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춘식의 조선족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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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평]도시화 시대 소외자의 삶에 대한 관조
2019년 07월 17일 09시 36분  조회:684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도시화 시대 소외자의 삶에 대한 관조

장춘식

 

요즘 소설가 리승국이 잘 나간단다. 작품집도 나오고 수상소식도 자주 들린다. 그만큼 성숙되여가고 있다는 말이 되겠다. 언제부터인지 필자 또한 리승국의 소설에 관심을 가져왔다. 작품의 스타일에 공감해서이다. 리승국의 소설서사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문체이다. 화려함보다는 텁텁하면서도 구수한, 투박하지만 잘 삭은 된장 같은 토속적 문장 혹은 문체는 인물들의 성격은 물론 인물들이 처한 사회환경과 삶의 방식 그리고 그들의 소박한 가치관마저 진솔하게 드러내준다. 도시화 시대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여가는 서민들의 눈높이에서 그들 나름의 담론방식으로 표현된 삶이기에 좀더 신빙성을 획득한 것이 아닌가 싶다.

중편소설 <마지막> 역시 그렇다. 아니 좀더 전형적이라 해야 옳을 것 같다. 인물의 눈높이에 맞춘 문체와 서사, 담론방식으로 하여 작품의 문제성은 좀더 진실하게 다가온다.

미장이 기술 하나로 가족을 먹여살리며 도시 변두리 서민주택인 단층집에 세 들어 팍팍하지만 나름대로 보람을 가지고 살아가는 미쟁이가 있다. 어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도시화로 인해 수입은 점점 줄어들지만 그래도 나중에 아빠트를 사서 하나 뿐인 아들을 장가보내고 오손도손 살아가겠다는 꿈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던 어씨는 학교를 나와서 일자리가 없이 빈둥거리는 아들에게 미쟁이 일을 가르친다. 한가지 걱정이 있다면 안해가 고혈압으로 고생하는 것이였다. 그런데 그 한가지 걱정이 치명적인 결과를 낳고 만다. 안해가 뇌출혈로 쓰러진 것이다. 그때껏 모았던 돈을 다 써버려서야 겨우 안해의 목숨을 구했지만 이번에는 어씨 본인이 쓰러지고 만다는 것이 이 소설의 기본 내용이다.

도시화 시대 어느 도시 변두리의 단층집 동네에서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서민의 이야기라 하겠는데 이런 서민의 삶이 공감을 자아내는 원인은 이들의 삶이나 운명이 나날이 윤택해지는 도시 중심지 중산층의 삶과는 너무나 뚜렷한 대조를 이루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대조적 상황을 극대화한 것이 바로 리승국의 ‘눈높이 서사’이다.

우선 인물의 성격에 걸맞는 담론방식이 그렇다. 소설의 시작부분에서 주인공은 성이 어(고기 魚)씨이지만 물고기를 즐겨 먹었고 특히 조상의 얼굴에 먹칠하는 행위라 해도 개의치않을 정도로 세치네국을 즐겨 먹는다고 했다. 여기서 ‘세치네국”은 연변 특유의 생선국을 이르는 말인데 이런 담론방식 때문에 연변이라는 지방적인 특징이 가미되면서 일부 자조적이지만 여러가지 속박에서 탈출하고저 하는 서민의 소박하고 털털한 삶의 태도가 두드러진다. 또 다른 례로, 어느 날 지금 막 미장일을 배운 아들과 함께 담장 쌓는 일을 했는데 주인은 약속한 돈 300원 대신 그 절반만 내놓는다. 이틀 해야 할 일을 하루에 다 했으니 반만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억울해서 주인장에게 따지고 드는데 어찌어찌하다가 그만 주인장이 물통에 넘어졌고 이때 주인장의 아들이 나타나서 어씨와 어씨 아들의 뺨을 친다. 화가 난 어씨는 쌓아놓은 담장에 피가래를 뱉으며 어느 땐가는 이 담장에 사람 죽을 것이라 으름장을 놓고 돌아간다. 이때 어씨의 행위는 주인공의 소외된 사회적 지위를 나타낸 동시에 서민 나름대로의 분풀이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분풀이방식에는 소외된 서민들의 자존심이 반영되여있기도 하다. 이른바 정신승리법이라 할 수도 있지만 나름대로 손해를 최소화하면서 소외계층의 자존을 지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처럼 주인공의 성격은 투박하고 어떤 측면에서는 무지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러한 행위에는 나름대로의 가치기준이 작용한다. 더구나 소박하지만 바른 심성, 따뜻한 인정은 작가가 지극히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녀자였지만 급성맹장염 위기에서 구해주고 나서 일시적인 충동으로 임신시켜놓고는 그 책임을 끝까지 지는 자세가 그렇다. 또 그렇게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안해가 고혈압 때문에 고생하는 것에 항상 불안해하면서 치료를 제안한 것, 안해가 뇌출혈로 쓰러졌을 때, 집도 사고 아들을 장가보내고저 그때껏 안해 몰래 모아왔던 저금 전부를 병치료에 내놓는 행위 또한 그렇다. 아들에 대한 겉으로 보기에 덤덤하지만 실제로는 더없이 애틋한 감정이나 왕스푸에 대한 동료의 정 또한 그런 의미에서 리해된다.

인물의 성격에 맞춘 담론방식과 그에 걸맞는 소박한 문체가 리승국의 소설서사 혹은 인물성격의 부각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주제의식의 제시는 인물성격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 인물들의 삶에 걸맞는 환경도 중요한 몫을 한다.

소설에서 주인공이 거주하고 일하고 생활하는 환경은 도시화 시대 중산층을 비롯해 일반인이 살고 있는 주요 환경과는 큰 차이가 난다. 앞에서 이미 언급된 작업장의 환경은 현재 건설이 한창인 도시 중심지대와는 멀리 떨어진 도시 변두리나 시골이다. 그리고 때로 따뜻한 온정을 느낄 수 있는 경우도 있으나 담장을 쌓고도 뺨을 맞고 삯돈을 반 밖에 받지 못하는 등 억울함을 당하기가 일쑤이다. 사랑하는 아들에게 자전거를 사주면서도 변두리에 밀려난 고물시장에 가서 중고품을 사야 하는 상황이다. 당연히 소외계층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선택이요 생활방식이다. 그러나 이보다도 더 인상 깊은 것이 주거환경이다. 주인공 어씨네가 살고 있는 변두리 단층집 동네는 도시 중심의 아빠트와는 십분 대조적이며 어씨네는 그런 단층집마저 세 들어 살고 있다. 단층집 동네 중요한 징표의 하나라 할 수 있는 공중변소에 관련된 다음 례문은 그러한 어씨네 가족의 삶의 양상을 잘 나타내준다.

공공변소는 대개 모양새가 똑같았는데 특점이라면 화장실문이 없고 쭈크리고 앉으면 옆사람하고 대화도 할 수 있고 담배도 빌려 피울 수 있는 어찌 보면 대중적인 공공장소였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별의별 대화를 다 나누는데 처음에는 아침날씨부터 시작해서 언거번거 얘기하다가 나중에는 가을배추값이 얼마 올랐고 감자값이 얼마 내렸으며 겨울나이 석탄값이 배로 껑충 뛰여오른 것을 한탄하기도 했다. 그러다가도 정서가 고조되면 지금 아빠트는 개발상들이 돈을 아끼느라 아빠트 사이를 가깝게 지어 건너편 아빠트에서 녀자가 목욕하는 것까지 창문 너머로 다 건너다 보인다는둥, 시가지안의 인력거군들은 거의 모두가 애인을 두고 있다는둥 시시껄렁한 잡담을 늘여놓기도 했다. 이런 풍문들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변소 안에서 듣는 사람들은 그 악취가 풍기는 공기 속에서도 입을 벌리고 소리내여 킬킬거리군 했다.

리승국의 친서민적 혹은 서민눈높이 문체의 정수를 보여주는 례문이다. 그리고 이 례문은 여러가지로 서민사회 삶의 환경과 양상을 집약적으로 드러내준다. 례문을 통해 우리는 서민사회 또한 인간적인 삶의 공간임을 알 수가 있다.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이들의 삶은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에서 잊혀져가고 있다. 즉 소외되여가고 있다. 그러나 비록 렬악하고 소외된 환경이지만 서민들은 그 속에서도 삶을 영위하고 애환을 나누고 있다. 그리고 바로 이처럼 불결하지만 일부 여론장의 역할을 하는 장소에서 이웃에 사는 강동무가 뇌출혈로 죽었다는 말을 듣고 주인공 어씨는 역시 고혈압을 앓고 있는 안해의 건강상태를 다시 한번 걱정하게 되며 결국 걱정이 현실화하여 안해도 뇌출혈로 쓰러지고 만다.

여기서 다시 도출되는 부분이 바로 주인공의 신분과 삶의 방식이다. 개혁개방 40여년, 도시화가 한창인 중국의 경제적인 발전은 그야말로 눈부시다는 말로 형용할 수 있다. 그러나 서민들의 삶은 여전히 어렵다. 미쟁이라는 직업이 과거에는 그리 천한 직업이 아니였다. 그러나 산업화가 완성되여가면서 서서히 변두리로 밀려났고 어씨와 같은 미쟁이들은 이제 사회적으로 소외되여가고 있고 따라서 이들의 삶은 산업화, 도시화의 혜택에서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 세치네국에 소주 한잔을 마시는 것이 사치스런 회식이 되고 사랑하는 아들에게 중고 자전거를 사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마누라가 고혈압병을 고질로 앓고 있어 늘 아슬아슬한 살얼음우를 매일매일 건느는 일상을 되풀이하”면서도 모아놓은 돈을 감히 다치지 못하고 아글타글 살아가다가 결국 그렇게 모은 돈을 아빠트를 사거나 아들 장가갈 때 쓰지 못하게 된 것은 물론 마누라의 생명을 구해내는데 써버리고 마는 것이나 주인공 어씨 자신마저 죽음에 이르는 등 삶의 양상은 오늘날 소외된 삶을 영위해가는 서민의 모습 그대로이다. 이러한 서민들의 삶의 방식이 우리에게 생생하게 다가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작가의 친서민적인 문체 혹은 묘사의 결과가 아닌가 한다.

그러니까 도시 변두리에서 나름대로의 희로애락을 가지고 희망과 자부심 그리고 성실한 장인정신을 지켜가면서 소외된 삶을 영위해가는 한 인간과 그 가족의 애환이 담긴 이 소설의 이야기에는 소외되고 밑바닥에서 영위해가는 삶의 소유자들도 인간적인 미덕과 도덕적인 기준을 뚜렷이 갖추고 있으며 나날이 비대해져가는 도시화 사회에서도 이들을 소외시켜서는 안된다는 작가의식이 반영되였다 하겠다.

문학은 약자를 위한 예술이냐 하면 한마디로 대답하기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상당부분 그렇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 같다. 강자는 그 스스로 자신을 대변할 수 있지만 약자는 그렇지 않으며 꼭 약자라 하기 어려운 문학인으로서는 약자를 위한 대변인이 되는 것이 사회적 혹은 력사적 사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는 소외자 혹은 약자의 립장에서 그들의 애환을 그린 작품이다. 약하지만, 그래서 일부 불우한 측면도 있지만 성실과 따뜻한 인정으로 나름 대로의 삶을 영위해가는 소외자의 운명에 대한 관조는 당연히 작가의 중요한 사명이라 해야 옳다. 리승국은 이 사명에 충실하고저 한 것이다.

이 작품은 아쉬움도 없지는 않다. 작품에서 말하는 <마지막>는 어씨를 지칭할 것인데 실제로는 그 아들도 미쟁이 기술을 익혀 아버지 못지 않은 능력을 과시한다. 해제가 조금 모순되는 셈이다. 그리고 그런 아들의 이미지가 이미 부각되였음에도 소설의 결말에서는 그 뒤이야기가 생략되였다. 아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소설의 주제의식을 해명하는데도 도움이 되였을 터인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음 작품에서 좀더 정교한 서사를 기대한다.

출처:<장백산>2017 제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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