살펴본후 조심히 돌상자뚜껑을 열어보았다.

   <아니!>

   순간, 유신은 너무도 기뻐서 소리까지 내질렀다. 돌상자안에는 보검 한자루, 큰 활 하나와 병서 한권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칼을 뽑아보니 눈이 부시게 광채가 번뜩거렸고 칼자루에는 <천룡검>이라는 글발이 새겨져있었다. 다시 활을 들어 시위줄을 당겨보니 거문고소리가 나고 활등에는 <대성궁>이라는 글자가 새겨져있었다. 이어 병서를 훑어보니 칼쓰는 법, 활쏘는 법으로부터 시작하여 전법, 용법....없는것이 없었다.

   이날부터 유신은 열심히 병서를  읽으면서 거기에 씌여져있는대로 밖에 나가 실제로 익히기도 하였다. 이렇게 꼬박 한해동안 석굴을 집으로 삼고 병서를 통달하고 무예를 익혔다.

   그러던 어느날, 이날도 유신은 활을 메고 천룡검을 차고 석굴밖에 나가 무예를 익히는데 문뜩 어디선가 말의 호용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오는가?)

   유신은 소리나는 곳으로 가보았다. 그랬더니 백설같은 흰말 한필이 바위우에 서서 큰소리로 울고있는것이 보였다. 굴레도 하고 화려한 안장도 있었다.

   (이런 산중에 임자없는 말이 있을수 없는데 이것은 역시 신령께서 주시는 말이다. )

   유신은 이렇게 생각하면서 말앞으로 다가갔다. 말은 도망치지도 않고 기다렸다는듯이 유신을 바라보며 머리를  끄덕이는것이였다. 유신은 얼른 바위우에 올라가 말잔등에 올라앉아보았다. 뒤이어 말은 바위에서 가볍게 뛰여내려 몇걸음  걷더니  차츰 속력을 내기 시작하였다. 유신은 말고삐를 단단히 거머쥐고 전속력으로 말을 몰았다.

   말은 과연 명마였다.  한길도 잘되는 벼랑은 훌훌 뛰여넘고 수십척도 잘되는 낭떠러지는 훨훨 날아넘었다.

   유신은 너무도 기뻐서 말을 멈춰세우고 말갈기에 마구 얼굴을 부벼댔다.

   바로 그때였다. 저앞에서 한떼의 인마가 나는듯이 유신을 바라고 달려왔다. 얼핏 보아도 한 50명은 잘되였다.

   유신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말잔등에 높이 앉은채 달려오는 인마들을 눈여겨 보았다.

   <넌 어떤 놈인데 무슨 까닭에 이런 산중에 혼자 와있는거냐?>

   앞에서 달려오던, 두령인듯한 두리눈의 사나이가 말을 멈춰세우고 유신에게 물었다. 그것은 완전히 어린애취급이였다. 그의 부하들도 모두 신비로운 눈초리로 유신을 건너다보았다.

   <여보시오, 좀 점잖게 노시오! 그게 무슨 말버릇이요?>

   유신은 짐짓 그 사나이를 골려주었다.

   <체, 입에서 젖내나는 놈이 제격이다. 그런데 같잖은 저 녀석이 말은 좋은것을 타고있구나!>

   두리눈은 유신이 타고있는 백마에 대뜸 눈독을 썼다.

   <그 눈에도 말이 좋은것은 알리는 모양이구나.>

   <무엇이 어쩌고 어째? 얘들아, 어서 저 녀석이 탄 말을 빼앗아라!>

   두리눈이 소리치자 졸개 10여명이 칼을 빼들고 우루루 달려들었다.

   <이 강도놈아, 덤빌테면 덤벼라!>

   유신은 칼을 빼들고 달려드는자를 풀베듯 하였다. 대여섯놈이 쓰러지자 나머지 놈들은 겁을 집어먹고 뒤로 물러섰다.

   <이 병신같은 것들아, 비켜! 열몇놈이 어린애 하나도 당하지 못해!>

   두리눈은 그만 부아가 동해서 석자나 되는 장검을 뽑아들고 석 앞으로 나섰다. 유신은 이때야말로 한해동안 기른 힘과 재주를 시험해볼 기회라고 생각하면서 우선 한마디 걸어보았다.

    <아무리 강도라 할지라도 성명이나 통하고 싸우는것이 사내답지 않겠는가?.>

    <너같은 애숭이와 무슨 통성이냐! 어서 칼을 받아라!>

   두리눈은 말을 마치자 곧바로 유신을 향해 덮쳐들었다.

   칼과 칼이 부닥치면서 30여방 싸웠다. 유신은 대방의 검술을 알아보려고 처음에는 막기만 하고 치지는 않았다. 그런대로 두리눈의 검술은 괜찮았다. 그제야 유신은 큰소리를 지르며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두리눈은 유신의 칼을 막아내는 재주가 없었다. 그는 눈이 종지굽만해지면서 아무렇게나 칼질을 하더니 그만 더 지탱해내지 못하고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뒤에서 험상궂게 생긴 사나이가 말을 몰고 나와 두리눈을 도와 싸웠다.

   유신은 용기백배하여 두사람을 동시에 맞아싸웠다. 두사람이 함께 달려들어도 유신의 적수는 안되였다.

   <투구가 깨여진다!>

   유신은 큰소리를 지르면서 칼등으로 두리눈의 투구를 내리쳤다. 투구가 두쪼각이 되여 땅바닥에  떨어졌다. 그바람에 두리눈은 그만 기가 꺾이여 한켠에 비껴서고 말았다. 그러나 얼굴이 험상궂게 생긴 그 사나이는 한사코 덤벼들었다.

   <상투가 떨어진다.>

   유신의 손에서 칼이 번쩍이더니 그 사나이의 머리에서는 상투가 뭉청 잘리워 땅에 떨어졌다. 유신의 칼은 련이여 그 사나이의 머리우에서 윙윙 울렸다.

   <이래도 항복을 못할가?>

   유신은 그를 죽이지 않고 연거퍼 소리쳤다.

   <소년장군께서  칼을 멈추오. 이 사람, 어서 내려 항복을 드리자구.>

   두리눈은 큰소리를 치면서 말에서 뛰여내리자 두번째 사나이도 이어 말에서 뛰여내렸다.

   <나살이나 먹은 놈들이 무지하여 장군을 몰라보고 죽을죄를 지었소. 부디 용서하고 거두어주시기 바라오.>

   두리눈이 꿇어앉아 사죄하자 그의 도당들도 모두 땅바닥에 꿇어앉았다.

   <자, 어서 일어들 나시오.>

   유신은 말에서 뛰여내려 두 사나이를 부축여 일궈세우고 다시 말을 이었다.

   <그대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 사람들이며 성명은 어떻게 쓰시오?>

   유신이 묻자  두 사나이는 다시 엎드려 땅에 머리를 박으며 아뢰였다.

   <이 몸은 사량군에 사는 원단원이라는 놈이올시다. 부디 거두어주기 바라오.>

   두번째 사나이가 이어 말했다.

   <이  몸은 압량주에 사는 지경개라는 놈이올시다. 부하로 거두어주기 바라오.>

   <이 몸은 신라의 화랑 김유신이올시다. 그런데 두분은 무슨 까닭으로 무리를 모아 산중에 들어왔소?>

   유신은 그들의 일이 궁금하여 원단원과 지경개를 번갈아 보면서 물었다.

   <네, 기실은 .......>

   두리눈의 말을 듣고보니 그들은 본디 가난한 농사군이였었는데 굶주리다못해 들고일어났다는것이였다. 그때 신라조정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산적>이라고 불렀다.

   <아, 그러시군요! 방금 보니 두분의 칼재주가 그만하면 대단하던데 원하신다면 우리 손을 잡고 백제와 싸우고 고구려와 싸워봅시다. 지금 나라에서는 재주가 있고 용맹한 사람을 얼마든지 쓰고있소.>

   <부끄럽소이다. 장군께서 버리지 않는다면 기꺼이 따르리다.>

   원단원과 지경개는 두번 다시 땅바닥에 머리를 조아렸다.

   이리하여 김유신은 원단원과 지경개를 부하로 삼고 그들의 무리를 거두어 한동안 남악의 석굴에서 훈련을 시켜 날랜 부하로 길렀다. 그후 김유신은 이 군사들을 거느리고 부친 김서현과 함께 량비성싸움에서 고구려군은 크게 깨뜨려 처음으로 세상에 이름을 날리게 되였다. 그리고 원단원과 지경개는 줄곧 김유신의 막하에서 수많은 전공을 세우고 후날 신라의 유능한 장군으로 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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