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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명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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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목걸이
2015년 04월 06일 07시 58분  조회:1304  추천:0  작성자: 허명칠
휴대전화 목걸이
 
가슴이 갑갑하기에 입원했었다
밤잠이 안 와서 노친한테 졸랐다
커다란 곰 인형을 안고 자고 싶으니
한 마리 사 달라고 했는데
웃기만 하고 안 사준다
 
병문안 온 아들 내외한테
노친을 고소했는데
그들도 마찬가지 태도이다
함께 따라온 손녀가 엄마 옷자락을
집어 당기면서 병실 밖으로 나간다
 
이윽고 손녀가 커다란 곰 인형을 안고
엄마와 함께 병실에 나타났다
기쁜 김에 침대에서 마구 내려와
곰 인형과 손녀를 함께 껴안았다
노친의 눈시울에 이슬이 맺힌다
 
퇴원한 지 보름 만에 산책하고
집을 찾지 못하여 갈팡질팡하다가
이웃의 도움으로 집에 돌아왔다.
주머니에 끈을 달아 목에 걸고
휴대전화를 넣어주며 명심하란다
 
십 년 너머 자리를 같이 안 한 암범
내 거실에 들어와 동침하면서
곰을 버리고 저를 안고 자란다
느닷없이 깃든 봄, 골짜기엔
을씨년스러운 진눈깨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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