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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종말》이 준 삶의 여유
2012년 11월 20일 19시 05분  조회:3332  추천:2  작성자: 훈이
이 세상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말을 골라보라면 아마 세계종말이라는 말일 것 같다. 같은 의미지만 세상이 끝난다는 말보다도 세상 살아가는 인간들이 삶을 영위하는 지구가 박산난다는 말은 더 무시무시하게 안겨온다. 지구폭발, 과학 환상소설에서나 나오는 훼멸적인 무시무시한 장면을 재난 영화《2012년》이 보여주고 있다.

  지구 대폭발 이론에 따르면 우주의 나이는 150억년, 태양과 지구의 나이는 각각 약 50억년과 45억년 쯤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나이가 45억년을 먹은 지구가 폭발한다고 예언한 사람이 바로 400여 년 전 의술을 호구지책으로 간주해왔던 노스트라다무스다. 그는 생전에 남긴 《여러 세기》라는 시집에서 세기말의 재난은 1999년 7월이라고 예언했다. 그 예언에 따라 이 세기 70년대에 일본의 로켓전문가인 五島勉이 전자계산기로 추산한 결과 지구의 폭발이 1999년 8월 18일에 일어난다고 했다. 그의 예언에 따르면 1999년 8월 19일 태양, 달, 지구를 제외한 태양계의 8개 큰 행성들이 십자가식으로 배열되는데 각 행성들의 힘이 태양으로 하여금 평소보다 더 많은 고 에너지 입자를 행성들에게 주는데 이 영향으로 지구에는 이상기후와 큰 재난이 와서 나중에는 지구가 폭발한다고 했다.

  예언은 예언이고 망발은 망발로 그친다고 했다. 1999년 8월 18일이 이미 지났다. 태양은 여전히 머리위에서 빛나고 있고 인간을 실은 지구는 그냥 태양을 에돌고 있다.

  나로 말하면 이른바 《세계종말》을 두 번 겪었다. 처음에 겪은 《세계종말》이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새삼스럽지만 여기서 언급해본다. 그 때가 한국 서울을 방문 중이던 1992년 10월이다.  

  한국 서울에 있으면 가끔 공공장소에서 설교자들을 만나게 된다. 유람객이 모이는 공원이나 관광지에서 찬송가를 열창하는 설교자가 있는가하면 지하철이나 역전 대합실에서 남이 듣던 말든  열심히 성경을 풀이하는 설교자들도 있다. 그들은 대체로 하느님 가라사대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복음》을 전한다. 어떤 설교자들은 집에까지 찾아온다.

  한번은 내가 집에 혼자 있는데 초인종소리가 났다. 장보러 갔던 아내가 왔나싶어 문을 열여 보니 낯모를 중년 여인이 서 있었다.

 《누굴 찾으십니까?》

 《집주인이세요?》

 《전 이집 손님입니다.》

 《어디서 오셨어요?》

  아마도 중국의 가두 거민소조 조장 같은 역을 맡은 분인가보다.

 《중국에서 왔습니다.》

  중년 여인은 먹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두 손을 맞잡으며 야한 반가움을 나타냈다.

 《무슨 용건이라도…》

 《실례지만 잠간 방에 들어갈 수 없을 가요?》

  거절할 수 없었다. 여인은 방안에 들어서자 부터 내가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말을 쏟아냈다.

 《얼마나 고생 많으셨어요. 우린 다 알고 있어요. 주님께서도 죄다 알고 있어요. 주님을 아시죠? 웃으시는걸 보니 알고 계신가보군요. 주님이 주시는 생명의 말씀을 들으신 적이 있으세요? 못 들으셨다니 참 유감이네요.》

  이렇게 시작한 그녀의 설교는 끝이 없었다. 내가 약속한 분을 만나러 부근 다방에 나가야겠다고 해서야 여인은 설교를 그만두었다.

 《꼭 주님을 믿으시고 주님의 사랑을 받으세요.》

  여인은 떠나면서 책 한권을 주었다. 그날 저녁에 찾아온 한국친구한테 그 책을 내놓으면서 성경공부 한 번 잘했다고 했더니 그 친구는 책 제목을 일별하곤 대뜸《사이비종교군.》라고 하는 것이었다.

 《사이비종교란 대체 무엇입니까?》

 《무신론자인 김형에게 구구히 설명했댔자 더 어리벙벙하겠으니 간단히 말하지. 진짜가 아니고 가짜종교라고만 알아두면 돼요.》

  가짜면 사이비종교, 그럼 진짜는 …

 《참 종교라 하지.》

  주님에게도 가짜 신도와 진짜 신도가 있는 모양. 그 뒤로 며칠 후 나는 지하철에서 입에 거품까지 물고 설교해대는 설교자를 대하게 됐다. 나이가 40대로 보이는 설교자는 여느 설교자들처럼 말끝마다 주님의 사랑을 거드는 것이 아니라 주님한테 어서 가자고 호소했다.

 《이제 곧 큰 환란이 옵니다. 어떤 환란인가 우선 큰 지진이 일어나 사람 사는 육지가 바다 속으로 꺼져 내리고 도처에서 용암이 분출해서 사람들은 타죽고 숨 막혀 죽고 바다에 빠져 죽습니다. 또 다른 환란은 기근인데 그 기근이 어떤 기근인가하면 먹을 것이 없어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 기근입니다.》

  여느 설교와는 달리 죽음을 거들며 듣는 이들에게 겁부터 주더니 나중엔 아예 사람이 사람을 먹는 식인사회로 몰고 간다.

 《마지막 환란은 핵전쟁입니다. 인종은 멸하고 지구는 박산 나고…》

  설교자는 아예 지구까지 우주에서 지워버리는 것이었다.

 《정신병원에서 도망쳐 나온 환자가 아닙니까?》

  서울에서 사시는 외삼촌이 나의 물음에 나직이 답을 주었다.

 《보다시피 양복입고 넥타이매고 다니는 멀쩡한 녀석인데 사이비종교에 미쳐버려서 저러는 거야.》

 《가짜 종교?》

  종교를 믿을 려면 믿되 미치지는 말라는 종교격언이 있다고 한다.

 《저 녀석은 보통 미친 게 아니라 아주 환장했어.》

  환장한 광신도는 그냥 지껄여댔다.

 《세계는 종말을 맞았습니다. 하느님께서 세상이 망할 때면 미리 알려 줍니다. 노아시대에 노아에게 미리 알려서 방주를 만들게 하시듯이 말입니다. 세상 사람들을 환란에서 구해주시고 저 주님이 1992년 10월 28일 24시에 재림합니다. 그날 공중에서 주님을 만나 천국에 가서 만복을 누립시다.》

  알고 보니 광신도는 종말론자였다. 내가 종말교 신도를 처음 대한 것은 1991년 8월 중국의 하문시 어느 호텔 로비에서였다. 그날 저녁식사를 일식으로 하자고 한국에서 온 친구와 함께 호텔에 들어가니 호털 로비 한쪽에 놓여 있는 피아노주위에 숱한 외국인들이 모여서 있었다. 우리가 커피 한잔을 들고 있는데 외국인들이 피아노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호텔 대청에서 노래를 뽑는다는 것은 그것도 한 두 사람이 아니라 스물대여섯이 합창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였다. 그 어떤 상념에 잠긴 표정을 지은 채 노래를 부르는 외국인들의 진지한 모습을 보매 술에 취한 주정뱅이들은 아니었다. 영어로 부르는 노래여서 가사 뜻을 알 수 없었다.

 《저 분들이 지금 무슨 노래를 부릅니까?》

  나로선 궁금증을 풀고 싶었다.

 《주님께서 데려가 달라고 애원 애원하고 있어요.》

  영어에 능한 내 친구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곤 말을 이었다.

 《저 분들은 종말교 신도들인데 세계의 종말이 온다고 주님의 재림을 맞아 천국으로 가자고 저러고 있어요.》

  그날 나는 친구한테서 종말교에 대해 대충 얻어 들었다. 종말교를 일명 말세교라고도 한다. 말세란 예수가 탄생해서부터 다시 재림할 때까지의 세상을 뜻하는데 예수의 재림과 더불어 세상은 끝난다고 믿는 것이 종말교라고 한다. 예수의 재림이 언제인가, 다시 말하면 세계의 종말이 언제 어느 때인가에 대해 3세기쯤부터 서방세계 종말교 신도들은 오늘까지 셀 수도 없이 세계 종말을 예언해왔지만 지구는 그냥 생령들을 싣고 돌아가고 있다.

  종말교 광신도의 말대로 1992년 10월 28일 24시에 주님이 재림한다면 나는 어쩔 수 없이 서울에서 세계의 종말을 보게 된다. 주님만 믿으면 재림한 주님과 함께 천국으로 간다는데 나처럼 주님이 뭔지도 모르는 인간은 어디에 갈 거냐.

 《지옥으로 갑니다. 주님을 맞이하지 못한 사람은 무서운 지옥에서 죽을 래야 죽을 수 없고 살래야 살수도 없는 고통에 시달리게 됩니다.》

 《자네 지옥 한 번 가봤어?》

  외삼촌이 듣다못해 한마디 던졌다.

 《가보았습니다. 너무너무 끔찍한 곳이었습니다. 흉악하게 생긴 마귀가 채찍을 들고 무섭게 매질하면서 그냥 뛰라고 채찍을 들고 무섭게 매질하면서 그냥 뛰라고 고함치기에 바닥을 보니 바늘을 꼿꼿이 세운 바늘길이였습니다. 마귀의 채찍이 무서워 뛰면 발은 바늘에 수없이 찔려 피가 샘솟듯 하고 쓰러지면 마귀가 휘두른 채찍이 살점을 뜯어내고 아- 그 고통 이루다 말할 수 없습니다.》

  광신도는 몸을 부르르 떨기까지 했다.

 《남이 못 가본 지옥까지 가봤으니 자넨 세상 한 번 잘 살았군.》

  외삼촌은 쓰게 한 번 웃어보였다. 그 뒤 며칠 지나지 않아 광신도가 말한 예수님이 재림한다는 날이 왔다.

  1992년 10월 28일, 한국은 《세계의 종말》을 지켜보고 있었다. 해당 부분의 집계에 따르면 150여개 교회의 종말교 신도 8천여 명이 속세와 모든 인연을 끊고 주님을 맞는 예배에 들어갔다. 미친 듯이 손뼉을 치거나 방바닥을 두드리거나 소리소리 찬송가를 부르는 신도들이 텔레비전 화면에 담겨지기도 했다. 신도들 중 수억 되는 재산을 교회에 바친 신도가 있는가 하면 직장생활을 포기하고 학업을 중단한 신도도 있었고 아예 탈가한 신도들도 적지 않았다. 부산에서는 신도 20여명이 27일부터 행방을 감춰 검찰과 경찰이 동원되기까지 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미치지 않은 으슥한 산골짜기에서나 혹은 그 어느 동굴에서 예수님의 재림을 기다리다가 그 뜻을 이루지 못하면 집단 자살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경찰은 수사에 나섰다.

  그날 나와 아내는 종일 집안에 들어앉아 텔레비전 화면만 주시했다. 광신도들의 말대로 세계의 종말이 어떻게 오는가를 지켜봤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밤 12시, 그러니까 예수님이 재림한다는 시각이 가까워옴에 따라 텔레비전 화면에는 열광하는 종말교 신도들의 모습이 자주 비치였다.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는 신도들의 모습을 보니 어쩐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열광적으로 《충성무》를 췄던 그 시절이 생각난다.

  그 시절 내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 일이 하나 있다. 《문화대혁명》 광란이 한창이던 어느 하루 한 정신병환자가 병원에서 도망쳐 나와 연길시 중심가인 복무대루 앞에서 퇴근하는 사람들을 막고 《충성무》를 췄다. 그러자 모든 사람들이 약속이나 한 듯 점심밥곽이 든 가방을 땅에 내려놓고 그 정신병환자를 따라 열심히 《충성무》를 췄다. 환자 찾으러 나온 간호원이 사람들에게 앞장서 춤을 추는 사람이 정신병환자라고 하자 사람들은 오히려 그 간호원을 반혁명분자라고 그 자리에서 투쟁대회를 열었다. 한쪽에서는 정신병환자를 따라 열심히 춤을 추고 다른 한쪽에서는 간호원에게 개패를 메워 성토하는 그 광경이 지금도 가끔가다 눈에 선하게 떠오른다.

  사실 그 시절 사람들은 정치광란증에 허덕였다. 정치광란증도 일종 정신병에 속한다. 정신병환자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스스로 영원한 욕망의 만족과 환각의 경험을 체험한다고 한다. 지금도 광란증에 걸린 사람들이 어떤 욕망과 환각을 체험하고 있을 가가 궁금스럽다.

  재림하는 예수님을 맞는다고 법석을 떨어대는 광신도들이 그 날 광란 끝에 맞은 것은 어떤 결말이었는지 아래에 계속 소개한다.

  정각 12시. 《휴거》, 말하자면 《예수님》은 재림하지 않았다. 12시에 예수님이 공중에 나타나면 날아 올라가 예수님과 함께 천국으로 간다던 광신도들은 허탈한 모습으로 탄식만 내뿜었다.

  한바탕 소동으로 끝나버린 광란, 그 광란이 남긴 것은 허탈뿐이다. 그것을 달래려고 일부 교회에서는 《연기론》을 내걸었다. 말하자면 《예수님이 재림하는 날짜를 연기했다》는 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서도 일찍 1844년  종말론교회의 예수재림예언에 이어 1914년과 1930년에 종말계시, 예수재림예언이 있었는데 번마다 예언이나 계시가 빗나갔다. 그러자 교회 측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예수님》이 재림을 뒤로 미루었다고 했다. 그들의 말대로 《예수님》이 재림을 연기하신 탓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세계종말이 오지 않았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사실 난 그들의 말대로 세상이 망해 지옥에라도 한번 가볼 가 했는데 하하하…》

  사람 사는 곳의 기분을 험악하게 만들던 소동이 끝나니 농말이라도 던져볼 여유도 생긴다.

 《전 그래도 광신도들의 덕분에 천국구경이라도 한번하게 됐다고 생각했는데요.》

 아내도 안도의 숨을 내쉰다. 우리에겐 지옥이나 천국이나 다 그 어떤 관광지처럼 한 번 가볼만한 곳같이 여겨진다. 전생에 덕을 쌓으면 간다는 천국과 악을 남기면 굴러 떨어진다는 지옥을 거리낌 없이 농말에 담아보는 것 또한 우리만이 가진 삶의 여유가 아닌가 싶다.

  속담에 꿈에 죽으면 장수한다는 말이 있다. 그 속담대로라면 이른바 《세계종말》을 두 번씩이나 당해본 우리 내외는 장수할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에 절로 마음이 흐뭇해지는 것을 어쩔 수 없다.

 일명 재난 영화라고 하는 2012은 그래도 성경에서 나오는 노아의 방주까지 등장시키면서 세계 종말은 선고하지 않았다. 이 영화는 어쩌면 방금 막을 내린 유엔 기후변화대회가 취지로 삼고 있는 지구 살리기를 위한 인류에 대한 경고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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