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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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식가(貪食家)의 투덜리즘*
2014년 05월 20일 21시 31분  조회:2724  추천:1  작성자: 김인섭

탐식가(貪食家)의 투덜리즘*
대련/김인섭  2014-04-05

헤어진지 몇십 년 되는 송아지동무들을 만나 희불자승(喜不自勝)으로 기쁜김에 량주가주(良酒佳酒)에다 산해진미를 차려놓고 왕성한 먹새를 과시하며 <열흘 굶은 생불(生佛)이 게걸을 떼는 듯> 먹어대고는 드라이브로 시내 구경을 나섰다.

가이드는 이 도시를 살아본 위인이 가로맡아 나서고 눈동냥 귀동냥으로 한 줌이나 저장했던 기억의 편린들을 끄집어 내며 여기가 좋다는 열변을 쏟았다.기후가 좋고 경치가 좋고 교통도 좋고 먹거리도 풍성하고 경제도 발달하여 이 땅에서 이등이라면 서운한 도처청산 가거지지(到處靑山 可居之地)라고 력설했다. 입안의 침이 마르고 목까지 마르는 같았으니 아마 돈깨나 받는 전문직의 홍보대사를 만났더라면 목덜미를 잡히여 왜 내 밥그릇을 뺏으려냐고 질투를 들쓰는 드잡이를 당했을지도 모른다.

대련의 관광에서 남쪽의 빈해로(濱海路)는 너나없이 빼놀 수 없는 코스이다.  봄철이면 산비탈 혼효림 속에는 꽃들이 물결을 이루고 잔파도가 뒤덮인 무연한 바다의 괴암 도서들과 진균해안선(進均海岸線)은 천태만상의 아름다움、 웅위로움、 경이로움으로 일체를 이루며 뭇사람들의 넋을 앗아가는 별유풍경(別有風景)을 연출해 낸다.

볼거리에서도 백미(白眉)는 대자연의 장관을 펼치는 바다이다.억겁(億劫)이라는 세월을 지나오며 그는 무상한 우주의 조화와 가지가지의 인간 알륵으로 생겨난 세월의 앙금을 가라앉히고 수천만 사람들의 삶의 버거움과 온갖 번뇌들을 가로채갔던 것이다.거기서도 상상건*(上上件)은 그래도 바다와 하늘을 경계 짓는 짙푸른 수평선이다. 유장한 세월에 이 천혜(天惠)의 신비는 생고집을 앵부리며 대중을 청래(請來)하여 인생의 한순간을 카메라 기념으로 남기도록 구슬려왔다.

그런데 막상 왕견(往見)하니 원래와는 달리 연회색에 쌓인 해면에서는 근해의 잔문결이 어렴풋이 보일뿐 어지간히 맑은 날씨라면 어김없이 펼쳐지던 시수평(視水平)이 오간데 없다.분명 아나운서의 맑은 날씨란 옥음(玉音) 예보를 확인했던 바이다.도로관리자에게 왜 이 모습인가 물었더니 지금은 어제의 바다가 아니라고 사람마다 투덜거린단다. 일자(一字)로 짝 펴이였던 수평선은 일년에 보이는 날 수가 보일보각일각(步一步 刻一刻)으로 줄어든단다.빈해로의 가치가 반토막으로 평가절하가 되고 있었다.작심했던 걸음인데 별 구경도 없이 맹랑하게 돌아서는 허탕을 치고 말았다.

차에서의 화제는 기후 변화였다.온실가스의 무작정한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로 초미세먼지(雾霾)를 비롯해 극단적인 저온과 고온 그리고 폭우와 폭설 같은 전대미문의 재해가 주제이다. 령하 35도와 령상 35이상의 기후는 없다고 믿으며 우리는 자라 왔었다. 지금은 50도도 경계선이 아니다.모래폭풍과 스모그(雾霾)도 최근의 신조어이다.미생물의 돌연변이도 미지의 전염병을 발생할 개연성을 높혀주고 있다.우리의 후대들은 어떻게 살아가는가 이 쯤은 생각해야 할 바이다.

위인도 얻어들은 풍월을 념불처럼 외워댔다.자원의 개발을 추구하는 경제학과 자연계의 보전을 지향하는 생태학은 다르지만 다가 인간이 어떻게 잘 사는가를 추구하는 과학이다.한정된 자원을 보호하면서 공생할 것이냐, 성장과 번영을 위해 활용할 것이냐에 따라 생태학과 경제학으로 나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돈벌이 욕망으로 줄곧 생태보호와는 반대방향인 개발 일변도로 달려온 것이다.오늘 이 해빈에서 잃어버린 수평선이 바로 생태학에는 <왼고개를 트는> 소행머리 걸작이 아닐가! 어줍짢은 리론을 뻔뻔하게 풀었다.

한 친구는 <난쟁이가 키 자랑>을 한다고 싱거운지 <뱀이 룡트림>을 한다고 거북한지,야! 무슨 손바닥보다 좀 큰 시내를 놓고 자랑질이야. 넌 <싸리 불 퍼다 놓고 불 자랑>하고 있어.글구 환경이구 뭐구 다 정치가,경제가나 국제주의자들이 할 일이지 우리와  뭐 상관이냐! 우리 일반백성들이야 호의호식하며 편안하게 살면 되는 거야.리론에 따르고 자연을 돌보고나면 대수 먹어야고 차도 타지 말고 땀을 뻘뻘 흘리며 헐레벌떡 다녀야 될 게 아니냐! 나는 할 말을 쫄딱 잃고 결국 그 톤을 높인 주장에 고개를 주억거리고 말았다.

마음 구석의 생각이다.환경에 로심초사는 정치가와 환경가들의 짝사랑이 측은하다.그들이 이인삼각(二人三脚)으로 뛰며 외치는 호소가 값없이 애절한 독백이 될 게 아닐가.진정 잘 살려면 정치가,환경가.경제가와 우리 같은 걸신쟁이들의 다리를 한데 묶어 사인오각(四人五脚)으로 황소걸음을  해야 할 때인 같았다.

허나 탐식가들의 향락 추구 정지마찰력과 돈에 혈안이 되어 명리에 급급한 경제가들이 일으키는 반동력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집념파 정치가들과 순정파 환경가들은 짐이 무겁고 길도 멀겠고 임중이도원(任重而道遠)이겠다.
(끝)

 

주:
투덜리즘: 투덜거리기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 것.
상 상 건: 좋은 것 가운데서 가장 좋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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