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jingli 블로그홈 | 로그인
강려
<< 5월 2024 >>
   1234
567891011
12131415161718
19202122232425
262728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블로그

나의카테고리 : 이선 시해설

푸른 호랑이 이야기 / 이경림
2018년 12월 25일 15시 26분  조회:652  추천:0  작성자: 강려
푸른 호랑이 이야기
 
 
이경림
 
 
설렁탕과 곰탕 사이에는 푸른 호랑이 한 마리가 산다
 
 
어떤 생의 무릎과 혓바닥 사이에는
어떤 생의 머리뼈와 어떤 생의 허벅지 살 사이에는
형언할 수 없이 슬픈 눈과 사나운 관능을 가진 푸른 호랑이 한 마리가 산다
 
 
저 높은 굴뚝을 천천히 빠져 나가는 푸른 연기와
사라지는 뼈
사라지는 살들 사이에는
 
 
낡은 의자에 앉아 곰탕을 먹는 노신사와
그 앞에서 설렁탕을 먹는 시든 다알리아 같은 아내 사이에는
 
 
그것들의 배경인 더러운 유리창과
산발을 하고 흔들리는 수양버들 사이에는
 
 
날개를 빳빳이 펴고 태양 속으로 질주하는 새
반원을 그리며 느리게 불려가는 바람 사이에는, 그래!
 
 
미친 듯 포효하는
푸른 호랑이 한 마리가 산다
 
 
 
 
<이선의 시 읽기>
 
 
위의 시는 시창작 기법에서 조건절을 사용하였다. 다의적이고 함축적이며 이경림의 시각으로 재해석된 조건절인 ‘푸른 호랑이’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푸른 호랑이’라는 시어에 시의 애매성과 모호성의 원리와 상징과 생략, 삭제의 원리를 적용해 보자.
3연에서 이경림은 ‘슬픈 눈’과 ‘사나운 관능’으로 바로 답변하고 있다. ‘슬픈’과 ‘사나운’은 분명 이질적이고 반대적 개념과 이미지다. 그런데 한 문장, 한 공간에서 같이 사용함으로써 언어충돌, 이미지 충돌을 하고 있다. 이처럼 ‘낯설게하기’ 기법을 적용한 새로운 해석적 용어는 독자에게 흥미와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독자는 추리소설을 읽듯, 한편의 시에 집중하게 된다. 작가의 답이 궁금하다. 독자를 끝까지 집중하게 만드는 것, 이경림 시가 갖는 힘이다.
 
 
그런데 ‘푸른 호랑이’ 한 마리 때문에 시가 사는 것일까? 아니다, 이경림은 삶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진지하게 조망한다. 언제나 이경림의 시는 거짓이 없다. 생경하게 뛰어든 거짓인 조건절인 ‘푸른 호랑이’를 참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다. 분명 푸른 호랑이는 가설인데도, 거짓으로 만들지 않는다. 이경림은 생을 단순하거나 하찮은 놀음으로 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이경림의 시는 무게감이 있으며 늘 진중하고 진실하다. 그것은 관통의 힘이다. 생을 진지하게 절단하여 단면을 들여다본다. 그 진실에는 늘 중생을 애정과 가여워하는 마음으로 감싸는 이경림의 넉넉한 마음스케일이 있다. 1-8연의 기법과 내용을 살펴보자. 이경림 시가 미꾸라지처럼 힘있게 치고 올라가는 시 기법을 발견할 것이다.
 
 
1연- 설렁탕과 곰탕을 먹는 노신사와 아내가 있다. ‘먹는다’는 단순한 사실에서 ‘푸른 호랑이’라는 조건을 줌으로써, 시는 갑자기 ‘형이상학적’ 의미를 가지며 비약하고 확장된다. 사물인 설렁탕과 곰탕은 ‘푸른 호랑이 한 마리가 산다’라고 생생한 진행형 삶과 생존을 획득.
 
2연- 1행의, ‘무릎뼈’는 남자의 섹스도구로 발군의 힘을 과시하며, ‘혀’는 여자의 콧소리와 함께 유혹과 애교라는 섹스의 중요한 소품이다. 2행의 머리뼈는 남자가 아내를 얻기 위한 설득작업과 생계수단인 직업에 지략이 사용된다. 허벅지살은 여자의 중요한 섹스심볼을 감싸고 있는 관능적인 몸의 일부분.
 
3연- ‘푸른 호랑이’라는 조건절을 다시 강조.
 
4연- 곰탕과 설렁탕의 조리과정이다. 불을 때고 연기가 나며 살, 뼈들이 녹아난다. 이경림은 사라진다는 슬픈 사실로 인식.
 
5연- 낡은 의자에서 곰탕을 먹는 노신사와 늙은 아내를 클로즈업. 사라지는 시간이 주는 슬픈 이미지.
 
6연- ‘더러운 유리창’과 ‘산발하고 흔들리는 수양버들’은 노신사와 아내의 삶의 역경과 고난으로 대비된다. 일반적 인간과 짐승들의 삶의 모습일 터.
 
7연- 7연 1행 ‘태양 속으로 질주하는 새’와, 2행 ‘느리게 불려가는 바람’은 이상과 괴리, 노신사와 아내의 삶을 유추적으로 본 작가적 시점. 그러나 또한 일반적인 사람이 사는 생의 한 풍경화. 질풍노도의 청춘이 저지르는 외도일 것.
 
8연- ‘미친 듯 포효하는 푸른 호랑이 한 마리가 산다’ 부분에 집중을 하여 보자. 노신사와 늙은 아내는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갈등하며 미친 듯 싸울 것. 또한 생을 놓는 순간까지 치열하게 살게끔 생은 고난을 준비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
 
요약하면 다음의 패턴을 그린다. 1연 설렁탕과 곰탕 먹는 인물, 푸른 호랑이 조전 제시- 2연 상징적 조건제시- 3연 조건 강조- 4연 사라지는 슬픈 것들- 5연 노신사와 아내 사실 규명- 6연 배경 설정- 7연 배경의 내용, 질주하는 새와 바람- 8연 푸른 호랑이 강조.
 
 
 
이경림의 시 한편을 분석하여 보면 그 안에는 삶이라는 과제가 치열하게전개되고 있다. 1연과 8연까지 긴장의 끈이 흐르고 있다. 이경림이 본 생의 뜨거움이다. 또한 슬픔이다. 척박한 조건에서도 치열하게 맞받아치는 생을 향한 의지와 힘이 느껴진다. 그것은 시에 대한 그의 사랑이기도 하다.
 
한 그릇 설렁탕과 곰탕을 먹으면서 옆 자리 손님을 물끄러미 관찰하였을 것. 마음속으로 그들 모습에서 또 다른 생의 그림을 유추하였을 것. 곰탕을 먹으면서 이렇듯 치열하게 삶의 곡선을 찾아낸다. 객관화된 상징화는 강하고 적나라하다.
 
이경림의 시에는 뜨거운 삶의 집착과 뜨거운 삶의 향기가 있다. 용트림하는 생을 맞받아치는 삶의 치열한 경쟁력이 있다.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14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14 이선 시해설 모음 2021-10-28 0 923
113 [스크랩] 윤유점 정기만 평론/ 한국문학신문 이인선의 힐링 문학산책 7 2019-12-19 0 1111
112 한국문학신문- 이인선의 힐링 문학산책/ 뜸들일 때의 밥 냄새처럼- 김선진 2019-12-19 0 1399
111 [스크랩] 가영심 시 평론/ 백리향 차향으로 빚은, 정서해소와 심리치료의 시- 이인선 / 한국문학신문 이인선의 힐링문학 산책 4 2019-12-19 0 1320
110 [스크랩] 김인숙 시 평론/ 이선/ 한국문학신문 이인선의 힐링문학 산책 3 2019-12-19 0 1222
109 한국문학신문 연재- 이인선의 힐링 문학산책 2호/ 이인선 평론가 2019-12-19 0 1088
108 평론 연재: 이인선의 힐링 문학산책 1 인연설 / 문덕수 2019-12-19 0 1054
107 발랄한 상상력으로 그린, 미려한 이미지의 형상화와 재해석 / 이선(시인, 한국문학비평가협회 사무처장) 2019-02-01 0 1360
106 나의 하이퍼시 쓰기 / 이선 2019-02-01 0 1679
105 [스크랩] 박남희- 이제는/ 2015년 가온문학 여름호 발표/ 이선 평론 2018-12-28 0 1564
104 [스크랩] 가온문학 이선 평론- 이낙봉 2016년 여름호 2018-12-28 0 1640
103 [스크랩] 잃어버린 시인을 찾아서- 박항식 시인편/ 이선 / 가온문학 2016년 겨울호연재 2018-12-28 0 1563
102 2017년 가온문학 여름호/ 정성수- 사기꾼 이야기/ 평론 이선 2018-12-28 0 1496
101 <가온문학 평론 특집- 세자르 바예호의 시 세계 / 이선 2018-12-26 0 1582
100 날샘일기- 김정현/ 가온문학 봄호 2016년/ 이선 명시 읽기 2018-12-26 0 1568
99 민용태- 서울에 시집온 봉숭아/ 2016년 가을호/ 가온문학- 명시 읽기/ 이선 평론 2018-12-26 0 1574
98 강기옥- 담쟁이 1/ 가온문학- 명시 읽기/ 이선 평론/ 2015년 가을호 2018-12-26 0 1580
97 이선 평론/ 가온문학- 명시 읽기/ 이기철- 불행에게 이런 말을 2018-12-26 0 1590
96 이선 평론/ 심상운- 칠 놀이 또는 페인트통/ 2015년 가온문학 겨울호 <명시 읽기> 2018-12-26 0 1596
95 6 ․ 25 33 전봉건 2018-12-26 0 1398
‹처음  이전 1 2 3 4 5 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