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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11분》

《11분》 (련재5)
2015년 01월 13일 22시 34분  조회:1242  추천:0  작성자: 세계명작


마리아는 뻐스를 타고 48시간을 달려 리우데자네이루 남동쪽에 있는 해안도시 코파카바나에 닿았고 5등급 호텔에 방을 잡았다. 아! 코피카바나! 해변, 하늘…우중충한 날씨였지만 그녀는 짐을 풀기도전에 최근에 장만한 비키니부터 꺼내 입고는 해변으로 나갔다. 그녀는 두려움 가득한 표정으로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조심스레 물속으로 들어갔다.

해변에 있던 어느 누구도 그녀가 대양의 녀신 이에만자, 해류, 파도의 포말, 그리고 대서양 건너편에 있는 사자가 거니는 아프리카 해안과 처음으로 만나고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녀가 물에서 나왔을 때 세사람이 접근해왔다. 야채 샌드위치를 하는 행상아주머니와 저녁때 시간이 있느냐고 묻는 잘 생긴 흑인, 그리고 함께 코코넛쥬스를 마시지 않겠느냐고 묻는 외국인이였다. 포르뚜갈어를 하지 못하는 외국인은 몸짓으로 물었다.

마리아는 샌드위치를 샀다. 거절할 용기가 없어서였다. 하지만 말을 건네는 두 남자는 외면했다. 그러고는 우울함이 밀려드는것을 느꼈다. 원하는걸 뭐든지 하겠노라고 나선 려행지에서조차 소심하게 행동하는 자신을 리해할수 없었다. 그녀는 모래우에 앉아 구름에 가린 태양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얼마후, 외국인이 코코넛쥬스를 들고 다시 나타나 그녀에게 권했다.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것이 마음에 든 그녀는 코코넛쥬스를 한모금 마시고 살짝 웃어주었다. 그도 살짝 미소지었다. 둘은 한동안 미소만 간혹 주고받는 아주 편한 의사소통에 만족했다. 남자가 주머니에서 붉은색 표지의 작은 사전을 꺼내 뒤적이다가 아주 이상한 억양으로 《예쁘다》라고 말할 때까지는 그녀는 그 말에 웃어주었다. 물론 그녀는 백마 탄 왕자를 원했다. 하지만 그녀가 바라는 왕자는 포르뚜갈어를 잘하고 그보다는 훨씬 젊은 사람이였다.

사전을 뒤적이던 사내가 다시 말했다. 《오늘, 저녁식사?》 그러고는 곧 《스위스!》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어떤 언어로 말하더라도 천국의 종소리처럼 울리는 낱말들을 내뱉었다. 《일자리! 딸라!》

마리아는 스위스라는 상호의 식당을 알지 못했다. 게다가 모든게 이렇게 술술 풀리는것이, 꿈이 이렇게 빨리 실현되는것이 가능한 일일가? 조심하는 편이 나았다.

《초대해줘서 고맙지만 해야 할 일이 있어요. 그리고 저는 딸라를 살 생각이 없어요.》

그녀의 대답을 전혀 알아듣지 못한 사내는 절망하기 시작했다. 진땀을 흘리며 미소만 짓던 그는 견디다 못해 잠시 자리를 떴다가 통역을 데리고 다시 돌아왔다. 통역을 통해 그는 자신이 스위스에서 왔다고 말했다. 스위스는 식당이름이 아니였다. 또한 그는 제안할 일자리가 있다며 저녁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내가 묵고있는 호텔경호원이라는 통역이 덧붙여 설명했다.

《내가 당신이라면 받아들이겠어요. 이 사람은 연예계에서 아주 영향력있는 프로듀서예요. 유럽에서 활동할 새로운 얼굴들을 스카우트하러 브라질에 온 분이죠. 원한다면, 과거에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던 사람들을 소개해줄수도 있어요. 다들 부자가 됐죠. 지금은 결혼해서 자식들을 뒀는데, 그 애들도 실업이나 강도 걱정없이 잘살고있어요.》

통역은 그녀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싶었는지 자신의 국제적교양을 과시하며 말을 맺었다.
《스위스는 최고급 초콜레트와 시계로 유명한 나라죠.》

마리아의 예술적경험은 보잘것 없었다. 성주간이면 늘 공연하는 《그리스도의 수난》에서 대사가 없는 물장수역을 해본것이 고작이였다. 뻐스를 타고 여기까지 오면서 잠을 설치긴 했지만 그녀는 처음 보는 바다앞에서 고양되여있었다. 야채가 들었건 햄이 들었건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우는것도 지겨웠고 아는 사람이 없다는것도 마음을 바쁘게 했다. 되도록 빨리 누군가와 친해지고싶었다. 그녀는 남자들이 이런 약속 저런 약속을 람발하지만 결국 하나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상황을 이미 경험한적이 있었다. 이 남자가 스카우트 운운하는것도 그녀가 거절하는척하고있는 저녁초대에 관심을 가지도록 하기 위한 미끼에 불과하다는것도 알고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생각했다. 이러한 기회를 제공한것은 성모 마라아라고, 일주일동안의 휴가를 매순간 즐겨야 한다고, 고향으로 돌아가 친구들에게 들려줄 흥미로운 이야기거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그녀는 초대를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단 통역이 동석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계속 미소만 지으며 외국인의 말을 알아듣는척하는것은 몹시 피곤한 일이다.

문제가 또 하나 있었다. 가장 심각한 문제이기도 했다. 저녁식사자리에 입고 갈만한 옷이 없었다. 녀자는 이런 종류의 미묘한 문제는 결코 털어놓지 않는다. 자기 옷장속 사정을 털어놓는것보다는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것이 훨씬 쉬운게 녀자들이다. 하지만 이 남자들은 모르는 사람들이였고 두번 다시 만나지 않을 사람들이였다. 마리아는 잃을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동북부에서 막 도착한 길이라 식당에 입고 갈만한 옷이 없어요.》
통역에게 말을 전해들은 외국인은 걱정할것 없다며 그녀가 묵고있는 호텔이름을 물었다. 그날 오후 그녀는 자신의 일년수입과 맞먹을 가격의 구두 한컬레와 아이쇼핑에서도 보지 못한 드레스 한벌을 받았다.

그녀는 시작되고있다는것을 느꼈다. 미래가 없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황량한 고장, 정직하지만 가난한 지역 세르타웅에서 하루하루가 똑같은 단조로운 일상을 견디며 그토록 열렬히 갈망했던 모험이 시작되고있는것이다. 세상의 공주가 될 준비를 하는것이다! 한 남자가 일자리와 딸라, 명품 구두 한컬레와 동화속의 드레스를 보내온것이다! 남은 문제는 화장이였지만 그녀가 묵는 호텔의 프론트직원이 호의를 베풀어 해결해주었다. 그러면서 그는 정색을 하며 말했다. 외국인이라고 해서 다 돈많은 신사는 아니고 카리오카스(리우데자네이루의 주민을 일컫는 말)라고 해서 다 건달은 아니라고.

마리아는 그의 경고를 무시했다. 그녀는 하늘에서 떨어진 성물을 입고 그 순간을 영원히 남길 카메라를 가져오지 않은걸 후회하며 거울앞에서 긴 시간을 보냈다. 자신의 모습에 취해 이미 약속시간에 늦은것을 깨달은 그녀는 방을 박차고 나와 마치 신데렐라처럼 스위스인이 묵고있는 호텔로 달려갔다.

뜻밖에도 통역은 그녀를 만나자마자 자기는 따라가지 않을거라며 말했다.
《언어문제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아요. 그가 당신과 함께 있는게 기분 좋으면 되는거니까.》

《하지만 서로 말을 못알아듣는데 어떻게요?》
《대화를 나눌 필요는 없어요. 그래요. 중요한건 <느낌>이니까.》

마리아는 그의 말을 리해할수 없었다. 그녀의 고향에서는 사람들이 만나면 서로 대화를 하고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았다. 그런데 이름이 마이우손이라는 통역은 리우데쟈네이루를 비롯한 다른 세상에서는 만남이 다른 식으로 이루어진다며 그녀를 안심시켰다.

《리해하려고 애쓰지 말아요. 오로지 그가 기분 좋게 느끼도록만 해보세요. 그 사람, 나이트클럽사장인데 자식 하나 없는 홀아비예요. 그는 외국에 나가 일하고싶어하는 브라질녀자들을 찾고있어요. 당신은 그런 타입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막무가내예요. 바다에서 나오는 당신을 본 순간 완전히 반해버렸대요. 당신 비키니도 아주 멋지다고 하던데.》

그가 잠시 숨을 돌렸다.
《솔직히 말할게요. 여기서 남자를 꼬시려면 비키니부터 바꿔요. 그 스위스인을 빼놓고는 당신 비키니를 보고 멋있다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그 비키니는 너무 구닥다리예요.》

마리아는 그 말을 못들은척했다. 마이우손이 말을 이었다.
《그 사람, 당신과 련애만하려드는건 아닌것 같아요. 당신에게 자기 클럽의 명물이 될만한 자질이 있다고 평가하고있어요. 물론, 그는 당신이 노래하는걸 본적도 춤추는걸 본적도 없죠. 그건 배우면 되는거니까. 하지만 아름다움은 타고난거예요. 유럽인이라는 작자들이란! 브라질녀자면 다 관능적이고 삼바를 출줄 안다고 믿는다니까. 만약 그의 의도가 진지하다면 브라질을 떠나기전에 스위스령사가 서명한 공증계약서를 요구하세요. 그리고 미심쩍은게 있으면 날 찾아와요. 래일 호텔앞 해변에 있을테니까.》

그사이에 다가온 스위스인이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팔을 잡고는 대기하고있는 택시를 가리켰다.
《만약 그의 의도가 다른데 있고 당신도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면 하루밤 요금은 삼백딸라예요. 그 이하는 절대 받지 마세요.》
그녀가 대답을 하기도전에 그들을 태운 택시는 이미 식당을 향해 달리고있었다. 통역이 빠진 대화는 최소한으로 줄어들었다. 《일? 딸라? 브라질녀자스타?》

그러는 동안 마리아는 통역의 마지막 말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있었다. 하루밤에 3백딸라! 엄청난 돈이였다! 사랑에 기력을 소진할것도 없이. 가게주인에게 그랬듯이 이 남자를 유혹할수 있을것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부모님의 편안한 로후를 보장해줄수 있을것이다. 손해볼게 뭐 있는가? 그는 이미 늙었으니 오래잖아 죽을지도 모르고 그러면 그녀는 부자가 될것이다. 결국, 스위스남자들이 금우에서 뒹굴며 산다 해도 말짱 헛일 아닌가싶은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멀고먼 나라까지 녀자를 찾으러 다녀야 한다면 말이다.

저녁식사동안 그들은 가끔 서로 미소만 지었을뿐 별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마리아는 서서히 통역이 말한 《느낌》이 무엇을 뜻하는지 깨달았다. 남자는 그녀에게 앨범 하나를 보여주었다. 앨범에는 그녀가 모르는 언어로 작성된 다양한 서류, 신문 스크랩, 그날 그녀가 입었던것과는 비교도 할수 없게 고급스럽고 로출이 심한 비키니를 입은 녀자들 사진, 그리고 그녀가 알아볼수 있는것이라곤 Brazil이라는 단어밖에 없는 원색의 소책자들이 들어있었다. 그녀는 그 단어를 바라보면서 이 남자는 학교에서 브라질의 철자가  Brasil이라고 배우지 않았나? 하고 생각했다. 그녀는 혹 스위스남자가 로골적인 제안을 하지 못할가봐 술을 많이 마셨다. 3백딸라는 무시할수 있는 액수가 아니였다. 그리고 주위에 아는 사람이 없을 때는 술을 조금만 마셔도 일이 훨씬 더 쉬워지는 법이다. 하지만 사내는 그녀가 일어설 때마다 재빨리 먼저 일어나 의자를 밀어주거나 빼줄 정도로 례의를 잃지 않았다. 밤이 깊어갔다. 결국 그녀는 피곤하다는 시늉을 하며 다음날 해변에서 다시 만나자고 제안했다. 차고있던 손목시계를 가리켜 약속시간을 알리고 손으로 파도의 움직임을 흉내내여 약속장소를 알리고 아주 천천히 《래일》이라고 발음했다. 그는 아주 흡족한 표정으로 스위스제품일 자신의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며 약속시간에 꼭 나가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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