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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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락조(외5수)
2019년 07월 17일 09시 26분  조회:229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락조

리임원

 

륙십이라는 휘우듬한 언덕을 올라서서야

비로소 저 멀리 사랑의 색갈이 보인다

 

사랑은 아침에 피여나는 화사함보다는

저녁의 강뚝 산책길을 밝혀주는

은은한 달빛이였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마음이

봄날의 햇구름처럼 흘러가는

이십대라면

사랑도 봄날처럼

황금의 빛갈 따라 오고가고 하겠지만

 

세월의 락조가 비껴가는 오후 즈음

애상한 노을처럼

사랑은

흔들리고 흔들리다가

석양노을빛

은은한 빛갈을 머금고

떠나는 모습이 멋스럽다.

 

 

편지

    -친구 A씨에게

 

봄날엔

하늘에 천기가 날아다니는 것일가

꽃비가 내리던 날 

보송보송 솜털 돋아나는 산자락마다

온갖 아기꽃들이 화사하게 피여나고

 

나는 금방 

긴 겨울잠에서 깨여났는데

다시 또 춘곤증에 취해 낮잠 자는 

아기고양이

혼곤히 사랑잠에 나도 몰래 빠져든다

 

 

 

낮에 하늘을 쳐다보고

저기 별이 있다고 하면

누가 그것을 믿으랴

 

밤에 하늘을 쳐다보고

저기 별이 총총하다고 하면

누가 그것을 의심하랴

 

우리의 인생도

저 하늘의 별과도 같으니

때로는 보이지 않을 때도 있고

때로는 유난히도 밝게 빛날 때도 있다

 

 

슬픈 시

 

이 현란한 봄을 맞기엔 나의 시가

얼마나 초라한 지 모른다 

 

오늘의 세상은

빛과 속도의 화려한 잔치판

 

우리가 잠을 자고 일어나기도 전에 또 다른

새 세상이 하나씩 잉태하거니

 

릴케*의 가슴으로 사랑을 노래하던 

폼나고 여유로운 봄날은

이미 흘러가버린 옛노래

퇴색한 기발처럼 나붓기고만 있나니

 

이제 녹슬은 펜과 종이장에다가

시를 엮는 것은 무식한 굿거리이다

  

사랑에는 지탱 못할 아픔도 있는데,

시에는 밤바다 같이 깊고 외로운 사랑도 있는데

 

그런 여유로움이 어디 잠잘 데가 있는가

아침의 피여나는 해살을 붙잡고 시를 엮을 만큼

그런 바보짓거리가 또 어디 있겠는가…

 

그래도 나의 슬픈 시는

세기의 부역자나

거리의 로숙자처럼

다시 나의 심장 속을 뚫고 들어와

정갈한 노래를 만들고 있나니

  

이제 다시는 쓰지 않으리라

수없이 맹세하던 어제밤의 고백을 잊어버린 채

오늘도 나는

하늘 닮은 호수가

나무가지를 뚫고 들어오는 해살 틈으로

시줄을 담아다가 시를 엮는다

*릴케-19세기 독일 시인

 

 

꽃잠

 

친구들이 멀-리 배낭 지고 하나 둘 떠나고

해살만이 내 방에 남아 나를 지켜주네

아직은 한뼘 되는 공간이 남아있고

나를 꽃피울 수 있는 한줌 흙이 있어서 좋네

새벽이면 초롱꽃보다 더 작고 보잘 것 없는 꽃들이

무수히 피여나 나를 반겨주고

귀가할 때면 먼지를 뒤집어쓴 나의 가슴을

윤기나게 세탁을 해주네

무수한 욕심들이 쓰나미처럼 세상에 번져갈 때도

작은 꽃밭에서 나는

아직도 해살이 감겨드는 한줌 흙이 있어서

오늘도 흙냄새를 맡고  

꽃잠을 자고 있네

 

 

고향집 

 

시는 나를 이끌고

모아산 언덕길로

오르자고 한다

 

하얀 해살이 머무는 곳

나의 옛 달래동 고향집이

그대로

나를 붙잡고 놓지를 않는다

 

세월은 흐르는 구름처럼 흘러흘러 갔건만

나의 옛고향은 오늘도 봉창문을 닫고서

오롯이 기다리고 있다

 

수십년 도시에서 

헐레벌떡 동분서주하던 걸음을 멈추고

옛날 사립문 한번 노크해 보니

엄마,

계신다 


출처:<장백산>2017 제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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