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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국수, 비빔정
2013년 12월 30일 08시 52분  조회:1861  추천:0  작성자: 흑토의 사나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국수라면 그저 달콤새콤하면서도 시원한 육수에 꾸미를 얹어 먹는것으로 생각하였었는데 이번에 한국에 가보고 지금 우리가 먹는 국수외에도 콩국수, 비빔국수, 김치말이국수 … 등 국수는 국수지만 재료와 먹는 방법에 따라 다름을 알게 되였다.

지난 여름 한국에 갔다가 한국생활을 피부로 느껴보려는 생각으로 며칠간 일하게 되였는데 때는 불볕무더위라 나의 힘에 알맞는 일이 주방설거지일것 같아 결국 주방설거지 일을 해보게 되였었다. 내가 일한 곳은 서울 신도림역에 붙은 디큐브백화점안에 있는 “사리원소반”이라는 한식집이였다. “사리원소반”은 3대째 이어오는 음시점으로서 일찍 황해도 사리원에서 남편의 병치료를 위하여 갖가지 과일양념에 소고기를 재웠다가 불고기로 대접하여 좋은 효과를 보았던 비방으로 물려온 음식점이였는데 불고기와 랭면이 위주였는바 랭면은 물랭면과 비빔랭면이였다. 처음에 물랭면, 비빔랭면하니 어리둥절하였었는데 물랭면이란 바로 육수에 꾸미를 얹어 먹는것이고 비빔랭면은 잘게 다진 소고기, 고추가루 등 양념으로 육수가 없이 말아먹는 국수였다.

오전 10시부터 저녁 10까지 열두시간동안 수없이 쏟아지는 그릇들을 가시고 다시 그것을 크기와 용도에 따라 분류해서 지정된 곳에 가져다놓는 외에도 불고기에 쓰이는 불판을 닦아서 공급하는 작업이 바로 설거지였다. 더우기 한식집이라 밑반찬으로 나가는 작은 재털이같은 그릇들과 크고작은 물컵들이 얼마인지 헤아릴수가 없어 한두패가 식사를 마치고 나가도 그릇들은 무더기로 쏟아져나왔었다. 게다가 백화점안의 음식점이라 쇼핑을 하다가 들어오기에 때와 시간이 없이 손님이 들이닥쳐 편히 쉴 틈이 없었다. 그렇게 힘든 하루를 보내면 그래도 매상고가 올랐다고 부장님이 일당에 팁을 올려주는데 그때면 하루의 피곤은 저만치 물러가고 걸음도 가벼이 집으로 돌아오군 하였다.

주방안에는 주방장을 실장님으로 부주방장을 과장님으로, 밑반찬을 장만하는 녀성을 찬모로, 밥을 장만하는 사람을 밥모로 불렀었는데 내가 일하였던 “사리원소반”에는 실장, 과장외에도 실장보조로 일하는 젊은이가 더 있었다. 일하러 간 첫날 아침식사를 마치고 담배쉼을 할 때 나는 중국에서 왔으며 체험삼아 해보려 한다고 하였더니 그 젊은이가 나를 찬찬히 보는데 그 눈길이 싫지 않았으며 어딘가 푸근하고 정겨웁기까지 하였었다. 그렇게 하루이틀 지나 알게 되였는데 그 젊은이의 이름은 김정연으로서 어릴때 목단강에서 살았었고 후에 청도에서 자랐으며 지금은 국적을 한국으로 옮긴 상태였었다.

식당의 일이란 손님이 들이닥칠 때도 바삐 돌아쳐야 하지만 하루일을 마무리하는 마지막정리가 더 힘들었다. 그때면 자기앞의 일을 깨끗하게 해놓아 이튿날 아침 아무런 지장없이 일할수 있게 해놓아야 하는데 짧은 시간 많은 일을 해야 하였다. 손님들이 떼를 지어 들이닥쳐 씻은 그릇들을 미처 옮기지 못할 때면 정연씨가 다가와서는 말없이 그릇들을 옮겨주었으며 퇴근전 마지막정리는 한번도 빼놓지 않고 나의 곁으로 다가와서 일을 도와주군 하여 제때에 깔끔하게 마무리할수 있어 항상 고마운 마음이였다. 내가 고맙다는 인사말을 할때마다 그는 그저 정다운 눈길로 바라보면서 씩 웃는데 그치군 하였다.

그날은 일요일날이라 오후 두시가 넘어서도 손님이 그치지 않아 담배한대 피워볼 사이없이 바삐돌아치고있는데 정연씨가 나의 곁으로 다가와서 “내가 잠시 일을 해줄테니 어서 이 국수를 뒤칸으로 가지고 가서 잡수세요”라고 말하며 비빔국수가 그들먹이 담긴 큼직한 국수사발을 내 앞으로 내미는것이였다. 언제부터 비빔국수가 어떤 맛일가 궁금했던 나는 얼결에 국수사발을 받아들고 뒤칸으로 가 국수를 비비고  가득 집어들었다. 그 순간 나는 갑자기 목이 꺽 메여오면서 눈굽이 젖어드는걸 어쩔수가 없었다. 내 나라에서, 내 집에서 국수한그릇에 돈이 얼마랴만 이곳에서는 매일 눈요기로만 하던 국수가 아닌가. 헌데 그 국수를 같은 동포인 정연씨가 나에게 진심을 담아 권한것이다. 그렇듯 힘들게 일해도 누구하나 거들떠 보지도 않았건만 정연씨는 항상 날 도와주고 그렇듯 많은 랭면을 팔아도 누구하나 맛보란 말이 없었건만 정연씨는 나에게 권하지 않았는가. 한국인도 같은 동포이지만 정연씨는 동포이면서도 같은 조국에서 태여난 형제였기에 항상 함께 할수 있었다.

비빔국수는 비록 갖가지 양념에 비벼먹는 국수지만 국수의 참맛을 알수 있었다. 내가 한국이라는 곳에서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어울려 보낼 때 그속에서 정연씨는 나에게 참된 인간애와 형제의 정을 그대로 주어 감동을 먹게 하였으며 진정한 정을 느끼게 하였다. 나는 정연씨가 권한 비빔국수를 먹으면서 나와 정연씨가 맺은 정은 비빔정이라는 생각을 가져보았으며 그 정을 영원히 간직하리라 다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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