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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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산길 (장학규)
2017년 02월 18일 14시 43분  조회:224  추천:0  작성자: 장학규
단편소설

산길

장학규
 
 
 
  산길은 오불꼬불 굽이 돌지 않을 수도 있었다.평퍼짐한 산등성이여서 얼마든지 곧게 뺄 수 있었다.그러나 어느 방정맞을 사람이 이곳에 첫발작을 내디뎠는지 보기 싫게 오불꼬불한 산길을 내놓았다.
 
  그 옆에 민들레가 자라나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흙은 북방에만 특유한 검붉은 흙이어서 북방의 어느 산에서 자라고 피어나는 나물과 꽃들도 얼마든지 자라고 피어날 수 있을 것이었다.하지만 산길옆에는 민들레가 놀라울 정도로 큰 면적을 차지하고 피어있었다.
 
  그녀는 스물두살이 아닐 수도 있었다.그녀가 좀 일찍 혹은 좀 늦게 이 세상에 태어났어도 그것은 가능한 일이었다.그러나 그녀는 많지도 적지도 않은 스물두살이었다.
 
  그날은 비가 내리지 말아야 했다.하늘은 맑고 푸른대로였는데 난데없이 비방울이 떨어졌다.시골에서는 이런 비를 햇비 혹은 가는비라고 한다.
 
  그녀는 비를 피하지 말아야 했었다.그러나 그녀는 비를 피하려고 급급히 서둘렀다.가까운 곳에 다 찌그러져가는 초막집이 있었다.초막집은 그녀를 유혹하고 있었다.그녀는 그리로 뛰어갔다.
 
  비극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점점 짧아지는 가을해는 어느덧 서산으로 기울고 있었다.그러나 김치움 깊이는 허리도 치지 못했다.
  "호-"
  그녀는 삽을 땅속에 박은채 깊은 한숨을 몰아쉬었다.웬 일인지 손가락 하나 까닥할 맥도 없었다.그녀는 서글펐다.고통스러웠다.그녀는 이제 서른두살밖에 되지 않았다.그런데 오래전부터 기력이 모자람을 느끼고 있는터였다.아직도 앞길이 구만리 같은데...
  (밥이나 짓고 볼가?)
  그녀는 멍해진 눈으로 굴뚝을 쳐다보았다.온기 없는 굴뚝은 언녕 그녀를 부르고 있었다.
  (안돼.내일부터는 가을을 시작해야겠는데...남들은 벌써 시작한지 오래다.)
  그녀는 도리머리질 하면서 손에 침을 발랐다.계속 흙을 파서 올렸다.그녀는 불현듯 팔다리가 녹작지근해나 몸을 가누지 못하고 휘청거렸다.잔등은 어쩔새도 없이 김치움벽에 탁 부딪쳤다.눈앞이 아찔해났다.마구 꽃보라가 날리는둣 했다.그녀는 한동안 눈을 꼭 감은채 꼼짝하지 않고 흙벽에 기대어 서있었다.
 
  "아니 ,너 웬일이냐?"
  익숙하고 친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맥없이 눈을 떳다.친정어머니가 눈앞에 나타났다.어머니는 손으로 가슴을 어루쓸며 근심스레 그녀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녀는 저도모르게 콧마루가 시큰해났다.어머니의 품에 안겨 마구 통곡하고 싶었다.하지만 다음 순간,그녀는 아무 일도 없다는듯 얼굴에 알릴듯 말듯한 미소를 띄웠다.
  "아무 일도 아니예요.어머니."
  "빨리 올라오너라."
  "오늘 다 파야 해요.남들은 가을을 다 끝내고 있는데..."
  "걷어치워! 그래  이 집엔 씨종자가 말랐단 말이냐? 무슨 일이나 다 네 손이 가야 하니,에그 에그..."
  "됐어요.됐어요.제발..."
  그녀는 손을 싹싹 비비며 빌었다.그녀는 또 한차례의 말싸움을 예감했던 것이다.
  하지만 친정어머니로선 자기의 피덩어리가 당하는 이 고통을 그저 눈 뜨고 볼 수만 없었다.여지껏 딸의 간청에 참고 또 참았지만 인젠 더 참을 수 없었다.어머니는 집안의 사람들이 들으라는듯 더욱 목청을 높였다.
  "그 주제에 장가는 왜 들어? 응? 녀편네 등을 파먹자구 남의 고운 딸을 데려갔어? 아이구 원통해라..."
  문이 벌컥 열리며 시어머니가 푸르딩딩해서 나왔다.그녀는 스르르 눈을 감아버렸다.옛말에 변소와 사돈집은 멀어야 한다더니...
  "입은 비뚤어도 말은 바른대로 하랬다고 우리 집에서 데려온거요? 그 집에서 손이야 발이야 빌면서 준거지."
 
  시어머니의 악다구니는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찔렀다.시어머니는 그녀를 사람이 아니라 물건으로 보고 있었다.마음대로 주고 받는 물건으로 치부하고 있었던 것이다.그녀의 얼굴엔 구슬같은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눈물은 그녀의 갈라터진 입술을 적셔놓아 퍼그나 아려났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벌벌 김치움에서 기어올라왔다.발을 헛디뎌 하마트면 도로 떨어질번 했다.시어머니의 악다구니에 억이 막혀 부들부들 떨던 어머니가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시어머니는 고개를 쳐들고 먼산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런대로 그녀는 기어올라왔다.
  "어머니,이젠 집에 돌아가세요."
  웬일인지 그녀는 기어드는 소리로 간청했다.
  어머니는 눈물범벅이 된 외동딸을 훑어보았다.옛날 포동포동하던 처녀의 모습은 오간데 없고 뼈만 앙상하게 남아있었다.이제 겨우 서른고개를 넘었건만 이마에는 벌써 잔주름이 잡혀있었다.
  "후-"
  어머니는 긴 한숨을 몰아쉬었다.뭐라고 더 말하겠는가? 말 그대로 자기가 빌듯이 딸을 이 집에 맡겨음에랴.그때 안사돈이 우쭐거리던 꼴이 지금도 눈앞에 삼삼한 어머니였다.기실 어머니와 딸은 모두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하지만 내키지 않아도 그렇게 해야만 했었다.
  "집에나 자주 오렴,몇발작 아니면 되는데..."
부탁을 마친 어머니는 휘청휘청 돌아갔다.그녀는 목석같이 어머니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어머니,좀 기다려줘요.같이 가자요.)
  그녀는 목 터지게 부르고 싶었다.마구 달려가고 싶었다.
 
  시어머니는 또다시 가마목에 올방자를 틀고 앉았다.모든 것이 원래의 그대로 되돌아갔다.아니,그녀로 놓고 말할 때에는 설음과 고독,한숨과 고통의 계속인 것이다.
  "밥은 언제 지으려나? 우리를 굶겨죽이자는 수작이야?!)
  또 시어머니의 불같은 호령이었다.그녀는 부랴부랴 아궁이에 불을 지폈다.썰렁하던 집안에 인차 온기가 돌았다.그녀는 거의 마비된 손으로 기계적으로 풍구를 돌렸다.
  남편은 여지껏 잠자코 있었다.허약한 몸을 간신히 지탱하고 앉아서 애궂은 담배만 풀썩풀썩 태우고 있었다.
  그를 보는 순간 그녀는 또 설음이 북받쳤다.어머니의 말마따나 녀편네의 등살을 파먹고나 살 맹추,그렇게 마른 주제에 담배는 육실하게 피워대긴?여태껏 저런 뼈다귀를 믿고 살아오다니...
  그래도 그녀는 그를 믿고 살아왔다.10년 전의 그 일이 있은 후부터 그녀는 그만을 믿고 살아왔다.
  (벌써 10년이 지났단 말인가? 아.옹근 10년이구나!)
 
  바로 10년전,그녀가 스물두살을 먹은 그 해의 어느날,맑은 하늘에서는 까닭없이 비방울이 떨어졌다.
  민들레를 캐고 있던 처녀는 날듯이 뛰어일어났다.그녀의 환한 얼굴에 불현듯 근심의 빛이 어리었다.처녀의 몸에는 새하얀 적삼과 빨간 치마가 감겨있었다.그녀는 그것이 비에 젖는 것이 아까왔다.그녀는 급히 사위를 둘러보았다.멀지 않은 곳에 초막집이 있었다.그녀는 그곳으로 뛰어갔다.
  초막집은 그 옛날 사냥군들이 지어놓은 것임에 틀림없었다.팔뚝만한 가둑나무를 마주 세워 A자형으로 지은 초막집인데 썩은 거적 하나가 문노릇을 하고 있었다.
  "어마나!"
  거적을 쳐들었던 그녀는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손을 놓아버렸다.그바람에 거적이 뭉청 떵에 떨어졌다.그녀의 앞가슴이 세차게 오르내렸다.
  초막안에는 웬 남자가 사지를 쭉 뻗고 누워있었던 것이다.그녀가 내지른 소리가 그를 놀래웠는지 그는 부시시 일어나 앉았다.눈이 수욕에 넘친 야수의 눈처럼 번쩍이었다.
  그녀는 그를 알고 있었다.그 눈길이 익숙하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그녀에게 쏠리는 눈길중에서 가장 지꿎은 눈길이었다.그러나 그녀는 그에게 호감을 가지지 못하였다.늙은이처럼 활기 없고 느른한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그녀의 마음속에는 언녕 상고머리가 들어앉아있었다.그녀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돌아섰다.
 "얘!"
  한달음에 달려나온 그는 냉큼 그녀의 손목을 틀어잡았다.
  "난...난 더 참을 수 없어."
  그는 마구 그녀를 초막안으로 끌었다.그녀는 젖 먹던 힘까지 다하여 발악했지만 그 힘은 너무 미약했다.주위에는 사람의 그림자도 얼씬하지 않았다.그녀를 구해줄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그녀는 완전히 맥을 버렸다.더 반항하지 않았다.모든 것을 운명에 맡겨버렸다.그녀는 그의 양심에 일루의 희망을 걸고 있었다.그러나 그의 손은 어느덧 그녀의 옷을 벗기고 있었다.그녀는 눈을 꼭 감아버렸다.완전히 희망을 잃었던 것이다.그런데 그때까지도 하신에  아무런 감각도 느끼지 못한 것이 이상한 일이었다.
 
  그녀는 정기 잃은 눈으로 멍하니 그만을 쏘아보았다.눈물이 샘솟듯 흘러나왔다.
  "아니, 밥이 다 탄다.밥이 다 타!"
  시어머니가 급작스레 고아대는 바람에 그녀는 흠칫 놀랐다.그녀는 눈물을 닦을 새도 없이 본능적으로 물을 떠서 가마안에 휙 둘렀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 밥은 푸지 않고..."
  그녀는 또 기계적으로 밥을 펐다.눈물이 자꾸 겉잡을 수 없이 주르륵 흘러내려 밥소래에 떨어졌다.그녀는 밥을 퍼담기 바쁘게 밖으로 뛰쳐나왔다.시어미니에게 못난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상은 차리지 않고 어데로 가?"
  집안에서는 시어머니의 새된 소리가 등골을 탁 친다.
  "김치움..."
  그녀는 무엇때문에 이런 대답을 했는지 몰랐다.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났다.삽을 들 맥조차 없었다.멍하니 김치움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이 남편이 불편한 몸을 질질 끌며 밖으로 나왔다.
  "들어가 밥을 먹소.내가 팔테니..."
  "당신이?"
  그녀는 고마울 대신 이름 할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막 달려들어 찢어놓고 실었다.
  "노릇도 못하는 주제에 왜 더러운 소문을 퍼뜨려 제집에 끌어들이고 못 살게 구는거요?!"
  그녀는 이렇게 마구 질책하고 싶었다.
 
  결혼날 밤을 지난후 그녀는 모든 것을 알았다.그랬기때문에 그에 대한 그녀의 원한은 10년간 줄곤 가실줄 몰랐다.
  한편 그녀는 그가 불쌍하기도 했다.그녀앞에서 그는 시종 죄인마냥 곰상곰상했다.마음이 어질고 내성적인 그는 자신의 과거에 죄책을 느낀 나머지 말없는 행동으로 속죄하려는듯 했다.매사에 그녀를 위해 변호했다.그래서 남편과 시어머니사이의 모순은 그들 부부간의 모순보다 더욱 치렬했다.또한 그나마 이러한 남편이였기에 그녀도 마음에 없는 이 집에 정을 붙이고 10년을 아글타글 살오온 것도 사실이었다.
 
  "됐어요.들어가자요."
  그녀는 신음하듯 말했다.
  그들은 나란히 집에 들어섰다.시어머니의 눈길은 언녕 꼿꼿해져 있었다.그녀는 그 눈길을 외면하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밤은 깊어만 갔다.정지칸에서는 구들고래를 훑는듯한 코고는 소리가 들려온지도 이슥하다.
  그녀는 좀체로 잠들 수가 없었다.앞길을 생각하니 막막한 느낌뿐이었다.
  그녀는 속이 허전한감을 느꼈다.그녀의 배는 시종 비여있었다.그것도 그럴 것이 남편이 제구실을 하지 못하니 말이다.그래도 욕망만은 있어 밤이 되면 남편 구실을 하려고 헤덤빈다.뜻대로 되지 않으면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한사코 그녀를 못 살게 군다.하여 이?날 일어나면 그녀의 머리는 천근같이 무겁다.
  그녀는 의식적으로 남편을 멀리했다.남편의 몸이 언제가는 완쾌할 날이 있을 것으로 믿었고 그날을 위해 묵묵히 고통을 삼켰다.그와 그녀 사이의 고충은 그들밖에 누구도 몰랐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차츰 그 일에 관한 에피소드들이 전해지고 있었다.그녀는 어리둥절했지만 그후부터는 드러내놓고 남편을 병원에 데리고 다녔다.언젠가는 누구한테서 그 병에는 범의 그것이 좋다는 말을 얻어듣고 여기저기 수소문하기도 했다.그러는 사이에 10년이 흘러갔다.그러나 남편은 여전히 그 꼴 그 모양대로였다.그녀는 자신의 처사가 저으기 후회되었다.아이가 그리웠다.아이라도 있었더면 얼마간 위안이라도 되련만...
 
  "여보세요."
  그녀는 조용히 불렀다.움지락거리는 감각이 전해왔다.뒤이어 빼빼 마른 손이 그녀의 젖가슴을 더듬고 있었다. 전 같으면 남편의 허약한 신체가 염려되어 물리쳤을 그녀였지만 지금 이 시각에는 남편이 하는대로 내버려두었다.그녀는 아이가 그리웠다.아이는 그녀의 삶의 기둥으로 될 것이다.그녀도 필경을 여인이었다.여인으로서의 요구도 있었다.그녀는 더는 그것을 억제할 수 없었다.그녀는 조용히 그가 성공하기를 바랐다.딱 한번이라도.
  불현듯 그녀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10년전의 그가 새삼스레 떠올랐다.지금과도 꼭같은 여전한 동작,여전한 낭패상이었다.바로 그때문에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과 갈라지지 않으면 안되었던 것이다.
  "나도 다 들었소.우린 그만 갈라지기오."
  그는 상고머리를 긁적거리며 달아나버렸다.
  그녀는 ?을 잃고 상고머리의 우둑진 뒤모습을 쏘아보았다.그가 저주로왔다.천지를 감동시키던 맹세를 쉽사리 망각한 그가 가증스러웠다.그녀는 저도모르게 반발심에 사로잡혔다.하여 단연 이 집에 시집을 오겠다고 서둘렀던 것이다.물론 남편으로 된 사람은 그때 으쓱했고 소문을 퍼뜨린 시어머니도 시뜩했던 것이다.
 
  남편은 여전히 씩씩거리고만 있었다.말 못할 염오감에 휩싸인 그녀는 남편을 밀쳐버렸다.웅장한 상고머리라면 결코 실망의 그늘은 지어주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옷을 주섬주섬 주어입고 밖으로 나왔다.
  달밝은 밥이었다.삼라만상이 침묵속에 잠긴 조용한 밤이었다.
  그녀는 울안에서 서성겨렸다.무었때문에 밖으로 나왔는지 그녀 자신도 모르고 있었다.그저 가슴이 답답해질 뿐이었다.정말이지 그녀는 땅을 치며 한바탕 통곡하고 싶었다.마을에서는 그녀가 어리무던하다고 찬사가 많았다.하지만 그녀는 언녕 그러한 칭찬에 반감을 가졌고 진절머리가 났으며 그런 허위적인 생활에 권태를 느꼈다.그러나 그녀는 필경 여인이었다.나약한 여인이었다.지친 여인이었다.하다면 그녀는 이 세상 막끝까지 신음으로 걸어가야 하는가?
  "누구세요?"
  갑자기 그녀는 울바자에 붙어선 이상한 물체를 발견했다.그것은 웬 사람이었다.그 사람은 몸을 흠칫하더니 기어드는 소리로 대답했다.
  "나요."
  "나라니?"
  그녀는 전률하듯 몸을 떨었다.그 사람은 다름 아닌 상고머리였다.그녀는 오늘까지 그를 본체만체했다.그녀는 영원히 그를 용서할 수 없었다.쉽사리 사랑의 신의를 저버린 그,그녀는 그를 원망했었다.지금 녀편네와 자식을 두고 한밤중에 도적처럼 남의 울바자에 붙어있는 그를 보노라니 원망보다 증오가 앞섰다.
  "염치 없군요! 썩 물러가요!"
  "난 그저 딱 한마디만..."
  "듣기 싫어요!"
  그녀는 저도모르게 꽥 소리를 지르며 귀를 틀어막았다.
  집안은 전등이 켜져 있었다.문이 벌컥 열리며 시어머니가 맨발로 뛰어나왔다.그뒤에 남편도 따라나왔다.그녀는 초조한 심정으로 상고머리를 돌아보았다.어느새 상고머리는 저멀리 사라지고 있었다.
  "저게 어느 개자식이야? 그 놈이지?"
  시어머니가 따져물었다.
  "옳아요,상고머리에요."
  그녀는 태연하게 대답했다.이상하게도 마음이 거뿐해졌다.
  "하긴 잘한다.너 봤지? "
  시어머니는 아들을 돌아보았다.모자간에 평시에 뒤에서 어떤 얘기들이 오갔던 모양이었다.남편은 이윽토록 그녀를 쏘아보았다.동안이 지나서야 한결 가라앉은 소리로 물었다.
  "그가 멀하러 이 밤중에 찾아왔소?"
  "저와 살겠다구요!"
  그녀는 또렷하게 대답했다.
  "그래 당신은 어떻게 대답하였소?'
  남편의 물음은 그녀의 마음 한구석에 쌓이고 쌓인 원한을 터뜨러 놓고 말았다.10년이나 살아오면서 여직 마음을 알지 못하는 그가 저주로왔다.그를 위해서 바친 그녀의 대가는 엄청나게도 컸지만 그는 그것을 알아주는상 싶지 않았다.여전히 10년전의 그,자기밖에 모르는 야수적인 인간이었다.그녀는 악에 받쳐 대답했다.
  "그와 살겠다고 대답했어요!"
  "찰싹!"
  강한 충격을 받은 그녀는 허궁 나가 넘어졌다.
  "하하하..."
  그녀는 히스테리적으로 웃어댔다.그 하나의 매,통쾌한 웃음에 그들이 애써 유지해오던 10년간의 부부생활은 쿵!하고 드디어 막을 내려버렸다...
 
  산길은 곧게 뻗어있었다.어느 개명한 사람이 그 오불꼬불한 길을 고쳐놓았던 것이다.
  그 옆의 민들레는 언녕 시들어버렸다.
  비도 내리지 않았다.
  초막집도 간데온데 없어졌다.
  모든 것이 변했다.10년전과 판이하게 변했다.
  그녀는 그 오솔길을 따라 내처 걷고 있었다.그녀가 어디로 가는지 누구도 모른다.다만 홀가분한 걸음,한결 재빠른 걸음을 멀리서 볼 수 있을 뿐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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