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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꽃 손해일
2018년 12월 20일 16시 18분  조회:755  추천:0  작성자: 강려
소금꽃 
 
     
손해일 
 
 
신안 증도 슬로시티에 소금꽃 피었다
물 햇빛 바람이 살 섞은 열꽃
형체 없는 물 가두고 열고 풀어   
염부가 돌리는 무자위 수차와 당그래질 
무한궤도로 증발한 지상의 땀꽃  
 
한때 바다였다 솟구친 희말라야 연봉
아득한 만년설 눈보라에 흩날려 
몽골초원 고비사막 하늘땅 홀리는 신기루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에 순장된 암염들이 
눈사람 예띠의 이른 아침
키 쓰고 소금 얻는 오줌싸개의 홍안에도 피었다  
 
득도한 부처 염화시중의 우담바라
“헛되고 헛되니 헛되도다”
사해(死海) 갈릴리 물위를 걷는 예수
썪지 않는 빛과 소금      
찬연한 생명꽃 
 
 
  <이선의 시 읽기>
 
  ‘소금꽃’은 ‘생명꽃’이다. 이 시의 주제다. 첫 연과 끝 연, 알파와 오메가다. 생활에서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 매일 만나는 것이 소금이다. 그러나 마냥 잊어버리고 존재감이 없는 것이 또한 소금이다. 있지만 없는 것, 그림자 같은 존재가 소금이다. 소금에 대하여 말하라고 하면 누구나 한 바가지 분량의 소금관념, 소금은유, 소금비유를 쏟아낼 수 있다.
  그러나 손해일은 그 흔한 소금 이야기를 종횡무진 하면서 관념에 빠지지 않는다. 작고 흔한 보잘 것 없는 것을 ‘히말라야/ 아득한 만년설/ 부처 염화시중의 우담바라/ 사해 예수’까지 자연주의와 우주, 종교론까지 확장시키고 있다.
  쉬운 소재를 좋은 작품으로 형상화하는 것은 낯선 튀는 소재로 독특한 시를 쓰는 것보다 쉽지 않다. 그러나 평범한 것, 만만한 것을 만만치 않게, 사물을 잡고 끈질기게 파고들어가서 근본까지 파헤치는 것은 더욱 쉽지 않다. 손해일의 「소금꽃」은 김치, 간장, 젓갈, 어떤 음식 속에 들어가서 이름 없는 무엇이 된 소금을 다시 끄집어내서 성분과 영양분과 원소를 분류해 놓은 것 같다.
  시라는 음식은 최소단위 원소들을 소금과 잘 섞고 뭉쳐서 맛깔스럽게 접시에 구성미를 살려 차려낸 화려한 음식과 같다. 그 시의 구조가 집합적으로 어떤 이미지로 그려낼 지는 작가의 손과 눈, 감각이 어떻게 단어를 뭉치느냐 하는 기술에 달려 있다. 좋은 시는 비유와 관념이 스스로 혼자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손해일의 소금은 홀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자연과 인물, 사건 속에 숨어서 자신의 존재를 녹이고 있다.
  소금은 생활의 근본이며 기독교의 근본이다. 또한 자연의 근본이며 음식의 근본이다. 소금은 ‘희말라야 연봉’ ‘몽골고원 고비사막’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 ‘눈사람 예띠’ ‘오줌싸개’였던 ‘나’ 손해일에게까지 연결되는 맛의 근본이며 생명의 고향이다. 소금의 역할을 제대로 해석한 시 구성기법이다. 스스로 녹아서 스스로를 잊혀진 존재로 만들어낸다. 두리뭉실 섞어서 뭉쳐낸다.
 
 
 
 
 
 
가져온 곳 :  카페 >시와 도자기|글쓴이 : 이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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