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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편 나한테 첫 고민을 준 총각
2014년 12월 07일 12시 01분  조회:1901  추천:1  작성자: 훈이
 
어느날 내 친구 리정희가 한 총각을 소개했다. 
“이전에 우리 목단강중학교에 룡섭이라는 학생이 있었는데 너처럼 문학도 좋아하고 달리기도 잘 하고 마음도 영 고운 사람인데 지원군에 갔다가 돌아왔는지 모르겠다. 너 한테는 딱 맞는 총각이다.”
 그 후 얼마 안지나 할머니가 점을 친 모양이었다. 내가 너무 시집을 안간다니까 하도 답답해서 동네 등곱쟁이 점쟁이 할머니를 찾아간것이다. 점쟁이 할머니는 무엇인가를 중얼거리며 생각을 굴리더니 하는 말이
“연애편지를 쓰고 그 애를 탐내는 사람이 많기는 하지만 그건 다 쓸데 없는 일이외다. 그 애의 연분은 따로 있는데 이제 얼마 안지나서 저 북쪽에서 책가방 하나를 달랑 메고 오는 청년이 있는데 그 사람이 연분을 맺을 총각이오.”
 그래서 할머니는 누군지도 모를 그 총각에게 막연한 기대를 걸고 그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게 되었다. 
어느  일요일 날 나와 정희는 함께 거리에 나갔다. 어느 사진관 앞에서 정희가 어떤 총각을 만나 함께 사진관으로 들어갔다. 사진관으로 들어갔던 정희가 인차 나오더니 나에게 
 “야, 저 사람이 그 때 내가 말하던 룡섭이라는 총각이다. 지원군에서 제대되어 신문사 기자로 취직했단다.”라고 말했다. 
나는 얼핏 그의 뒷모습을 보았다. 퇴색한 군복차림에 몸에 어울리지 않은 헝겊신을 신고 있었다. 
“야, 그저 수수한 사람이구나.”
 나의 말투는 심드렁했다. 그 때만해도 나는 제대군인이 제일 싫었다. 왜냐하면 전쟁시기 부상한 부상병들이 우전국 책임자를 찾아와 처녀를 내놓으라고 책상을 두드리며 호통을 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우전국은 처녀가 가장 많은 단위었다. 제대군인이나 부상병들은 “내가 전쟁터에서 피를 흘렸는데 까짓 처녀 하나 못 내놓는가?” 하면서 호통을 쳤다. 그래서 우전국의 처녀들은 제대군인이나 부상병을 보기만 하면 피해 달아났다. 솔직히 말해 나도 지원군에서 제대했다는 제대군인 총각이 싫었다. 
 이튿날 나는 정희와 함께 우리집 부근의 한 골목길에서 우연히 그 총각과 마주쳤다. 그는 정희네 집으로 놀러오는 길이었다. 나는 초면이라 인사도 못하고 있는데 그 총각이 먼저 “안녕하십니까?”하고 반갑게 인사를 했다. 나는 몸 둘바를 몰랐다. 다시 보니 갤편하게 생긴 얼굴에 우유독에서 빠져나온듯 하야 맑숙한 피부가 인상깊었다. 정희가 말했다. 
“너 집이 조용할텐데 우리 함께 너 집으로 가자.”
 그래서 나는 총각을 처음 우리 집에 모셨다. 이렇게 우리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그 후 그 총각은 자주 우리 집에 놀러왔다. 신문기자인 그는 이때부터 군복을 벗고 하얀 와이샤스바람에 왔는데  눈 여겨 보니 그가 입은 외이샤스는 낙하산천을 베어 만든 것이었다. 바느질이 서툴어서 여기저기 실밥이 삐어져 나왔다. 유심히 살펴본느 내 눈치를 알아채렸는지 그 총각이 어색하며 변명했다. 
 “이건 전선에서 미국 낙하산천을 주어 만든건데 천이 너무 미끄러워서 잘 만들지 못했습니다.”
 “아니 보기 좋은데요.”
이날 나는 실로 뜬 이불보의 수를 매고 있었다. 
“나도 같이 하면 안될까요?”
 그 총각이 자진해 내 일을 거들었다. 
 “이걸 어디 다 치려고 그럽니까?”
나는 귀볼이 화끈해남을 느꼈다. 부끄러워 아무말도 못하고 있는데 그 총각이 말끈을 달았다.
“후에 우리 집에다 치면 안될가요?”
“정말 농담도 잘하시네.”
이렇게 대꾸하는 내 마음에도 이상야릇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의 솔직한 성격이 마음에 들었다. 남자다운 시원시원한 성격 소유자였다. 이때 정주간에 계시던 할머니가 말간에 끼어들었다. 
“이보게 젊은이 저 애를 좀 시집 보내주게. 시집가란 말만 나오면 천길만길 뛰나까 참 답답하오. 내 눈에 흙이 들어가지전에 누구한테 맡기고 가야하는데…”
“글세요, 정 맡길데가 없으면 저에게 맡기세요. “
그 총각의 농담엔 진담이 섞여있는듯 했다. 나는 공연히 얼굴이 붉어졌다. 
 그 총각은 내 책상의 책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책상이래야 쬐꼬마 밥상같은건데 그 위에는 최서해의 “탈출기”며, 이광수의 소설, 이수일과 심순애 연애사를 다룬 책들이 꽂혀있었다. 
“문학을 퍽 좋아하시나봐요.”
“예, 좋아합니다.”
“나도 좋아하는데요. 나는 시를 씁니다. 최서해 탈출기를 보셨나요?”
“예, 봤습니다.”
“그 책에서 임신한 아내가 귤껍질을 주어먹는걸 보고 측은하게 생각하는 남편의 마음이 인상적이지요.”
이 말을 들은 나는 작가의 마음이란 항상 자애롭고 생활의 구석구석을 잘 보살펴주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작가에게 시집가면 한평생 각별한 사랑을 받을것만 같았다. 그래서 일찍부터 대학의 물리계나 수학계 학생들이 보낸 연애편지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고 문학을 하는 사람을 은근히 찾던 중이었다. 
 나는 그 총각이 시를 쓴다는데 마음이 솔깃해졌다. 우리 둘 사이엔 공동언어가 있게 되었다. 우리 둘은 문학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럴즈음 할머니가 자주 그 총각 이야기를 꺼냈다.
“내 보기엔 그 젊은이가 참 인사성이 있더라. 다른 사람은 우리 집에 와도 어른한테 인사도 없이 너만 찾는데 그 젊은이는 꼭 먼저 나한테 인사를 하더라. 인물도 그만하면 잘 생겼고…”
분명 할머니는 날 들으라고 하는 소리였다. 나도 나름대로 생각을 굴렸다. 
“인물도 좋고 직장도 좋고 성격도 좋은 문학청년인데 단 한가지 맏이라는 것 나는 장차 할머니를 모셔야 할 상황인데…”
어쩌면 좋을가? 아깝기는 한데 당기지도 못하고 버리지도 못할 형편, 나의 진짜 고민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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