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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편 차라리 죽기보다도 못해서
2015년 02월 27일 16시 50분  조회:1594  추천:1  작성자: 훈이
 
 
 감옥살이란 어떤 것인가, 나 진짜 문화대혁명때 그 맛을 보았다. 남편이 <조선간첩> 누명을 쓰고 갇힌 후 나도 간첩죄로 잡혀들어갔다. 남편이 간첩이고 나는 무전수라나.  겨울이였는데 너무 추워서 생각다못해 신문지로 쬐꼬만 통집을 만들었다. 그 속에 들어가니 추위가 덜했다. 신문지가 그렇게 추위를 막아주는걸 예전에 전혀 몰랐었다. 그런데 그것도 하루 밤, 보초 서는 사람이 신문지에 가리워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고 없애라는 명령을 내렸다. 
 손톱이 길어도 깎을 가위가 없었다. 그런데 그놈의 손톱은 왜 그리도 빨리 자라는지. 어쩔 수가 없어 나는 콩크리트 벽에 대해 손톱을 갈았다. 그러니 갈 수는 있는데 모서리를 갈 수가 없어 변소에 가는 틈을 타서 유리조각을 주워왔다. 그건데 그것이 보초꾼들의 검사에 들킬줄이야. 
“너 이건 물하려 들여왔는가? 자살하려구?”
“자살, 아닙니다. 손톱을 깎을려구요.”
“거짓말 말어! 분명 자살기도가 있는거야. 자살은 무산계급 전정에 항거하는 표현이야!”
나는 원래 자살할 생각이 없었으나 그들이 말을 하자 진짜 자살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천대받고 살아선 뭘 해. 차리리 죽고 말지.”
 모든 자유를 박탈당한 상황에서 자살은 그리 쉽지는 않았다. 칼도 없고 유리조각 하나도 주워올 수 없고 목을 매자니 목 맬 끈도 없었다. 온 밤 생각하던 끝에 이불이나 요를 찢어 못 매달 궁리를 하였다. 나는 요를 찢어 보초꾼의 눈을 피해가며 끈을 꼬았다. 정작 이 세상을 하직하자고 생각하니 생각이 착찹해졌다. 
“보고 싶던 남편 얼굴 한번 못 보고, 몸살나게 그립던 애들도 못 보고 이렇게 사라진단 말인가. 그리고 아무 죄도 없는 사람이 자살을 했다면 나 스스로가 죄를 승인하는 것이 되고 후에 애들에게도 얼마나 큰 누명이 될가.”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내가 자살할 리유가 하나도 없었다. 다만 하나, 사람대우를 못받고 값없이 산다는 것, 억울하다는 것, 그것뿐인데. 지금 나처럼 억울함을 당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가. 
 이런 생각을 굴리니 목 맬 이블끈을 꼬던 내 손이 멈춰졌다. 
 (죽을 수 없어, 죽다니 내가 왜 죽는단 말인가?)
 그날부터 나는 오히려 더 떳떳해졌다. 밥도 억지로 먹고 일하려 나갈 때면 머리를 꿋꿋이 들고 다녔다. 삶에 대한 의욕이 북받친 것이다. 심사를 받을 때도 기죽지 않고 할 말을 다 했다. 물론 심사조 사람들은 나를 “완고하다” 했다. “완고”하다면 좋다. 난 오늘도 “완고”하고 내일도 “완고”하고 영원한 “완고파”가 될 것이다. 오히려 오기가 생겼다. 내게 죄가 없는 이상 무엇이 두려우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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