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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같은 하늘 아래 다른 땅
2019년 07월 16일 08시 59분  조회:262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같은 하늘 아래 다른 땅

엄정자
 

아침에 일어나니 휴대폰에 축하메시지가 가득 들어와있었다.

“선생님, 즐겁고 풍성한 한가위 보내시길 바랍니다!”

“보름달 같이 풍성한 한가위 되시길 기원합니다!”

“친구, 추석떡 보내. 그림의 떡이지만. ㅋㅋ”

그제야 오늘 추석이라는 것을 떠올리게 되였다. 양력만 쇠는 일본에는 추석련휴라는 것이 없지만 제자들에게서, 지인들에게서, 친구들에게서 온 축하인사를 보니 제법 추석기분이 드는 것 같았다.

아무리 추석이라도 출근은 출근인지라 여느 때 같이 바삐 바삐 준비해서 문을 나서는데 마음만은 풍요롭고 행복했다.

 

그렇게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는데 이제 퇴근하는 남편도 마침 뒤따라 들어왔다. 아침부터 마음은 들떠 계속 명절인데 현실에서는 평일인지라 나는 랭장고에 들어있는 야채들로 볶음밥을 만들었다. 

 “여러가지 채소가 듬뿍 들어가니 풍성한 거지.”

이렇게 자아위로를 하면서 그래도 오색을 갖춘 볶음밥을 식탁 우에 내놓았다.

설겆이까지 끝내고 나니 9시가 다되였다. 낮에 바빠서 답신을 보내지 못했던지라 이제라도 보내려고 베란다에 나가 달사진을 찍었다. 약간 구름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휘영청 밝은 보름달인데 휴대폰으로 찍으니 그냥 평범한 달로 보여 조금 서운하기는 했지만 오늘은 달이 메인이니 그대로 위챗과 페스북에 올렸다. 

그랬더니 중국에 있는 친구에게서 답신이 왔다. 

“거기 달도 우리 집에서 보는 것과 똑같네.”

이번에는 한국에서 페친님이 댓글을 올리셨다.

“방금 달을 보니까 사진 속의 그 달이랑 꼭 닮았네요.ㅎㅎ”

순간 몇천리 몇만리 떨어져있어도 우리가 쳐다보는 하늘은 같은 하늘이라는 사실이 가슴에 확 와닿았다. 같은 하늘 아래 다른 땅, 어쩐지 기쁜 것 같기도 하고 서글픈 것 같기도 하다.

같은 하늘 아래에 사는 같은 민족이라서 다같이 추석 쇠는 기분을 느끼고는 있지만 서로 다른 땅에서 사니까 같이 쇠지는 못하는 운명, 우리는 그래서 ‘한恨’이 깊은 민족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 형제는 다 각기 다른 나라에 살고 있다. 큰언니는 조선에, 오빠는 로씨야에, 둘째언니는 중국에, 나는 일본에. 어떻게 하다나니 이주민족의 백년력사가 그대로 우리 집에서 그려지고 있다. 

내가 아기였을 때를 제외하고 우리 형제는 다같이 모여본 적이 없다. 30년 전에 조선의 큰언니가 부모님 환갑에 왔을 때는 오빠가 오지 못했고 그 후 3년이 지나서 오빠가 왔을 때는 큰언니가 오지 못했다. 

내 어릴 때 기억에 박힌 어머니의 모습은 늘 우시는 모습이다. 어제는 혈혈단신 18세에 혼자 조선에 류학 간 큰딸 때문에, 오늘은 공부하겠다고 외롭게 혼자 로씨야에 남은 아들 때문에. 자식이 보고 싶어 가슴이 타들어가는데 “왜 보냈냐! 왜 두고 왔느냐!” 가슴 치며 후회해도 국경이 막히여 만날 길이 없으니 타는 건 가슴이요, 흐르는 건 눈물이라! 어머니가 흘린 눈물을 다 담으면 동해에 넘칠 것이다.

그렇게 30년의 세월이 흘러 드디여 오빠가 돌아왔을 때 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떠나셨고 어머니는 뇌출혈로 치매가 와서 그렇게 보고 싶어하던 아들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시니 불효자식이 된 오빠 마음은 얼마나 괴로웠겠는가.

우리 어머니가 생전에 늘 아버지에게 하던 원망의 말이 있다.

“내가 당신을 따라오지 않았다면 내 딸과 내 아들과 헤여지지 않았겠는데.”

그러면 아버지는 아무 말씀도 못하시고 애꿎은 책만 들어다보셨다. 나라 잃은 설음에 총을 들고 싸우다가 일본 토벌군에 쫓기워가다 보니 로씨야 땅이였고 병 때문에 그 곳에 남다 보니 어머니를 만나 결혼하게 되였고 장남이라 할아버지를 모셔야 해서 중국에 돌아가다 나니 중국어를 못하는 자식들은 공부하러 뿔뿔이 흩어질 수 밖에 없었다. 거기에다 나라 지간의 국정에 의해 국교가 끊기니 생리별이 되고 말았으니 아버지 속이라고 왜 타지 않았겠는가. 천성이 과묵한 분이라 말은 못하고 속만 태웠을 것이니 아버지 속을 들여다 보면 꺼멓게 타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원망해야 할 것은 아버지가 아니라 남의 나라를 침략하고 그 땅의 주인들을 타향에 쫓아낸 일본놈들일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어쩌다 나니 내가 지금은 일본 땅에 살고 있고 그래서 우리 형제들이 다시 모일 날은 의연히 묘연하다는 것이다.

그래도 중국에 있는 언니는 같이 자랐고 일본에 온 뒤에도 3, 4년에 한번은 내가 학술회의에 갈 때나 시집행사로 갈 때 만났으니 그중 제일 많이 만난 셈이고 제일 가깝게 지낸 사이이다.

이제 나에게는 부모 같은 언니, 그 언니가 우리 집에 와보고 싶다고 해서 요즘 친척방문 신청을 하였다. 무사히 비자가 내려오면 나는 단풍이 빨갛게 타오르는 11월에 언니를 우리 집에 모셔올 것이다. 단풍이 그림 같이 아름다운 교또에도 데려갈 것이고 세계에서 제일 높은 스카이트리 도꾜타워에도 데려갈 것이고 예쁜 단풍 속에 묻힌 전통 온천에도 데려갈 것이다.

부모님에게 하지 못한 효도, 큰언니, 오빠에게 주지 못하는 사랑을 담아서 언니에게 행복한 려행을 선물하고 싶다.

추석은 가족이 둥그렇게 모여앉아 같이 밥 먹으며 그동안 그립던 이야기도 하면서 그렇게 정을 나누는 날인데 나는 부모님들이 다 돌아가시고 형제들이 다 멀리 이국땅에 있어서 추석다운 추석을 쇨 수는 없다. 그래도 남편과 딸이라도 옆에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거기에다 멀리 떨어져있어도 잊지 않고 추석인사 전해오는 제자들, 지인들, 친구들이 있어서 명절기분이라도 만끽할 수 있으니 복 받은 인생이라 할 만하지 않은가.

보름달에 기원하면 소원이 풀린다고 한다. 그래서 하늘을 향해 두손으로 소원을 빌었다.

-달님, 다음해에는 우리 형제 다 모여서 추석을 쇨 수 있게 해주십사.

 

그림자 같은 구름 사이로 달이 소리없이 헤염쳐간다. 

그 달이 지는 곳에 우리 오빠, 언니들이 살고 있다. 

출처:<장백산>2018 제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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