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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11분》

《11분》 (련재18)
2015년 01월 24일 00시 11분  조회:915  추천:0  작성자: 세계명작


또다시 거리, 또다시 추위, 또다시 무작정 걷고싶은 욕망. 그 남자의 말은 틀렸다. 신을 만나기 위해 자기 안의 악마들을 알아야 할 필요는 없었다. 그녀는 어느 술집에서 나오는 대학생 무리와 마주쳤다. 술을 마신 그들은 쾌활하고 아름답고 건강했다. 저들은 이제 곧 공부를 마치고 사람들이 《진정한 삶》이라 부르는것을 시작할것이다. 일, 결혼, 자식, 진부한 일상, 회한, 로쇠, 감당하기 힘든 상실감, 욕구불만, 질병, 불구, 의존, 외로움, 죽음.

무슨 일이 벌어진거지? 그녀 역시 《진정한 삶》을 살기 위해 평온함을 찾고있었다. 그녀가 전에는 상상조차 못해본 업종에 종사하며 스위스에서 보낸 시간은 누구나 언젠가는 직면하는 힘든 시기에 불과했다. 그 기간동안 그녀는 코파카바나를 들락거렸고 돈을 벌기 위해 남자들과 호텔에 들었고 손님의 취향에 따라 순진한 아가씨, 팜므파탈, 너그러운 어머니가 되였다. 그것은 최대한의 직업정신과(팁때문에) 최소한의 집착(익숙해질가봐 두려워)을 가지고 투신한 일에 불과했다. 그녀는 주변세계를 통제하며 아홉달을 보냈다. 집으로 돌아가기 직전 그녀는 자신이 아무 대가 없이 사랑할수도, 아무 리유없이 고통스러워할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치 삶이 그녀에게 삶의 미스터리중 일부, 삶의 빛과 어둠을 드러내기 위해 비속하고도 이상한 방법을 선택한것 같았다.

테렌스를 만날 날 저녁, 마리아의 일기.

그는 사드를 인용했다. 사드의 작품을 단 한줄도 읽은적이 없지만, 사디즘에 대해 사람들이 하는 말, 인간은 자신의 한계에 도달할 때에야 비로소 자신을 알수 있다는 말은 들은적이 있다. 그것은 분명히 맞는 말이다. 하지만 동시에 틀린 말이기도 하다. 반드시 자신에 대해 모든것을 알아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인간존재는 앎만을 추구하기 위해 태여난것이 아니다. 땅을 경작하고, 비를 기다리고, 밀을 심고, 곡식을 거둬들이고, 밀가루를 반죽해 빵을 만들기 위해서도 태여난다.

나는 두 녀자다. 한 녀자는 기쁨, 정열, 삶이 그녀에게 제공해줄수 있는 모험들을 맛보길 갈망하고, 다른 한 녀자는 진부한 일상, 가족적인 삶, 계획하고 완수할수 있는 자잘한 행위들의 노예가 되기를 갈망한다. 나는 한몸속에 살면서 서로 싸우는 주부이자 창녀다.
한 녀자에게 자기 자신과의 만남은 심각한 위험을 안고있는 하나의 게임이다. 신성한 춤이다. 우리가 만날 때 우리는 두개의 신적에네지, 서로 충돌하는 두개의 우주다. 그 만남에 서로에 대한 경의가 부족하면 한 우주는 다른 우주를 파괴한다.

다시 랄프 하르트의 거실. 벽난로에 피여오르는 불꽃, 와인, 바닥에 앉은 두사람. 그녀가 전날밤 영국 음반회사 제작자와 경험한 모든것은 이제 꿈에 불과했다. 아니면 악몽이거나 그것은 그녀의 정신상태에 좌우됐다. 그 순간, 그녀는 삶의 리유를 또는 자신을 바치고 그 대가로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완전한 몰아의 헌신을 찾고있었다.

마리아는 그 순간을 기다리며 많은 성장을 했다. 결국 그녀는 실제적인 사랑은 그녀가 상상했던것, 다시말해 사랑의 에너지가 일으키는 일련의 사건들(사랑의 시작, 약혼, 결혼, 출산, 기다림, 함께 늙어가기, 기다림의 끝. 그리고 남편의 은퇴, 질병, 함께 꿈을 이루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느낌)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랄프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감정들이 아직 육체적인 형태조차 갖추지 못했기때문에 그녀는 자신이 느끼는것에 대해서는 일절 말하지 않고 그에게 자신을 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삶에 매혹되여있는듯 매우 편해보였다. 그가 웃으며 최근에 대형미술관 관장을 만나러 뮌헨에 갔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럼 날 탐해요. 그게 지금 이 순간 우리가 하고있는거예요. 당신은 지금 내게서 일메터도 채 안떨어져있어요. 당신은 나이트클럽에서 내 봉사료를 지불했어요. 날 만질 권리가 있어요. 하지만 감히 그렇게 하질 못하고있어요. 날 보세요. 날 봐요. 당신이 날 쳐다보는것을 내가 원치 않을거라고 생각하면서, 내 옷속에 감춰져있는것을 상상해보세요.》

그녀는 이번에도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있었다. 그녀는 코파카바나의 아가씨들이 등이나 가슴이 깊게 파인 야한 색갈의 옷을 입는것을 리해할수 없었다. 그녀는 사무실, 기차, 또는 안해의 친구 집에서 흔히 만날수 있는 여느 녀자들처럼 입어야 남자들이 더 흥분한다는 사실을 알고있었다.

랄프가 그녀를 쳐다보았다. 마리아는 그가 눈으로 그녀의 옷을 벗기고있음을 느꼈다. 그녀는 그렇게 실제적접촉이 전혀 없는, 식당이나 극장앞에 늘어선 줄속에서 만날수 있는 그런 욕망의 눈길을 좋아했다.

《우린 어느 역에 와있어요.》
그녀가 말을 이었다.
《난 당신옆에 서서 기차를 기다리고있어요. 당신과 나는 서로 모르는 사이예요.그런데 내 눈길이 우연히 당신 눈길과 마주쳐요. 나는 눈길을 피하지 않아요. 당신은 내가 말하려 애쓰는것을 알아차리지 못해요. 당신은 존재들의 <빛>을 알아볼수 있을만큼 지적이긴 하지만 그 빛이 밝히고있는것을 볼만큼 감수성이 예민하지는 않기때문이죠.》

그녀는 전날밤의 《연극》을 잊지 않았다. 그녀는 연극을 이끌던 그 영국인의 얼굴을 가능한 한 빨리 기억에서 지워버리고싶었을테지만 그는 그녀의 상상력을 이끌면서 거기 있었다.

《나는 당신 눈을 똑바로 쳐다봐요. <저 사람 본적이 있는것 같은데 어디서 봤더라?>하고 생각하고있을지도 모르죠. 아니면 당신을 멍하니 바라보며 딴 생각을 하고있거나. 그것도 아니면 혹시 아는 사람일지도 모르는데 서둘러 외면하기가 두렵거나 아무튼 나는 우리가 아는 사이인지 혹은 사람을 잘못 본것인지 결론을 내리기전에 당신에게 날 알아볼 몇초의 짬을 줘요. 하지만 실은 지극히 단순히 남자를 유혹하고싶은것일수도 있어요. 나는 날 괴롭히는 남자를 피해 도피하는 중일수도 있고 날 배신한 남자에게 복수하기 위해 바람 피울 남자를 찾아 역에 나온것일수도 있어요. 그저 지겨운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당신과 하루밤 풋사랑을 즐기려는것일수도 있고, 손님을 찾아나선 창녀일수도 있어요.》

침묵, 마리아는 갑자기 딴 생각에 빠졌다. 그녀는 그 호텔로 돌아가 있었다. 《옐로》 《약간의 고통과 많은 쾌락》, 그 모든것이 그녀의 심기를 어지럽혔다.

그녀가 딴 생각을 하고있다는걸 알아차린 랄프가 그녀를 다시 역으로 데려가려고 애썼다.
《그 만남에서 당신도 나에 대한 욕망을 느끼오?》
《모르겠어요. 우린 이야길 나누지 않아요.》
잠시 산만한 순간, 어쨌거나 <연극>이라는 생각이 그녀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진정한 그녀 자신이 솟아나 그녀에게 빌붙어 지내는 가짜들을 내쫓아버렸다.
《하지만 중요한건 내가 시선을 돌리지 않는다는 사실이예요. 당신은 어쩔줄 모르고있고. 당신은 나에게 말을 걸어야 할가요? 당신은 차갑게 거절당할가요? 내가 경찰을 부를가요? 아니면 같이 커피나 한잔 마시자고 할가요?》
《나는 뮌헨에서 돌아오는 길이요.》

랄프 하르트가 마치 진짜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덤덤한 어조로 말했다.
《나는 섹스와 관련된 유명인사들의 얼굴을 화폭에 담을 작정이요. 사람들이 진정한 만남을 경험하지 않기 위해 쓰는 많은 가면들을.》

그는 《연극》을 알고있었다. 밀랑 말에 따르면, 그 역시 《특별손님》이였다. 그녀는 갑자기 불안해졌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미술관장이 <무얼 가지고 작업하실거죠?>라고 묻더군. 그래서 나는 대답했소. <돈을 위해 사랑을 나눌만큼 자유롭다고 느끼는 녀자들을 가지고> 라고. 그랬더니 그가 말했소. <어떻게 그럴수가, 그런 녀자라면 창녀들 아닙니까.>나는 대답했소. <그렇습니다. 창녀들입니다. 난 그들의 력사를 연구할 작정입니다. 나는 이 미술관에 드나드는 가족단위 관람객들의 취향에 어울리는, 좀더 지적인 뭔가를 할겁니다. 아시겠지만, 모든것은 문화의 문제입니다. 사람들이 소화시키기 힘들어하는것을 쉽게 받아들일수 있는 방식으로 소개하는거죠.

관장이 또다시 반박하더군. <하지만 섹스는 더 이상 금기가 아니예요. 그건 이미 너무나 진부한 주제가 되여버려서 그에 관해 작업을 하는것 자체가 힘들어졌어요.> 그래서 내가 물었소. <성적욕망이 어디서 생겨나는지 아십니까?> 관장이 <본능에서죠.>라고 대답했소. <그래요, 본능에서 생겨나죠. 하지만 그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예요. 다 아는 사실만 가지고 어떻게 전시회를 성공적으로 치를수 있겠습니까? 나는 인간이 그 이끌림을 설명하는 방식에 대해 말하고싶어요. 례를 들어 철학자처럼요.> 관장이 구체적인 례를 하나 들어달라고 요구했소. 그래서 나는 말했소. <내가 집으로 돌아가려고 기차를 탔는데 한 녀자가 날 빤히 쳐다본다면, 나는 그녀와 얘길 나누겠어요. 그녀에게 당신은 외국인이니 우린 꿈꾸었던 모든것을 자유롭게 할수 있다고, 우리가 품었던 모든 성적환상들을 시험해본 다음 각자 배우자가 기다리고있는 집으로 돌아가 두번 다시 만나지 않으면 된다고 말입니다.>그리고 그 역에서 나는 바로 당신을 보게 된거요.》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으니 욕망이 식어버리네요.》
랄프가 그 사실을 인정하듯 웃음을 터뜨렸다. 와인병이 빈것을 본 그가 한병 더 가지러 부엌으로 갔다.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 이미 알고있는 그녀는 피여오르는 불꽃을 바라보며 그 아늑한 분위기를 즐겼다. 영국인은 잊어버리고 분위기가 이끄는대로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랄프가 잔을 채웠다.
《그 미술관장과의 이야기는 어떻게 끝내실거죠?》
《그 사람은 지식인이니 그리스 철학자를 인용하겠소. 플라톤에 따르면 천지창조초기에는 남녀가 오늘날과 전혀 달랐다고 해요. 하나의 몸, 하나의 목, 그리고 각자 반대방향을 바라보는 두개의 얼굴이 있는 남녀 량성의 존재들만 있었죠. 마치 두 피조물의 등이 붙어있는것처럼 성기가 둘이고 팔 다리는 세개씩이였다오.

그런데 질투심 많은 신들이 그 피조물을 팔이 네개라 일을 훨씬 더 많이 하고, 얼굴이 두개라 번갈아 잠을 잘수 있는 바람에 몰래 공격할수 없고 다리가 넷이라 큰힘을 들이지 않고서도 오래 서있거나 먼길을 걸을수 있다는것을 알게 됐소. 무엇보다 위험한것은 그 피조물이 량성(兩性)이여서, 어느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스스로 번식할수 있다는 사실이였소. 올림포스 신전의 최고주인 제우스는 <나에게 저들의 힘을 빼앗을 방도가 있다>고 말하고는 벼락을 던져 그 피조물을 둘로 쪼개 남자와 녀자로 나누어버렸소. 이렇게 해서 지상의 인구는 훨씬 늘어난 반면, 그들은 힘을 잃고 방황하게 되였소. 이제 그들은 잃어버린 반쪽을 되찾아 다시 결합해야만 예전의 힘, 습격을 피하는 능숙함, 피곤과 일을 견뎌내는 지구력을 되찾을수 있게 되였어요. 두개의 육체가 서로 뒤섞여 하나가 되는 결합, 그걸 섹스라고 부르오.》

《그 이야기가 사실인가요?》
《플라톤에 따르면 그래요.》
마리아가 매료된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전날밤의 경험은 이제 그녀의 머리속에서 완전히 지워지고 없었다. 그녀는 자기앞에 있는, 더이상 욕망이 아니라 기쁨으로 눈을 반짝이며 그 이상한 이야기를 하고있는, 그 자신이 그녀에게서 발견했다는 그 《빛》으로 충만한 남자를 보고있었다.
《한가지 부탁해도 될가요?》

랄프는 뭐든지 들어줄테니 해보라고 대답했다.
《신들이 네개의 다리를 가진 그 피조물들을 둘로 쪼갰을 때, 갈라진 피조물들중 일부는 왜 재결합을 통해 에너지를 증가시키기는커녕 빼앗기만하는 다른 일들과 똑같은 일로 느껴지도록 안배했는지 리유를 좀 찾아주세요.》

《매춘에 대해 이야기하고싶은거요?》
《그래요. 언제부터 섹스가 성스럽기를 그만뒀는지 알아봐줄수 있나요?》
《원한다면 찾아보겠소. 난 그것에 대해선 한번도 깊이 생각해본적이 없어요. 내가 알기론, 아무도 그 문제에 관심이 없었던것 같아요. 찾아보긴 하겠지만 아마 아무것도 나오지 않을거요.》

마리아가 다시 말했다.
《녀자들, 특히 창녀들도 사랑할수 있다고 생각해본적 있나요?》
《그래요. 우리가 카페에서 만났을 때 당신의 빛을 봤을 때 그렇게 생각했어요. 내가 당신에게 같이 술 한잔 하자고 제안했을 때. 난 당신이 내가 아주 오래전에 떠났던 세계로 날 되돌아가게 해줄 가능성까지 포함해. 모든것을 믿기로 마음먹었소.》
이제 과거로 돌아가는것은 불가능했다. 자신의 주인인 마리아가 즉시 그녀를 도우러 와야만했다. 그러지 않으면 그녀는 그에게 키스를 하고 그를 껴안고 자신을 떠나지 말라고 애걸하게 될터였다.

《우리 역으로 돌아가요.》
그녀가 말했다.
《아니 그보다, 우리가 이 거실에서 처음 만났던 날로, 당신이 나 역시 존재한다는것을 인정하고 나에게 선물을 준 날로 돌아가요. 그것은 내 령혼속으로 들어오기 위한 당신의 첫 시도였어요. 당신은 환영받을지 어떨지도 알지 못했죠. 하지만 플라톤이라는 사람이 이야기하고있듯이 인간존재는 둘로 쪼개졌어요. 그후로 그들은 자기들을 하나로 만드는 그 결합을 찾아다니고있죠. 그게 우리의 본능이예요. 그건 또한 우리가 방황하는중에 부딪치게 되는 모든 어려움을 견뎌내는 리유이기도 하죠.

난 당신이 날 바라보길 원해요. 그리고 당신이 내가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하길 원해요. 최초의 욕망은, 감춰지고, 금지되고, 동의를 얻지 못한것이기때문에 중요해요. 당신은 당신앞에 있는 녀자가 정말 당신의 잃어버린 반쪽인지 아닌지 몰라요. 그녀 역시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뭔가가 당신을 이끌어요. 그럼 그것을 믿어야만해요.》

《내가 이 모든걸 다 어디서 끄집어낸거지?》그녀는 생각했다. 《내 마음 깊숙한 곳에서 끄집어낸거야. 늘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니까. 나는 이 꿈들을 나 자신의 꿈에서 걸어온거야.》
그녀는 젖가슴이 조금, 아주 조금만 드러나도록 원피스 어깨끈을 살짝 내렸다.
《욕망은, 당신이 보는것이 아니라 상상하는것이예요.》

랄프는, 한여름에 벽난로불을 피우라고 하는것 같은 엉뚱한 욕망들로 가득한, 머리칼만큼이나 짙은 원피스를 입고 살롱바닥에 앉아있는 갈색머리 녀자를 바라보았다. 그랬다. 그는 그 원피스가 감추고있는것을 상상해보고싶었다. 겉모습만 봐도 그는 그녀 젖가슴의 크기를 짐작할수 있었다. 아마 직업적인 의무사항이긴 하겠지만, 그녀가 브래지어를 꼭 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것을 그는 알고있었다. 그녀의 젖가슴은 크지도 작지도 않았고 싱싱했다. 그녀의 눈은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고있지 않았다. 그녀는 여기서 대체 무얼하고있는걸가? 또 그는 왜 이런 터무니없고 위험한 관계를 가지려 하는걸가? 마음만 먹으면 녀자를 얼마든지 구할수 있는 그가. 돈 많고, 젊고, 유명한데다 잘 생기기까지 한 그가. 그는 자신의 일을 사랑했고, 그와 결혼했던 녀자들을 사랑했고, 그녀들로부터 사랑받았다. 요컨대, 모든 기준에서 볼 때 《나는 행복하다》고 웨칠수 있는 사람이였다.

그러나 그는 행복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인간들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빵 한쪼각, 지붕 하나, 일자리 하나를 놓고 서로 죽어라 싸우는 동안, 랄프 하르트는 그 모든것을 이미 가지고있었고 그것이 그를 비참하게 만들었다. 굳이 따지자면, 그도 잠에서 깨여나 눈부신 태양을 바라보며, 또는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며, 살아있는것이 즐겁다고, 아무것도 욕망하지 않고,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고,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는채로 그냥 단순히 즐겁다고 느낀적이 최근 이삼일쯤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런 드문 날들을 제외하면 그는 꿈으로, 욕구불만으로, 실현으로, 자신을 초월하려는 욕망으로, 려행으로 소진되여갔다. 그는 더이상 견딜수가 없었다. 정확하게 누구를, 무엇을 견딜수 없는건지는 알수 없었지만 확실한것은 자신이 뭔가를 증명하려고 애쓰며 지금까지 살아왔다는 사실이였다.
그는 한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그전에 나이트클럽에서 보고는 그런 장소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한적이 있는 점잖은 검은색 원피스를 차려입고 자기앞에 앉아있는 아름다운 녀자를 바라보고있었다. 그녀는 그에게 자신을 욕망하라고 요구하고있었다. 그는 그녀를 열렬히, 그녀가 상상할수 있는것보다 훨씬 더 열렬히 욕망하고있었다. 하지만 그가 욕망하는것은 그녀의 젖가슴이나 몸이 아니라 그녀의 존재였다. 그녀를 품에 안고 말없이 불꽃을 바라보며 와인을 마시고 담배 한두개비를 피우는것만으로 충분했을것이다. 삶은 단순한것들로 이루어져있었다. 그는 무엇인지도 모르는것을 찾아 헤매며 보낸 그 모든 세월에 지쳐있었다.

그런데 만약 그녀를 건드린다면, 모든것이 수포로 돌아갈것이다. 그녀의 《빛》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녀곁에 그냥 그렇게 머물러있는것이 얼마나 좋은지 그녀가 리해했다고 확신할수는 없었다. 그는 돈을 지불했잖은가? 그랬다. 그는 그녀의 령혼을 정복하고, 호수가에 함께 앉아 밀어를 속삭일수 있을 때까지 계속 돈을 지불할것이다. 위험을 무릅쓰지 않는편이 서두르지 않는편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편이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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