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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부치는 편지
2020년 01월 31일 11시 18분  조회:1508  추천:0  작성자: 훈이
 신종 코로나가 무한에서 발병한 이래 항상 설마 하면서 마음을 졸였던 일이 끝내 터지고 말았습니다. 이미 중국은 물론 세계 어느 지역도 안전지대가 없다는 것을 실증해주고 있는 신종 코로나에 고향마저 신종코로나에 뚫렸습니다.

  내가 태여난 보람을 걸고 인생이 첫 자국을 찍었던 곳, 딱지치기, 다마치기, 팽이놀이, 쪽발기 타기를 함께 하던 소꿉친구들이 지금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여 손주들의 재롱으로 여생을 즐기는, 내 동심이 파랗게 살아있는 고향이 어쩌면 이번에 뚫렸습니다.
  어디에 가도 우리말이 정답게 들려오고 아이들이 우리글을 읽는 낭랑한 소리가 들리던 곳, 나의 삶에 나래를 달아준 정든 모교에서 내 후배, 그 후배들의 후배, 또 그 후배들의 후배들이 대를 이어 나래를 굳히던 고향이 어쩌면 이번에 뚫렸습니다.


  사랑의 어섯눈을 뜨게 해주고 지금도 내가 사랑하는 분들, 또 나를 사랑하는 분들이 나를 항상 지켜봐주시고 격려의 말씀을 주시고 사랑을 나누어 주시고 있는 고향이 어쩌면 이번에 뚫렸습니다.
  타향에서도 항상 두 눈에 담고 그리움을 달랬던 곳, 전근된 후 북경 생활에 적응이 되지 않아 고향의 후한 인심이 그리워 다시 환고향할 생각마저 하게 했던 마음의 전당, 지난 사스 때 여차하면 모든 걸 뿌리치고 고향 간다면서 “내 뒤엔 항상 고향이 있다”고 호언장담을 할 정도로 내 인생의 버팀목이 되여온 고향마저 어쩌면 이번에 뚫렸습니다.
  마치도 느닷없이 도둑놈한테 집이 털린 느낌입니다. 허망감, 좌절감이 엄습하지만 스스로 떨쳐내고 있습니다. 워낙 고향이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백두산이 성산으로 그냥 천하를 굽어보고 만민이 성산을 우러러보고 있는 한 태고연한 고향은 힘이 있습니다.
  두만강 해란강 전설의 강, 기적의 강이 그냥 옥토를 적시고 마음을 씻어주고 있는 한 기적의 고향은 힘이 있습니다.
  선구자의 노래가 그냥 울리고 엄동설한을 이겨내고 봄이면 어김없이 진달래를 피우는 양지바른 언덕에서 선렬들이 미소를 짓고 굽어보시고 있는 한 영웅의 고향은 힘이 있습니다.


  례절 바르고 인품이 넉넉한 분들이 고향을 지키고 있고 멀리 타향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항상 고향을 그리고 고향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 고향사람들이 있는 한 마음의 고향은 힘이 있습니다.
  워낙 고향이 막강한 힘이 있기에 “고향이여 힘내시라”는 말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힘을 보태기만 하면 됩니다. 새해 진달래가 동토를 녹이고 다시 꽃을 피울 때가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제 꽃피는 계절이면 인적이 거의 끊겼던 거리가 활력으로 넘치고 초조와 불안, 짜증과 불만으로 주름진 얼굴에 미소와 웃음이 실리고 해빛 밝은 교정에서 아이들의 글 읽는 소리가 꿈을 불러오고 후한 인심으로 만방의 벗님네들을 다시 불러들일 때 나는 고향의 노래를 목청껏 부르겠습니다.
 

고향산 기슭에 올라서니
사철 푸른 소나무 반겨주고
장원들 노래 소리 들려오누나
아 사랑스런 산천이여
아 내 정든 고향이여
조국의 변강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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