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섭
http://www.zoglo.net/blog/jskim 블로그홈 | 로그인
<< 4월 2024 >>
 123456
78910111213
14151617181920
21222324252627
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나의카테고리 : 김인섭

걸으며 생각하며
2017년 12월 01일 15시 58분  조회:3937  추천:0  작성자: 김인섭
증년(增年)하며 온다는 심리적 변화인가 무력감,무위감과 무료감(无聊感) 등 이상감각이 스멀거리며 감지된다.그래선지 원래 웬만한 용무가 아니라면 나들이가 질색이더니 요즘엔 늘 원인불명의 충동이 일며 어디론가 가고 싶은 생각이 불뚝거린다.오늘도 심심해 나더니 100년사를 자랑하는 근처의 식물원을 돌아보려 털고 일어난 것이다.이 동네에 와 살면서 강산이 두번이나 변했는데 지척에 두고도 가보지 않은 관광명소이다.

입구에 세워진 조감도를 보니 여기에는 중국 북방의 거의 전부 교목들이 자라고 있고 타국 수종과 극지식물도 다수가 귀화되어 생장하고 있다는 얘기다.록음이 우거진 계곡에 조성된 자그마한 인공호수를 중심으로 주위에 정교한 조형물들과 여러가지 대중 서비스 시설들이 축조되었는데 사계절 전천후(全天候)로 관광과 레저를 즐기는 명당으로 충분하다.게다가 희귀멸종위기식물의 번식,자생지 재현, 신품종 개발, 화단 조성 등 자연복원 프로젝트가 속속 진행되면서 식물학 데이터뱅크(资料仓库) 로 불리우며 전문학자들과 대학생들이 운집하는 과학연구와 교육 장소이기도 하다.심청색으로 청푸르른 나무숲과 종종색색의 백화가 릴레이를 펼치는 화단들은 단지 관상 공간이 아니라 식물계를 번영시키고 생태계 가치를 살려내는 보고라 해야 할 것이다.

북방 식물의 본산(本山)이라 불리는 이 공원을 거닐면서 유서깊은 이 자연경관이 몇세대 지성인들의 심혈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오늘도 제복을 정히 차려입은 정원사들은 전지가위를 들고 무더위 속에서 여름 정지에 정진하는 진지한 모습을 선보인다.나무밑 제초, 화단의 풀뽑기와 병충해 방지에 전념하는 원예사들의 여념이 없는 자태와 홀로서기 어려운 나무들에 지지대를 세우는 년장자들이 더위 속에서 고전을 겪는 모습은 가상하다고 형용이 된다.이 천혜의 관광지는 세세대대 로동자들 노력의 생생한 력사 기록인 것이다.바로 그들의 기름땀이 이 촌지의 땅을 식물창고,관광지,레저명소로 건설하였고 관객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 주면서 도시의 꾸밈새에 생기와 활력소를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대자연의 순환에 따라 오는 여름인데 오늘의 감회는 사뭇 다르다. 봄에 씨앗을 뿌리고 가을의 수확을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이라 해야 한다.그러나 그 씨앗이 싹트는 봄을 거쳐 숲을 이루며 열매를 맺는 결실은 여름의 고역이라는 단계를 넘어야만 알찬 수확을 얻는 것이다.그렇다면 뭇사람들에게 자연과 교감의 기회를 만들어 주고 멎진 추억을 만드는 이 관광지에는 인간의 지혜와 땀과 열의가 가득 담겨있고 속을 말리는 심사숙고와 슬기로운 실천이 쏟아져있을 것이다.목적한 바를 이루려면 개조해야 할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고 가능성과 현실성을 가늠하면서 지속적이고 섬세한 사업을 전개했다는 명증인 것이다.

  지난날 치기와 만용을 부리며 내달리던 나를 돌아본다. 새싹을 틔우던 약관(弱冠)의 20대와 체면의 승화를 꾀하던 이립(而立)의 30대는 희망을 향해 도전하며 치닫는 나날의 연속이었다.대자연의 칠팔월 같은 불혹(不惑)의 40대 장년세월은 결실을 위해 나름대로 호흡 조절을 하며 담금질과 면려(勉励)를 지속하던 고난의 길이었다.그렇다면 인생의 초가을이라 부르는 지천명 50대에는 풍성한 결과물과 웃음보따리를 앞에 놓고 빈정거려야 되지 않았을가.그런데  이순(耳顺)이 되고 봐도 별로 내놓을 게 없어 황당하기도 하다.더구나 어쩔수없이 사회의 가장자리에 밀리는 현실이 박두하고 있는데 받아들이자니 참 어렵다.
 
세상을 살면서 모든 것을 꿰뚫는 지혜를 지녔다라면 좋았을텐데 불행하게도 나에게는 그런 재치가 없었다.그러면서도 늘 청운만리의 과욕을 부리고 착실한 실천을 외면하면서 개구리 뜀질로 살아왔다.거기다 교만에 잠기며 인생 여름의 필수 작업을 허투루한 업보가 삶을 랑비하고 지치게 한 원흉이 아닐가 본다.’여름에 하루 놀면 겨울에 열흘 굶는다.’라는 전언을 새겨본다.여기서 류추하여 ‘여름에 하루 잘 못하면 겨울에 백날을 굶는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성공적인 인생을 살려면 높이 서서 멀리 보기 전에 낮게 서서 자세히 보는 것,닫는 말에 채찍질 하기 전에 띄염띄염 걸어도 황소 걸음을 걷는 것,대업을 바라기에 앞서 이소성대(以小成大)의 정신으로 모든 작은 일들을 부러지게 하는 것,이것이 인생의 좌우명이어야 한다.간혹 젊은이들과 인생담을 나눌 때면 이것이 내 생의 실패작에서 얻은 교훈이라고 뇌까리기도 한다.
(끝)

2017-09-01연변일보 원문.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75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75 적정 속도의 파악이 참삶의 근본 2021-03-30 0 1053
74 칩거(蛰居) 중의 철학 사고 2020-03-20 0 2135
73 도시 개발과 력사 보존의 사이에서 2020-01-08 2 2265
72 형님전 상서 2019-11-14 0 2154
71 민족 발전의 뉴노멀(新常态) 시대 2019-03-12 0 2258
70 여름날 관광의 여감 2018-07-27 0 2319
69 봄날의 찬송가 2018-06-30 0 2300
68 문화지능 향상은 민족번영의 포석(布石) 2018-05-15 1 2057
67 앉은장사도 융합사고로... 2018-03-27 0 2228
66 참삶의 최우선 조건 2018-02-26 0 2190
65 작은 부탁 2018-01-19 0 2248
64 조선족의 긍정적 자아의식 2017-12-24 0 2444
63 걸으며 생각하며 2017-12-01 0 3937
62 남의눈으로 본 《청년경찰》 2017-10-29 0 2334
61 실향자(失乡者)의 넋두리 2017-08-11 0 2495
60 민족문화로 기회비용의 최소화 2017-07-27 0 2062
59 ‘조선어경제학’ 2017-07-07 0 2109
58 대학 진학과 일터 2017-06-21 1 2042
57 인재관의 재정립 2017-06-15 0 2224
56 디지털 시대의 창의성 배양 2017-05-24 0 2489
‹처음  이전 1 2 3 4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