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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편 공동묘지에서 속삭인 사랑
2015년 01월 08일 18시 16분  조회:1914  추천:4  작성자: 훈이

 

그 때만해도 남여가 더구나 처녀총각이 나란히 거리에 나서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때였다. 그렇다고 집에서 사랑을 속삭이자니 늙으신 할머니가 계셔 집을 나서야만 했다. 그래서 우리 둘은 생각다 못해 인기척이 드믄 공동묘지를 찾아갔다.  연변대학 뒷산의 공동묘지, 지나가는 사람 하나 없는 좋은 연애장소였다. 우리는 거기서 무덤을 빙빙 돌며 숨박곡질을 하였다. 아무리 크게 웃어도 소리쳐도 듣는 이가 없었다. 아주 우리만의 세상이었다. 게다가 풀까지 잔잔히 자라 뒹굴기도 좋았다. 우리는 공동묘지에서 즐기다나니 해 지는줄도 몰랐다. 
 우리가 연애를 한다는 소문이 나자 방애하는 사람도 많았다. 몰래 나를 엿보고 짝사랑을 하던 공안국의 한 사람은 내가 좋아하는 룡섭씨에게 다섯살짜리 아이가 있다고 헛소문을 퍼뜨렸다. 나는 그 소문을 믿지 않았다. 그의 나이가 어린데, 또 학교에서 직접 군대에 갔으니 언제 장가를 들었으며 다섯살짜리 아이가 있을수 있겠는가. 
 또 우리 동네의 한 아줌마는 그의 어머니가 계모이고 째지게 가난하고 식구도 많다고 말했다. 우리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그런 말은 나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일편단심 오직 한 마음!
 드디어 우리는 결혼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째지게 가난한 우리로서는 결혼식이 문제였다. 양쪽 집이 다 어려운 상황이었다. 궁리하다 못해 우리는 거짓말 잔치를 하기로 합의하였다. 어떻게 거짓말을 할 것인가? 연길에서는 부모님이 계시는 목단강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하고 부모님 집에 가서는 이미 연길에서 결혼식을 올렸다고 거짓말 하기로 했다. 
 우리가 “잔치”하러 목단강으로 떠나는 날 아침 그래도 할머니는 정성껏 음식을 장만하였다. 어쩌다 이밥에 좁쌀을 절반 섞고 반찬이래야 고등어 한 마리, 떠나는 신랑 밥상이라는게 고작 이뿐이었다. 그런데 이날 아침 우리가 떠난다고 숱한 친척들이 찾아왔다. 고등어 한 마리만 밥상에 놓자니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서로 사양하다나니 고등어 한 마리가 종시 축나지 않았다. 이 광경을 본 나의 가슴은 미어지는듯 했다. 슬프고 죄스럽고 미안하고, 끝내 우리는 밥도 먹는둥만둥하고 먼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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