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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간(谷间)
윤동주
산들이 두줄로 줄달음질치고
여울이 소리쳐 목이 잦았다
한여름의 해님이 구름을 타고
이 골짜기를 빠르게도 건너려 한다
산등아래에 송아지뿔처럼
울뚝불뚝 어린 바위가 솟고
얼룩소의 보드라운 털이
산등서리에 퍼 ㅡ 렇게 자랐다
삼년만에 고향에 찾아드는
산골 나그네의 발걸음이
타박타박 땅을 고눈다
벌거숭이 두루미다리같이…
헌 신짝이 지팽이 끝에
모가지를 매달아 늘어지고
까치가 새끼의 날발을 태우며 날뿐
푸드덕 저산에 날뿐 고요하다.
갓쓴 량반 당나귀타고 모르는척 지나고
이 땅에 드물던 말탄 섬나라 사람이
길을 묻고 지남이 이상한 일이다.
다시 골짝은 고요하다 나그네의 마음보다
- 1936.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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