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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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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소식 (외 4수)
2021년 09월 10일 10시 03분  조회:282  추천:0  작성자: 강효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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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소식 (외 4수)
□ 강효삼


가을소식은 누가 먼저 알리나

서늘함은 가을의 본능

여름의 늦더위가 아직 가시지 않았는데

그 틈사리를 비집고 척후병인 듯

서늘한 바람이 벌써부터 뛰쳐나와

기웃거리고 있으니

가을의 첫 알림인가

 

하늘이 높아지면 가을이라 했다.

지꿎은 떼구름에 가리워 보이지 않던 하늘이

갑자기 나타난 듯 훌쩍 높아져

우리의 머리 우에 파랗게 비껴있으니

가을은 하늘이 먼저 알리는 건가

 

푸르던 들판이 소리없이 어느새

노란빛으로 물젖어간다

황금의 빛갈은 가을의 표징

이제 크고 작은 들판과 높낮은 산발들

모두가 황금빛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으니

가을은 들로부터 오는 것인가

 

선들바람 높은 하늘 황금빛 들판

모두가 다투어 가을의 도래를 암시하는데

아직도 한창 여름 속에 사는 듯

푸른 잎 가득 들쓴 포도넝쿨 아래

언녕 익을 대로 익은 포도송이들은

새까만 눈알만 굴릴 뿐 말이 없다.

 

사과 풍년

하늘 높고 맑은 가을

과수원에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빨간 사과들

4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

절집 뜰안 주렁주렁 매달아놓았던

빨간 그 련등들을 떠올리네

사과들은 얼마나 깊은 수련을 하였기에

련등처럼 빨갛게 익었을가

 

수련을 갓 시작한 동자승들처럼

이른봄부터 가부좌하고 앉은 사과나무

폭염에 온몸이 땀벌창 되여도

폭우에 머리에서 발끝까지 물참봉 되여도

정좌한 자리를 떠나지 않고

묵언 수행하는 스님들처럼

오로지 일편단심 가을만 념두에 두더니

끝내는 모두가  열반의 경지에 도달했는가

 

아무렴 사과들에게 열반이란 무엇인데?

나무가지 휘도록 풍성한 과일을 가꿔낸

우리네 과농들을 부처님으로 모시고

열심히 수행한 보람이 아닌가.

 

가 을

여름이 잉태의 계절이라면

가을은 해산의 계절입니다.

여름에 잉태한 것들 가을은 다투어 해산을 합니다

가을은 올려놓는 것이 아니라 내려놓는 계절

얼마나 많은 수확을 땅 우에 내려놓습니까

그래서 가을이 더 풍성한가 봅니다

 

가을은 지극정성으로 열매란 열매는 다 익히는 계절

익히다 익히다 못해 가을엔

하늘마저 익어서 탱탱 여뭅니다.

가을은 가져가서 가을이 아니요

주고 가서 가을이지요

빛갈과 껍질만 가져가고 알속은 다 남겨줍니다

그래도 가져갈 것이 그리 많은지

가을이 되면 숱한 나무에서 떨어진 잎들 모두가

가을을 싣고 갈 배가 됩니다

그리하여 여기저기서 스적스적 노젓는 소리

순풍에 불려 불려 가을을 실은 배들

다투어 떠나고 나니

가을도 가고 없습니다.

 

가을 코스모스

계절의 집문턱을 넘어 꽃이라 이름한 것들

다투어 떠나가는데 코스모스만은

아직 여름에 취한 듯 여유만만이다

계절은 코스모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넉넉한 것 아닌데

코스모스는 왜 안달지 않을가

 

뭇꽃들 다투어 필 땐 아닌 척 모르는 척

키만 껑충한 코스모스는

아직도 와야 할 계절이 오지 않아

긴 목을 빼들고 기다리는 것 같다

여름이 모두 가고 가을이 완연할 때

그때 비로소 꽃을 활짝 피워

오는 가을을 기쁘게 해주려는 코스모스다

 

삶은 시작만이 소중한 것 아니다

마지막도 소중하다 꽃은 더욱 그러한 것

먼저 피는 것보다 마지막까지 오래 피는 꽃이

더 아름다운 꽃임을 코스모스는 아는 것일가

모두가 서둘러 떠나는 시세에 편승하지 않고

자기만의 추구와 개성을 고수하는

여유롭고 배짱 있는 코스모스

그래서 가을날에 코스모스가 더 돋보인다.

 

짧아도 먼길

-락엽을 보면서

 

높은 나무가지에 단단히 매달렸던 푸른 잎들이

세월의 순리에 좇아 노란 잎으로 변신하더니

뚝ㅡ 하는 절명의 소리 한마디 남기고

지상을 향해 가벼이 추락한다

나무잎이 매달려있던 꼭대기서

떨어져 뒹구는 땅 끝까지는

얼마나 먼길인가

나무의 높이에 따라

그 길이도 다르겠지만

저 길에는 들어있다,

이른봄 첫 행군의 발자국 옮겨서부터

봄을 지나고 긴긴 여름을 지나 드디여

이 가을에 들어설 때까지 잎이 걸어온 길

그래서 이 거리는 짧아보여도 멀다

멀다, 영원히 조화할 수 없는

삶과 죽음이 한줄에 꿰여있어

세상에서 제일 먼 거리다.

연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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