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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11분》

《11분》 (련재9)
2015년 01월 17일 09시 00분  조회:1582  추천:0  작성자: 세계명작
이튿날 그녀는 일어나자마자 프랑스어강좌 아침반에 등록하러 달려갔다. 그녀는 그곳에서 눈부신 색갈의 양복을 입고 손목에 무거운 금팔찌를 찬 남자들, 머리에 늘 베일을 쓰고 다니는 녀자들, 묘하게도 어른보다 훨씬 더 빨리 배우는 아이들, 신앙도 다르고 나이도 다른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였다. 그녀는 그들이 브라질, 카니발, 삼바, 축구를 알고있다는것이, 그리고 펠레를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으로 알고있다는 사실이 몹시 자랑스러웠다. 처음에 그녀는 한껏 친절을 베풀어 그들의 발음을 고쳐주려고 애썼다. 《펠레! 펠레라구요!》하지만 다들 그녀의 이름도 제대로 발음해주지 않아 끝내는 포기하고말았다. 이름을 모두 바꿔 부르면서도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외국인들의 그 편집증이란!


그날 오후, 그녀는 프랑스어를 련습하기 위해 두개의 이름을 가진 그 도시에 발을 내디뎠다. 살살 녹는 초콜레트와 전엔 먹어본적이 없는 치즈를 맛보았고 그녀의 고향사람들은 한번도 밟아 본적이 없는 눈을 밟으며 호수 한가운데서 솟아오르는 거대한 분수를 구경하고 벽난로가 있는 식당을 발견했다. 식당에 들어가지는 않고 창가에 서서 벽난로의 불꽃을 구경했는데 그것은 아주 포근한 행복의 느낌을 주었다. 또 그녀는 광고판들이 시계만이 아니라 수많은 은행들도 선전하는것을 보고는 놀랐다. 주민수는 얼마 안되는데 무슨 은행이 그렇게 많은지 리해할수 없었고 은행안에 사람이 별로 없다는것도 묘했지만 그녀는 더이상 의문을 가지지 않기로 했다.


마리아는 석달동안 자신의 관능적이고 성적인 본능, 알려진 브라질녀자들의 본성을 억누른채 지내왔다. 그런데 어느날 그것이 깨여났다. 그녀는 프랑스어수업을 함께 듣는 한 아랍남자와 사랑에 빠졌다. 그와 만난지 삼주째 되는 어느날 저녁, 그녀는 모든걸 팽개치고 제네바 근교에 있는 산으로 놀러갔다. 이튿날오후에 일터에 나가자 로제의 호출이 기다리고있었다.

사무실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로제는 히스테리를 부리며 또 당했다고 브라질녀자들은 도무지 신뢰할수가 없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아! 제기랄, 모든걸 일반화시키는 저 편집증이라니! 기온차에서 발생한 고열때문에 결근한것이라고 아무리 변명하고 사정해도 로제는 도무지 리해하려 들지 않았다. 그녀는 결국 다른 아가씨들에게 나쁜 본보기를 보였다는 리유로 형식적인 절자도 없이 해고당하고말았다. 로제는 그녀를 대신할 아가씨를 찾으러 또다시 브라질로 가야 하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고는 훨씬 더 예쁘고 훨씬 더 믿을만한 유고슬라비아 전통무용팀으로 쇼를 구성하는게 차라리 낫겠다고 덧붙였다.


마리아는 아직 젊기는 했지만 호락호락한 녀자는 아니였다. 그녀는 사귀는 아랍남자를 찾아갔고 남자는 스위스의 로동법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스위스에서는 로동조건이 법으로 엄격히 규정되여있다는것, 그리고 업주가 그녀 급료의 상당부분을 갈취하고있는게 분명하니 당국에 신고할수 있다는것도 알게 되였다.


그녀는 로제를 다시 찾아가 정확한 프랑스어로 《변호사》라는 단어를 분명하게 발음하면서 항의했다. 로제에게 몇차례 욕설을 듣긴 했지만 결국 그녀는 손해배상금 5천딸라를 챙길수 있었다. 꿈도 꿔보지 못한 액수가 《변호사》라는 마술적인 단어 덕분에 굴러들어온것이다. 그녀는 이제 애인을 자유롭게 만날수도, 쇼핑을 할수도, 눈덮인 경치를 카메라에 담을수도, 그리고 고향으로 당당하게 돌아갈수도 있었다.

그녀는 가장 먼저 고향집 이웃아줌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잘 지내고있고 연예인으로 성공을 거두고있다며, 엄마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하숙방을 비워줘야 할 날자고 아직 남아있었고 달리 할 일도 없는 그녀는 아랍인 애인을 만나러 갔다. 그에게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고 머리에 그 이상한 천을 쓰고 다녀야 한다 하더라도 그의 종교로 개종하고 그와 결혼하기로 마음먹었다. 이곳 사람들은 모두 아랍인들이 부자라고 말하고있었다. 결혼을 할만한 충분한 리유였다.

하지만 그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 그녀는 마음 한편으로 자신의 종교를 포기하지 않게 된것에 대해 성모 마리아께 감사했다. 이제 프랑스어도 제법 하고 고향으로 돌아갈 비행기표를 살수 있는 돈도 있고 삼바땐서취업허가증과 아직 유효한 체류증을 가지고있고 최악의 경우 직물가게주인과 결혼하는 방책까지 마련해두고있는 마리아는 자신이 해낼수 있는 일, 즉 자신의 미모를 리용해 돈버는 일에 나서기로 마음먹었다.


브라질에 있을 때 그녀는 자신의 보물을 찾아 떠나는 양치기의 이야기를 읽은적이 있었다. 양치기는 수많은 어려움에 직면하지만 바로 그 어려움 덕분에 마침내 원하는것을 얻었다. 그녀의 경우가 바로 그랬다. 그녀는 이제 자신의 진정한 운명을 만나기 위해 모델이 되기 위해 해고당했다는것을 분명히 의식하고있었다.


그녀는 작은 방을 빌렸다. 텔레비죤도 없는 방이였다. 당분간 돈을 벌지 못하므로 가진 돈을 아껴야 했다. 이사한 다음날부터 에이전시를 돌아다녔지만 어딜 가나 사진집을 두고가라는 말뿐이였다. 어쨌거나 미래를 위한 투자가 필요했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그녀는 아주 까다롭고 과묵하다는 유명사진작가를 찾아가 가진 돈의 상당부분을 지불하고 사진을 찍었다. 그의 스튜디오에는 엄청나게 큰 옷장이 있었다. 그녀는 평범한 의상, 괴상망측한 의상, 심지어 그녀가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알게 된 유일한 브라질사람인 마이우손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좋아할만한 비키니도 입고 포즈를 취했다. 그녀는 사진을 한장씩 더 뽑아달라고 부탁했다. 스위스에서 행복하게 지내고있다는 내용의 편지와 함께 고향집에 보낼 생각이였다, 그 사진들을 본 고향사람들은 그녀가 큰돈을 벌었고 부러워 배가 아플만큼 큰 옷장을 가지고있고 고향출신중에 가장 성공했다고 믿을것이다. 《긍정적사고》에 관한 책들을 많이 읽은 그녀는 자신의 성공을 믿어의심치 않았다. 모든것이 생각대로만 되여준다면 그녀는 브라스밴드가 연주하는 가운데 금의환향하게 될것이고 고향사람들의 성화에 못이긴 시장이 도시의 광장에 그녀의 이름을 붙여줄수도 있을것이다.


그녀는 휴대폰을 구입했다. 일을 제안하는 련락을 기다리기 위해서였다. 에이전시들에 사진집을 돌리고 다음날부터 값싼 중국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기다림의 지루함을 잊기 위해 미친듯이 공부에 몰두하며 시간을 잊고자 했다.


하지만 시간은 느릿느릿 흘러갔고 전화벨은 좀처럼 울리지 않았다. 놀랍게도 호수가를 거니는 그녀에게 접근해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늘 같은 장소, 오래된 공원과 신시가지를 이어주는 다리아래에서 어슬렁거리는 마약밀매군들을 제외하고는.


그녀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의심했다.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동료 무희가 그건 그녀가 아름답지 않아서가 아니라고 말해줄 때까지는. 옛동료의 말에 따르면 스위스사람들은 남을 방해하는것을 싫어하고, 외국인들은 성희롱죄로 처벌받을가 두려워 감히 접근하지 못하는거라고 했다.

외출할 힘도, 살아갈 힘도,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릴 힘도 모두 잃고 지쳐버린 어느날 저녁, 마리아는 일기에 썼다.


오늘, 놀이공원앞을 지나갔다. 돈을 쓸순 없어서 구경만했다. 특히 롤러코스터를 아주 오래동안 바라보았다. 로러코스터에 오르는 사람들은 스릴을 만끽하고싶어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일단 그게 움직이기 시작하면 겁에 질려 멈춰달라고 내리게 해달라고 사정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들은 뭘 원하는걸가? 모험을 선택했다면 끝까지 갈 각오를 해야 하는게 아닐가? 아니면 정신없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롤러코스터보다는 안전한 회전목마나 타는게 낫다고 뒤늦게 생각한것일가?


지금, 나는 너무 외로워 사랑은 생각조차 할수 없다. 하지만 나는 점차 나아질거라고, 나에게 맞는 직업을 찾게 될거라고, 내가 여기 있는것은 내가 이 운명을 선택했기때문이라고 나 자신을 설득해야 한다. 롤러코스터, 그게 내 삶이다. 삶은 격렬하고 정신없는 놀이다. 삶은 락하산을 타고 뛰여내리는것, 위험을 감수하는것,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서는것이다. 그것은 산을 오르는것과도 같다. 자기 자신의 정상에 오르고자 하고, 그곳에 도달하지 못하면 불만과 불안속에서 허덕이는것.


가족과 멀리 떨어져, 내 느낌을 마음대로 표현할수 있는 언어를 사용하지 못하며 지내는건 괴로운 일이지만 오늘 이후로는 의기소침해질 때마다 이 놀이공원을 떠올릴것이다. 잠이 들었다가 롤러코스터안에서 갑자기 깨여난다면 과연 어떤 기분이 들가?


갇혔다는 기분이 들것이고 커브가 두려울것이고 거기서 내려 토하고싶을것이다. 하지만 그 롤러크스터의 궤도가 내 운명이라는 확신, 신이 그 롤러크스터를 운전하고있다는 확신만 가진다면 악몽은 흥분으로 변할것이다. 롤러코스터는 그냥 그것 자체, 종착지가 있는 안전하고 믿을만한 놀이로 변할것이다. 어쨌든 려행이 지속되는 동안은 주변경치를 바라보고 스릴을 즐기며 소리를 질러대야 하리라. (10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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