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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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교수는 먼저 한우물을 잘 파야 학문에서 대성한다
2019년 07월 15일 09시 13분  조회:233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교수는 먼저 한우물을 잘 파야 학문에서 대성한다

김병민

 

교수라는 직업은 굉장히 고리타분한 생활 선택일 수도 있다. 훌륭한 교수가 되려면 우선 차거운 걸상에 하루에 몇시간씩 앉아서 독서하고 자료를 정리해야 하고 또한 한편의 론문을 쓰자면 수많은 원전을 읽어야 하고 과제와 관련된 남의 연구론문을 읽어야 한다. 훌륭한 한편의 론문을 완성하자면 1년 시간은 걸린다고 해야 할 것이다. 강의도 마찬가지로 수많은 자료를 분석하고 새로운 내용을 보충해야 한다. 한시간의 명강의를 위해서는 10시간, 지어는 몇십시간을 들여 착실히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대학들에서는 일반적으로 교수들에게 일주일에 6-9시간 이상의 강의임무를 맡기지 않는다. 왜냐 하면 교수는 지식생산이란 이 신성한 과업을 맡고 끊임없이 독서해야 하고 론문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식전수를 위한 강의, 특히 학생들과 함께 지식을 토론하고 생산한다는 의미에서 이야기할 때 열시간, 나아가서 20-30시간의 독서와 독서필기를 이룬 뒤에야 휼륭한 강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교수는 한우물을 파는 장인이기도 하다. 중국의 현대의 최고의 학자로 손꼽이는 전종서钱钟书는 중외문학비교에 평생을 바쳤고 계선림季羡林은 인도문화연구에 평생을 바쳤으며 호적胡适은 중국 국학 연구에 일생을 바쳤고 왕기王起는 중국 잡극 연구에, 왕요王瑶는 중국 현대문학 연구에 일생을 바쳤고 왕력王力은 한어 연구에 일생을 바쳤으며 탕일개汤一介는 평생 중국 철학 연구에 일생을 바쳤다. 우리 연변대학을 보더라도 상황은 매일반이다. 저명한 최윤갑교수는 평생 훈민정음을 비롯한 조선어 연구에 일생을 바쳤고 박진석교수는 호태왕비를 비롯한 고구려사 연구에 일생을 바쳤으며 박창욱교수는 조선족력사 연구에 일생을 바쳐 ‘살아있는 민족사전’란 평가를 받았다. 또한 방학봉교수는 발해사 연구 그 가운데서도 발해 성곽과 무덤 연구에 일생을 바쳤다. 하여 학계에서는 조선어 연구 하면 최윤갑교수를 떠올리게 되고 조선사 연구 하면 박진석교수를 떠올리게 되며 조선족사 하면 박창욱교수를 찾아가라고 하고 발해사 하면 방학봉교수를 떠올린다. 그것은 한우물을 깊게 파서 그야말로 일가견을 가졌기 때문이다. 한 학자로 놓고 보면 일생에 한우물을 깊이 있게 그리고 그  우물을 잘 관리해서 만사람이 향유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우물을 깊이 있게 파자면 좋은 물곬을 선택해야 할 것이고 또 깊이 있게 파기 위해서는 주변을 넓게 파기 시작해야 할 것이고 깊이 파자면 흙을 퍼내는 용기를 갖추어야 할 것이고 또 남의 도움도 받아야만 한다. 깊이 있게 파다 보면 나중에는 맑은 물이 나오게 될 것이고 그 맑은 물이야말로 비로소 만사람에게 감로수가 되는 것이다.

대학에 한우물을 파는 학자가 많을수록 그 지명도 높아지고 학생들도 시원한 물을 마시려고 모여들기 마련이다. 그런데 요즘의 학계를 보면 여러가지 못마땅한 일들로 뭇사람들을 실망하게 한다. 우선 확실한 연구방향이 없이 남이 파고 있는 우물 주위에서 빙빙 돌다가 그 우물에서 물 한바가지 떠가지고는 그 물이 자기가 파낸 우물에서 얻은 것이라고 떠벌이고 있으니 이런 사람은 도적놈 학자이다. 다음으로는 하나의 지정된 우물이 없이 이 우물도 파보고 저 우물도 파보면서 남의 뒤를 따라가기에 능사인데 이는 학문 의식이 없는 갈대식 학자이다. 특히 한심한 것은 자기 우물을 방금 파기 시작했는데 더 깊이 파자니 능력 미달이여서 계속 파내기가 힘겨웁고 포기하자니 남 보기가 민망스럽고 해서 갑자기 다른 우물에 머리를 기웃기웃거리다가 하루아침에 새 우물을 팠다는 식으로 으시댄다. 이는 기회주의 학자이다. 례를 들면 원래의 전공은 아예 버리고 무슨 지역문화연구자, 국제관계연구자 등등으로 자기를 포장한다. 그런데 지역문화 연구, 국제관계 연구가 어디 그렇게 식은 죽 먹기인가? 정상은 고사하고 아류의 아류로 되자 해도 힘들 판국이 되여있으니 어찌한단 말인가? 무등 고민해서 고안해낸 것이 그 무슨 정책자문이라든가, 고급두뇌네트웨크 등을 만들어내는 ‘실세전문가’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즉 국가의 정치와 권력 운영을 위해서 가장 초미의 과제를 풀어간다는 것으로 국가에서 제일 요구되는 대단한 학자로 군림한다는 것이다. 물론 자기만의 생존을 위해 엉터리 혹은 떠벌이기 학자로 탈바꿈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소 리해가 간다. 왜냐 하면 억천만번 거짓말 하고 허풍 치더라도 목숨이 붙어있는 이상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리해가 전혀 안되는 점이 있다. 그것은 자기가 탈바꿈하고서는 남까지 탈바꿈하라고 유인술을 펼치는데 흔히 그 무슨 연구비 조달이요 직함평의요 하는 미끼를 던져주어 한창 성장하는 청년교수들을 롱락하고 오도하는 이 점이다. 더 한심한 것은 이른바 정책자문 보고서거나 얼렁뚱땅 만들어낸 연구총서 등이 어디 학문적인 체계성이나 론리성이나 사회실효성이 전혀 없는, 사회에 페지로 이루어진 공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특히 정책자문 한답시고 지도자의 비준지시를 받아야만 자문의 값이 오르겠는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직접 해당 부서를 찾아가서 이른바 ‘감사의 편지’를 받아가지고 와서는 대단한 성과를 이룩했다고 학문권 내외에서 사기 치니 실로 코 막고 답답한 일 아니겠는가? 대단한 요직에 있는 정계 요인들에게 정책자문하자면 고차원의 지식이 있어야 하고 사회문제, 지역문제, 국제문제를 분석 평가하고 그 대안을 제시할 만한 학문적 독창성과 정치안목, 발전전략이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골목에서 들은 소식이나 되받아쓰기 식으로 만들어낸 글들이, 그것마저 남의 손을 거쳐 만들어낸 것이 어찌 그 지가가 오르겠는가? 

 난 얼마 전 정책자문의 최고 국제관계전문가와 만나 정책자문과 관련하여 문의한 적 있는데 그 분이 말씀하기를, 요즘 사이비학자들이 정책자문에 뛰여드는 것은 정책자문에 대한 리해부족은 물론이고 정책자문에 대해서는 별 기여도가 없는 헛짓이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서 특히 대학의 대부분 교수들은 학생을 잘 키우고 학생과 함께 자기의 전공분야의 지식창조를 다그쳐야 한다고 말하여 나는 큰 계발을 받았다. 이른바 정책자문서나 들고 다니는 그 소행은 학문의 한우물을 파기에 싫증난 사이비학자들의 꼭두각시 사극으로 볼 수 밖에 없다. 

학자는 한우물을 잘 판 뒤에 그 우물이 만사람에게 공유되게 하기 위해서는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해야 하고 우물안도 돌로 잘 쌓아올려야 하고 또한 책임성 있는 사람들이 잘 지켜 후손만대 사용하게 해야 한다. 학문에서의 한우물 파기란 학술연구 성과를 많이 내고 자료정리를 착실히 하며 경우에 따라 참고서, 교재를 질 좋게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아예 학문을 고추장 맛보기로 하고 엉뚱하게 명예 얻기에만 급급하고 또한 권세와 리욕에 자아팽창되여 안하무인이 되고 자기가 파보려던 우물과는 아예 멀리하고 다른 곳의 더 큰 우물을 판다고 좌왕우왕하니 가소롭기 그지없다. 내가 한우물을 잘 파야 한다고 해서 결코 다른 새로운 우물은 영원히 팔 수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내가 주장하는 것은 한우물을 우선 잘 파서 만사람이 공유하게 만든 뒤에 그 우물과 련관이 있는 다른 우물을 파되 서로 련관되고 교차되는 우물이여야 한다는 것이다. 학문적으로 말하면 자기의 깊이 있는 연구성과와 시각으로 학제적 연구를 얼마든지 잘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계선림季羡林선생은 인도연구로부터 동방연구, 동방연구로부터 동서방 문화 비교로 확장해갔으니 인류복지와 공존을 위한 서로 련관된 더 큰 우물을 줄줄이 파기도 했다. 이는 학문의 좌왕우왕이 아니고 부단한 확장이요, 학제간 연구이기도 하다. 서로 련관된 더 큰 우물을 파기란 그리 쉽지가 않다. 더 큰 우물을 파자면 더욱 다양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세계적인 대가들이 부단히 새 우물을 크게 팔 수 있는 것은 철학, 경제, 인류학, 사회학, 생물학 등 넓은 지식과 문화적 안목과 그리고 수많은 연구방법을 동원하여 새로운 지식의 바탕 우에서 또 큰 우물 파기에 성공하는 것이다. 맑스, 엥겔스, 헤겔, 칸트, 데카르트, 프로이드, 싸르트, 니체, 푸코, 데리따, 델뢰즈 등등 모두 한우물 파기에 성공한 뒤 학문적으로 교차된 더 크고 더 좋은 우물 파기에 대성한 인류최고의 학자이기도 하다. 나는 연변대학의 학자들은 우선 한우물 파기에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부탁한다.  

출처:<장백산>2018 제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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