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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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월 병 댓글:  조회:542  추천:0  2013-03-20
.수필. 월 병 30년전, 내가 살던 동네에는 끔찍한 살인사건이 있어난적이 있다. 인적이 드문 비암산 골짜기에서 여섯살짜리 어린애가 싸늘한 사체로 발견되였던것이다. 피해자는 우리 동네에서 살고있는 내 짜개바지 친구 진철이의 동생 홍철이였다. 사건의 실마리는 참새잡이에 나섰던 젊은 친구가 왠지 모르게 모여드는 까마귀떼를 발견하고 경찰에 제보했던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범죄란 대개가 절도나 강간 정도였기에 “살인”은 듣기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 단어였다. 그로 인해 한때는 온 시가지가 저녁에는 길거리에 다니는 사람이 거의 끊길 정도로 공포적인 분위기에 휩싸였다. 경찰은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여 수사에 나섰고 드디여 학교쪽으로부터 “보름 넘게 어느 동네 아무아무개가 보이지 않더”란 학생의 제보를 받고 파안의 실머리를 찾아냈던것이다. 그런데 더욱더 경악할만한 사실은 살인범이 그 누구도 아닌 피해자 홍철이 친아버지 김영학이였다는 점이였다. 바로 세집 건너 이웃에서 살고있었던 나에게는 도저히 받아들일수 없는 너무나 큰 충격이였고 소름이 끼칠 정도로 무서운 일이였다. 내 또래 친구인 진철이 형제간은 무슨 영문인지는 몰라도 어미없이 자란 불쌍한 애들이였는데 그나마 야생마처럼 풀어놓고 자란 애들이라 손버릇도 좋지 않아 간혹 가다가 동네 어느 집에서 알루미늄 재철(양푼)이 없어져도 의례 진철이네 형제간이 한짓일것이라고 의심할 정도로 말썽꾸러기 장난군들이였다. 그러던차 이붓어머니가 들어오면서 그 집안은 말썽거리형제때문에 가정불화가 점점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더우기 아버지와 이붓어머니 사이에서 새 아이가 태여나면서 진철이 형제간은 모순덩어리로 변해버렸다. 그후로부터 띄염띄염 애들이 몇달씩이나 눈에 안 띄여 물어보면 친외가편에 갔다는 퉁명스러운 대답으로 돌아오군 했다. 그런 말썽꾸러기 어린 놈이 친아비에 의해 목 졸려서 질사했다니 모든 의문의 화살이 혹독한 질타와 채찍으로 변해 아비 영학이에게 쏟아졌을것은 물론이다. 영학이의 자백에 따르면 죽이기전에 어린것이 평소에 그렇게 먹고싶다던 월병을 사 먹이고 죽였다는것이다. 어찌나 제 새끼가 미웠으면 죽였을가? 그런데 그렇게 미운 놈에게 월병은 왜 사 먹였을가? 그 의문의 답안은 30여년이 지난 요즘에야 찾은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2007년말, 아버지가 우연찮게 검진받다가 간암말기로 진단받고 온 가족이 순식간에 무너지듯 우리 집안은 저조기를 맞게 되였다. 1년2개월이라는 긴 투병생활끝에 아버지는 심양 제5병원에서 조용히 세상을 떴다. 간부위가 극통을 느껴 120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가는 도중 그토록 고통스러워하시는 아버지의 얼굴을 가슴에 안고 나는 그냥 울기만 했다. 배출은 못하고 주입되는 약물로 인한 복중의 압력으로 끝끝내 피를 토하면서 마지막 숨을 가쁘게 몰아쉬는 아버지를 보면서 나는 아버지께서 빨리 돌아가셨으면 하는 죄스러운 생각이 떠오르는것을 막지 못했다. 병상옆에서 온기가 점점 식어가는 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서 더 이상 아버지를 그런 고생으로부터 돌려올만한 능력이 없는 나같은 불효자에게는 아버지께서 이렇게 고통스럽게 병마에 시달리기보다는 1분이라도 빨리 저쪽 극락세상에 가시길 더 원했던것 같다. 허락한다면 “안락사”라도 자진청구하고싶은 마음이였다. 아버지의 소중한 생명을 더 이상 지켜줄 능력조차 없는 나같은 자식에게는 그런 못되고 불효한 생각이 어쩌면 유일한 선택일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울면서 눈물로 범벅이 된 우리 형제가 싸늘해진 아버지에게 수의를 입힐 때 형의 어깨에 힘없이 기대인 아버지를 보면서 측은한 생각은 들었지만 왠지 눈물은 흘러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어쩌면 그런 심신의 고통에서 풀려난 아버지가 행복할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후로 몇년이 지난 오늘에도 나는 자식으로서 그런 불효한 생각을 가졌다는 자책에 헤매면서 종종 불면의 밤을 뜬눈으로 보내군 한다. 그리고 30여년이나 지난 오늘에야 제손으로 막둥이 아들의 목을 졸라죽인 영학이도 그때는 가정불화의 불씨였던 애군인 홍철이에게 자신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행복한 생활환경을 줄수 없었던 자신의 무능을 탓하며 이 세상보다는 더 행복할것이라고 믿었던 저세상으로 보내였던게 아닌가싶다. 마지막으로 홍철이한테 먹였다던 월병을 생각하면 그게 아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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