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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11분》

《11분》 (련재23)
2015년 01월 29일 21시 32분  조회:1634  추천:0  작성자: 세계명작


《내가 최근에, 정확히 말하자면 어제 한 경험은 전에는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거였어요. 타락의 한계점에서 나 자신을 발견할수 있었다는 사실이 날 두렵게 해요.》

말을 잇기조차 어려웠다. 이가 따닥따닥 부딪치고 발이 너무 아팠다.
《쿠마노라는 지역에서 열린 내 전시회에 한 나무군이 찾아왔소.》

랄프가 마치 그녀의 말을 듣고있지 않았던것처럼 말을 이었다.
《그는 내 그림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내가 경험하고 느끼는것을 그림을 통해 정확하게 꿰뚫어볼줄 알았소. 이튿날 그가 호텔로 날 찾아와 물었어요. 행복하냐고, 행복하다면 좋아하는걸 계속하고, 그렇지 않다면 자기를 따라가 함께 며칠 보내지 않겠느냐고.

그는 내가 지금 당신한테 하고있는것처럼 날 돌우에서 걷게 했소. 그는 나를 추위에 떨게 만들었소. 그는 나로 하여금 고통의 아름다움을 깨닫도록 강요했소. 단, 그것은 인간이 아니라 자연이 가하는 고통이였소. 그는 그것을 전통 슈겐도(산에서 수행하며 밀교적인 의식을 행하여 득도하려는 종교.)라 불렀소.

그는 내가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그리고 령혼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육체를 지배하는 법 또한 배워야 하니 그것은 좋은것이라고 말했소. 하지만 내가 고통을 옳바르지 못한 방식으로 사용하고있다고, 그것은 아주 나쁜것이라고 했소.

그 나무군은 자기가 나 자신보다 나를 더 잘 안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날 은근히 화나게 만들었소. 동시에 내 그림에 내가 느끼는것이 정확하게 표현되였구나 하는 생각에 자랑스럽기도 했소.》

마리아는 날카로운 돌 하나에 발바닥이 베이는것을 느꼈다. 하지만 추위가 더 견디기 힘들었다. 몸의 기능이 현저히 떨어졌다. 그녀는 랄프 하르트의 말을 좇아가기가 힘들었다. 신이 만든 이 성스러운 세상에서 남자들은 왜 그녀에게 고통을 보여주는것에만 관심을 갖는것일가? 성스러운 고통, 쾌락을 주는 고통, 설명할수 있는 고통, 설명할수 없는 고통, 하지만 언제나 고통, 고통…

상처가 난 부분에 다른 돌이 닿았다. 그녀는 터져나오는 비명을 억누르며 계속 걸었다. 처음에 그녀는 자기 본래의 모습, 자기 절제, 그가 그녀의 《빛》이라 부른것을 지키려고 애썼다.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속이 빙빙 돌아갔지만 천천히나마 걸어보려고 노력했다. 금방이라도 토할것만 같았다. 걸음을 멈추고싶었다. 이 모든게 무슨 의미랴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자존심때문이였다. 이 정도 맨발의 산책은 얼마든지 견딜수 있었다. 평생 걸어야 하는건 아닐테니까. 갑자기 또다른 생각이 그녀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발에 심한 상처가 생기거나 독한 감기에 걸려 다음날 코파카바나에 출근할수 없게 된다면? 그녀는 자기를 기다리고있는 손님들을, 그녀를 어느 누구보다 신뢰하는 밀랑을, 벌지 못하게 될 돈을, 미래의 농장을, 자기를 자랑스러워하는 부모를 생각했다. 하지만 곧 고통이 모든 생각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그녀는 랄프 하르트가 자신의 노력을 인정해주기를, 그래서 이제 됐다고 신발을 신어도 좋다고 말해주기를 미친듯이 소원하며 또 한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그는 마치 그것이 그녀가 모르고있는 그 무엇으로부터 당장은 그녀를 매료시켰지만 머지 않아 그녀 내부에 수갑자국보다 더 깊은 자국을 남기게 될 그 무엇으로부터 그녀를 해방시키는 유일한 방법인양 차가운 표정으로 묵묵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가 자신을 도우려 한다는것을 알고있었고 자신의 의지력을 증명하기 위해 온힘을 다하고있었지만 고통이 너무 심했기때문에 그녀는 세속적인것이든 숭고한것이든 아무 생각도 할수가 없었다. 오로지 고통만이 모든 공간을 차지하고있었다. 그것은 그녀를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고 한계에 다달았다고 결코 더는 해내지 못할거라고 고백하라고 강요했다.

하지만 그녀는 또다시 한걸음을 내디뎠다.

또 한걸음.

이제 고통이 그녀의 령혼을 잠식해 그녀의 정신을 약화시키는것 같았다. 별 다섯개짜리 호텔에서 벌거벗은채, 보드카와 캐비아를 앞에 놓고 허벅지사이에 채찍을 끼고 연극을 하는것과, 살을 에는 추위속에서 맨발로 자갈우를 걷는것은 아무 상관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어디가 어딘지 알수 없었고, 랄프 하르트와 단 한마디의 말도 나눌수가 없었다. 그녀의 세계에는 나무사이로 난 오솔길을 뒤덮고있는 작고 날카로운 자갈들밖에 없었다.

그녀가 막 포기하려는 순간, 아주 묘한 감정이 그녀를 휩쓸었다. 한계에 도달했던것이다. 그리고 그 한계너머로 텅빈 공간이 펼쳐졌다.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느끼는지도 알지 못한채 그 빈공간우를 떠다녔다. 이것이 바로 고행자들이 느끼는것일가? 고통의 극단에서 그녀는 의식이 다른 차원으로 들어가는 문을 발견했다. 이제는 준엄한 자연과 꺾이지 않는 그녀 자신 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어두컴컴한 공원, 칠흑같은 어둠에 감싸인 호수, 말없는 사내, 그녀가 맨발로 힘겹게 걷고있다는것을 눈치채지 못한채 산책하고있는 한두쌍의 련인들, 그녀 주위의 모든것이 꿈으로 변했다. 추위 또는 고통때문이였을가? 그녀는 갑자기 자신의 육체를 느끼기를 그만두고 욕망도 두려움도 없는 그것을 뭐라고 부를수 있을가? 오로지 신비로운 《평화》밖에 없는 상태로 빠져들었다. 고통의 한계는 그녀의 한계가 아니였다. 그녀는 그너머까지 갈수 있었다.

그녀는 스스로 고통속으로 뛰여든 그녀와는 달리 말없이 고통을 견디고있는 모든 인간들을 떠올렸다. 하지만 지금 그런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육체의 경계를 뛰여넘은것이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것은 령혼, 언젠가 누군가 천국이라고 불렀던, 텅빈 상태엔 《빛》때문이였다. 우리가 그너머로 떠다닐 능력을 갖게 될 때에야 비로소 잊혀질수 있는 고통들이 있다.

그녀가 기억하는 마지막 장면은 딸라와 그녀를 품에 안는 랄프 하르트의 모습이였다. 그는 자기 웃도리를 벗어 그녀의 어깨우에 걸쳐주었다. 추위를 견디다 못한 그녀가 기절하고만 모양이였다. 하지만 그런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행복했다. 전혀 두렵지 않았다. 그녀가 이긴것이다. 그 남자앞에서 비굴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것이다.


몇시간이 마치 몇분처럼 흘러갔다. 그의 품에서 바로 잠이 들었던 모양이였다. 눈을 떴을 땐 아직 밤이였다. 방 한쪽구석에 털레비죤이 놓여있었다. 다른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온통 하얀색인 방은 텅 비여있었다.

랄프가 코코아를 들고 들어왔다.
《아주 잘했소. 당신은 도달하고자 했던 곳에 도달했어요.》
그가 말했다.
《코코아는 싫어요. 와인을 주세요. 벽난로가 있고 사방에 책이 흩어져있는 우리 방으로 가고싶어요.》
그녀는 《우리 방》이라고 말했다. 그녀가 하려고 했던 말이 아니였다.

그녀는 발을 살펴보았다. 약간 벤 상처를 제외하고는 몇시간만 지나면 없어질 붉은 자국들이 얼룩얼룩했다. 그녀는 절뚝거리며 층계를 내려가 벽난로 근처 양탄자우에 자리를 잡았다. 그곳에 앉을 때마다 그녀는 마치 그곳이 자기 자리인것처럼 편했다.

《그 나무군 말이 신체적훈련을 계속하면, 신체적으로 할수 있는 모든것을 하고나면, 정신이 내가 당신에게서 본 <빛>과 류사한 기이한 령적힘을 얻게 된다고 했어요. 당신은 무엇을 느꼈소?》
《고통이 녀자의 친구라는것.》
《그게 바로 위험한거요.》
《고통에도 한계가 있다는것.》
《구원은 바로 거기에 있소. 그걸 잊지 말아요.》

마리아는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그녀는 자기 한계를 넘어섬으로써 그 《평화》를 느꼈다. 새로운 형태의 고통을 발견했다. 그것 역시 그녀에게 묘한 쾌락을 가져다주었다.
랄프는 커다란 데생묶음을 가져와 그녀앞에 펼쳤다.
《매춘의 력사. 당신이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던거요.》

그랬다. 그런 부탁을 한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그저 시간을 보내기 위한, 관심을 끌기 위한 구실에 불과했다. 지금에 와서는 조금도 중요하지 않았다.

《요 며칠내내 나는 미지의 바다우를 떠다녔소. 나는 매춘의 력사라는게 존재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소. 흔히 말하듯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이라고 생각했을뿐이요. 하지만 그 력사는 존재해요. 그것도 두가지나.》
《그런데 이것들은?》
그녀가 별 흥미를 보이지 않자 그는 약간 실망하는듯했다.

《내가 읽고 연구하고 배운것을 정리해. 그린것들이요.》
《그 얘긴 다음에 해요. 오늘은 주제를 바꾸고싶지 않아요. 난 아픔을 리해하고싶어요.》

《당신은 어제 고통을 느꼈고, 그것이 당신을 쾌락으로 이끈다는것을 깨달았소. 당신은 오늘 다시 아픔을 느꼈고 평화를 찾았소. 그래서 내가 당부하는거예요. 아픔은 쉽사리 중독되는 강력한 마약이니 그것에 습관을 들이지 말라고. 그것은 우리의 일상속에, 감추어진 고통속에, 우리의 체념속에, 그리고 우리가 흔히 사랑탓으로 돌리는 우리 꿈의 와해속에 있어요. 아픔은 본 모습을 드러낼 때는 무섭지만, 희생과 체념으로, 또는 비겁함으로 치장을 하면 매력적으로 보이는 법이요. 인간은 아픔을 거부할수도 있지만, 그것과 함께하는 방법, 그것과 불장난하는 방법, 그것이 삶의 일부분이 되도록 하는 방법을 늘 찾아낸다오.》

《그럴리 없어요. 고통받길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요.》

《당신이 고통 없이도 살수 있다는걸 리해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큰 진전일거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그럴거라고는 생각지 말아요. 고통받길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소. 하지만 거의 사람들이 아픔을, 희생을 추구하고있소. 그 덕분에 그들은 스스로 정당하다고, 깨끗하다고, 자식, 배우자, 이웃, 그리고 신으로부터 존중을 받을만하다고 느끼는거요. 아, 이 생각은 그만 접어둡시다. 세상을 움직이는것은 쾌락의 추구가 아니라 중요한 모든것에 대한 포기라는 사실만 알아둬요. 군인이 적을 죽이기 위해 전쟁터로 나간다고 생각하오? 아니, 그는 조국을 위해 죽으러 가는거요. 안해가 남편에게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지 보여주고싶어한다고 생각하오? 아니, 그녀는 그의 행복을 위해 자신이 얼마나 헌신적으로 고생하고있는지 그가 알아주기를 바라오. 남편이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 직장에 나간다고 생각하오? 아니, 그는 가족의 행복을 위해 피땀을 바치는거요. 자식들은 부모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꿈을 포기하오. 아픔과 고통이, 오로지 기쁨만을 가져다주어야 마땅한 사랑의 증거가 되는거요.》

《그만해요.》
랄프가 말을 중단했다. 주제를 바꿔야 할 때였다. 그가 그림을 하나씩 꺼내 보여주었다. 처음에는 모든것이 뒤죽박죽으로 보였다. 인물들도 있었지만 휘갈겨쓴 글, 색갈만 칠한것, 아무렇게나 신경질적으로 그은 선, 기하학적인 선도 있었다. 그가 각각 단어를 손으로 짚어가며 설명했다. 그녀는 서서히 그가 하는 말을 리해하기 시작했다. 손짓이 수반된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리고 각 문장들이, 그때까지는 그녀 스스로 이것은 인생의 한단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일뿐이라고 말함으로써 자신이 속해있음을 부정해온 그 세계속에 그녀를 위치시켰기때문이다.

《난 매춘의 력사가 하나가 아니라 둘이라는 사실을 알수 있었소. 처음것은 당신의 력사이기도 하니 당신도 알고있을거요. 예쁜 아가씨가 자신이 선택한, 또는 다른 누군가가 그녀대신 선택한 여러가지 리유들때문에 살아남을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몸을 파는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거요. 로마시대의 메살리나(클라우디우스 1세의 황후, 애인과 함께 남편을 암살하려다가 발각되여 처형당했다. 스스로 창녀촌을 찾아가 밤새도록 손님을 받을 정도로 색정광이였다 한다.)처럼 그것을 리용해 국가를 지배하는 녀자들도 있고 마담뒤바라지(루이 15세의 정부, 뛰여난 침실기술을 발휘하여 한 녀자에 쉽게 싫증을 냈던 루이 15세로부터 오래동안 총애를 받았다.)처럼 신화가 되여버린 녀자들도 있소. 또 녀자 스파이 마타하리(파리의 물랭루주에서 미모의 댄서로 이름을 떨쳤으며 제1차 세계대전무렵에는 독일의 스파이로 활동하였다.)처럼 모험과 불행, 이 둘과 동시에 내기를 벌리는 녀자들도 있소. 하지만 그들은 대부분 영광의 순간을 누리지도, 위대한 도전에 나서지도 못하오. 그들은 인기, 남편, 모험을 찾으러 나섰다가 결국에는 또 다른 현실을 발견하고, 그 현실에 빠져들고 습관을 붙이고, 그것 말고 다른것은 할수 없으면서도 상황을 통제하고있다고 믿소.

예술가들은 무려 삼천년전부터 조각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책을 써왔소. 창녀들 역시 아주 먼 옛날부터 크게 변한건 아무것도 없다는듯 그들의 일을 계속해오고있소. 좀더 알고싶어요?》

마리아는 긍정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을 벌어야 했다. 아픔을 리해해야만했다. 맨발로 공원을 걷는 동안 극히 유해한 뭔가가 그녀의 몸에서 빠져나간 느낌이였다.

《고전 텍스트에도, 고대 이집트의 상형문자에도, 고대 수메르의 기록에도, 구약과 신약에도 창녀가 언급되여있소. 하지만 그 직업은 기원전 5세기, 그리스의 립법자 솔론이 국가에서 관리하는 공창(公娼)을 설치하고, <살의 매매>에 대한 세금을 거두어들이기 시작했을 때에야 비로소 조직화되였어요. 금지되여있던 성매매가 합법적인것으로 인정되자 아테네의 사업가들은 몹시 기뻐했고, 창녀들은 그때부터 그들이 내는 세금에 따라 여러 계급으로 분류되였소.

가장 싼 창녀는 모르네라 불렀는데 업소 주인에게 속한 노예들이였소. 그다음이 거리를 돌아다니며 호객행위를 하는 페리파테티케였고 마지막이 질적으로나 가격으로나 최고인 헤타이라, 즉 <녀자동행>이였소. 그들은 려행을 떠나는 사업가들을 동행했고 고급식당에 드나들었소. 자기 재산을 직접 관리하고 손님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정치에도 관여했소. 당신도 알수 있겠지만 과거에 존재했던것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하고있어요. 중세에는 성관계를 통해 전염되는 질병때문에…》

침묵, 감기에 대한 두려움, 이 순간 그녀의 몸과 령혼을 태우기 위해 꼭 필요한 벽난로의 열기. 마리아는 세상이 멈춰버린것 같은, 모든것이 반복되는것 같은 느낌을 주는 그 이야기를 더이상 듣고싶지 않았다. 이 남자는 결코 섹스에, 그것이 받아 마땅한 경의를 표하지 않을것 같았다.

《내 이야기에 별로 관심이 없는것 같군요.》
그녀는 노력했다. 지금에 와서는 좀 불확실해졌지만 어쨌거나 그는 그녀가 마음을 주기로 결심했던 남자였다.
《내가 이미 알고있는것에는 관심이 없어요. 그건 날 슬프게 할뿐이예요. 또 다른 력사가 존재한다고 말한것 같은데요.》
《또 하나의 력사는 정반대요. 성스러운 매춘이죠.》

그 말에 그녀는 멍한 상태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귀를 기울였다. 성스러운 매춘? 섹스로 돈도 벌고 거기다 신에게 더 가까이 다가간다고?

《그리스의 력사가 헤로도토스는 바빌론에 관해 이렇게 썼소. <그곳에는 아주 이상한 관습이 있다. 수메르에서 태여난 모든 녀성은 적어도 평생에 한번은 사랑의 녀신 이슈타르의 신전으로 가서 환대의 표시로 상징적인 돈만 받고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몸을 바친다.>》

마리아는 나중에 그 녀신에 대해 알아볼 생각이였다. 그 녀신이, 그녀가 잃어버렸지만 아직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어떤것을 되찾을수 있도록 도와줄지도 몰랐다.

《녀신 이슈타르의 영향은 중동전역으로 번졌고 사르디니아, 시칠리아, 그리고 지중해의 항구들에까지 이르렀소. 로마의 녀신 베스타는 철저히 순결을 지키거나 아니면 누구에게든 몸을 줄것을 요구했소. 베스타 신전의 무녀들은 성스러운 불을 유지하기 위해 청년들과 왕들을 성(性)에 입문시키는 역할을 맡았소. 그들은 에로틱한 노래를 부르며 신들린 상태로 빠져들어가, 신과 일체가 되는 하나의 의식으로서 우주에 그들의 황홀경을 바쳤던거요.》

랄프 하르트는 그녀에게 몇몇 고대문서의 사본들을 보여주었다. 그 사본 아래에는 문서의 내용이 독일어로 번역되여있었다. 그가 시구를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선술집 문앞에 앉아있는
녀신인 나, 이슈타르
나는 창녀, 어머니, 안해, 신이다
나는 사람들이 생명이라 부르는것이다
너희들은 날 죽음이라 불렀지만
나는 사람들이 법이라 부르는것이다
너희들은 날 주변인이라 불렀지만
나는 너희들이 찾고있는것이고
너희들이 찾은것이다
나는 너희들이 퍼뜨린것이다
그리고 지금 너희들은 내 조각들을 모으고있다

마리아가 잠시 흐느껴 울자 랄프가 웃었다. 그녀의 생명 에네지가 다시 돌아왔다. 《빛》이 다시 번뜩이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계속하고, 그림들을 보여주고, 그녀가 사랑받고있다고 느끼게 해야 했다.

《이천년 동안이나 지속되여온 성스러운 매춘이 왜 갑자기 사라졌는지는 아무도 몰라요. 아마 질병때문이거나, 종교들이 큰 변화를 겪으면서 사회의 규칙들이 많이 바뀌였기때문일거요. 어찌 되였건 그것은 이제 존재하지 않고 앞으로도 존재하지 않을거요. 오늘날의 세계는 남자가 지배하고있고, <창녀>라는 용어는 오로지 옳바른 길을 가지 않는 녀자를 비난하는데에만 사용되고있소.》

《래일 코파카바나로 와줄수 있나요?》

랄프는 질문의 의미를 리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지체없이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제네바의 영국정원을 맨발로 걸었던 날 밤, 마리아의 일기.

과거에 그것이 성스러웠든 아니든 그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나는 내가 하고있는 짓이 혐오스럽다. 그것은 내 령혼을 파괴하고, 나 자신과의 접촉을 방해하고, 아픔이 하나의 보상이라고, 돈이면 무엇이든 살수 있고 정당화할수 있다고 가르친다. 내 주변에 행복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손님들은 그냥 받아야 마땅한것을 얻기 위해 돈을 지불하고있다는 사실을 알고있다. 그것은 그들을 의기소침하게 만든다. 아가씨들은 즐겁게 그리고 애정을 담아 제공하면 좋을것을 돈을 받고 팔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있다. 그것은 그들을 파괴한다. 나는 이 글을 쓰기전에 내가 불행하다는것을 인정하기전에 무척 많은 고민을 했다. 나는 어떻게든 버텨야 했고 아직도 몇주를 더 버텨야 한다.

하지만 나는 더이상 이 모든것을 정상적인 일로, 내 인생의 한단계에 불과한것으로 여길수가 없다. 나는 그것을 잊고싶다. 난 사랑을 할 필요가 있다. 오로지 사랑만이 필요하다.

잘못살 사치를 부리기에는 삶은 너무 짧거나 너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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