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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11분》

《11분》 (련재26)
2015년 01월 31일 11시 53분  조회:1494  추천:0  작성자: 세계명작


집에 돌아와서 쓴 마리아의 일기.

언제였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일요일,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교회에 간적이 있다. 그런데 한참후에야 나는 내가 적절치 못한 장소에 와있다는것을 깨달았다. 그곳은 신교도들의 교회였던것이다.
서둘러 나가려고 하는데 목사가 설교를 시작했다. 설교중에 자리를 뜨는것은 례의 없는 행동이라 생각되여 그냥 앉아있었다. 그것은 축복이였다. 그날 나는 내가 반드시 들어야 하는것들을 들을수 있었으니까.


《세상의 모든 언어에는 똑같은 속담이 존재합니다. 눈이 보지 못하는것은 마음도 느끼지 못한다는 속담이죠. 그런데 전 전혀 그렇지가 않다고 감히 단정합니다. 우리가 억누르려고, 잊어버리려고 하는 감정들은 멀리 떨어져있을수록 마음에는 더 가까이 다가옵니다. 우리가 류배중이라면, 두고 온 집과 고향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려고 애쓸겁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멀리 떨어져있다면,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 한명 한명에게서 그 사람을 떠올릴겁니다.


복음서와 세상 모든 종교의 경전들은 신을 리해하기 위해, 민족을 나아가게 한 신앙을 리해하기 위해, 지구표면을 방황하는 령혼들의 순례를 리해하기 위해 떠난 류배중에 씌여진것입니다. 우리의 조상들은 주님께서 우리의 삶에서 기대하는것을 알지 못했고 우리 역시 그것을 모르고있습니다. 그렇기때문에, 우리가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를 잊을수 없고 또 잊기를 원치도 않기때문에 책들이 씌여지고 그림들이 그려지는것입니다.》
례배가 끝날 무렵, 나는 목사에게 다가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나는 내가 외국에서 온 이방인이라고, 눈이 보지 못하는것을 마음은 느낀다는 사실을 일깨워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제 내가 너무나 절실하게 그것을 느끼기때문에 나는 떠난다.


마리아는 가방 두개를 들어 침대우에 올려놓았다. 모든것이 끝나는 이날을 기다려온 가방이였다. 예전엔 이 가방들에 많은 선물과 새옷, 눈덮인 스위스의 풍경과 유럽의 대도시를 담은 사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가장 너그러운 나라에서 보낸 행복했던 시간의 추억들을 가득 채우리라 생각했었다. 실제로 새옷 몇벌과 눈이 내린 날 제네바에서 찍은 사진이 몇장 있긴 했지만, 그녀가 생각해왔던것과는 많이 달랐다.


이곳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많은 돈을 벌고, 삶을 배우고, 자신의 참모습을 발견하고, 부모님에게 농장을 사드리고, 남편감을 찾고, 가족들을 불러 그녀가 살고있는 곳을 보여줄수 있기를 꿈꾸었다. 하지만 그녀는 산에는 제대로 올라가보지도 못하고, 그녀 스스로도 알아보지 못할만큼 다른 사람이 되여 정확히 꿈 하나를 이루는데 필요한 액수를 가지고 고향으로 돌아갈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행복했다. 그녀는 그만둬야 할 순간이 되였다는것을 알고있으니까.


그 순간을 아는 사람은 그리 흔치 않다.
그녀는 네가지 모험을 경험했다. 나이트클럽에서 댄서로 일했고, 프랑스어를 배웠고. 창녀로 일했고, 한 남자를 미친듯이 사랑했다. 일년사이에 그렇게 많은 파란을 겪을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가? 슬펐지만 행복했다. 그 슬픔에는 이름이 있었다. 그 이름은 매춘도, 스위스도, 돈도 아니였다. 그것은 랄프 하르트였다. 단 한번도 인정한적은 없었지만, 그녀는 산티아고의 길에 있는 성당에서 그녀를 기다릴, 그녀에게 자신의 그림을 보여주고 주변사람들과 친구들을 소개할 차비를 하고있을 그와 결혼하기를 바랐다.


비행기는 다음날 아침 일찍 출발한다. 그녀는 그와의 약속장소로 가지 않고 공항근처의 호텔로 직행할가 생각했다. 이제부터 그의 곁에서 보내는 순간순간은, 그녀가 말할수도 있었지만 하지 않았던 모든것때문에, 그의 손, 그의 목소리, 그가 해준 이야기, 그가 그녀를 사랑한 방식에 대한 기억때문에 견디기 힘든 고통의 한해가 될터였다.


그녀는 다시 가방을 열고 그의 집에서 보낸 첫날밤 그가 준 장난감 기차의 객차를 꺼냈다. 그녀는 몇분간 그것을 바라보다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그 객차는 브라질까지 갈 자격이 없었다. 그것은 그것을 늘 갈망했던 어린애에게는 부당하고 불필요한것이였다.


아니, 그녀는 성당에 가지 않을것이다. 아마도 그는 그녀에게 질문을 퍼부을것이다. 그녀가 
《나, 떠나요》라고 진실을 말하면, 그는 가지 말라고 애원할것이다. 그녀를 잃지 않기 위해 무엇이든 약속할것이다. 그들이 함께 보낸 매 순간 이미 충분히 보여줬던 그의 사랑을 재차 고백할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로 만나는 법을 배웠다. 다른 어떤 종류의 관계도 그럴수는 없을것이다. 아마도 그것이 그들이 서로 사랑하는 유일한 리유일것이다. 상대방에게 자신이 필요하지 않다는것을 그들은 알고있었으니까. 남자들은 녀자가 《당신에게 의지하고싶어요》라고 말하면 겁을 집어먹는다. 마리아는 전적으로 그녀만의것인, 그녀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각오가 되여있는, 사랑에 빠진 랄프 하르트의 이미지를 가진채  떠나고싶었다. 


약속장소에 갈지 안갈지를 놓고 저울질할 시간이 아직은 있었다. 일단은 좀더 실질적인 문제에 집중해야 했다. 그녀는 가방에 들어가지도 않고 어디다 치워야 할지도 알수 없는 물건들을 난감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그녀가 떠나고 난 뒤 집주인이 와서 그녀가 쓰던 가전제품, 벼룩시장에서 산 그림, 수건과 시트를 발견하고는 알아서 처리할것이다. 스위스의 거지보다는 그녀의 부모가 훨씬 더 그것들을 필요로 하겠지만 모든것을 브라질로 가져가는것은 불가능했다. 게다가 그 물건들은 그녀에게 한때 모험을 벌렸던 곳을 끊임없이 일깨워줄게 아닌가.


그녀는 은행을 찾아가 예금해둔 돈을 모두 인출하고싶다고 말했다. 그녀의 단골손님이기도 한 지점장은, 그건 별로 잘한 결정이 아닌것 같다고 말하면서 예금에 대한 리자는 브라질에서도 받을수 있으니 맡겨만 놓으면 게속 수입이 보장된다고 설명했다. 도적이라도 맞으면, 몇달간의 로고가 허사가 될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했다. 마리아는 잠시 망설이였다. 그는 진심으로 그녀를 도와주려는것 같았다. 생각에 잠겨있던 그녀는 그 돈의 궁극적인 쓰임새는 지페로 남아 돈을 늘이는데 있는게 아니라 농장으로, 부모가 로년을 보낼 집으로, 몇마리의 가축과 많은 로동으로 변하는데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녀는 잔돈까지 모조리 인출해 그 용도로 쓰려고 구입한 조그만 가방에 집어넣고 허리띠에 묶은 다음 겉옷으로 가렸다.


그녀는 용기를 잃지 않기를 기도하며 려행사로 갔다. 그녀가 예약해둔 비행기표를 달라고 하자, 직원은 래일 떠나는 항공편은 파리에서 내려 갈아타야 한다고 설명하며 다른 항공편을 권했다. 그런건 아무래도 좋았다. 중요한것은, 다시한번 생각해보자는 유혹이 일기전에 이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가있는것이였다.


그녀는 다리까지 걸어갔다. 다시 추워지기 시작했지만 아이스크림을 샀고 제네바를 바라보았다. 마치 이 도시에 막 도착해서 박물관과 력사적기념물, 유명한 바와 식당을 둘러볼 차비를 하고있는것처럼 모든것이 달라보였다. 이상한 일이지만 사람들은 어떤 도시에 거주할 때는 그 도시를 탐험하는 일을 계속 미루다가 결국에는 그 도시를 전혀 모르는채 그곳을 떠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였다.'


그녀는 고향에 돌아가게 됐으니 기뻐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기쁘지가 않았다. 그녀를 그토록 따뜻하게 맞아준 도시를 떠나게 되여 슬픈거라고 생각하려 했지만 그렇게도 되지 않았다. 그녀가 지금 할수 있는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 모든 상황이 유리하게 돌아가도 잘못된 선택을 하곤 하는 한 령리한 아가씨를 위해 눈물 몇방울을 흘리는 일뿐이였다.
이번에는 자신이 틀리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녀가 들어섰을 때 성당은 텅 비여있었다. 더없이 조용한 가운데 전날밤의 폭풍우로 맑게 갠 하늘의 광채가 훤히 밝혀주는 스테인도글라스를 바라볼수 있었다. 그녀 앞쪽에 제단과 빈 십자가가 있었다. 그것은 죽어가는 한 인간이 매달려있는 처형도구가 아니라 그 도구 본래의 의미, 공포, 중요성을 모두 상실한 부활의 상징이였다. 그녀는 천둥번개가 치던 날 밤의 채찍을 떠올렸다. 그것도 마찬가지였다.


《맙소사,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거지?》 
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성인들의 그림이 눈에 띄지 않아 다행이였다. 그곳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리해할수 없는 뭔가를 찬양하기 위해 모이는 장소일뿐이였다.


오래동안 생각하지 않고있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예수를 믿고있었다. 그녀는 성체가 모셔져있는 감실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녀는 무릎을 꿇고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결코 마음을 바꾸지 않을거라고, 반드시 떠날거라고, 하느님에게 성모 마리아에게 예수에게 맹세했다. 그녀는 한 녀자의 의지를 바꾸어놓기에 충분한 사랑의 함정을 알고있었다.
잠시후, 그녀는 어깨에 와닿는 손길을 느꼈다. 그녀는 얼굴을 옆으로 기울여 그 손에 가져다댔다.


《어떻게 지냈소?》
《잘 지냈어요.》
전혀 불안이 묻어나지 않는 목소리로 그녀가 대답했다.
《좋아요, 커피 마시러 갑시다.》


그들은 오랜 리별끝에 재회한 련인들처럼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 그들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키스를 했다. 몇몇 행인들이 못볼걸 봤다는 표정으로 그들을 쳐다보았다. 그들은 그들이 야기한 거북함과 그들이 일깨운 욕망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들은 알고있었다. 사실은 그 사람들도 똑같이 하고싶어한다는것을. 그들이 눈살을 찌프리는것은 바로 그때문이라는것을.


그들은 여느 카페와 다를바 없지만 그날 오후 그들이 그곳을 찾았기때문에, 그들이 서로 사랑했기때문에 특별했던 한 카페로 들어갔다. 그들은 제네바에 대해, 프랑스어의 난해함에 대해,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에 대해, 담배의 피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은 둘다 담배를 피웠고 그 나쁜 습관을 버릴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녀가 커피값을 내겠다고 고집을 부렸고 그가 받아들였다. 그들은 그림전시회장으로 갔다. 그녀는 그곳에서 그의 세계, 예술가들, 실제보다 훨씬 더 부자로 보이는 부자들, 가난해보이는 백만장자들, 그녀가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는것들에 대해 질문을 해대는 관람객들을 만났다. 모두 그녀를 반갑게 맞았고, 그녀의 류창한 프랑스어에 탄성을 터뜨렸고, 카니발과 축구, 브라질음악에 대해 물었다. 좋은 교육을 받은, 친절하고 호의에 넘치고 매력적인 사람들이였다.


전시회장을 나서면서 그가 저녁때 코파카바나로 그녀를 만나러 가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오늘은 일을 하지 않는다고, 저녁식사나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그가 좋다고 했다. 그들은 일단 헤여졌다가 나중에 그의 집에서 만나 콜로니광장에 있는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그 작은 광장은 그녀가 언제나 택시를 타고 다니는 길목에 있었지만 한번도 가본적이 없었다.


그와 헤여진 마리아는 이 도시에 단 한명밖에 없는 친구를 떠올렸다. 그녀는 사서를 찾아가 앞으로는 만나지 못할거라고 알려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녀는 쿠르드족사람들이 시위를 끝낼 때까지, 그래서 길이 뚫릴 때까지 영원처럼 긴 시간을 택시안에 갇혀 보내야만했다. 하지만 그녀가 자기 시간의 주인이 된 지금, 그런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가 도탁했을 때 도서관은 막 문을 닫으려는 참이였다.
《너무 스스럼없이 구는게 아닌지 모르겠지만, 나에겐 속을 털어놓을만한 친구가 전혀 없어요.》


마리아가 들어서자마자 사서가 말했다.
이 녀자에게 친구가 없다고? 한 장소에서 일생을 보내고 매일 수많은 사람을 만나면서도 함께 의론을 할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마침내 마리아는 자신과 똑같은, 아니면 여느 사람과 똑같은 누군가를 찾아낸것이다.
《클리토리스에 관해 읽은것을 다시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아, 다른 얘기를 할수는 없나?》


《남편과 관계를 맺을 때마다 기분이 좋기는 했지만, 관계중에 오르가즘을 느낀적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어요. 당신 생각엔 그게 정상 같아요?》


《쿠르드사람들이 매일 시위를 하는건 정상으로 보이세요? 사랑에 빠진 녀자들이 백마탄 왕자를 피해 달아나는건? 사랑에 대해 생각하는 대신 농장을 경영할 꿈을 꾸는 처녀는? 남자와 녀자들이 결코 되살수 없는 그들의 시간을 파는건? 하지만 이 모든건 존재해요. 내가 어떻게 생각하건 그건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그게 정상이예요. 자연에 반하는것, 우리의 내밀한 욕망에 반하는건 하느님 눈에는 탈선으로 보일지 몰라도 우리 눈에는 모두 정상이예요. 우리는 우리의 지옥을 찾아헤맸고 수천년을 들여 그것을 건설했어요. 그리고 많은 노력을 한끝에 우리는 이제 최악의 방식으로 살수 있게 됐어요.》


마리아는 사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녀의 이름을 물었다. 마리아는 그녀가 결혼하면서 가지게 된 남편 성(姓)만 알고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하이디고, 삼십년이나 결혼생활을 했지만 남편과의 성관계에서 오르가즘을 느끼지 못하는게 과연 정상인가, 하는 의문을 지금까지 단 한번도 품어본적이 없었다!


《이 모든걸 과연 꼭 읽어야 했는지 잘 모르겠어요! 성실했던 남편,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아빠트, 세명의 아이들, 공무원이라는 안정된 직업이 한 녀자가 꿈꿀수 있는 모든것이라고 생각하며 아무것도 모르고 사는 편이 더 나았을지도 몰라요. 당신이 물어본 덕분에 이 책들을 읽기 시작한 이후로 나는 혹시 내가 잘못 살아온건 아닌가 해서 몹시 불안했어요. 다들 그런가요?》


《그래요. 제가 장담하죠.》
마리아는 충고를 구하는 그 녀자앞에서 자신이 아주 경험이 많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좀더 자세히 얘기해도 괜찮겠어요?》
마리아가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물론 당신은 그런 문제들을 리해하기에는 아직 젊어요. 하지만 바로 그때문에, 당신이 나와 똑같은 실수들을 저지르지 않도록 당신에게 내 이야기를 조금 털어놓고싶어요.


내 남편은 왜 내 클리토리스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을가요? 그는 오르가즘은 질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그의 생각대로라면 마땅히 느껴야 하는 오르가즘을 느끼는척하느라 힘이 들었죠. 무척 힘들었어요. 물론 쾌감을 느끼기는 했죠. 하지만 그건 다른 종류의 쾌감이였어요. 마찰이 상부에서 일어날 경우에만… 무슨 말인지 리해하겠어요?》


《네, 리해해요.》
《이제 난 그 리유를 알아요. 바로 이거예요.》
그녀가 탁자우에 놓인 마리아로서는 제목을 읽을수 없는 책을 가리키며 말했다.
《오르가즘을 느끼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다발이 클리토리스에서 G스폿쪽으로 뻗어있어요. 그런데 남자들은 모든것이 삽입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믿고있죠. G스폿이 뭔지 알아요?》
《일전에 말씀하신적이 있었잖아요. 현관에 들어서서 바로 머리우 천장.》
이번에는 순진한 아가씨로 변한 마리아가 말했다.
《맞아요, 그래요!》
사서의 눈빛이 환하게 밝아졌다.


《당신이 아는 남자들중에서 그것에 대해 들어본 사람이 몇명이나 되는지 직접 확인해보세요. 아무도 없을거예요! 말도 안되는 얘기죠! 클리스토리스를 그 이딸리아인이 겨우 오백년전에 발견한것처럼 G스폿은 20세기가 찾아낸거예요. 이제 곧 모든 사람이 그것에 대해 떠들어댈거라구요. 더 이상 어느 누구도 그것의 역할을 무시할수 없을거예요. 우리가 얼마나 혁명적인 시대를 살고있는지 상상이 돼요?》


마리아가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하이디는 녀자들도 활짝 피여나고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는것을 이 예쁜 아가씨에게 가르쳐주려면 미래의 세대가 그 놀라운 과학적발견의 헤택을 누릴수 있게 하고싶다면 서둘러야 한다는것을 알아차렸다.


《프로이드박사는 남성들의 쾌감이 페니스에 집중되여있듯이 녀성들의 쾌감은 질속에 있는게 분명하다고 생각했어요. 우린 근원으로, 우리에게 늘 쾌감을 주었던 클리토리스와 G스폿으로 되돌아가야만해요! 만족스러운 성관계를 경험하는 녀자들은 아주 드물어요. 내가 비결을 하나 가르쳐줄게요. 체위를 바꿔요. 남자를 눕게 하고 당신이 우로 올라가요. 그 체위에서는 당신의 클리토리스가 그의 치골과 마찰을 일으킬거고, 그러면 당신은 필요한 자극을, 아니, 당신이 마땅히 누려야 할 자극을 얻게 될거예요!》


마리아는 대화에 주의를 기울리지 않는척하고있었다. 그러니까 문제는 그녀에게 있는게 아니였다! 모든것이 신체구조의 문제였다. 어마어마하게 무거운 짐에서 해방되는 순간, 그녀는 사서를 덥석 안아주고싶었다. 아직 젊을 때 그러한 사실을 알게 된것은 무척이나 다행스러운 일이였다! 그녀는 정말 멋진 시대에 살고있었다!


하이디가 공모자의 미소를 지었다.
《그들은 모르고있지만 우리 역시 발기를 해요!》
《그들》은 남자들을 뜻하는것이였다. 대화가 아주 은밀했기때문에 마리아가 용기를 내여 물었다.
《남편 말고 다른 누군가와 관계를 가져본적 있으세요?》


사서는 충격을 받은것처럼 보였다. 눈에서는 일종의 성스러운 불빛이 번득였고 피부가 벌겋게 달아올랐다. 모욕을 느낀것인지 아니면 부끄러워하는것인지 알수가 없었다. 잠시후 모든걸 털어놓고싶은 욕망과 감추고싶은 욕망사이의 싸움이 마무리됐다. 하이디는 자신이 원하는 주제를 환기했다.


《녀성의 발기얘기나 해요. 클리토리스 말예요! 흥분하면 딱딱해지는거 알고있어요?》
《어렸을 때부터요.》
하이디는 실망한듯이 보였다. 하지만 곧 말을 이었다.


《볼록 튀여나온 곳을 건드리지 않고 그 주변만 애무해도 강렬한 쾌감을 얻을수 있대요. 경우에 따라서는 아플수도 있다는것을 모르고 무작정 클리토리스끝을 문질러대는 어설픈 남자들도 꽤 있다나봐요. 어때요, 그런것 같지 않아요? 그리고 한번이나 두번쯤 관계를 가진 이후부터는 녀자가 주도권을 쥐는게 좋대요. 녀자가 우로 올라가 어디를 어떻게 누를지 컨트롤하고 자기가 원하는 리듬을 타야 하는거죠. 또 내가 지금 읽고있는 책에 따르면 파트너와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대요.》


《남편과는 솔직한 대화를 나누셨나요?》
또다시 하이디는 그때는 시대가 달랐다는 핑게를 대며 답변을 회피했다. 지금 그녀의 관심사는 자신의 지적경험을 누군가와 공유하는것이였다.


《자신의 클리토리스를 시계바늘이라고 보고, 파트너가 열한시에서 한시 사이를 오가게 하는게 좋대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마리아는 무슨 말인지 알수 있었고, 책의 내용에도 일리가 있는것 같긴 했지만 동의할수는 없었다. 하이디가 《시계》라는 단어를 다시 입에 올릴 때, 마리아는 다시한번 손목시계를 쳐다보고는 견습기간이 끝나 작별인사를 하러 들른거라고 설명했다. 사서는 그녀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것처럼 보였다.


《클리토리스에 관한 이 책을 빌려가지 않을래요?》
《아뇨.》
《오늘은 한권도 안빌려갈건가요?》
《네, 저는 고향으로 돌아가요. 그래서 늘 다정한 친구처럼 대해줘서 고마웠다고 인사드리고싶었어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그들은 악수를 나누고 서로의 행복을 빌었다.

사서는 마리아가 문을 나설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고는 분에 겨워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쳤다. 왜 그 기회를 활용하지 못했을가? 그 아가씨가 남편 몰래 바람을 피운적이 있느냐고 감히 물었을 때 왜 털어놓지 못했던걸가?


《좋아, 심각할거 없어.》
물론 세상을 살아가는데 섹스가 전부는 아니였다. 그래도 그것은 중요했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녀를 둘러싸고있는 수천권의 책들중 상당수에는 사랑이야기가 담겨있었다. 언제나 똑같은 이야기, 남자와 녀자가 만나 사랑에 빠지고, 헤여지고, 그리고 다시 만난다. 늘 서로 소통하는 령혼, 머나먼 나라, 모험, 고통, 근심이 문제였다. 하지만 《친애하는 신사 여러분, 녀성의 몸을 더 잘 리해하려고 관심을 가져보십시오.》 라고 말하는 장면은 거의 없었다. 책들은 왜 그 문제를 공개적으로 다루지 않는걸가?


생각해보면, 그것은 어느 누구도 그 문제에 진정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기때문인지도 몰랐다. 남자들은 집요하게 새로운것을 추구했다. 남자는 여전히 생식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동굴에 거주하며 사냥을 다니는 원시인이였다. 그럼 녀자는? 하이디의 개인적인 경험에 따르면, 배우자와 함께 쾌락을 즐기고자 하는 욕망은 결혼후 단 몇년밖에 지속되지 않았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성관계의 빈도는 차츰 줄어들었다. 녀자들은 모두 자기만 그런거라고 생각하고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러고는 매일밤 성관계를 요구하는 남편의 욕망을 견딜수 없는척하며 다른 녀자들을 불안에 빠뜨렸다.


녀자들은 빠르게 다른 관심사에 몰두했다. 아이들, 료리, 아르바이트, 가사, 공과금, 남편의 외도, 여름휴가려행(려행중에도 그들은 그들 자신보다는 두고 온 아이들 걱정을 더 많이 했다) 부부사이의 년대감, 심지어 사랑에도. 하지만 섹스는 아니였다.


그녀는 자신의 딸또래인, 아직 순진하기 그지없고 세상 돌아가는 리치를 잘 모르는 저 젊은 브라질아가씨에게 좀 더 솔직했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고향에서 멀리 떠나, 변변찮은 일이지만 죽어라 열심히 하며 좋은 신랑감을 만나 결혼하기를 기대하고있을 저 아가씨. 그리고 결혼해서는 몇차례 오르가즘을 느끼는척하고. 생활의 안정을 찾고, 인간이라는 종의 신비스러운 번식에 공헌하고, 마침내는 오르가즘이나 클리토리스니 G스폿이라 불리는것들 따위는 말끔히 잊어버릴 저 아가씨. 그녀는 결국 현모량처가 되여 가정에 부족한것이 없도록 보살피고, 때때로 남몰래 자위를 하고, 가끔은 거리에서 그녀에게 욕망의 눈길을 보냈던 남자들을 떠올리겠지. 체면을 지킨다는것, 왜 세상은 그토록 체면에 신경을 쓰는걸가?


《남편 말고 다른 누군가와 관계를 가져본적 있으세요?》 그녀가 이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던것도 바로 체면때문이였다.


그런 비밀은 무덤까지 갖고가야 해. 그녀는 생각했다. 섹스가 이미 먼 과거사가 되여버렸을 때에도 남편은 그녀 인생의 유일한 남자였다. 남편은 정직하고 너그러우며 늘 한결같은 사람이였다. 그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싸웠고 그가 책임지고있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려고 애썼다. 모든 녀자들이 꿈꾸는 리상적인 남자였다. 언젠가 그녀가 다른 남자에게 욕망을 느끼고 그 남자를 따라갔다는 사실을 떠올리기만해도 마음이 불편해지는것은 바로 그때문이였다.


그녀는 그 만남을 떠올렸다. 그녀는 산속의 작은 도시 다보스에서 돌아오는 길이였는데, 도중에 눈사태로 인해 기차운행이 몇시간동안 중단되는 바람에 오도가도 못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였다. 하이디는 우선 집에 전화를 걸어 아무 걱정 말라고 하고는 잡지 몇권을 사서 역에서 오랜 시간을 기다릴 차비를 했다.


곁에 있던 배낭과 침낭을 멘 한 남자를 본것은 바로 그때였다. 반백의 머리에 피부는 해볕에 검게 그을려있었다. 그는 기차출발이 아무리 늦어져도 전혀 지장이 없어보이는 유일한 사람처럼 보였다. 그는 태평스럽게 미소를 띤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얘기를 나눌 누군가를 찾고있었다. 하이디는 잡지를 펼쳤다. 그런데 아! 삶의 미스터리한! 순간적으로 그녀의 눈이 그 려행객의 눈과 마주쳤다. 그녀는 매몰차게 눈길을 돌릴수가 없었다.


그녀가 이야기를 나눌 의사가 없다는것을 정중하게 암시할 틈도 없이 그가 말을 걸었다. 그는 자신을 작가라고 소개했다. 이곳에는 심포지엄 참석차 왔는데 기차가 늦어지는 바람에 제네바에 도착해도 비행기를 놓치게 생겼다며 말했다.


《제네바에 도착하면, 호텔 잡는걸 좀 도와주실수 있겠습니까?》
하이디는 그를 바라보았다. 불편한 역에서 장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비행기까지 놓치게 된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쾌활할수 있을가?


사내는 마치 그들이 오랜 친구사이라도 되는것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여놓기 시작했다. 지금껏 다닌 려행들, 문학적창조의 신비, 그리고 듣는 그녀가 당황스럽게도 자신이 살아오면서 만나고 사랑했던 녀자들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하이디는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있었고 그는 계속 이야기했다. 가끔씩 자기만 너무 떠들어서 미안하다며 그녀의 이야기도 좀 해보라고 청했다.


《전 특별할게 전혀 없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예요.》
그녀가 할수 있는 말이라고는 그게 고작이였다.


문득 기차가 영원히 도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대화는 너무나 즐거웠다. 그 순간 그녀는 소설을 통해서만 만났던것들을 맛보았다. 두번 다시 못만날 사람이였기에 그녀는 대담하게도 마음속에 담아두고만 있던것들에 대해 그에게 질문을 했다. 자기가 왜 그랬는지 그녀는 나중에 도무지 납득할수 없었다. 그녀의 결혼생활은 힘든 고비를 지나고있었다. 남편은 그녀가 집에만 있길 바랐고, 하이디는 어떻게 해야 남편을 행복하게 해줄수 있는지 알고싶었다. 사내는 자신의 경험을 곁들여 몇가지 그럴듯한 조언을 했지만 그녀의 남편에 대해 이야기하는것이 그리 달갑지는 않은듯했다.


《당신은 아주 흥미로운 녀자요.》
그가 말했다. 그녀가 아주 오래동안 들어보지 못한 말이였다.


그녀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알수 없었다. 그녀가 당혹스러워하고있다는것을 눈치챈 그는 서둘러 사막, 산악, 잃어버린 도시, 얼굴을 베일로 가린 녀자들, 맨허리를 드러낸 녀자들, 전사, 해적, 늙은 현자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기차가 도착했다. 그들은 나란히 앉았다. 이제 그녀는 호수가 마주보이는 집에서 세 아이를 키우며 사는 유부녀가 아니라 모험을 찾아 처음으로 제네바에 가는 아가씨였다. 산과 강을 바라보며 그녀는 자신을 정복하려는(남자들은 오로지 그것만 생각했다)그녀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고 최선을 다하는 남자곁에 있는게 너무 행복하다고 느꼈다. 그녀는 그녀에게 똑같은 욕망을 보였던 남자들, 하지만 그녀가 조금의 틈도 허용하지 않고 물리쳤던 모든 남자들을 떠올렸다. 그날 아침, 세상은 변해있었다. 그녀는 자신을 유혹하려는 그의 시도에 넋을 잃고 보조를 맞추는 서른여덟살짜리 소녀였다. 조금은 일찍 찾아온 그녀 인생의 가을녘에, 바랄수 있는 모든것을 가졌다고 믿고있을 때, 이 남자가 불쑥 역에 나타나 허락도 구하지 않고 그녀의 세계속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제네바에서 내렸다. 그는 물가가 무척 비싼 이 나라에서 하루를 더 보내게 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면서 너무 고급은 아닌 호텔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녀가 호텔을 물색해 데려다주자 그는 방까지 함께 올라가 모든것이 제대로 되여있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하이디는 그의 의도를 알고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수락했다. 그들은 문을 잠그고 열정적인 키스를 나누었다. 그가 그녀의 옷을 찢듯이 벗겨냈다. 오, 맙소사! 그는 많은 녀자들에게서 녀성의 고민과 욕구불만을 들어서 그런지 녀자의 몸에 대해 모든것을 알고있었다.


그들은 오후 내내 사랑을 나누었다. 마법은 해질무렵이 되여서야 풀렸다. 그녀는 결코 하고싶지 않았던 말을 내뱉었다.


《가봐야 해요. 남편이 기다리고있어요.》
그가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들은 몇분동안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 그도 그녀도 《안녕》이라 말하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하든, 어떠한 낱말도 어떠한 문장도 의미가 없으리라 생각한 하이디는 일어나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을 나오고말았다.


두번 다시 그를 만나지는 않을테지만 그녀는 몇시간동안 충실한 안해, 성실한 가정주부, 자상한 엄마, 모범적인 공무원, 늘 한결같은 친구이기를 멈추고 다시 녀자가 되였다.


며칠동안 그녀의 남편은 그녀가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전보다 더 쾌활하다고 해야 할지 더 우울해졌다고 해야 할지, 그로서는 그녀의 상태를 정확하게 묘사할수 없었을터였다. 일주일이 지나자, 모든것이 예전의 상태로 되돌아갔다.


《그 아가씨한테 이 이야기를 들려줄걸 그랬어.》
사서는 생각했다.
《하긴 얘기해줬더라도 리해하지 못했을거야. 아직은 서로에게 충실하고 사랑의 맹세가 영원히 지속되는 그런 세계에 살고있을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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