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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아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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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거짓말
2014년 12월 03일 12시 21분  조회:497  추천:0  작성자:

"나 미쳤었나봐……

K양은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대책을 세워달라는 듯이 애처로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

3개월 전이었다. 잊을 수 없었다. 그날, K양이 털어놓았던 고민, 그 뒤로 뜬금없이 만약''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한다.

뜨거운 햇볕을 등지고 나는 부랴부랴 한 카페를 향해 걸어갔다. 오래된 고향 친구이지만 서로 하는 일이 다르고 나름 열심히 살려고 애쓰는 우리에게 한 번 약속 잡기란 힘든 일이었다. 어렵사리 오랜만에 드디어 만나게 된다는 기쁨을 안고 걸어가는 나의 발걸음은 빨라질 수밖에 없었다. 등에 송골송골 맺힌 땀은 척추 라인을 타고 흘러내리는 듯했다. 더위와 싸우며 인파속을 뚫고 카페 앞에 도착했다. 급기야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K양은 반갑게 일어서서 나를 향해 손 저었다. 그날도 역시 그녀는 맑은 눈동자에 거짓 없이 자신에 대한 모든 걸 털어놓기 시작했다.

K양과 나는 알고 지낸지 거의 15년 정도 된다. 초등학교 때부터 쭉 알고 지낸 사이지만 중학교부터는 다니는 학교가 달랐고 연락이 뜸해졌다. 그리고 고등학교, 대학교는 더 말할 나위 없이 멀리 떨어져 있게 되었다. 대학교 졸업하고 결국엔 다시 같은 곳에서 만나게 된 우리, 비록 다른 환경에서 다른 분야의 일은 도맡아 하고 있지만 그동안 함께 하지 못했던 시간들을 되돌리며 그사이에 생긴 일들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날도 우리는 여자임을 다시 한 번 인정할 만큼 장시간의 수다를 늘어놓았다. 나는 학교에서의 재미있었던 일들, 그리고 아르바이트 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들을 얘기했고 그녀는 자신의 일터에 대한 얘기를 했다. 그러던 중 맑은 그녀의 눈동자가 흐릿해지더니 후회스러운 표정을 하고 입술을 꼭 깨물고 날 쳐다보았다.

"저기……나 어떡하면 좋지……"

나는 의아해 하며 무슨 일이냐는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그녀는 입술을 다문 채 쉽게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답답한 나는 그녀를 뚫어져라 보았다. 그녀는 깍지 낀 두 손에 힘을 주고 길게 한숨을 쉬더니 말하기 시작했다.

"……지금 영어 학원 다니고 있는데……사람들이 내가 중국인인줄로 알아……한족으로……

"그게 뭐가 어때서? 짧은 인연으로 만나는 사람들인데 뭐 어때……큰 일 난줄 알았네!“

"아니야……별일 같지 않아도 내가 엄청난 거짓말을 했어……사람들은 내가 외국인인데 불구하고 한국어를 진짜 잘한다고 칭찬 엄청 해줘……중요한건 내가 그걸 즐기고 있는 것 같아……아무도 나를 의심하지 않았을 때 같은 반인 한 오빠가 너 조선족 아니냐고 했을 때……

그녀는 두려움에 가득 찬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 아니라고 대답했다……이건 내 스타일 아니야……중국인이라고 했을 때 왜 이렇게 한국말 잘하냐고 하면 꼭 조선족이라고 밝히는 사람인데……내가 무언가에 홀린 것 같아……큰 거짓말을 했어, 그것도 돌이킬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을 속였어……미안하기는 한데 솔직하게 이제 와서 고백 할 자신은 없어……무서워……"

"괜찮아……실수 할 수도 있지 뭐 그래……신경 쓰지 말고 영어 공부나 잘하세요!“

"죄책감이 들어……그리고 예의치 않은 거짓말을 한 내 자신이 너무 어이없고 창피해……나 늘 무시 했었어……이 곳에 억지로 소속시키려 하는 자들을……근데 지금 나도 그들과 똑같은 사람이 되어버렸어……나 변해가고 있는 것 같아……"

"너도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거야……사람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고……어차피 학원 끝나면 다시 안 볼 사람들이잖아……지금 중요한 게 무엇인지만 생각해!“

K양은 바르르 떨고 있었다. 이 일이 그녀에게 그토록 충격이었을까……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나의 한 마디 한 마디 말에 그녀는 실망한다. 그녀는 밀려오는 죄책감에 누군가가 자신을 심하게 혼내주길 바란다고 했다. 처음엔 그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으려 했다고 한다. 영원히 혼자만 알고 있는 비밀로 간직하려다 죄책감에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누군가에게 말해보고 싶었다는 그녀, 그렇게 자신이 한 거짓말에 대한 책임을 다 할 수 없는 것에 괴로워하면서 결국 나에게 말했다. 그녀는 학원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자신을 아주 대단하게 여긴다는 것이었다. 능숙한 2개 국어에 영어도 뒤처지지 않게 하기 때문에, 그리고 자신은 그러한 상황이 즐겁고 좋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를 골치 아프게 하는 것은 솔직하지 않았던 자신에 대한 불안감이라고 한다. 조선족을 배신한 기분이 든다고, 사람들 만나고 공부하는 것은 좋은데 언젠가는 들통이 날 것이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고백을 해야 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럴만한 용기가 없다고 한다. 그녀는 극심한 딜레마에 처한 상황이라고 한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남의 일이어서 그랬을까……나는 왜 이토록 별일 아닌 듯 웃어넘길 수 있었을까……똑같은 경험은 아니지만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일들을 겪은 적이 있는 게 분명했다. 나중에야 생각이 났다. 그 일들이 어떤 것인지가……나 뿐만 아니라 조선족이라면 한 번쯤 겪게 되는 일, "넌 한국인이야, 우리 나라 사람이라고.", "당신은 어느 나라 사람이라고 생각합니까?", 등등의 예민한 질문들, 누군가에게는 참 쉬운 질문이겠지만 생각이 많고 우유부단하며 항상 중립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질문이었다. 마치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처럼 가혹하고 폭력적인 질문이다. 답장을 할 수는 있지만 그 답장으로 한 개인의 주관적 의식과 성향이 판단될 수도 있기에 나는 늘 그 대답을 회피한다.

만약 내가 K양과 같은 환경에 처하였다면 나는 더 솔직해 질 수 있었을까……고백할 수 있었을까……어쩌면 나도 K양처럼 용기는 없었을 것이다. 거짓말이라는 게 들통 날 것이고 그 뒤로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인지 쉽게 추측이 가기 때문이다. 조선족을 처음 접하는 사람한테는 "" 한 사람으로 인해 조선족은 사람을 잘 속이는 거짓말쟁이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웠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녀는 결국 학원을 그만 두었다고 한다. 이유는 더 이상 묻지는 않았다. 이러한 문제에서 보더라도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생활을 하는 것 같지만 우리 몸속 무언가가 그리고 머릿속 무언가가 늘 힌트처럼 제시해 주고 있다. 정체성에 대해 확고한 이름을 요구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이 사회, 이곳에 정착하기 쉬운 경로이고 따지면 따질수록 혼란이 더욱 우리를 괴롭힌다고 말이다.

우리 주변에는 '나는 누구인가?'의 주제로 다룬 철학, , 영화 등 많은 콘텐츠들이 많다. 단순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것은 어쩌면 한 개인을 억압의 궁지로 몰게 하는 일종의 번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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