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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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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발취] 20세기의 신화 (김학철)
2011년 01월 27일 10시 49분  조회:932  추천:25  작성자: 문려


20세기의 신화

--장편소설발취 


김학철

 

머리말

 

  《20세기의 신화》는 《문화대혁명》 이전에 쓴것으로서 발표를 하기도전에 작자에게


10년 징역형이 언도되였다는 심상찮은 래력을 갖고있는 문제거리의 소설이다.


  10년후에 작자가 만기출옥을 하고 다시 3년후에 무죄판결을 받은 뒤에도 《20세기의 신


화》는 작자에게 돌려지지 않고 계속 법원에 압수된채로 있다가 다시 8년이 지나서야 비로


소 그 임자인 작자에게로 돌아왔다. 그러니까 도합 23년만에 《완벽귀조(完璧歸趙)》를 하였


다는 말이 되는것이다.


  최근 외국의 출판사들이 크게 흥미를 가지고 《20세기의 신화》를 꼭 출간하겠다고 서


두는것을 작자는 이런 말로 잠시 눌러놓았다.


  《국내에서 아직 활자화하지 않은것을 먼저 외국에 내다 발표하는것은 제 신조에 어긋


납니다. 그러니 국내에서 출판이 될 때까지 좀 기다려주십시오. ―얼마나 걸릴것 같은가구


요? 네, 과즉 5년, 더는 안걸릴겝니다.》


  벌써 오래전부터 말만은 귀에 젖게 들어왔어도 실지로 읽어보지는 못한 까닭에 《20세


기의 신화》가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건가고 궁금해하시는분들이― 작자가 알고있는 범위


안에만도 적잖다.


  그렇지만 아직은 그 전문을 다 발표하기가 곤난한 형편이므로 글가운데의 너무 날카로


운 부분은 에둘러가며 또는 징검다리를 건느듯이 겅정겅정 뛰여넘으며 부드러운 쪽으로만


간략히 한번 피로를 하여 호기심을 갖고계신분들의 궁금증을 다소나마 풀어들이고저 하는


것이 작자의 의도이다.


  집필 당시는 작자가 충분한 자료를 입수할수 없는 형편이였으므로 30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 진상이 다 드러난 뒤에 보면 겉가량이 다소 맞지 않은것도 더러 있다. 례컨대 작품가


운데서 작자는 《반우파투쟁》을 99프로 잘못된 운동이라고 단언을 하였었는데 기실은 99프


로가 아니고 99.999프로였다는것따위.


  《20세기의 신화》의 편폭은 모두 27만자로서 전·후편으로 나뉘였는데 전편은 1964년


9월, 또 후편은 1965년 3월에 각각 탈고되였다. 그런 연후에 작자가 다시 일어로 번역을 하


였는데 전편의 번역이 막 끝났을 때 《반란파》들의 습격을 받아 작자가 이내 감옥살이를


하게 된 까닭에 일어도 번역이 된것은 전편 13만자뿐이다.


  전편은 강제로동수용소에서 하루동안에 있었던 일을, 그리고 후편은 강제로동수용소에


서 풀려난 뒤 수년동안의 일을 각각 재현하였는데 주인공은 대학을 나온 젊은 지식인으로서


문학잡지의 편집인. 그의 수난의 기록이 곧 이 소설인것이다.

 

 

1989년 4월


***-----------------***------------------***

 

 

 

 

 

전편 1

 

 

  철조망으로 둘리지 않은 강제로동수용소에 또 봄이 왔다.


  부황이 들어서 본래의 얼굴모습을 거의 알아볼수 없게 된 전날의 《아리랑》 편집인 림


일평이가 지금 구유에서 부지런히 골라먹는것은 여물에 섞인 콩깨묵이다. 외양간밖에서는


먼저 먹은 바이올리니스트 채가 두엄을 치는체하며 대거리로 망을 보아주었다.


  불시에 채가 헛기침을 하였다. 사람이 온다는 군호다. 곧 뒤미처 《잰내비》라는 별명으


로 불리는 감독원 성가의 꼬장꼬장한 목소리가 이편을 향하고 무엇인가 소리쳐 묻는듯


  《녜, 이전 거의다 먹었습니다.》


  채의 대답하는 소리가 들리였다.


  소먹이를 훔쳐먹던 일평이가 밖에서 오가는 말소리를 듣고 입안에 든것을 얼른 도로 구


유에 뱉아넣었다. 그리고 손에 든 부지깽이로 여물을 휘적거려서 고루 섞어주는체하였다.


  《곽오주》라는 이름을 가진 심술쟁이 검정소는 여물탐이 나서 구유에 코를 틀어박고


처먹는데만 정신이 팔렸는데 한쪽 뿔에 퍼런 뼁끼칠을 한 《신진사》라는 이름을 가진 점잖


은 황소는 입덧이 나서 아래턱을 시답잖게 놀리면서


  (왜 고만 자시려우?)


  하고 묻는것 같은 눈치로 일평이를 쳐다보았다. 겸상해서 밥을 자시던 사돈어른이 별안


간 숟가락을 놓고 물러앉아 딴짓을 한다면 사람들도 의례히 이렇게 쳐다볼것이다.


  본래 이 외양간에는 부림소가 모두 일곱짝이 있었는데 그중의 다섯짝은 지난 겨울동안


에 삯짐들을 싣다가 굶고 지쳐서 이미 병들어 죽었고 요행 살아남은 이 두짝의 목숨이 질긴


소도 다 서까래같은 갈비대들이 가죽겉에 환히 드러나보였다.


  망을 보던 채가 모가지 부러진 쇠스랑자루를 끌며 어슬렁어슬렁 외양간으로 들어왔다.


  《잰내비자식은 또 왜?…》


  일평이가 묻는 말에 채는


  《빨리 떠나라구 독촉이지 뭐여.》


  흥감없이 대답하고 잠시 끊었다가 다시


  《다른데루 종종걸음을 쳐갔으니까… 급할건 없소.》


  하고 발을 달았다.


  채도 역시 얼굴이 퉁퉁 부었는데 어찌나 몹시 부었던지 머리우에 겨우 올려놓다싶이 한


헝겊모자가 흡사 유치원 다니는 아이것을 빼앗아 쓴것 같았다.


  두사람이 다 깎지 못한 수염이 텁수룩하고 두사람이 다 몸에 걸친것은 넝마나 다름없는


입성들이로되 찬바람이 스며들지 말라고 새끼오래기로 허리를 동인 까닭에 채의 주제꼴이


더 보기가 사나왔다. 이들을 사회주의나라의 고등교육을 받은 지식인들이라고 하면 아마 곧


이들을 사람이 별로 없을것이다.


  성미 팔팔한 일평이가 손에 들었던 부지깽이를 내던지면서


  《그 자식 가만히 자빠져서 낮잠이나 자잖구, 소갈데 말갈데 쏘다니긴 왜 쏘다니노!》


  하고 감독원 성가를 욕질하는데 사람의 워낙 물신선이라서 생전 골이란걸 낼줄 모르는


채는 천천히 작두옆에 엎어놓은 나무통에 걸앉으면서


  《림형, 엽초부스레기 남은거 좀 없을가?》


  하고 일평이를 바라보았다.


  채는 강제로동수용소에 들어와서 늦깎이로 담배를 배웠는데 늦바람에 곱새를 벗긴다는


격으로 담배의 인이 박혀도 이만저만 박히지를 않았었다.


  일평이가 북두갈고리같이 된 손으로 신진사의 미간을 긁어주면서


  《미안하이, 친구. 용서하게.》


  하고 콩깨묵 골라먹은것을 롱반 참반으로 사과한뒤 비로소


  《담배?》


  하고 뒤늦은 대답을 하며 채를 돌아보았다.


  일평이가 실그러진 궤통짝에 와 걸앉으며 곧 때국 흐르는 헝겊쌈지를 꺼내였다. 쌈지끈


을 끄르는 동안 채는 자기 일생의 운명이 그 쌈지끈에 달렸기다로 한듯이 불안스러운 눈으


로 일평이의 손끝을 지켜보았다. 쌈지를 톡톡 터니 재빛의 솜먼지가 한절반 섞인 잎담배의


부스레기가 마라초 한대 낙낙히 말아피우리만큼 남아있었다. 그것이 말하자면 전 재산이였


다. 마음 선선한 일평이가 그 전 재산을


  《옜소 채형, 마지막으루 한대 큼직하게 말아서 먼저 피우. 난 나중에 한모금 남겨주면


되우.》


  하고 쌈지채로 내맡겼다.


  채가 미안스레 쌈지를 받아가지고 말끔히 털어서 최후의 마라초 한대를 굵직하게 말았


다. 입에다 물고 부시통을 꺼내였다. 이 고전적인 점화도구― 부시통은 성냥이 배급제가 된


뒤부터 갑자기 류행을 하기 시작하였었다.


  일평이가 채의 입을 바라보다가


  《마라초가 그렇게 굵은걸 보니까 내 우스운 일 하나가 생각나우.》


  하고 웃기부터 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내가 아직 어렸을 때의 일인데 먼 촌에 사는 우리 사촌형이란군이 어른들의 담배 피


우는게 어찌나 부럽던지 어른들 몰래 살담배 한봉지를 사가지구 굴뚝뒤로 들어갔더라나. 나


중에 우리 고모란이가 바가지를 들구 재물인가 뭘 뜨러 갔다가 보구 놀라서 고함을 쳐서 식


구들이 달려나와 보니까… 기가 차지. 열네살 먹은 그 사촌형이 정신을 잃구 나가 쓰러진


바루옆에 크기가 거의 나팔만한 마라초 한대가 떨어져서 그저 타구있더라는군. 글쎄 이 무


지한군이 커다란 신문지쪼각에다 살담배 한봉지를 단꺼번에 다 말아가지구 드립다 빨아댔다


지 뭐요. 그러니 제놈의 머리가 휭 돌잖구 어째여.》


  채가 이야기를 듣고 시무룩이 웃으면서 반동강 착실히 남은 마라초를 잠자코 담배임자


에게 건네주었다. 일평이가 한번 사양하여 채에게 두어모금 더 빨린 뒤 비로소 받아서 피우


면서


  《이제부턴 우리두 대용품을 피우는수밖에 없겠구먼.》


  하고 의논조로 말을 하니 채는 허파속에 가둔 마지막 한모금의 담배연기를 놓치지 않으


려고 입을 봉한채


  《음.》


  대답 안되는 대답을 하였다. 남들이 대용품(풀잎따위를 말린것)을 피우니까 우리도 대용


품을 피워야 대의명분이 선다는 뜻인가?


  일평이가 먼저 일어서서 로동화 뒤축으로 꽁초를 밟아뭉개니 채도 쇠스랑자루를 끌어당


겨 짚고 굼닐기 거북스러운듯이 천천히 따라일어났다.

 

 

  (설명) 나는 일찌기 이 한장(章)의 묘사가 나의 가장 가까운 벗의 목숨을 앗아가는 단


서로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하였었다. 재화있는 우리 시인 서헌이 그때문에 목숨을


잃은것이다. 미쳐날뛰는 《반란파》들이 김학철과 합작하여 《20세기의 신화》를 써낸 경과


를 이실직고하라고 그에게 야수적인 고문을 들이대였던것이다.


  기실 서헌은 죽을 때까지 《20세기의 신화》란게 대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였다. 그가


못미더워서가 아니라 그에게 공연한 사상적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내가 알리지를 않았던것이


다. 서헌이 강제로동수용소에서 하도 배가 고파서 소여물에 섞인 콩깨묵을 골라먹다가 들켜


서 투쟁을 맞은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나는 다만 그 사실을 제1장에다 재현을 시킨


것뿐이다. 내가 독단으로 한노릇을 서헌이 알탁이 없잖은가.


  서헌이 만일 알았더라면 목숨까지는 잃지 않았을것이다. 정말 몰라서 모른다고 하는것


이 흡사 알면서도 생청을 쓰는것 같았기에 《반란파》 야수들은 《사불회개(死不悔改)》로


인정하고 더욱 기가 나서 뭇매질, 뭇발길질을 들이대였던것이다.


  미신의 말로 무슨 살이 끼였던지 아무튼 《20세기의 신화》는 서헌 일가와 우리 일가에


재난을 갖다 안겨주었다.


 

 

 

 

 

 

전편 6

 

 

  가는 날이 장날로 이날이 마침 장날이여서 장거리에는 장 명색이 섰었다.


  58년이래 엄금되였던 이른바 비사회주의적자유매매가 해금이 된지 이제 석달째였다. 암


거래로 포표(면직물구매권)가 메터당 3원씩에 공공연히 매매되고 또 량표(식량구매권)가 킬


로당 2원씩에 공공연히 매매될 때에야 비로소 당국에서는 이런 비사회주의적자유시장의 설


치를 인가하였다. 성을 쌓아서도 이런 비사회주의적상행위를 막을수 없다는것을 뒤늦게나마


깨달았던것이다. 인민이란것들이 괘씸스럽게도 그 듣기 좋은 구호만으로는 살려 하지 않는


다는것을 뒤늦게나마 깨달았던것이다.


  장에 갖고나와 파는 물건들을 볼작시면 비, 키, 조리, 똬리, 다래끼, 삼태기, 매방석, 그


리고 물푸레막대기와 싸리나무… 이따위 시들한것들뿐이였다. 그나마 돈이 바짝 마른 까닭


에 사는 사람보다 구경을 하거나 값을 물어보고 그냥 돌아서는 사람이 더 많은 형편이였다.


닭마리 닭알개도 간혹 보이기는 하나 값을 물어보고는 다들 혀를 홰홰 내둘렀다. 원래 한알


에 7전씩 하던 닭알은 60전― 8배로 뛰여올랐고 또 원래 한마리에 2원각수씩 하던 닭은 17


원― 역시 8배로 뛰여올랐던것이다.


  대약진시대가 다르긴 달랐다. 미국따위 쏘련따위는 어림이 없었다. 그래 제따위들이 불


과 1년동안에 물가를 8배로 비약시킬수 있단 말인가? 제국주의자와 현대수정주의자가 그런


재주를 가졌으면 해가 서쪽에서 뜨게. 어림이 없지!


  일평이의 월급은 46원이였는데 인민의 적이라는 우파분자가 되는 바람에 그 월급이 취


소되고 명목이 바뀌여서 생활비라는것이 되였다. 생활비는 일률적으로 15원이다. 그러므로


일평이가 지금 가령 한달 생활비로 닭을 산다면 다리 한짝쯤 떼고 한마리를 살수 있을것이


다. 제정시대의 소학교 훈도는 초임급이 30원이였으니까 당시 자유판매로 2전씩 하던 닭알


을 한달 월급으로 1500알가량 살수 있었다. 일평이도 대학을 나온 덕에 3년전까지는 한달


월급만 가지면 닭알을 륙칠백알은 살수가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그 20 몇분의 1인 25알을


겨우 살수 있다.


  이날 장에서 단연 이채를 띤것은 칡뿌리를 캐가지고 온 칡뿌리장수도 아니요, 이모저모


로 눈을 도려내서 만신창이 된 감자를 가지고온 감자장수도 아니요, 피나무껍질로 만든 떡


을 함지박에 담아서 이고 나온 피나무껍질떡장수도 아니요 또 활로 쏴잡은 까마귀를 꿩처럼


한쌍씩 짝을 맞춰가지고 팔러 나온 까마귀장수도 아니였다. 단연 이채를 띤것은 콩볶은이를


도시락에다 골막하게 한도시락 담아가지고 나와서 파는 콩볶은이 장수였다. 그는 콩볶은이


를 종지로 되여서 팔지도 않고, 줌으로 쥐여서 팔지도 않고, 저울에 달아서 팔지도 않고 또


봉지에 넣어서 팔지도 않았다. 어떻게 파는가 하면 천지개벽이래 파천황 처음으로 한알씩


한알씩 낱개로 콩알을 세여서 팔았다.


  《에, 한알에 1전. 어서 오시오. 볶은 콩 한알에 1전! 에, 한알에 1전!》


  이렇게 웨치면서도 량심상 차마 못하겠던지 《싸구려》소리만은 덧붙이지 않았다. 그러


나 어쨌든 가관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소똥이 지짐떡이 되여보일 지경으로 걸신이 들린 사나이 하나가 콩볶은이장수앞에 와


서더니 부지런히 호주머니를 뒤졌다. 톡톡 터니 1전짜리 늄돈이 네잎이다. 그 돈을 몽땅 다


콩볶은이장수에게 건네주면서 능청스레 교섭을 하였다.


  《다섯알을 채워주우. 그까짓 콩 한알 더 먹으나 덜 먹으나. 그렇지만 네알은 넉사, 넉


사는 죽을사. 방소꺼리는 죽을사가 재미적어서 그러우.》


  그러나 공볶은이장수도 호락호락한 적수가 아니였다.


  《넉사자가 죽을사자가 돼서 방소를 꺼린다면 당신의 이 돈 4전은 그럼 어떻게 되우?


공연한 소리 말구… 옜소 4알. 어서 받아가우.》


  콩볶은이장수가 걸신들린 사나이와의 흥정거래를 일방적으로 끝내고 곧 또 한알에 1전


이라고 목청을 돋우는데 그 꼴이 아마도 콩볶은이 한도시락으로 큰아들 장가들일 밑천을 장


만할 작정인 모양이였다.


  걸신들린 사나이는 손바닥에다 우물정자로 놓아준 콩볶은이를 한참 들여다보다가 하릴


없이 그대로 먹었다. 요놈하고 조놈이 어떻게 다른가 맛을 보면서 한알씩 찬찬히 깨물어먹


었다. 사나이는 콩 네알을 다 먹고도 못내 아수해서 차마 그 자리를 뜨지 못하고 나비 잡아


먹은 범의 눈으로 콩볶은이 담긴 도시락을 고집스레 여겨보았다.


  이때 나이 여라문살 된 헐벗지 않은 거지같은 아이놈 하나가 사람들의 틈을 비집고 들


어오더니 대뜸 도시락으로 대들어서 까마귀발같은 손으로 콩볶은이를 한웅큼 덥썩 움켰다.


값도 묻지 않고 알수도 세지 않았다. 콩볶은이장수는 큰아들 장가들일 밑천이 아이놈의 딱


벌린 아가리로 들어가는것을 잠시동안 어리뻥해 보고만 있었다. 그러나 곧 정신을 수습하


고 잽싸게 손을 뻗쳐서 아이놈의 덜미를 짚었다.


  사정없는 주먹벼락에 아이놈이 머리를 싸쥐였다. 그래도 아가리에 든 밥만은 토하지 않


았다. 일변 맞아대면서 일변 씹었다. 그 욕심사납게 잔뜩 넣고 우두둑우두둑 씹는 꼴이 마치


《일단 목구멍으로 넘긴것은 도로 끄집어내지 못한다》는 신념을 목숨으로 사수라도 하려는


것 같았다.


  한족사람 하나가 춥지도 않은데 팔짱을 지르고 서서 구경을 하다가 고슴도치처럼 몸을


웅크린 아이놈이 복날 개 맞듯하는것을 보고는 콩볶은이장수앞으로 한발자국 썩 나서면서


  《여보 이 량반, 콩 한줌 좀 집어먹었기로서니 그다지 그럴것 뭐 있소. 남을 위해 살라


구 모주석께서 말씀하신걸 어느새 잊었소?》


  하고 빈정거리는 투로 물은 다음 둘러선 사람들을 돌아보며 참인지 거짓인지 분간 못할


웃음을 빙글빙글 웃었다.


  일평이가 소를 몰고 지나다가 이 광경을 목격하였다. 눈앞에 펼쳐진 이 실생활의 파노


라마를 바라보노라니까 불현듯


  (딴테가 살아있다면 《지옥편》을 쓰잖고 《인민공사편》을 썼을게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평이는 세상이 딱 싫어났다.


  일평이가 아이놈의 얻어맞는 꼴을 더 보지 않으려고 외면을 하고 소를 몰았다. 아이놈


대신에 자기가 맞는것이 오히려 나을것 같았다. 등뒤에서 아이놈이 자지러진 소리를 질렀다.


인제 입속에 든 콩을 다 삼킨것이다. 승리적으로 다 삼킨것이다. 여태까지는 그 콩때문에 소


리를 지를수가 없었던것이다.


  일평이가 공연히 짜증이 나서 애매한 《곽오주》에게 화풀이를 하였다.


  《촌놈의 소새끼, 뭘 두리번거려!》

 

 

 

 

 

 


후편 3

 

 

  (설명) 몇해후 강제로동수용소에서 풀려난 림일평이는 이른바 인민의 품속에라는데로


돌아와서 결혼을 하고 그리고 신문사의 접수원으로 새 출발을 하게 된다. 한편 바이올리니


스트 채는 우파분자로 되는통에 부득이 리혼을 하지 않을수 없었던 그의 안해 하씨와 재결


합하여 구차한 새 살림을 꾸린다.


  이 단락은 림일평이가 채의 새살림하는 형편을 보고 와서 그 안해 정숙이에게 하는 이


야기의 한부분이다.

 

 

  《…하씨가 가르쳐준대루 그네들의 사랑의 새 보금자리란걸 찾아가보니까 보금자리가


모두 해서 되박만한 남의 집 웃간 한간인데 그나마 공용수통이 바로 방문앞에 박힌 길가방


이라서 문턱밑에 벼모두 족히 냄직한 수렁입디다. 채씨는 지병(持病)인 간염이 도진데다가


관절염까지 겹쳐서 공사장에 일두 나가지 못하구 쪼각보같은 이불명색을 덮구 혼자 누워있


습디다. 뚱뚱한 사람은 하나 반밖에 더 눕지 못할 좁은 방안엔 헌 고리짝 하나가 구석장이


에 놓였구 그리구 벽에 바이올린이 하나 걸렸을뿐 알뜰한 빈방입디다. 아래웃간의 사이를


막은건 옆방에서 바늘 떨어뜨리는 소리두 다 들릴 장지 한겹뿐인데 그나마 전등 하나를 아


래웃간에서 같이 쓰느라구 우에다 큼직한 구멍을 내놨습디다. 여름에는 그 구멍으루 아래웃


간의 파라떼 모기떼가 자유로이 넘나들…》


  이야기를 하는 중간에 정숙이가 입을 막고 호호 웃어서


  《왜 웃소?》


  일평이가 거짓으로 시비를 차렸다.


  《웃을 자유두 없어요?》


  《웃는 까닭을 말하란 말이요. 웃는 까닭을.》


  《당신의 이야기가 너무 예술적이라서 웃음이 절로 나온다구요.》


  《예술적? 본걸 본대루 말하는게 예술적이야?》


  《파리떼 모기떼가 자유로이 넘나든다는게 그래 예술적이 아니구 뭐예요. 그리구 또 어


디 그뿐인가요. 벼모를 낸다느니 바늘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느니… 모두가 다 예술적이지


요.》


  《그러니 더 듣겠다는거요 안듣겠다는거요?》


  《누가 안듣는댔어요? 어서 이야기하세요. 인젠 명심하구 웃지두 않을랍니다.》


  일평이가 중동 끊긴 이야기를 다시 시작하였다…

 

 

 

 

 

 


후편 7

 

 

  (설명) 이 단락은 일평이가 대단찮은 병으로 집에 누워있다가 겪은 일가운데의 한부분


이다.

 

 

  일평이가 혼자서 집을 보며 팔자좋게 자리에 누워서 《고요한 돈》을 읽었다. 수용소에


서는 이런 책들을 모두 《잡서》라고 타박하며 읽지 못하게 금하였었다.


  책속에 빨려들어가듯 골똘히 읽고있는중에 별안간 누군가가 이웃집의 부엌문을 야단스


레 두드렸다. 얇은 벽 하나를 사이둔지라 자기 집의 부엌문을 와 두드리는거나 별반 다를게


없었다. 두드리는것은 녀자인듯 일변 두드리며 일변 새된 소리를 지르는데 무슨 말인지 언


뜻 알아들을수가 없었다.


  일평이가 불이 났다는줄 알고 깜짝 놀라 손에 들었던 책을 떨어뜨리며 곧 일어나서 귀


를 도사렸다.


  이웃집 마누라가 부엌문을 펄떡 열어젖뜨리는듯 급한 말로 재쳐 물었다.


  《뭐가 왔다구요 금이엄마? 배급소에 수수쌀이 왔다구요?》


  일평이가 얼른 일어서서 창문으로 내다보니 호들갑스레 소식을 알려주고 진동한동 달려


가던 녀편네가 뒤돌아보며 큰일이 난듯이 웨쳤다.


  《몇마대 안왔대요. 어서 점순이네랑 알려주구… 빨리들 뒤따라 오세요.》


  소동이 일어났다. 각집의 아낙네들이 부산하게 문들을 여닫치며 쏟아져나왔다. 서로 부


르면서 서로 알리면서― 자루와 돈과 통장들을 거머쥐고― 풍우같이 몰려갔다.


  배급소에서 그동안 줄창 옥수수가루라고 일컫는 각종 원소가 혼합된 정체를 알수 없는


물질만을 공급해왔던 까닭에 잡물이 섞이지 않은 붉은쌀이 얼마나 은혜로운것인가를 모두들


뼈저리게 느꼈었다.


  일평이가 그 은혜로움을 느낀게 자기만이 아닌것을 생각하니 쓴웃음이 나왔다. 나중 압


제자가 먼저 압제다보다 조금이라도 덜 혹독하면 백성들은 그 좀 덜 혹독한 압제자의 덕을


칭송한다고 한 로신선생의 말이 과시 명언이라고 수긍이 되면서 일평이의 입에서는 《수수


쌀 만세》소리가 금시 튀여나올것만 같았다.


  일평이가 수수쌀을 타나놓기로 작정을 하였다. 안해가 저녁에 돌아와보고 좋아할것을


생각하니 무슨 대단한 선물이라도 몰래 장만하는것 같아서 가슴이 다 뛰놀 지경이였다.


  일평이가 서둘렀다. 배급통장을 찾아내고 쌀자루를 뒤져내고 또 돈을 마련하였다. 신발


을 신고 문을 잠그고… 곧장 배급소로 달려갔다. 그리하여 보기 좋게― 헛다리를 짚었다. 배


급소 일군들이 우리의 경애하는 민족영웅 림일평동지께서 이제 곧 수수쌀배급을 타러 오실


테니 저 따로 떠내놓은 수수쌀 한자루는 아무도 못건드린다고 미리 단속할것을 깜박 잊었던


것이다.


  일평이가 타러 갔다가 타지 못한 수수쌀에 짝사랑의 연연한 정을 느끼며 터덜터덜 걸어


서 집으로 돌아왔다. 쌀자루에 둘둘 만 배급통장을 그대로 방바닥에 훌쩍 내던졌다…

 

 

 

 

 

 


후편 8

 

 

  (설명) 머리말에서, 너무 날카로운 부분은 에둘러가며 또는 징검다리를 건느듯이 겅정겅


정 뛰여넘으며 부드러운 쪽으로만 간략히 피로를 하겠다고 하였는데 막상 일에 달라붙고보


니 처처에 위험물과 금지구역이 착종하여 흡사 지뢰원(地雷原)에 들어선것과도 같아서 발을


한번 옮겨디딜적마다 등골에 땀이 흐르는 형편이다. 그러다나니 자연 련속성 없는 토막굴이


나 토막말이 되는수밖에 없다.

 

 

  일평이가 채들의 사랑의 보금자리를 또 찾아왔다.


  채는 어디로 갔다가 고대 돌아온 모양으로 머리에 때국이 흐르는 남색의 헝겊모자를 쓴


채로 또 발에다는 토색의 로동화를 신은 채로… 맨방바닥에 얼굴을 파묻듯이 하고 너부죽이


엎드려있었다. 죽은것처럼 엎드려있는 채의 로동화에는 진흙이 더덕더덕 말라붙어있었다. 한


손을 옆에 놓인 바이올린케스우에 애무적으로 얹고 또 한손은 방바닥을 거머잡고있는데 아


마도 헌 사기재털이를 집으러 가다가 손이 미치지 않아서 그만둔 모양이였다. 가쁜숨을 쉬


는듯 어깨가 약간씩 들먹였다. 기진맥진해서인지 또는 세상만사가 시들해서인지 방문 열리


는 소리를 듣고도 채는 얼굴을 들지 않았다.


  《이보 채형, 어디가 불편해서 그러우?》


  념려스레 물으면서 일평이가 부지런히 신발을 벗고 들어와 앉아서 들여다보니


  《음… 아니.》


  채는 얼굴을 방바닥에 파묻은채 대답한 뒤 한참만에 비로소


  《림형 왔소.》


  얼굴만 쳐들고 인사를 하였다.


  일평이가 보니 병고에 시달려서 초췌한 얼굴과는 딴판으로 그의 두눈에서는 희열이 소


용도는듯하고 또 행복이 넘쳐나는듯하였다. 일평이가 괴이히 여기며


  《대체 웬 일이요?》


  하고 물으니 채는 자기곁에 와 엎드리라고 재털이쪽으로 뻗쳤던 팔을 가두어서 자리를


내주었다.


  둘이 다 미지근한 방바닥에 배들을 붙이고 엎드렸다. 소곤소곤 이야기를 하였다.


  《대체 무슨 일인데?…》


  《저 대학뒤 고개너머― 공동묘지 알지? 나 오늘 거길 갔다왔소.》


  《공동묘지엘? 아니, 거긴 뭣하러?…》


  《이걸 가지구.》


  말하며 채가 바이올린케스를 톡톡 두드려보였다.


  《아니, 공동묘지에 가서 바이올린연주를 했단 말이요?》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였다.


  《여우한테 홀린건 아니겠지?》


  아니라고 채가 고개를 가로흔들었다.


  《아무튼 당신은 천하의 괴짜요.》


  《거길 가야만 듣는 사람이 없거든.》


  《균천광악(鈞天廣樂)인가? 사람이 들어선 안되게!》


  《요즘 신문에 나는거 왜 보지 못했소? 지금 챠이꼽스끼의 <6번(비창)>을 듣구 감동이


된것은 부르죠아사상이 개조되잖은 표시라구― 음악대학의 학장이 자기비판을 하는판이요.


그리구 모짜르트, 리스트앞에 무릎을 꿇은 반동음악가라구― 멀쩡한 사람들이 날마다 짓두


르려맞는판이요. 이런판에 어디서 함부루 바이올린소리를 낸다우? 뼈두 못추릴라구!》


  일평이가 방바닥에 배를 붙이고 엎드려서 탄식을 하였다. 팔을 늘여서 재털이를 끌어당


겼다. 아래방에서 누가 들을가봐 귀전에다 대고 채가 소곤소곤 고백을 하였다.


  《일을 못나가구 게딱지같은 방구석에 누워서 천정만 쳐다보구있자니 몸보다두 맘이 더


괴롭구 나보다두 녀편네의 고생이 더 말 아니요. 답답한 가슴이 탁 트이게 바이올린이나 한


번 울려봤으면 좋겠는데 숱한 귀가 사면팔방에 레이다망처럼 널려있으니 그나마 어디 맘대


루 되우? 간밤엔 웬 일인지 잠이 벋놓여서 밤새도록 이리저리 돌아눕기만하는데… 나중엔


어디 가서 <찌고이네르바이젠>이나 한번 속시원히 울려봤으면 죽어두 한이 없을것 같은 생


각이 들더란 말이요. 내가 음악대학콩클에서 바이올린독주루 처음 상을 탔던 작품이 바루 <


찌고르네르바이젠>이였소. 그리구 녀편네가 당초에 나하구 결혼을 한것두 구기본하면 내 <


찌고이네르바이젠> 독주에 반해서였소. 가만있자… 내가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는데 이런


묵은 책장을 뒤질가?…》


  《공동묘지에 갔다온 이야기를 하던중이요.》


  일평이가 마음좋게 웃으면서 일깨워주었다.


  《옳지 그렇지. 내 이 정신 좀 봐. 그래 궁리를 하다 못해 거기를 찾아가기루 결심을 하


잖았겠소. 산 사람의 귀가 없는― 공동묘지엘 말이요. 한식전 묘지는 처량하기가 마치 고전


장같습디다. 그 처량한 묘지에서 이 처량한 음악가가 오늘 손가락이 아파나두룩 바이올린을


울렸소. 사랑하는 <찌고이네르바이젠>의 가슴 설레는 선물을 울리구 또 울리구 또 울리


구… 끝이 없이 울렸소. 까마귀는 들어두 뜻을 모를게구 여우는 알아두 밀고를 안할거니


까… 맘놓구 울렸소. 정말이지 림형, 난 인젠 래일 죽는대두 유한이 없을것 같소.》


  저녁노을이 서창을 분홍빛으로 물들이고 채전가 느티나무에 잘새들이 날아들무렵 손에


간장이 골막하게 든 간장병을 들고 또 머리에는 대패밥이 꼴딱 든 마대를 이고 주부 하씨가


집으로 돌아왔다. 지난날 그녀는 무용가였으나 지금은 가구점의 판매원이였다.


  하씨는 일평이가 와있는것을 보고 반기며 웃으며 남편의 말벗을 해주어서 고맙다고 치


사를 하였다. 일평이는 안해가 퇴근해 돌아오면 집에 물 길어주고 불 때줄 사람이 없을것을


생각하고 부지런히 담배쌈지를 말아넣었다.


  하씨가 파마머리에 달라붙은 대패밥을 떼여내며 따라나와서


  《인제 보니까 세상에 드문 애처가시네요.》


  하고 애교있는 웃음을 웃어보였다.

 

 

 

 

 

 


후편 9

 

 

  5.1절날 오후애 리선생(모자벗은 우파분자)이 일평이 내외를 보러 왔다. 반년이나 지나


서 뒤늦게 신혼을 축하하러 온것이였다. 리선생의 안고 온 화분에서는 공원 온실속에서 따


사로운 겨울을 행복하게 난 울금향이 요염한 웃음을 짓고있었다.


  리선생은 일평이에게만 화학을 가르친게 아니라 신부인 정숙이에게도 역시 화학을 가르


쳤던 까닭에 두 내외와 다 친숙하였다. 학교시절에 일평이와는 문학에 대한 취미의 일치로


사생간의 사이가 남달리 가까왔고 또 정숙이는 정숙이대로 후에 한해동안 화학과의 대표를


맡아보았던 까닭에 사제지간의 접촉이 남달리 잦았었다. 리선생은 화학선생이면서도 문학을


몹시 애호하였었다.


  정숙이가 모처럼 찾아주신 은사를 대접할게 아무것도 없어서 인삼양위탕 맞잡이로 귀중


한 흑사탕물을 한고뿌 끓여다 드리면서


  《최신식커피차… 선생님 전에두 이런거 구경하신적 있습니까?》


  하고 상글거렸다.


  이 흑사탕(누렁사탕)은 이번 5.1절을 앞두고 해수로 3년만에 처음 1인당 100그람씩 배급


을 준것인데 배급을 줄 때는 식료품점앞에다 대문짝만한 광고를

 

 

호소식!!!

 

 

  금번 국제로동절을 맞이하여 광범한 인민대중들이 명절을 즐겁게 보내라고 당과 정부의


크낙한 배려로 1인당 2냥씩 사탕가루를 배급하게 되였으니 다들 부식물배급통장과 대금을


준비해가지고 소정된 기한내에 구역별로 와서 질서있게 타가기를 바라는바임!

 

 

  이와 같이 내붙여서 3년만에 처음 구경시키는 100그람의 흑사탕이 일종의 특전임을 명


백히 표시하였었다.


  이러한 래력이 있는 사탕물을 앞에 받아놓고 리선생이 참반 롱반으로


  《이런 귀중한 물건을 함부로 먹어없애면 그 살림이 뭐가 될가. 주부가 살림이란걸 통


할줄 모르는구먼. 우리 집에서는 두었다가 약에 쓴다구 꽁꽁 봉해서 어디다 감춰놓구 구경


두 안시키던데.》


  하고 정숙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으니


  《상관없습니다. 정숙이는 시집올 때 지참금 대신에 큼직한 화수분 하나를 안구왔답니


다.》


  하고 안해 대신에 일평이가 대답을 하였다. 리선생이


  《참말이요?》


  하고 젊은 내외를 아울러보니 이번에는 정숙이가 입을 막고 웃으면서


  《네, 그래요.》


  하고 대답을 하였다.


 


  (설명) 징검다리를 뛰여넘는 빈도(頻度)가 차차로 더 잦아져서 인젠 그저 장(章)만을 거


르는게 아니라 같은 장안에서도 겅정겅정 뛰여넘어야 할 형편이다.

 

 

  이날부터 정숙이가 선물로 받은 화분의 울금향을 정성들여서 가꾸어주었다. 때 맞추어


물을 주었다. 볕을 보였다. 생선 씻은 물을 얻어다가 거름까지 주었다.


  반년가량 지나서 가로수의 누른잎이 소리없이 떨어지는 시절의 일이다. 어느날 일평이


가 만삭이 된 안해의 일이 념려스러워서 퇴근하는 벨이 울리자마자 부지런히 집에를 돌아와


보니 산전휴가로 집에 있는 안해가 시름없이 턱을 괴고 창가에 앉아서 계절의 변천을 모르


는듯 자태가 초초한― 래년봄이면 또다시 아름답게 향기롭게 꽃이 피여날― 울금향을 바라


보고있었다.


  《어떻소 좀?…》


  성미 급한 남편이 들어서며 묻는 말을 안해는 풀기없이


  《이 화분… 들구나가 강물에다 던지세요. 물이 제일 깊은데다 던지세요.》


  하고 딴전으로 대꾸하였다.


  《아니, 미쳤소. 갑자기? 그 화분이 뭘 어쨌다구?…》


  《글쎄 내다버리구 오세요. 까닭은 나중에 이야기할테니.》


  일평이가 만삭이 된 안해의 비위를 거슬려서 배속의 아이에게 영향을 주지 않으려고 머


리속에 서양낫같은 의문부를 건채 시키는데로 순종을 하였다.


  일평이가 화분을 안고 강뚝으로 나와서 물이 어디가 제일 깊은가 살펴보는중에 녀자처


럼 엉뎅이가 퍼진 웬 젊은 사나이가 역시 자그마한 화분 하나를 안고 뚝우로 올라왔다. 그


사나이의 화분에는 한그루의 예쁘장스러운 고무나무가 심겨져있었다. 그 사나이가 역시 화


분을 안고 어정거리는 일평이와 눈길이 마주치자 목을 움츠러뜨리며 싱긋 웃고 곧 일평에게


로 다가오더니 얄팍한 입술을 나불나불하면서


  《동무두 그 화분… 버리러 나오셨소?》


  하고 친근스레 물었다. 일평이가 그렇다고 하니까 그 사나이는


  《나두요. 우리 안사람이 첫아들을 낳은지가 이제 꼭 열흘짼데… 제가 사랑하던 고무나


무라구 아무데나 버리지 말구 화분채루 강물에다 곱게 수장을 지내달라구 해서… 그래서 나


온 길이지요.》


  하고 누가 묻지도 않는 말을 수다스레 늘여놓았다.


  《아이를 낳는거 하구 화분하구 무슨 상관이 있다구 화분들을 내다버리라는지… 도무지


모를 일이야.》


  《아이를 낳는다구 화분을 내다버려요. 누가요?》


  《<누가요?> 아, 이제 동무가 그렇게 말하잖았소? 첫아들을 낳아서 화분을 버리러 나


왔다구.》


  《내가 언제 그렇게 말합디까?》


  《그래두 난 그렇게 들었는데요.》


  《이 동무 좀 보게.》


  《그럼 그 화분은 어째서 버리러 나오셨소. 거기 무슨 귀신이라두 붙었는가요?》


  《지금 세상에 귀신이 어디 있어!》


  《그럼 어째 버리시우?》


  《나요? 난 우리 녀편네가 내다버리래서 들구 나왔지요.》


  《그래 까닭두 모르구 맹탕 들구나왔단 말이요? 별사람 다 보겠네!》


  일평이가 게면쩍이 웃는것을 보고 그 사나이는 제가 가장 잘 안다는듯이 자랑스레 설명


을 해드리는것이였다.


  《아까 낮에 가두집회에서 세가지 혁명적결의를 했다구요. 혼례식에 관해서, 장사지내는


데 관해서 또 이 화분에 관해서… 이야기 못들으셨소?》


  일평이가 못들었다고 고개를 가로흔들었다.


  《이제부터 혼례는 다 모주석의 초상밑에서 아무것두 안차려놓구 그냥 지내기루 했다구


요. 함에다두 례단같은걸 넣잖구 <모택동선집> 한질만 넣어야구요. 그리구 장사를 지내는데


두 이제부턴 상복두 입잖구 전두 지내잖구 그냥들 지내야 한답디다. 뭐나 다 맨입으로 치러


라 그 뜻이겠지요. 그리구 이 놈의 화분이란건 본시 부르죠아지의 노리개였다는구먼요. 우리


같은 백성이야 그런걸 알탁이 있었나요. 그래서 이번에 싹 다 없애치우기루 했답디다. 인제


화분을 어째서들 내다버리는지 알았지요? ―우리 집엔 화분이라구 이거 하나뿐이니까 별일


없지만서두… 우리 이웃집 로인같이 가지각색 화분을 죽 벌여놓구 화초가꾸기를 락으루 삼


던이들은 아마 복통을 할게요. 그렇지만 복통 아니라 무슨 통을 한대두 별수 있나요. 없애치


우라면 없애치워야지요.》


  일평이가 부르죠아지의 노리개라는 울금향을 강물 깊숙한 곳에 수장을 지내주고 들어오


면서 미친 사람같이 혼자 자꾸 웃었다.


  머리가 온전한 사람이 웃지 않고 어찔것인가!

 

 

 

 

 

 


후편 13

 

 

  …정숙이가 백화점에 바지감을 뜨러 갔다가 뜨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온것을 보니 입


고 갔던 인조견 브라우스의 단추가 깡그리 떨어져 달아나서 하나도 남은게 없는데다가 입은


옷이란건 또 마치 육박전이라도 금시 치르고난 사람의 옷같이 온통 구김살천지였다. 집에


남아서 아이를 보아주던 일평이가 안해의 장관스러운 몰골을 보고 눈이 휘둥그래서 어찌된


까닭을 물으니


  《사람이 어찌나 많이 들이덤비는지… 하마트면 끼워죽을번했다니까요.》


  하고 정숙이는 새삼스레 제 몸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어처구니없어서 나오는 웃음을 웃


었다. 일평이가


  《바지감은》


  하고 물으니 정숙이는 고개를 가로흔들고 빈손을 벌려보였다.


  《경험이 없어서 그랬다니까요. 다른 녀자들은 미립이 나서 올 때 긴 띠를 한끝씩 갖구


왔지 뭐예요. 그랬다가 탁탁한 천을 판다는 소리만 나면 얼른 그 띠루 웃도리들을 칭칭 감


아서 대포알같이 만든단 말이예요. 그래 가지구 드립다 뚫고들어가는데… 머리가 거치적거


린다구 수영모를 꾹 눌러쓰고 덤비는 녀장(女將)까지 있으니… 기가 차잖구 어째요. 단추쯤


떨어지는건 뭐 아무것두 아니예요. 그저께는 깔려서 병원에 실려간 사람까지 있었대요. 사람


들 틈에 한번 끼이기만하면 몸이 둥둥 떠서 발이 땅에 닿지를 않는걸요 뭐. 한번 쓰러지는


날이 끝장나는 날이예요. 난 어찌나 겁이 나던지 속으루 자꾸 빌었지 뭐예요. 여기서 무사히


빠져나가게만 해주십시오. 집에다 젖먹이 아들을 두구 왔습니다. 무턱대구 자꾸 빌었다니까


요.》


  《느 엄마 저 꼴 좀 봐라 저거.》


  하고 일평이가 아들의 겨드랑이를 껴들고 엄마의 사나운 몰골을 구경시켰다. 구경ㅇ르


시키는중에 이웃집 라지오가 마치 일평이의 비위를 긁어주기라도 하려는것 같이


  《…방직공업을 더욱 발전시키구 식료품가공업과 일용품생산을 혁신한 결과 인민들의


소비품 생산이 급속히 늘어났습니다. 시장은 흥성하구 물가는 안정됐습니다…》


  이런 새빨간 거짓말을 기탄없이 뇌까렸다. 일평이는


  (거짓말 말아!)


  고함이라도 한번 질렀으면 속이 좀 후련해질것 같았다.


  이때 국가에서 내주는 포표(면직물구매권)가 전에 비하면 월등 많아졌다는것도 1년치를


모두 합해서 1인당 겹옷 한벌폭이 퍽 못되였다. 홑옷 한벌 지어입고 베개잇 하나 갈고 그러


고 수건 하나 양말 한컬레를 사면 그만이였다. 그나마 육박전을 하지 않고 살수 있는 천이


란것은 가제에다 염색을 한것 같은 외올광목뿐이였다. 그런 외올광목으로 지은 옷은 장난


심한 아이들에게 입히면 그 옷은 한주일이 꼭 한명이였다. 열흘을 입히면 그 옷은 억하심정


으로 남을 두벌죽음을 시키느냐고 매원을 할것이고 또 보름을 입힌다면 그 옷은 살부지수가


아닌바에야 릉지처참으로 각까지 떠죽일건 무어냐고 입힌 사람을 원망할것이다. 그리고 그


럴수는 절대로 없지만서도 만약 한달을 입힌다면 그 옷은 누굴 칼탕을 쳐죽일 작정이냐고


눈에 쌍심지를 켜고 사생결단을 하러 덤빌것이다.


  형편이 이쯤 되다보니 몸에 그물을 걸치고 다니지 않기 위해서는 탁탁한 천을 판다는


소리만 나면 (너도나도) 매대를 향해 육탄돌격을 감행해야만하였다. 투구쓰고 갑옷 입고 희


생자를 내가면서 육탄돌격을 해야 하였다.


  ……


  정숙이의 과수댁 숙모가 애지중지 길러낸 무남독녀 외딸이 시집을 가게 되였다. 상대자


는 어느 기관의 당일군이라는데 들리는 말에 의하면 사람이 여간만 똑똑하지가 않다는것이


였다.


  일평이는 처남들이 다 자기를 덜 좋아하는 까닭에 이편에서도 자연 탐탁하지가 않아서


처가집 겨레붙이와는 상종을 그리 하잖았다. 그러므로 이번에 시집을 간다는 처 사촌의 얼


굴이란것도 두어번 보았을가 말았을가한 정도였다. 형편이 그런 까닭에 일평이는 결혼식에


도 참례할 생각을 먹지 않았다. 겉인사성으로 오라고 청하긴 하였지만서도 정숙이도 피차간


에 사이가 서름서름한것을 잘 아는터인지라 굳이 가자고 남편을 끌지는 아니하였다.


  정숙이가 잔치를 보러 간 뒤에 혼자 남은 일평이는 베개를 높이 하고 편안히 누워서 고


골리의 《죽은 넋》을 다시한번 읽어보았다. 그러나 눈깔먼 횡액은 나다니지 않고 집안에


가만히 들어앉아있는 사람의 머리우에도 사정없이 떨어져내려왔다. 유착한 대들보모양 치명


적으로 떨어져내렸다.


  승석때나 되였을가 잔치집에 갔던 정숙이가 얼굴빛이 새까맣게 죽어가지고 집으로 돌아


왔다. 일평이가 손에서 책을 떨어뜨리며 벌떡 일어앉아서


  《웬 일이요?》


  물으니 정숙이는 선뜻 대답을 못하고 남편의 얼굴만 마주보았다.


  《왜 무슨 일이 생겼소?》


  일평이가 성급하게 다우쳐물으니 정숙이는 한참만에 겨우 입이 떨어져서


  《신랑이 안온대요.》


  대답을 하는데 그 말소리가 흡사 겨우 맺혔던 물방울이 한방울 듣는것과도 같았다.


  《신랑이 안오다니?》


  《색시를 데리러 오잖는대요.》


  《색시를 데리러 오잖아. 어째서?》


  정숙이는 대답을 못하고 남편의 눈길을 피하였다. 불길한 추측에 사로잡히면서 일평이


가 의식적으로 부드러워졌다. 말소리를 낮추었다.


  《혼인을 그만둔단 말이요?》


  《그만둔대요. 뒤늦게… 전갈이 왔어요.》


  《전갈이 와? 뭐라구? 어디 좀 자세히 이야기하우.》


  《신부의 가족관계를 조사해본 결과… 신부의 사촌형부가 모자벗은 우파분자란걸 알았


대요. 그래서 혼인을 그만둔대요. 가정성분이 나쁘다구.》


  그 불행한 신부감의 사촌형부란 곧 자기를 가리키는것임을 안 일평이의 가슴속에서는


무명업화(無名業火)가 폭발을 하였다.


  (소나기가 쏟아졌다우! 불비가 쏟아졌다우!)


  일평이는 자기가 금고속에 갇히기라도 한것 같아 숨이 콱 막혔다.


  (번개가 쳐라! 우뢰가 울어라!)


  (가정성분! 가정성분! 가정성분!!!)


  《그래 그 집에선 지금 다들 어떻거구 있소?》


  《모녀 맞붙들구 통곡을 하고있어요. 지금. 죄스럽구 송구스럽구… 사람이 어디 견딜수


가 있어야죠. 난 내처 얼굴을 못들구있었어요. 견뎌배기다 못해 도망치듯 달아나오는 길이예


요.》


  일평이가 말문이 막혀서 어리석은 사람모양 덤덤히 안해의 얼굴만 바라보았다. 설음이


구름낀 안해의 얼굴에서는 소리없는 울음이 금시 터질것만 같았다.


  이날부터 정숙이가 노상 시름에 묻혀서 살았다. 자는 아들의 맑은 얼굴에 눈길을 보낼


적마다


  《일없을가요?…》


  조르듯이 남편에게 물었다. 어린 아이가 아버지의 영향을 입어서 일생을 랭대속에 보내


면 어쩌느냐는 모성적인 우려였다.


  하긴 일평이자신도 어린 아들의 일에 들어서만은 락천가가 못되였다. 가슴속에 무시로


그늘이 졌다. 장마철의 움속같이 밤이고 낮이고 곰팡내가 풍기는 그늘이였다. 그렇기는 해


도 안해의 입에서 아들의 장래를 걱정하는 말이 나올적마다 일평이는


  《일없소, 념려마우. 일없다니까.》


  하는 말을 가지고 안해의 말을 막았다. 그렇게 하는것이 곧 자기 속에 움직이는 마음을


누르는것으로도 되였기때문이다.


  《어떻게 일이 없을가요? 먼 가닥 처사촌이 다 얼을 입는데.》


  《그렇게 우렝이속으루 자꾸 파고들어가지만 말구 좀 널리 보우 널리. 쥐구멍에두 볕들


날이 있다잖소. 회오리바람두 하루종일 부는 법은 없단말이요. ―맘 푹 놓으시오, 우리 일등


미인 작은아씨.》


  ……

 

 

 

 

 

 


후편 16

 

 

(설명) 리선생이 간염이 도지여 두메산골로 전지료양을 떠난 뒤에 시내에서는 채가 또 지병


이 악화되여 마침내 저승객으로 된다. 그는 죽을 때까지도 우파분자라는 정치모자를 벗지


못하고 그대로 죽는다. 그의 흉보를 리선생에게 전하는 일평이의 편지가운데서 비교적 무난


한 부분만을 골라서 옮겨놓는것이 곧 이 몇줄의 글이다.

 

 

  …답답한 소식과 불행한 소식외에 전할게 없는것이 안타깝습니다.


  이런 슬픈 일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선생님. 우리의 바이올리니스트― 우리의 채씨가


불귀의 객이 되였습니다. 사망진단서에는 세상에 흔한 병명이 사무적으로 간단히 적혀있습


니다. 그러나 선생님, 우리 바이올리니스트의 목숨을 앗아간것은 병이 아니라 정치입니다!…


  을씨년스러운 늦가을 바람이 락엽을 굴리며 돌아다니는 묘지는 쓸쓸하기가 마치 달나라


같았습니다. 나무가지에 앉아서 조는 병든 까마귀의 꺼칫한 털이 바람에 거슬리는것을 보니


어쩐지 보는 사람의 마음속까지 으스스해지는것 같았습니다.


  서산마루에 피빛의 락일이 뉘엿뉘엿 가라앉을무렵, 봉분을 겨우 끝내고 술 한잔없이 봉


분제 명색을 지냈습니다. 어떻게 지냈는지 아십니까 선생님? 반동음악가라고 아주 돌려난


고씨가 무덤앞에서 영결의 바이올린연주를 했답니다. 고씨는 채씨 생전에 딱친구였지요. 망


인이 가장 사랑하던 《제고이네르바이젠》을 들려주자는거였습니다. 그가 사랑하던 바로 그


바이올린으로 말입니다.


  《찌고이네르바이젠》의 가슴 설레는 선률이 타는듯한 저녁노을 배경으로 하고 어둠이


깃드는 묘지에 울려퍼질 때 저는 쏟아지는 눈물을 걷잡지 못했습니다. 심선생(모자벗은 우


파분자 소설가)도 눈구석을 눌렀습니다. 하씨는 흐느끼면서 손수건으로 얼굴을 쌌습니다.


  고씨는 바이올린을 울리고 또 울리고 울리고 또 울리고… 끝이 없이 울렸습니다. 기진


맥진해서 쓰러질 때까지 계속할 작정이 아닌가, 의심이 들 지경이였습니다. 심선생이 다가가


서 고만하라고 어깨를 쳐서야 바이올린과 활을 량손에 갈라쥐고 돌아서는데 그 눈은 혼이


나간 사람같이 공허하였습니다.


  하씨가 바이올린을 임자곁에 묻어주겠다는것을 우리가 밀막았습니다. 봉분앞에서 사르


겠다는것도 못하게 붙들었습니다. 남편의 손때묻은 물건이라고 그것 하나뿐인데 기념으로


남겨두어야 하잖겠느냐니까 하씨는


  《그래두 바이올린이 없으면 더 고적해할것 같아서요.》


  하고 새삼스레 우는것이였습니다.


  ……

 

 

 

 

 

 


후편18

 

 

(설명) 이것은 맨마지막 장의 맨끝부분이다.

 

 

  접수실에서 전화의 벨이 야단스레 사람을 부르고있었다. 일평이가 빈 수지통을 던지듯


이 내려놓고 수화기를 벗겨들었다.


  《녜? 양재물을 먹었다구요? 구급차? 아, 여보십시오. 미안하지만 여기 병원이 아닌데


요. 어디냐구요? 여긴 신문사, 신문사의 접수실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아니, 천만에요. 좋습


니다.》


  일평이가 수화기를 걸어놓고 의자에 털썩 걸앉으면서 이마에 손을 짚었다. 입속말로 중


얼거렸다.


  《자, 이제부터다.》


  감방의 식기구(食器口)같은 접수구밖에서 갑자기 회오리바람이 일더니 나무잎과 종이쪼


각들을 깔때기모양으로 감아올리며 돌아가다가 쫓기듯이 주차장쪽으로 옮겨갔다.


  철조망으로 둘리지 않은 세계 최대의 강제로동수용소에 또다시 겨울이 닥쳐왔다.

 

 

1965년 3월

 

 

(설명) 발취라고는 하지만 기실 전문의 10분의 1도 채 못되는 편폭이다. 그러니까 4분의 1세


기만에 겨우 산마루에 이마를 조금 내민 셈이다. 아쉽기는 하지만 이것으로 일단락을 짓고


몇해후에 다시 보기로 하자.

 

 

1989년 4월

 

 

[<천지> 1989년 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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